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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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
원제: シュレディンガーのチョコパフェ
저자: 야마모토 히로시[山本 弘]
역자: 박용국
출판사: 대원씨아이(주)

SF작가 겸 게임 디자이너이며 별별 황당스틱한 현상을 연구하는 '황당학회' 회장이기도 한 저자가 2008년에 발표한 단편집. 원래는 2006년에 발매된 단편집 <언젠가 찾아올 겨울의 슬픔도>에 단편 <7퍼센트의 천무>를 추가하여 제목을 바꾸고 문고화한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양자역학, 인체개조, 외계문명, 언어의 무기화, 시간여행, 뇌과학, 펄프픽션 등 다양한 소재에 걸쳐 있는 7가지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그밖에 작가 및 역자 후기와 마에지마 사토시의 권말 해설을 수록.

원서는 마치 라이트노벨을 방불케 하는 화사한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지만 대원에서 NT라이브러리 시리즈로 펴낸 판본은 별 특징 없이 검은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들어가 있어 얼핏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컨셉 자체가 라이트노벨과는 달리 정통 SF소설을 소개하려는 것이라 일부러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1956년생으로 70~80년대에 청년시절을 보내며 이른바 1세대 오타쿠 문화를 선도했던 저자답게 온갖 잡스런 분야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과 매니악한 감성이 군데군데 배어 있다. 'SF는 조리 있는 엉터리 이야기다'라는 것이 저자의 평소 지론인데, 그에 걸맞게 여러 가지 황당무계한 소재를 최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따금 은근슬쩍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이 튀어나오기도 하므로 감수성 강한 독자들에게는 요주의.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シュレディンガーのチョコパフェ]
어느 토요일 오후.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던 '나'는 간만에 들려온 옛친구 미조로기의 소식 때문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비뚤어진 심성의 천재 과학자인 미조로기는 '꿈현상 이론'을 기초로 현실 그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무서운 장치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1985년 동인지 <성군[星群] 노벨즈 제10호 - 에덴의 산성[産声]>에 게재되어 일본팬진대상 창작부문을 수상한 단편을 개작하여 'SF매거진' 2005년 2월호에 재발표한 작품. 양자역학의 변칙적 응용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 해체되고 주인공의 의식에 의해 새로운 현실이 구성된다는 설정은 그렉 이건의 <쿼런틴>(1992)과 비슷하지만, 오타쿠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계속해서 싸워 온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사(私)소설에 가깝다는 점이 독특하다. 영화관 스크린이 서로 다른 꿈 사이를 넘나드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는 대목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파프리카>(1993)와,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자기가 바라던 완벽한 현실에 도달하여 연인과 재회한다는 결말은 그레그 베어의 <블러드뮤직>(1985)과 비교할 만하다. 서로 다른 이들의 꿈이 마구 뒤섞여 만들어진 혼돈의 공간인 아몽계[亜夢界]에 대해서는 꽤 상세한 설정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단편 하나로만 끝내기에는 아까운 감이 있다. 포장을 잘해서 그렇지 결국 속내용은 커플천국 솔로지옥

어금니의 스위치를 켜라[奥歯のスイッチを入れろ]
사고로 중상을 입은 테스트 파일럿 타쿠야는 개발 중이던 SSS(슈퍼 소닉 솔저)의 몸체에 정신을 이식하여 되살아난다. SSS란 튼튼한 금속 보디를 지니고 가속 모드에서는 초음속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최신예 안드로이드다. 하지만 거대 테러조직 MCS가 파견한 자객이 연구소를 습격하고, 타쿠야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아직 시험도 하지 않은 가속 모드로 전투에 뛰어든다.
본서를 위해 집필된 오리지널 작품. <6백만달러의 사나이>, <에이트맨>, <사이보그 009> 등 고전 SF 히어로물의 설정을 솜씨 좋게 뒤섞은 패러디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작품 자체는 아주 진지한 하드SF 액션물이다. 소재나 이야기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관성, 중력가속도, 공기저항 등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최대한 리얼하면서도 처절하게 묘사한 가속상태에서의 전투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어째서 나를 실험체로 선택했느냐'라는 주인공의 질문에 그를 개조한 과학자가 '착한 사람이니 그 힘을 남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해서'라고 답하는 부분은 다소 고색창연하지만 이후의 전개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나중에 미국영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저>(2011)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바이오십 헌터[バイオシップ・ハンター]
지구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여 다양한 종족과 조우한 우주시대. 그러한 종족들 중에는 미지의 고대종족이 창조한 생체우주선 '바이오십'과 그들을 타고 우주를 누비는 도마뱀 종족 '이 무로프'도 있다. 정체불명의 바이오십에 의한 우주선 습격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인류는 이 무로프에 대한 불신감을 품는다. 지구인 저널리스트인 '나'는 이 무로프의 부탁을 받고 문제의 바이오십을 추적하는 항해에 동행한다.
'SF어드벤처' 1990년 5월호에 발표한 작품. 유우키 마사미의 <철완 버디>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생체우주선' 개념을 파고든 우주 사파리 르포르타주(?). 야생 바이오십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른 종족과는 커녕 자기들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여 좌충우돌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고발하고 타자(他者)와의 공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훈훈한 단편. 인류와는 동떨어진 사고방식과 감정을 갖고 있으나 나름대로 재미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무로프 종족의 매력이 돋보인다. 제목에는 '헌터'가 들어가 있지만 극중에서는 그냥 추적만 할뿐 실제로 사냥을 하는 장면은 없다.

메두사의 주문[メデューサの呪文]
행성 알함듀릴라의 지적생명체 '인치웜'은 인류의 거듭되는 대화요청을 계속 거절하고, 뜬금없이 "시인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대답만 해 온다. 지구측 우주전함의 엔지니어인 '나'는 순전히 취미로 시를 쓴다는 이유 때문에 인치웜과의 교섭에 동원된다. 인치웜은 '나'에게 자기들이 구축한 '언어문명'의 가공할 만한 비밀을 알려준다.
'SF매거진' 2005년 5월호에 발표한 작품. 단 여덟 줄의 시 하나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대위기가 벌어진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무지하게 진지한 어투로 들려주고 있다. 생물의 유전자 대신 밈(Meme: 지성체들 사이에서 문화나 사상을 전달하는 가상의 추상적 자기복제 단위)에 기반을 두어 진화한 언어문명과 그들이 사용하는 무서운 위력의 언어병기라는 아이디어가 일견 얼토당토없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듯하게 느껴져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젠가 찾아올 겨울의 슬픔도[まだ見ぬ冬の悲しみも]
CHLIDEX(시간적 동일성 교환) 실험으로 반 년 전의 세계에 시간여행을 온 연구자 키타바타.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변 세계는 생명체가 모두 사멸한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대체 실험의 어디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죽기 전에 진상을 해명하기 위해 키타바타는 필사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다.
'SF매거진' 2005년 9월호에 발표한 작품. 시간여행을 물리적 실체의 이동이 아닌 데이터의 교환으로 설명하는 독특한 설정과, 거기에 숨어 있던 뜻밖의 맹점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극성이 돋보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 때문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자신을 학대하는 주인공의 찌질한 모습이 인상적인 심리 스릴러로서의 측면도 있다. 본래는 발표로부터 20여년 전에 초안을 썼다가 묻어두었던 것을 전면적으로 개작하여 발표한 작품으로, 워낙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다보니 등장인물 전원을 가능한한 꼴보기 싫은 녀석들로 묘사하여 감정이입의 여지가 없도록 했다고 한다.

7퍼센트의 천무[七パーセントのテンムー]
작가인 '나'는 13세 연하의 청년 슌과 동거 중. 어느날 갑자기 슌이 I인자 결락자라는 판정을 받는다. 다른 사람처럼 자의식을 갖지 못하고 그저 학습한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성인의 7%를 차지하는 그들에게는 천무(천연무뇌)라는 얄궂은 별명이 붙었다. '나'는 자기에 대한 슌의 사랑도 아무 내용 없는 공허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고민하게 된다.
'SF매거진' 2007년 4월호에 발표한 작품. 여기서 등장하는 '천무'라는 개념은 비상식적인 믿음에 빠져 남들을 당황하게 하고, 자기 의견을 절대로 굽히지 않으며, 토론에도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현대의 키보드 워리어들을 풍자한 듯하다. 덴마크의 과학 저널리스트 토르 뇌레트라네르스가 쓴 <사용자 환상 : 의식의 평가 낮추기The User Illusion - Cutting Consciousness Down to Size>에 착안하여 저자 나름의 각색을 거친 설정인데, 전반적인 내용은 화자인 '나'의 시점에서 천무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그려냄으로써 '나와 다른 이들과의 적극적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어둠 속의 충동[闇からの衝動]
1930년대 미국. 작가 지망생인 헨리 커트너는 인기 작가 로버트 하워드의 자살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해 평소 동경하던 여성작가 캐서린 무어를 찾아간다. 그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뜻밖에도 캐서린의 소녀시절에 일어난 어떤 사건에 숨겨져 있었다.
'로그아웃' 1995년 6월호에 발표한 작품. 미국 SF의 황금시대에 활약했던 실존 작가들을 등장시켜 <코난>, <솔로몬 케인> 시리즈의 저자인 하워드의 자살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호러 작품. 본작의 주인공인 C.L.무어는 저자가 열렬히 숭배하는 작가로, 본문 여기저기에 그녀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숨겨져 있으며 문체도 가능한한 비슷하게 쓰려고 했다고 한다. (비슷하게라고 해도 원문보다는 일어 번역본의 문체를 얘기하는 듯 하지만) 극중에서 언급되는 SF잡지들의 표지 삽화들도 당연히 실존하고 있어서, 저자 공식홈에서 샘플을 찾아볼 수 있다. 섬나라풍 촉수괴물에 대한 음흉한 페티시즘과 암흑의 힘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인간 실존의 위대함이라는 모순된 테마가 기막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문제작(?)이라 하겠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일부 모티브를 차용.
by 잠본이 | 2012/05/19 00:4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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