'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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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특집 #3 - 놀란감독 박쥐남의 원류를 찾아서(하)

Gotham Godfathers

- 크리스토퍼 놀란의 고담은 어디서 왔는가 (하) -




3. 죽음의 광대

『배트맨 : 웃는 남자』는 배트맨과 조커의 첫 만남을 다룬 2005년작 그래픽 노벨이다. 에드 브루베이커가 각본을, 더그 만케와 패트릭 지르커가 작화를 담당했다. ‘웃는 남자’라는 타이틀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1928년작 미국 무성영화의 제목에서 딴 것인데,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콘라드 바이트의 분장이 조커라는 캐릭터의 탄생에 영감을 준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영화에서 바이트가 연기한 캐릭터는 조커와는 반대로 일그러진 얼굴 뒤에 따스한 마음을 감춘 채 ‘노트르담의 꼽추’ 스타일의 멜로드라마를 보여준다.)

고든은 반장으로 승진하고 배트맨도 서서히 노련한 탐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던 어느 날, 버려진 건물에서 이상야릇하게 뒤틀린 미소를 지은 채 창백한 얼굴로 죽어 있는 여러 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현장을 조사한 배트맨은 누군가가 더 큰 범죄의 예행연습을 위해 벌인 일 같다고 추리한다. 얼마 뒤, 아캄 정신병원의 재개장 소식을 전하던 방송 리포터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그 자리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살해범은 TV 화면을 통해 고담시의 거부 헨리 클래리지를 죽이겠다고 예고한다. 어릿광대 같은 외모 때문에 ‘조커’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 정신병자는 치밀하고도 악랄한 계획을 통해 자기 예고를 실현하고, 고든과 배트맨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커를 체포하고 그의 범행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지만, 그의 정체도 동기도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사건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런 가운데 급기야 브루스 웨인 본인마저 조커의 다음 표적으로 지목되기에 이른다. 이제 브루스는 배트맨으로서 조커를 추적함과 동시에 경찰의 주의를 끌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한편 조커는 배트맨과 경찰을 동시에 따돌리고 고담시에 의외의 일격을 가하고자 은밀하게 행동을 개시한다.

스토리상 『이어 원』의 사건이 일어나고 수개월 후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인데, 『이어 원』과 마찬가지로 고든과 배트맨이 번갈아가며 사건을 해설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조커가 워낙 파워풀한 캐릭터다보니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배트맨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 게 눈에 띈다. 『이어 원』에서는 복수를 위해 거리로 나선 자경단(vigilante)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배트맨도 여기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탐정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어, 조커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추적한다. 배트맨의 출동에 필수 불가결한 아이템인 배트모빌이나 배트 시그널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배트맨과 고든의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적인 협력 체제도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된다. 또한 조커가 풀어놓은 정신병자들이 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을 배트맨이 제압함으로써 그의 존재가 확실하게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배트맨과 조커의 첫 번째 대결이라는 요소는 「배트맨」 제1호(1940)의 조커 등장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으로, 헨리 클래리지, 제이 와일드, 레이크 판사 등의 희생자 이름 및 살해 순서는 이 에피소드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전에서 조커가 살해 예고에 사용하는 매체가 라디오인데 비해 본서에서는 아주 당당하게 텔레비전으로 쇼를 벌인 다음에 살인 예고를 하는 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춰 디테일을 수정하는 작가들의 센스가 돋보인다. (IGN의 본서 리뷰에서는 이를 두고 ‘만약 수년 뒤에 이 이야기가 또 리메이크된다면 그때는 조커가 문자 메시지로 살인 예고를 하지 않을까?’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조커의 정체가 레드 후드이며 그의 탄생에 배트맨이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요소는 「디텍티브 코믹스」 제168호(1951)에 수록된 「레드 후드의 정체The Man Behind The Red Hood」에서 따 왔다. 이 스토리는 앨런 무어의 『킬링 조크』에서도 조커의 탄생 비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 바 있다.

말하자면 본서는 『이어 원』의 연장선상에서 젊은 배트맨과 고든의 악전고투를 묘사함과 동시에 배트맨 시리즈 최고의 악당으로 손꼽히는 조커의 등장을 요즘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하여 다시 선보인 스페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어 원』의 직계속편으로 이해하기에는 약간 모순되는 점도 있는데, 이미 읽어보신 독자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어 원』의 마지막에서 고든은 ‘고담시 상수도에 독을 풀겠다고 협박하는 녀석이 나타났는데 스스로를 조커라고 부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서에서는 ‘조커’라는 별명은 문제의 범죄자 본인이 아닌 경찰에서 붙인 것으로 나오며 조커의 계획은 클라이맥스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두 작품은 완벽하게 이어지는 속편이라기보다는 배트맨의 일생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다소 느슨하게 연결된 개별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같은 캐릭터를 70여 년 동안 필요에 따라 요리조리 설정 바꿔가며 계속 팔아먹는 업계다보니 이런 일은 제법 흔하다.)

본서는 다른 걸작 에피소드들에 비해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데다가 혁신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는 기존 에피소드를 더 짜임새 있게 리메이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같은 조커 관련 에피소드라도 『킬링 조크』만큼의 지명도나 파괴력은 없다. 하지만 배트맨과 조커의 기념비적인 첫 대결을 무리 없이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어 원』에서 시작된 브루스 웨인과 범죄와의 전쟁이 더욱 더 치열한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저 ‘연습’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잔인함과 각종 요소를 치밀하게 조합하여 차근차근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천재성을 겸비한 조커의 영리함은 물론, 그러한 조커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단서를 추적하는 배트맨의 집요함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킬링 조크』와 함께 읽는다면 불세출의 대악인 조커의 ‘탄생’을 여러 각도에서 차분히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참고로 2005년에 집계한 IGN의 역대 배트맨 그래픽 노벨 순위에서는 총 25위 중 24위를 차지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조커를 묘사하는 데 주로 『킬링 조크』와 「배트맨」 제1호의 원조 조커 등장 에피소드를 참조하였기 때문에 본서가 그 영화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고든이나 배트맨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범죄자들이 등장함으로써 더욱 혼란스럽게 되어가는 상황을 고민하는 부분이나, 클라이맥스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추락시켜 죽일 수 있었음에도 자기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살려주는 부분 등등은 본서와도 통하는 데가 있다. 배트맨이 조커에 대해 조사해 보지만 과거도 신원도 친척관계도 전부 불명으로 나와서 절망하는 부분도 영화의 ‘과거가 없는 남자’ 조커와 겹쳐진다. 참고로 중간에 조커가 정신병자들을 무더기로 탈출시켜 고담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부분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스케어크로가 아캄 정신병원의 죄수들을 집단 탈출시켜 내로우스 지역을 아비규환으로 만드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4. 마피아 vs. 배트맨

『배트맨 : 롱 할로윈』은 1996년부터 1997년에 걸쳐 간행된 전 13부작의 미니시리즈다. (통상의 미니시리즈보다 분량이 길다는 점 때문에 현지에서는 맥시시리즈maxi-series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제프 로브가 각본을, 팀 세일이 작화를 담당했다. 같은 제작팀이 참가했던 총 3편의 스페셜 기획 「배트맨 : 다크 나이트의 전설 할로윈 스페셜Batman: Legends of the Dark Knight Halloween Specials」에서 착상을 얻어 발전시킨 프로젝트로, 『이어 원』에서 연결되는 초창기 배트맨 스토리인 동시에 『이어 원』에서 도입된 필름 느와르 요소를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상당히 중후하고도 흥미진진한 범죄 드라마를 보여준다. 배트맨, 고든으로 대표되는 경찰기구, 그리고 암흑가의 지배자 팔코네 패밀리와 그 라이벌인 마로니 패밀리는 물론, 스케어크로, 조커, 매드 해터, 포이즌 아이비, 리들러, 솔로몬 그런디 등 스타급 악당들이 총출연하는 할로윈 대축제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바로 배트맨의 호적수 중 하나인 투페이스의 탄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9월의 어느 날, 조니 비티가 암살당한다. 고담시를 좌지우지하는 범죄조직의 수장인 카르미네 팔코네의 조카인 조니의 죽음은 조직은 물론 경찰까지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 달마다 기념일이 돌아오면 그에 맞춰 팔코네 패밀리나 그에 관련된 인물들이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하고, 경찰은 이 수수께끼의 킬러를 ‘홀리데이’라 부르며 그를 체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한편 배트맨과 제임스 고든은 정의감에 불타는 지방검사 하비 덴트와 협정을 맺고 고담시에서 조직범죄를 몰아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지만, 그들의 앞길에는 여러 가지 험난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도 홀리데이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억측만을 거듭하는 동안 희생자는 점점 늘어가고 궁지에 몰린 팔코네는 스스로 그 킬러를 찾아내기 위해 뜻밖의 인물에게 도움을 청한다.

본서는 범죄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2년작 『대부』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하여 배트맨의 세계에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식하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 팔코네 가문의 주요 구성원들은 『대부』의 콜레오네 가문에서 적절한 속성을 가져와서 재배치한 캐릭터들이다. 각본가 로브의 인터뷰에 따르면 카르미네 팔코네의 권력과 지혜는 돈 비토 콜레오네, 작은아들 알베르토 팔코네의 충성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시당하는 처지는 프레도 콜레오네, 딸 소피아 팔코네의 과격한 성품은 소니 콜레오네, 큰아들 마리오 팔코네의 가문을 올바른 방향으로 재건하려는 의지는 마이클 콜레오네한테서 따왔다고 한다. (다만 마리오는 속편 『다크 빅토리』에서 처음 등장하므로 본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혼식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그 결혼식 한편에서 조직 보스가 자기보다 열세에 처한 사람을 회유하려 한다는 점, 그리고 브루스 웨인의 “저는 고담시를 믿습니다.”(“저는 아메리카를 믿습니다.”의 패러디)를 시작으로 하여 스토리 여기저기에서 되풀이되는 “나는 …를 믿는다.”라는 구절 역시 『대부』의 영향이 느껴진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 찾아보면 많이 나오겠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생략.)

본서는 월 1회 발행이라는 특성에 맞춰 각각의 달에 맞는 기념일을 선정한 뒤 홀리데이 킬러가 범행을 저지른 후 그 기념일을 대표할 만한 장식물을 현장에 두고 간다는 수법을 채택함으로써 각 에피소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마땅한 기념일을 찾아내기 어려운 달에는 극중 인물의 생일이 그 달에 있다고 설정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하기도 한다.) 작가들은 홀리데이 사건을 축으로 하여 배트맨-고든-덴트의 삼각동맹이 벌이는 범죄 소탕, 팔코네-마로니 패밀리의 감춰진 알력, 배트맨과 캣우먼의 아슬아슬하게 밀고 당기는 로맨스, 그리고 덴트 부부나 고든 부부가 보여주는 평범한 일상 등을 교묘하게 엮어내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어딘가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가득한 팀 세일의 작화는 그런 복잡한 스토리에 고급스러운 중후함을 더해 준다. 각 에피소드에는 독자들에게 익숙한 단골 악역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또한 본서는 『이어 원』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평범한 범죄조직들’의 전성기가 끝나고 대신에 기괴한 복장과 예측불허의 광기로 무장한 ‘괴물들(freaks)’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분수령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장르로 따진다면 연속 살인사건을 다루는 미스터리인 동시에 조직범죄의 융성과 몰락을 그려내는 대하 범죄소설이며 정의를 실현하려 애쓰다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 인간의 영혼을 애도하는 현대 비극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통상의 배트맨 스토리가 갖고 있는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솜씨 좋게 버무려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배트맨과 홀리데이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도에 머물지 않고 고든과 덴트, 그들의 가족, 팔코네와 마로니 패밀리, 그리고 나아가서는 고담시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드라마가 시시각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와 함께 펼쳐지면서 처음에는 그나마 희망이 가득했던 배트맨의 투쟁이 얄궂게도 더 기괴한 방향으로 고담시를 이끌어 간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결국 이야기는 끝나고 사건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참된 진실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사건에 말려든 모든 사람은 저마다 상처를 간직한 채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그야말로 ‘패자는 가득하되 승자는 없는’ 안타까운 결말을 냄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높아서, 2005년에 집계한 IGN의 역대 배트맨 그래픽 노벨 순위에서는 총 25위 중 5위를 차지했다.

본서 특유의 중후한 분위기와 비극적인 스토리,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러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덕분에 본서는 영화 『다크 나이트』를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항목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 주의 : 영화 내용에 대한 천기누설이 있습니다. ***

○ 배트맨, 제임스 고든, 하비 덴트가 고담 경찰청 옥상에 모여서 3자회담하는 장면. 배트맨이 대화 도중에 소리 없이 사라지자 놀란 덴트에게 고든이 “그 친구 특기지(he does that).”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대목도 비슷하게 인용했다. 배트맨-고든-덴트의 위태로운 전우관계와 거듭되는 시련으로 이 관계가 서서히 망가져 가는 과정,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안타까움은 본서와 영화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테마이기도 하다.

○ 덴트가 공판 도중 증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장면. 다만 원작에서는 증인이 황산을 얼굴에 던져 투페이스가 되지만, 영화에서는 증인이 총을 꺼내어 발포하려다 덴트에게 저지당한다. 덴트가 투페이스로 변하는 장면은 좀 더 나중에 다른 과정을 통해 묘사된다.

○ 갱들이 숨겨둔 현금을 한데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장면. 원작에서는 캣우먼의 제보를 받고 팔코네의 돈을 발견한 배트맨과 덴트가 그 돈을 불태우지만, 영화에서는 조커가 갱들의 돈을 불태워버리는 걸로 바뀌었다.

○ 하비 덴트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폭탄 테러를 당하는 대목. 원작에서는 팔코네가 사주한 패거리들이 할로윈에 그의 자택에 폭탄을 배달하여 덴트와 아내 질다가 부상을 입지만, 영화에서는 조커가 덴트와 약혼자 레이첼 도스를 각각 다른 곳에 감금하고 폭탄을 장치하여 더 큰 타격을 입힌다. 말하자면 위에 나온 ‘법정에서의 공격’과 전후 순서를 바꾸고 투페이스가 되는 원인을 이쪽으로 변경한 것이다.

○ 살바토레 마로니가 투페이스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설정. 원작에서는 마로니가 직접 황산을 던져 덴트의 얼굴에 화상을 입히지만, 영화에서는 마로니의 사주를 받은 부패 경찰관과 조커가 범인이고 마로니는 간접적으로만 관여한다. 어쨌거나 마로니의 행위로 인해 나락에 빠진 덴트가 갱들은 물론 세상 전체에 대해 원한을 품고 악인이 된다는 전개는 똑같다.

○ 주연급 캐릭터 중 한 명이 죽은 척하고 숨어서 역습을 준비한다는 설정. 원작에서는 폭탄 테러를 당한 덴트가, 영화에서는 총격을 당한 고든이 이런 행동을 취한다.

○ 뜻밖의 인물이 중요인물을 호송하던 보디가드로 변장하고 숨어 있다가 범인이 습격하자 역습을 가하는 장면. 원작에서는 배트맨이 보디가드로 변장하고 마로니를 호송하다가 홀리데이를 체포한다. 영화에서는 고든이 보디가드로 변장하고 덴트를 경호하다가 조커를 체포한다.

○ 영화의 바이럴 마케팅에서 사용된 하비 덴트의 지방검사 선거 캠페인 문구인 ‘나는 하비 덴트를 믿는다(I Believe in Harvey Dent)’는 본서에서 브루스 웨인이나 질다 덴트의 대사를 통해 여러 번 되풀이된 구절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단순한 개인 간의 신뢰 표시를 넘어서 배트맨과 달리 빛의 세계에서 떳떳한 방법으로 고담시를 개혁할 마지막 희망이었던 하비 덴트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표현하는 문구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조커의 ‘실험’을 통해 무참하게 부서진다. 영화 제목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의 별명인 동시에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타락한 ‘백기사(white knight)' 덴트의 처지를 뜻하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 링크
http://comics.ign.com/articles/624/624619p1.html
http://en.wikipedia.org/wiki/Batman:_The_Man_Who_Laughs
http://en.wikipedia.org/wiki/Batman:_The_Killing_Joke
http://en.wikipedia.org/wiki/Batman:_The_Long_Halloween
http://en.wikipedia.org/wiki/The_Dark_Knight_(film)
http://en.wikipedia.org/wiki/Carmine_Falcone
http://www.vacuumboy9.com/tlh/index.html



글/ 잠본이(2012. 6. 10)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개봉에 맞춰 특집을 게재합니다. 세미콜론 편집부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본 리뷰는 세미콜론 공식블로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by 잠본이 | 2012/06/17 11:09 | 친절한 켄트씨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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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큐베 at 2012/06/17 13:58
[맞다. 그리고 당신네가 붙여준 내 이름, 그거 정말 마음에 들어. 그 왜, '조커 말이야.]

여담이지만 조커는 자신의 별명을 너무나도 맘에 들어하던 것 같더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는 저격수 at 2012/06/17 15:04
배트맨의 맞수는 조커밖에 없지요.

그 전율할 정도의 지능적인 광기는 정말.....

(아악~ 히스레져 횽 돌아가셔서 이제 누가 조커하죠? 잭 니콜슨?)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6/17 17:05
니콜슨은 역대 최강 조커가 틀림없지만 이젠 나이를 너무 드셔서 버텨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찍고 나서 게슈탈트 붕괴 일으킬 뻔 했다는 루머가)
Commented by spawn at 2012/06/23 18:19
그러고 보니 놀란판 배트맨 은 보스급 악당들이 일종의 실험 형태로 배트맨과 맞서는 듯 합니다. 1편의 라스 알굴은 제자의 성장을 시험을 위해 일을 저질렀다는 느낌이고 2편의 조커는 아예 기폭장치가 내장된 배에 사람들을 몰아 넣어 실험합니다.
이번 3편의 베인은 어떤 형태로 배트맨과 싸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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