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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EL MOVIES : 케빈 파이기 인터뷰
★Kevin Feige Tells How Marvel Whips Up Its Cinematic Super Sauce (Wired, 2012-05-01)

그 누구도 케빈 파이기(Kevin Feige)처럼 직업과 취미를 조화롭게 추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마블 스튜디오의 경영자인 파이기는 지난 15년간 제작된 거의 모든 마블 캐릭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제작에 관여해 왔다.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 2>같은 성공작에서부터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도전>이나 <맨-씽>같은 다소 말하기 미묘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파이기는 항상 제작현장에서 함께 해 왔다. 그는 또한 여러 편의 메이저급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하나의 연속된 세계관 안에서 전개한 뒤 <어벤저스>라는 빅 이벤트로 수렴시킨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실현해 온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파이기는 코믹북 숍의 계산대 아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복잡한 조형의 캐릭터 입체물을 구입할 정도로 열렬한 마니아인 동시에 일련의 마블 영화들에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독특한 스타일의 감독들을 영입하는 데 관여한 인물이다. 조스 웨던의 <어벤저스>에 이어서, 셰인 블랙이 존 파브로에 이어 <아이언 맨> 시리즈를 감독하게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마블의 체제를 개혁하여 만화책을 재료로 재미난 오락영화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확립한 이 사나이는, 앞으로도 더욱 더 흥미진진한 행보를 보여줄 것임에 틀림없다. 와이어드에서는 케빈 파이기와 함께 영화 속의 숨은 장난, 코믹스 쪽 스탭들을 영화 제작에 참가시키는 방식, 그리고 어째서 코믹스가 계속하여 사람들을 매료하는 지적 재산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마블 영화들을 크로스오버시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A: 아주 작은 계기로부터 시작되었죠. 바로 클락 그레그가 연기한 콜슨 요원이란 캐릭터를 통해서였는데요. <아이언 맨> 1탄을 만들면서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정부기관이 염탐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토니는 거물 군수업자이니 정부의 관심을 끄는 건 필연적이었죠.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죠. '가만 있자. 이거 마블 유니버스니까 하는 김에 그 정부기관을 쉴드로 만들면 어떨까?' 클락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기에 우리는 제작 중에 그가 나오는 장면을 조금씩 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제작에 들어가기 전이었던가 제작 도중이었던가는 확실치 않은데, 어느 날 사무엘 잭슨의 에이전트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죠. "혹시 샘에게 맡길 배역 없어요? 엄청난 팬이라서 그런 종류의 영화에 나오는 걸 매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말했죠. "샘을 데리고 한번 들러주시죠. 비중은 작지만 기막힌 깜짝출연을 해볼 생각이 없는지 샘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그랬더니 좋다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그 다음엔 존 파브로 감독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죠. "이런이런 깜짝출연을 집어넣는 건 어떨까요? 엔딩 크레딧 뒤에 나오는 식으로요." 사실 그 시점에서는 토니 스타크와 그의 아이언 맨 장갑복을 전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우리는 샘의 등장이 관객들의 주의를 돌리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이미 극중에서 콜슨 요원이 소속 기관의 이름 때문에 불편을 겪은 뒤 "그냥 쉴드라고 불러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의미심장한 조크가 나오잖아요. 따라서 샘이 나오는 부분은 크레딧 뒤에 넣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언 맨>의 크레딧이 올라간 후, 사무엘 잭슨이 토니 스타크의 집에 들어와서 바로 그 시점에 우리들도 깨닫고 있었던 어떤 사실을 선언하게 됩니다. - 바로 우리가 [어벤저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그 사실을요.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뒤 몇 주 뒤에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지(紙)였던가 아니면 다른 곳에 [사무엘 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가 누구인지 살펴보는 토막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죠. 오 이런 세상에! 이게 진짜로 통하는구나! 이건 단지 원작의 열성팬(fanboy)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그렇게도 흥분되었던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코믹스 팬들은 똑똑하고 세세한 디테일도 잡아내는 안목이 있어요. 그들이 어떤 작품에 수 십년간 몰두하는 건 그 작품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멀리 떨어진 코믹북 숍까지 차를 타고 가서 코믹스를 구입하는 사람의 수는 멀리 떨어진 영화관까지 차를 타고 가서 영화를 보는 사람 수보다 훨씬 적어요. 그래서 나는 마블 스튜디오 이전부터, 즉 다른 제작사에서 만드는 마블 영화에 관여할 때에도, 만약 우리가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살려서 영화화한다면 관객들은 그들이 원작을 읽었던 읽지 않았든 간에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반응해줄 거라고 믿고 도박을 했죠.

Q: 하지만 분명히 마블 스튜디오에는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들을 영화화할 권한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죠. 스파이더맨은 소니에, 그리고 엑스맨과 판타스틱 4는 폭스에 각각 판권이 넘어가 있었으니까요.

A: 물론 우리도 모든 캐릭터가 우리 수중에 남아있는 편을 훨씬 선호합니다. 하지만 판권계약이 저마다 각각 달랐거든요. 그 중 어떤 것은 아주 확실한 계약 만료일이 정해져 있었지만, 또 어떤 것은 가까운 장래에 우리 쪽으로 돌아올 가망이 전혀 없는 것도 있었어요. 우리는 그런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고, 소니나 폭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캐릭터들을 다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 돌아가는 방식으로도 제법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까 불만은 없어요. 어벤저스는 마블 유니버스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타이틀입니다. 엑스맨이나 판타스틱 4보다 훨씬 크죠. 물론 인지도 면에서는 스파이더맨을 당할 수 없겠지만 등장 캐릭터 숫자로 따지면 어벤저스 쪽이 압도적입니다. 이 타이틀은 상당히 오랫동안 연재되어 왔고 그 기간 동안 거의 모든 마블 캐릭터들이 출연했다가 또 퇴장하기도 했죠. 아이언 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닉] 퓨리, 쉴드에 대한 권리를 모두 우리가 보유하고 있었던 건 어느 정도 계획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크나큰 행운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이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어벤저스를 실현시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죠.

2006년 샌디에고 코믹 컨벤션에서 소규모 홀에 2천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아놓고 제작발표회를 가졌습니다. 다른 제작사들이 만드는 마블 영화 관련으로 그런 행사에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처음으로 마블 스튜디오라는 이름 하에 패널 참가를 했죠. 존 파브로는 <아이언 맨>, 루이스 리테리어는 <인크레더블 헐크>,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는 <앤트맨>에 관해서 각각 발표를 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질문하더군요. "혹시 캐릭터들 간의 크로스오버도 합니까? 이 인물이 저 인물과 [영화 속에서] 만날 일이 있을까요?" 내게도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어벤저스를 영화관에서 보게 될 날이 올까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은 모릅니다. 이번 시도는 마블에게 있어서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자 커다란 실험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아이언 맨, 헐크, 토르, 캡틴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겠죠." 그 말을 듣자마자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그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죠. 세상에나,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뭔가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Q: 그 모든 제작과정을 어떻게 조화롭게 통제하셨나요? 각본가들을 위한 설정서(bible)가 따로 있습니까? 각 영화의 제작진들이 크로스오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설정서가 있더라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방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제작할 때 염두에 둔 비결은, 그다지 비결이라 할 것도 아니지만, 개별 작품들이 연결된 전체 그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그 영화들 중 한 편이라도 실패하면 전체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개별 영화들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로키는 원작판 <토르>에서 메인 악역으로 등장했는데, 흥미롭고도 여러 가지 다층적인 면을 갖추었고 비극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따라서 당연히 영화판 <토르>에서도 악역을 맡았고, 그 과정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죠. 또한 로키는 원작판 <어벤저스> 제1화에서 어벤저스가 모이게 되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이번 영화에 나오는 것도 말이 되죠.

만약 우리가 그 전에 영화판 <토르>를 만들지 않았다면 다른 악역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원작에서 완벽하게 베이스를 깔아준 이상 그걸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없죠. 코스믹 큐브는 아시다시피 원작판 <캡틴 아메리카>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 레드 스컬이 나오는 스토리들에서 주요 맥거핀으로 등장했는데요. 그녀석을 아스가르드 신화와 연결함으로써 [영화 <캡틴 아메리카>를 만들 때] 스토리텔링에 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본편 진행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배경 설정 설명하려고 45분이나 낭비할 수는 없잖아요.

Q: 맞아요. 그럴 시간이 없죠. AIM에 하이드라에 현실 왜곡에... 일일이 다 설명하려다간 듣는 사람이 뻗어버릴 걸요.

A: 그렇죠. 어쨌거나, 그런 방식을 통해 [<캡틴 아메리카>를] <토르>와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었고 거기서 다시 새로운 스토리로 뻗어나갈 수 있었죠. <아이언 맨 2>에서 토니가 자기 아버지의 낡은 공책을 넘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영화 제작 도중에 존 파브로와 대화를 나누다가 <캡틴 아메리카>에 젊은 시절의 하워드 스타크가 등장할 예정이라고 알려줬습니다. 007의 Q처럼 쉴드에 신무기를 제공해 주는 천재 기술자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러고는 내가 말했죠. "소품담당을 시켜서 하워드의 공책에 작은 큐브를 그려넣는 게 어떨까요? 극중에서 굳이 그게 뭔지 설명해줄 필요는 없어요. 일부러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그냥 그게 거기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존이 답했죠. "그럽시다. 뭐 까짓거." 중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숨은 장난(Easter eggs)은 그게 뭔지 알고 보는 관객들에겐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여줘야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는 관객들의 주의를 본론으로부터 돌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Q: 각본이나 임시 편집본(rough cuts)을 보다가 뭔가를 수정해야겠다고 느끼실 때가 있습니까?

A: 주로 각본을 쓰는 단계에서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촬영 이후에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한데, 특히 <토르>에서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셀빅 박사가 제인 포스터와 대화를 나누다가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 마블 캐릭터 세 명의 이름을 언급하는 부분이 그렇죠. 우리는 뜬금없는 고유명사가 너무 많이 나오면 관객들의 주의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보다 간단하게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것은 각본 단계에서 미리 해결하죠. 그리고 종종,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가끔... 스토리를 진전시킬 장치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 임의로 선택합니다. 군사조직이나 과학연구소가 이 장면에 등장한다고? 좋아, 쉴드에게 그 역할을 맡기지. 악당들이 나오네? AIM을 기용하지 뭐. 이런 식이죠. 그렇다고 그 양봉업자(beekeeper)같은 헬멧까지 원작 그대로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요.

Q: 만약 그렇다면, 마블의 코믹스 담당 부서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십니까? 작품에 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나요?

A: 물론입니다. <아이언 맨> 때부터 그런 관계가 시작되었죠.

Q: 아, 맞아요. 아디 그라노브의 디자인과 함께 말이죠.

A: 그게 특히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죠. 나를 포함해서, 우리 작품의 팬들은 3차원 입체물을 구입하느라 많은 돈을 씁니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 아이언 맨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떠올려 보세요. 어쩌면 요즘 취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황금 갑옷의 주인공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도 가장 멋진 버전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래요? 우리가 사용하고자 했던 모든 마블 캐릭터들은 영화 속 이미지를 보다 세련되게 구현하기에 적합하도록, 현대풍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갖고 있었어요. 아디의 버전은 바로 아이언 맨에게 있어서 그런 역할을 했던 겁니다.

Q: 맞습니다. 토르는 스트라친스키에 의해,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는 힛치와 니어리에 의해 그런 식으로 재해석된 버전이 있죠.

A: 바로 그거예요. 따라서 우리는 완전히 제로에서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었고, 잭 커비의 원조 디자인만 갖고 시작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일을 추진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수도 있었죠.

우리가 각본 작업을 하는 동안, 등장하는 악역이나 스토리라인을 요모조모 바꾸다가 길을 잃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언제나 원작 코믹스로 돌아가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언제나 코믹스 안에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씨앗이 깃들어 있죠.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봐 잠깐만,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토니 스타크에 대해 매일같이 궁리하며 스토리를 짜는 사람들이 코믹스 쪽에 있잖아? 하는 김에 아예 그들을 데려오자구. 그리하여 코믹스 쪽 스탭들을 초청한 뒤 함께 앉아서 각본 초안이나 세부 설정에 대해 이리저리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들었죠. 그리고 그런 자리가 점점 공식적인 절차로 자리잡았어요. 우리가 만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창작 위원회(creative committee)라는 직함으로 실려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예전에 마블 코믹스 편집장을 하다가 지금은 최고 창의성 담당이사(chief creative officer)를 맡고 있는 조 케사다, 예전에 출판부를 이끌었던 댄 버클리, 그리고 지난 10년간 우리를 위해 엄청나게 멋진 스토리를 써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도 빼놓을 수 없죠. 또한 한때 완구회사를 경영했고 지금은 마블 스튜디오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앨런 파인도 참가했습니다. 종종 맷 프랙션이 끼어들기도 하고, 캡틴에 관해서는 에드 브루베이커를, 토르에 대해서는 마이클 스트라친스키를 데려와서 별도로 회의를 하기도 하죠.

Q: 타임 워너가 DC를, 디즈니가 마블을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코믹북 캐릭터들이 상당히 귀중한 지적 자산으로 부각되는 추세잖아요? 이제 코믹북 그 자체를 넘어서 다른 매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 캐릭터들과 스토리들을 보호하고 길러내는 것이 코믹북 출판사들의 중요한 책임이라 할 수 있겠네요.

A: 말씀대로입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유명 캐릭터들은 사실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오랫동안 그런 상황을 누려왔을 거예요. 지금도 코믹북 판매 부수는 한 달에 수십만 부를 넘어가죠. 언제라고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한때는 그게 수백만 부였던 때도 있었고 그때는 모든 사람이 유명 시리즈의 제1호를 수집함으로써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따라서 그런 경향이 어제오늘 생겨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코믹북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팔리던 때에도 요즘처럼 특정 캐릭터에 대해서 '이 캐릭터가 출연한 영화의 성패에 회사 하나의 사활이 걸려 있어!'라는 식으로 주목을 받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 점에선 확실히 시대가 변했죠.

하나의 슈퍼 히어로를 갖고도 여러 가지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를 알콜 중독자로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의 스파이더맨을 빚어낼 수도 있어요. 미취학 아동이 볼 수 있는 스파이더맨도 있고, 훨씬 날카롭고 다크한 토드 맥퍼레인의 스파이더맨도 존재하죠. 제임스 본드 같은 캐릭터로는 절대 이런 시도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본드를 8살짜리 아동의 운동화 캐릭터로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디즈니가 이런 사실에 크게 괘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내가 디즈니 출판물과 그 회사의 역사에 대해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하는 겁니다만... 미키 마우스가 회사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이후 그의 훨씬 신랄한 일면이나 장난꾸러기로서의 성격은 자취를 감추었죠. 디즈니랜드에 가면 언제든 미키와 포옹을 할 수 있고 그건 그것대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들을 그런 식으로 개조하려 하는 건 위험한 일이고, 마블은 그점에 대해 항상 신경쓰고 있습니다. 마블 캐릭터들은 각자 저마다 사연이 있고, 인간적인 결점이나 기벽을 갖고 있어서 매력적인 건데, 만약 그걸 다 없애버린다면 그들은 더 이상 마블 캐릭터가 아니게 되거든요.

Q: 그렇죠. 하지만 디즈니가 마블을 일부러 바꾸려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애초에 그들이 마블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그들 자신이 공략하기 어려운 소년층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니까요.

A: 맞아요. 디즈니는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계속 시키기 위해 우릴 인수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란 세월이 지났죠. 일찍이 밥 아이거(디즈니 회장)는 픽사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을 우리에게도 했어요. "만약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고치지 마라. 우린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을 원한다." 디즈니는 그 약속을 계속 지켜왔고 우리가 하는 일에도 매우 협조적입니다. 그리고 <어벤저스>는 처음으로 디즈니가 마케팅과 배급을 100% 책임지는 마블 영화죠. 파라마운트도 이전의 네 작품에 관해서 잘 해주었지만 아무래도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즈니는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원들을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Q: 혹시 마블이 픽사와 합작을 하게 되는 날도 올까요?

A: 글쎄요. 이런 식으로 정리해 보죠. 디즈니는 1년에 픽사 영화 몇 편, 디즈니 영화 몇 편, 마블 영화 몇 편 하는 식으로 목표량을 확실하게 정해줍니다. 만약 합작을 하게 된다면 작품 수가 줄어들어서 그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거예요.

Q: 당신에게 있어서 성공의 기준은 뭔가요? 흥행 수입? 비평가들의 반응?

A: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해 온 영화들은 모두 그러한 기준에 대해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때로는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런 흐름을 깨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싶네요.

Q: 기존 영화의 속편들 외에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어떤 것을 기획 중입니까?

A: 현재 스케줄이 확실하게 잡힌 것은 내년 5월의 <아이언 맨 3>과 내년 11월의 <토르 2> 정도입니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 2편이 진행 중이죠. 속편에서는 캡틴이 현대를 무대로 활약하기 때문에 1940년대 전쟁영화에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전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모색 중입니다. 어쩌면 영화의 장르 자체가 바뀔지도 모르겠는데, 속편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죠.

Q: 지금까지 꽤 잘 해 오셨는데, 혹시 잘못 될까봐 걱정하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특히 신경쓰이는 위험 요소(pitfalls)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빌 빅스비의 <헐크> TV드라마 말인데, 그 시리즈 자체는 나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그 시리즈의 TV스페셜 판에 토르가 등장했을 때 기억나시나요?

Q: 그리고 데어데블이 나온 에피소드도. 예, 물론 기억하죠.

A: 우리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토르가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끈 일이 거의 없었죠. 기껏해야 <야행Adventures in Babysitting>에 나온 패러디 정도가 관심거리였어요.

Q: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꽤 그럴싸한 토르를 보여줬죠.

A: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영화는 우리가 히어로를 스크린 위에 구현할 때 유치하게 보이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땠는 줄 아세요? <토르>를 제작할 때 의상 테스트를 여러 번 했는데 세 번째까지도 여전히 유치하게 보이더군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실제로 의상을 만들고 조명이 비춰질 때까지, 촬영할 때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시도를 다했습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영화 제작에 참여했을 때 뼈아픈 교훈을 얻었죠. 첫 번째 영화에서 스파이디가 육상의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걸어가거나 뛰어가는 장면을 와이드 샷으로 잡은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환상이 팍 깨지더라고요. 아니 잠깐만. 이거 마치 잠옷을 입은 남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마 어떤 영화제작자도 그런 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마블 말고도 여러 회사에서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영화든 아니든 모든 히어로 영화를 응원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나나 당신이야 어느 출판사에서 무슨 캐릭터가 나오는지 잘 알지만 일반 대중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하루는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데 잡지 표지에 우리 캐릭터의 사진이 실렸더군요. 누군가가 그걸 보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죠. "그랜 랜턴도 어벤저스에 나오나? 혹시 아쿠아맨도 나와?" 사람들은 세세한 것까지 구별하지 못해요. 따라서 내 입장에선 우리뿐만 아니라 경쟁사 영화들도 좋은 결과를 거두는 편이 이롭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영화는 이 업계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일 겁니다. 종사자 모두의 자신감을 복돋워줬거든요. 2008년에 <아이언 맨>과 <다크 나이트>가 영화계에 날린 원투 펀치를 기억하세요? 정말 기막혔죠. 불과 6년 전에 영화사 중역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하지 그러나? 만화원작 영화 붐은 오래 가지 않을 거야. 어쩌면 벌써 끝물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천진난만하게 대답했죠. "글쎄요, 어쩌면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재미있는 일이 많이 남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Original Text (C) Adam Rogers / Wired.com
Translated by ZAMBONY 2012
by 잠본이 | 2012/05/13 00:38 | 굳세어라 거미남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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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eNew52 at 2012/05/14 03:47
오... 케빈 파이지가 정말 다양한 영화에 참여했군요...

재미있는 답변이 많네요.
Commented by 풍신 at 2012/05/14 08:18
그리고 재미있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 것이군요. 오오...앞으로도 일어나길...
Commented by 블랙 at 2012/05/14 11:54
<야행Adventures in Babysitting>에 나온 패러디는 이 장면인듯 하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7rnTpR4M1ZI
Commented by 시무언 at 2012/05/15 01:03
역시 콜슨이 어벤져스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것이었군요(시작은 작을지라도 끝은 장대하리라?)
Commented by 네모스카이시어 at 2012/05/15 06:14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천진난만하게 대답했죠. "글쎄요, 어쩌면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재미있는 일이 많이 남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멋집니다!! +_+d
Commented by SAGA at 2012/05/15 16:44
콜슨 요원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군요. 헐... ㅠ.ㅠ
Commented at 2012/05/15 23: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12/05/16 13:45
기사만 봐도 그가 얼마나 즐겁게 작업에 임했는지 잘 보이네요. 앞으로 나올 영화들이 더 기대가되는데요.
Commented by 시네프린지 at 2012/05/16 22:23
실로 대업을 이룩했군요.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12/05/18 09:57
와, 잘 읽었습니다. 이거 흥미진진하네요. 이 일을 정말 오래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역시 우리 귀염둥이 콜슨 요원이 짱이에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3/10/07 23:17
[알림] 정확한 발음이 '파이기'에 가깝고 마블 코리아에서도 그렇게 표기하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본문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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