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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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개최의 애니메이션 페어에서 느끼는 조짐
2012년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도쿄 오다이바의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도쿄 국제 애니메이션 페어 2012'를 견학하고 왔다.

본 행사는 2002년에 도쿄도의 주선으로 시작된,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견본시(見本市)다. 평일은 전시와 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데이. 주말은 일반의 애니메이션 팬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데이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가 방문한 것은 비즈니스 데이의 첫날 오전. 예전같으면 사람으로 가득했을 출입구 주변이 묘하게 한산한 것을 보고 놀랐다. 이제까지는 개장 전의 이른 아침부터 길다란 행렬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재작년, 도쿄도의 청소년 보호조례 개정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성(性)표현 규제가 강화된 것에 반발하여, 만화를 취급하는 거물출판사의 '10사회'[*1] 등이 일제히 페어에 대한 참가 거부를 표명하고, 2011년의 페어 개최일에 맞춰 치바시의 마쿠하리 멧세에서 '애니메이션 콘텐츠 엑스포'라는 별도 행사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진행했다.

{*1 - 정확한 명칭은 '코믹 10사회[コミック10社会]'. 일본의 10개 만화출판사가 조직한 단체로, 만화 관련 이벤트의 협력, 만화 관련 저작권 및 법률문제에 대한 각 회사의 조정 등을 담당한다. 카도카와, 코단샤, 쇼가쿠간, 슈에이샤, 하쿠센샤 등등 유명한 출판사는 거의 다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단체가 빠진다고 하면 그 행사는 거의 반쪽짜리라는 의미.}

하지만, 작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페어도 엑스포도 둘 다 중지되었고, 올해가 실질적으로 이들 두 행사가 갈라져서 개최되는 첫해라고 할 수 있다.

페어의 총 출전자는 217개사로 가장 참가자가 많았던 2008년의 286사에 비해 69사나 줄어들었다. 비율로 따지면 최전성기의 76%라는 얘긴데, 그 이상으로 쓸쓸한 느낌이 든다. 비즈니스 데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왠지 활기가 없는 것이다. 해외로부터는 호주, 불가리아, 캐나다(퀘벡 주), 핀란드, 프랑스, 헝가리, 스페인, 스위스, 튀니지, 한국, 중국의 관계사들이 출전했는데, 이제까지 엄청나게 화려한 부스로 눈길을 끌었던 중국 측 부스도 금년은 수수한 편이다.

대지진 및 그 후에 이어진 원전사고의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출판사뿐만 아니라 만화가들 중에서도 도쿄도의 방침에 항의하는 뜻을 표명한 사람이 있어서,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대다수가 행사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필자는 이 일을 통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일본 최초의 장편 TV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의 방영이 시작된 것은 1963년 1월 1일, 원작이 된 것은 테즈카 오사무가 잡지 '소년'에 연재중이었던 SF만화였다. 아톰에 이어서 <철인 28호>, <에이트맨>, <늑대소년 켄> 등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고, 제1차 아니메 붐이 일어났다.

토에이 동화(현재의 토에이 애니메이션) 등은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만화잡지의 인기 연재물을 원작으로 채용했다. 잡지의 독자들을 시청자로 끌어들일 수도 있는 한편, 시간에 쫓겨가며 새로운 스토리를 짜낼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TV시리즈의 방영 주기가 잡지 연재보다 빨라서 어느 정도 작품이 진행되면 원작 쪽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지만, 그래도 플롯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훨씬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는 편이다. TV에서의 인기는 잡지의 판매부수에도 연결되므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공존공영의 관계에 들어갔고, 바로 그 점이 일본의 독자적인 애니메이션 = '재패니메이션'을 발전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달력으로 환산하면 내년은 마침 재패니메이션 탄생 50주년에 해당한다.

만화라는 원천을 지닌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산 관계상 미국이나 유럽 작품에서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해도, 그 부분을 스토리성(性)으로 보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차의 양쪽 바퀴처럼 대중문화를 이끌어 왔다. 그 두 매체가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니 오히려 양자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것이었는지 확실히 드러난다. 바로 그것이, 필자가 느꼈던 한산한 분위기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페어가 성대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지켜본 만화 팬, 애니메이션 팬들 중에는 도쿄도나 이시하라 지사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현상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콘텐츠 비즈니스가 보여주는 쇠퇴의 첫 걸음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적어도 해외에 대한 만화, 애니 정보 발신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행사가 이렇게 빈약해져 버린다면,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우위도 언젠가는 흔들릴지도 모른다.

30일, 31일에 카도카와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43개사가 출전하여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되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엑스포'는 신작 소개나 스테이지 쇼 등이 주종목인 팬 대상의 이벤트다. 페어처럼 바이어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 이벤트는 아니다.

도쿄도에 협력하는 것이 안될 말이라면,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하나로 뭉친 업계 전체의 힘으로 세계에 정보를 발신하는 비즈니스 페어를 재구축해야 하지 않을까.[*2] 일본의 강력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바람직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일본은 콘텐츠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역시 아시아나 세계의 라이벌들에게 뒤처지게 되리라. 필자는 그런 위기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2 - 그러니까 '페어'와 '엑스포'로 나뉘어 힘 빼지 말고 아예 도쿄도의 입김을 배제한 제3의 행사를 만들어 업계 전체가 그쪽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미.}

-글: 나카노 하루유키[中野晴行] (만화 칼럼니스트, 편집자)
e북재팬 제공 칼럼 '만화의 구조[まんがの「しくみ」]' 2012년 3월 28일 게재분을 해석.

Original Text (C) Haruyuki Nakano / eBook Japan
Translated by ZAMBONY 2012

현지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의견이 있는 걸 보면 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
(하여튼 정치가들의 술수에 엉뚱한 업계가 피보는건 어딜 가나 비슷하니 원)

※관련: 도쿄 국제 애니메이션 페어 2012 폐막, 전회에 비해 입장객수 감소 (고독한별님)
by 잠본이 | 2012/04/01 18:22 | ANI-BOD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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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게티짜 at 2012/04/01 20:35
세상에서 가장 암적인 존재가 쓰레기 정치인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풍신 at 2012/04/01 23:20
어디서나 정치가들이 설치면, 잘 되던 것도 안되죠. (그래도 저쪽은 좀 더 제멋대로 불참할 수 있다는게 다행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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