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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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촬영지: 홍대입구 롯데시네마★

앤드류 데트머는 미국 시애틀의 평범한 고교생. 퇴역 소방관인 아버지는 술독에 빠져 살고 어머니는 불치병으로 침대에 붙박혀 있다. 학교에서도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동네 불량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것도 일상 다반사. 유일한 친구는 사촌인 맷 뿐이지만 그조차도 앤드류를 은근히 귀찮아하며 빨리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라고 설교만 한다. 점점 바깥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던 앤드류는 비디오 카메라를 구하여 자기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근처의 버려진 농장에서 정체 모를 물체를 발견한 뒤부터 그의 삶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하는데...

조쉬 트랭크 감독의 2012년작 SF 스릴러 영화. 우연히 의문의 물체를 발견한 뒤 초능력을 얻은 소년들이 벌이는 청춘의 방황과 안타까운 파국을 다루고 있다. 초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슈퍼영웅도 슈퍼악당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내용은 청춘 드라마와 심리 스릴러의 혼합 장르에 더 가깝다. 스토리 자체는 어찌 보면 꽤 단순하고 예측하기 쉽지만 참신한 촬영 스타일과 여러모로 계산을 거친 연출, 그리고 무명 배우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그 점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촬영 스타일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의 호러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을 사용해서 일반 극영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파운드 푸티지'는 본래 누군가가 실제로 찍은 영상을 나중에 다른 사람이 발굴하여 편집한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픽션의 극중인물이 촬영한 것을 모든 상황이 다 끝난 뒤 관객이 들여다본다는 설정 하에 촬영된 '기록 영상을 가장한 극영화'까지도 포괄하게 되어, 독특한 영화 제작기법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별다른 촬영 기술 없이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예산 작품에 어울리며, 제한된 카메라의 시선 내에 잡힌 피사체만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는 점에서 호러영화나 예술영화의 제작에 주로 응용되어 왔다. 괴수 재난영화인 <클로버필드>에서도 이 기법이 사용되어 화제를 모으기는 했으나 이른바 초인영화에 이 기법이 사용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 듯 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세 명의 소년인데, 이들의 성격 또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형을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 제법 다면적이고 현실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가장 비중이 높은 앤드류는 엉망진창으로 퇴락한 집안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 자라난 문제학생으로, 항상 어려운 집안 형편과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주눅이 들어서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자폐적인 성향까지 있다. 사촌 맷은 자가용이 없는 앤드류를 학교까지 태워주고 파티에 데려가주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지만 그의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운 철학자들의 경구만 늘어놓으며 입바른 소리나 하는 바른생활 소년이다. 제3의 주역인 스티브는 이들과 달리 사교성도 풍부하고 적당히 즐길 줄도 아는 인기맨이지만 때때로 짓궂은 장난이나 지나친 간섭으로 남을 열받게 하는 까불이 기질도 있다.

이들의 초능력은 폐농장 지하에서 수수께끼의 수정질 조형물을 발견한 뒤에 발현된 것으로, 그 물체의 정체는 결국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애초에 밝힐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어차피 이야기의 초점 자체가 그 능력으로 인해 앤드류 일당이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맞춰져 있으므로, 물체의 정체나 내력 자체는 사실 어떻든 상관없다.) 능력 자체는 사이코키네시스(염동력)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주위 물체를 정신의 힘으로 움직이거나 파괴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을 띄워올려 하늘을 날기도 하고 제한적으로 몸 주변에 배리어를 쳐서 충격을 막을 수도 있다. 다만 배리어의 경우는 위협요소를 인식하고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공격이나 폭발은 막지 못하며, 그 경우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는다.

이 능력은 근육과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단련되어 더욱 강해진다는 설정이다. 계발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다른 능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중반에 앤드류와 대치하던 어떤 인물이 벼락을 맞고 죽는 묘사가 있는데, 이것이 그의 능력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당시 환경이 벼락을 끌어들이기에 적합해서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능력 자체는 다른 초인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위에서 말한 독특한 촬영기법 덕분에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그 능력을 체험하는 듯한 현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또한 주인공들이 그 능력을 사용해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꽤 정성들여 묘사되어 있어서 다른 초인물에서는 볼 수 없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중요한 포인트는 아무리 강력한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들이 하루아침에 영웅이나 악당으로 확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수한 힘이 있어도 그들은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고 자제력이 약하며 호기심 왕성한 고교생일 뿐이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여전히 그들을 제어하고 구속하며 그들의 존재 자체를 규정하고 있다. 주인공들 본인도 갑자기 생겨난 힘을 시험해 보며 즐거워하고 몰래 못된 장난을 치면서 우월감을 느낄 뿐, 그걸로 남을 돕거나 세상을 구하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 인물의 성향에 따라 초능력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서서히 달라지게 된다. 비교적 신중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없는 맷과 스티브는 그 능력을 즐기되 들통나지 않게 조심하고 각자 자기의 본래 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조절하는 반면 외톨이에다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고 세상에 즐거울 것도 별로 없는 앤드류는 강박적으로 초능력에 집착하여 힘을 키워가고, 때때로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여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스티브의 권유로 초능력을 사용한 마술쇼를 벌여 주변의 관심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자신을 회복하나 싶었던 앤드류. 하지만 초능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심하고 서투른 내면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일은 점점 틀어진다. 기껏 사귀기 시작한 여자와도 잘 안되고, 어머니의 병세는 더욱 깊어가는데 약값은 모자라고, 아버지라는 인간은 어머니에게만 정성을 쏟고 아들을 식충이 취급하고... 세상이 자기에게만 불공평하게 가혹하다고 느낀 앤드류는 점점 엇나가기 시작하고 그를 둘러싼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억울함과 분노를 제어할 수 없게 된 앤드류는 스스로를 적자생존의 법칙에 걸맞는 '최고의 포식자'라 생각하며 주변을 상처입히기 시작한다. 맷과 스티브는 그를 친구로 생각하여 어떻게든 구하려 하지만 그들의 개입은 일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든다.

교외에 사는 평범한 소년이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는 한때 필자가 열광했던 캐나다산 TV드라마 <슈퍼소년 앤드류My Secret Identity>를 연상케 하지만(하필 주인공 이름도 앤드류다보니 더더욱), 여기의 앤드류는 그 드라마의 앤드류 클레멘츠처럼 버젓하게 잘 자란 모범소년도 아니고 만화에 열광하는 정의오타쿠도 아닌지라 실제 흘러가는 방향은 주변세계와 잘 교류하지 못하고 왕따에 시달리던 소심한 주인공이 폭발한다는 스티븐 킹 作 <캐리>의 패턴에 가깝다. 사실 불행한 가정과 삭막한 사회로 인해 일그러진 감성을 갖게 된 소년이 불행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교육 및 사회복지 문제를 풍자한 일종의 도덕극(morality play)으로도 볼 수 있다. ('초능력'을 총기와 자동차로 바꿔도 이야기의 스케일만 약간 작아질 뿐 하려는 얘기는 거의 비슷하게 성립되니까.)

게다가 클라이막스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앤드류와 어떻게든 그를 말리려는 맷이 격돌하는 장면은 만년 루저이던 테츠오가 인체실험으로 초인이 되어 늘 자기보다 우위에 서 있던 친구 카네다를 위협한다는 오오토모 카츠히로 作 <아키라>의 기본구도를 생각나게 해서 여러모로 재미난다. (할리우드에서 <아키라> 실사판을 만든다 만다 하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긴 하는데 만약 만든다고 해도 이 영화만큼 처절하게 그 구도를 재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특수복장의 슈퍼히어로들에게 밀려서 현재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평상복 차림 초능력자를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대로 장르팬을 위한 매력이 될 듯.

대부분의 장면은 앤드류의 카메라를 통해서 비춰지기 때문에 카메라가 꺼져 있는 동안의 사건들이 생략되어 있고(이를테면 주인공들이 미지의 물체를 만난 직후 대체 무슨 일을 당했고 어떻게 그 장소를 빠져나왔는지 등등), 때때로 비약이 심하거나 굉장히 불친절한 구도를 잡기도 해서 일반 극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다만 구도의 문제점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앤드류가 초능력으로 카메라를 이동시켜 자유로운 시점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영리한 설정을 채택함으로써 점점 잊혀지고, 중간 생략의 문제점은 후반으로 갈수록 앤드류와 상관없는 다른 카메라들이 추가됨으로써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인 화면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맷의 여자친구 케이시의 카메라, 자동차 블랙박스, 방범용 CCTV, 지나가던 행인들의 폰카, TV 뉴스장면 등등)

어찌보면 사방에 우리를 지켜보는 카메라가 널려 있고 일반인들도 아무런 제약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요즘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수법을 끝까지 고수하다보니 클라이막스의 급박한 액션 장면에서는 오히려 주인공들 옆을 떠나 멀리서 조악한 화면으로 바라보는 구도가 계속되기 때문에 액션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초반은 주인공들 옆에서 가정용 카메라의 눈으로 속속들이 지켜보는 '내부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 데 비해 후반은 주인공들과 거리를 두고 방범용 카메라의 눈으로 중요한 순간만 꼭 집어서 바라보는 '관망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어서 그때까지 쌓아왔던 감정선이 잘 연결되지가 않고 액션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못하여 좀 아쉽다고나 할까. (때려죽일 기세로 마구 싸우며 주변을 다 날려버리는 녀석들이 카메라 들고 자기자신을 찍어가며 싸운다면 그건 좀 개그가 될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록화면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시점으로 사건을 잡아내려 노력한 것은 인정해줘야 할 듯. <디스트릭트 9>처럼 어느 시점까지는 기록화면 형식으로 나가다가 카메라가 더이상 따라갈 수 없는 부분에서부터 일반 극영화의 시선으로 슬쩍 바꾸는 것도 하려고 하면 가능했을 것 같긴 한데 아마 그랬으면 예산이 초과되어 감당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참신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공감이 가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인 만큼 일반 극영화 시점으로 촬영한 버전도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플래티넘 블루레이에 따로 수록하여 통상 3배의 가격으로 팔아먹는거지! ...아마 안하겠지만)

개인용 카메라의 사용이라는 요소는 촬영기법이나 연출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스토리 자체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앤드류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구하는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단순히 필요한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켜놓고 의미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모조리 영상으로 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기록에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본인의 삶 자체는 나몰라라 하고 주변과 벽을 쌓아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또 한 명의 카메라 광인 케이시가 어디까지나 '자기 블로그에 영상을 올려 사회적 이슈를 주변에 알린다'라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촬영을 하는 것과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또한 초능력을 갖게 된 후 하루 종일 카메라를 염력으로 들고 다니느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2명보다 능력이 단련되었다든가, 활동에 참여는 안 하고 이리저리 몰래 찍기만 하다 보니 주변 학생들에게 더더욱 불신과 의심을 산다든가 하는 등 앤드류의 카메라는 그의 캐릭터 형성에도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을 하고 있다. 처음과 끝을 앤드류의 카메라가 장식하고 중간중간 여러 종류의 파인더에 비친 세상이 삽입된 것을 보노라니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일생을 묵묵히 지켜보는 카메라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비약하자면 이 영화는 표면상 초능력이란 소재를 통해 청춘의 굴절된 모습을 그려내는 SF드라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카메라와 영화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찍는다는 것'과 '찍힌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육안으로 보는 세상보다 더 진실한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자기 인생을 기록하려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 정작 자기 자신은 그 기록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데 이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해볼 문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넘어서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만들거나 혹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며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란 종족이 가진 진정한 초능력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인류를 가리키는 학명 중에 '촬영하는 인간'이란 이름이 추가될지 누가 알겠는가.


ps1. 출연진의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이지만 역시나 제일 빛난 것은 앤드류 역의 데인 드한. 조용하고 소심한 얼굴이지만 깊은 눈동자 속에 꼭꼭 눌러담은 우울한 광기와 은근한 카리스마가 아주 제대로다. 일부에서는 디카프리오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전성기 때의 마크 해밀을 약간 축소하여 다크포스를 불어넣은 것처럼 보이는데, 별쌈옛뎐 프리퀄을 좀 늦게 찍으면서 헤이든보다 이녀석을 아나킨에 캐스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잡생각도 든다.

ps2. 영화의 홍보를 위해 뉴욕시에서 사람 모양의 무선조종 비행기를 날려 행인들을 놀라게 하는 영상이 공개 중이다. 먼 거리에서 육안으로만 보면 진짜 사람이 날아다니는 줄 알고 기절초풍할 듯. 하여튼 역시 세상은 넓고 잉여는 많다...(좋은 의미로)

ps3. 염력으로 물건을 부수고 사람이 하늘을 붕붕 떠다니는데도 침착하게 총을 겨누고 사살하려 하는 편의점 점원과 경찰 여러분. 역시 세상이 하 수상하다보니 사람들 대응하는 것도 다르다. 옛날 영화같으면 다들 놀라서 어버버거리며 구경만 하거나 도망쳤을 것 같은데 9.11 이후론 테러와 폭력에 대한 히스테리가 보통이 넘는지라 일단 수상하면 쏘고 본다는 마인드가 된 것 같아.

ps4. 앤드류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진짜 아무리 초능력이고 뭐고 있어도 근본적인 인성이나 스킬이 갖춰지지 않으면 다 말짱 헛거고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주변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고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아주 중2병 가득한 언사를 내뱉고 헐크처럼 폭주하기에 이르는데 이 친구의 중2병은 특별히 논리가 선 것도 아니고 본인이 그걸 멋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자기를 지키기 위해 으르렁대는 짐승의 본능에 가까운 거라 보면 볼수록 불쌍하더라고. 기껏 생각해서 간섭하는 맷과 스티브도 악의는 없는데 역시 아직 애들인 터라 각자 자기가 '이러면 되겠거니' 하는 방식으로 얘를 대하기 때문에 그게 또 할 때마다 심각하게 엇나가서 더더욱 안타깝지.

ps5. 한줄요약 : [안타까운 왕따의 몰락과 그를 구원못한 짐을 안고 일평생을 보내야 하는 친구의 이야기]. 진짜 이것 말고는 별로 없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가슴아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이땅의 교육문제에 고민하여 잠못이루는 선생과 제자들에게 단체관람을 시켜야 할 영화야. (아마 절반 이상은 뭔소린지 몰라서 졸겠지만 OTL)

ps6. '초능력을 가진 모든 자가 영웅은 아니다'라는 국내판 광고문구도 뭐 틀린 건 아닌데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영웅이고 악당이고 하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그냥 '더 불행한 넘'과 '덜 불행한 넘' 사이의 악다구니를 보여주는터라 본질과는 살짝 어긋난 느낌도 든다. 해외판 포스터의 광고문구 중 하나인 'Boys will be boys(남자애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가 어찌 보면 영화의 핵심에 더 근접한 걸지도.

ps7. 시사회 끝나고 주변 반응을 보니 평범한 히어로영화 기대하고 왔다가 뒤통수 맞아서 '이게 뭐야'를 외치는 남녀들이 좀 있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국내 흥행은 좀 미묘하지 싶어 OTL
by 잠본이 | 2012/03/10 10:24 | 시네마진국 | 트랙백(6) | 핑백(4)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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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격화 at 2012/03/10 15:24
슈퍼히어로물 영화가 아니란 생각으로 봐야 할 영화겠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10 22:17
사실 슈퍼 비행청소년 영화입니다.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12/03/10 19:11
예전에 왓치맨때처럼 홍보카피와 편집 예고영상만 본 사람들은 낚이는 사태가 발생하겠군요...ㄱ-;;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10 22:20
특히나 예고편은 일반 영화같은 구도로 멀쩡하게 찍어놔서 영화 본편하고 화면 구성이 좀 다릅니다. 예고편에선 그냥 평범하게 비치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개봉판에선 다 방범 카메라가 원경으로 잡은 흑백영상으로 바꿔놔서 '어라라?' 싶더라고요.

만약 모든 장면을 저렇게 평범하게 따로 찍어둔게 존재한다면 일반 극영화 버전도 따로 내줄만하긴 할 것 같은데... 과연 해줄지는 모르겠고 OTL

결정적으로 예고편에 잠깐 비치는 케이시 속옷차림 씬이 개봉판에선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오호통재라(야 임마!)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3/10 21:08
역시 바벨이 필요합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10 22:22
바벨2세 실사판 이미 있잖습니까. '화산고'라고(...)
가쿠란 초능력 액션을 섬나라보다 우리가 더 먼저 찍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세상은 참 신기하단 말이죠 OTL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3/11 15:44
아뇨 칠드런의 바벨...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11 15:47
납득했습니다.
Commented by 성냥 at 2012/03/15 20:35
전 크로니클이 일반 초능력 영화와는 다르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보러 간거라 재미있게 감상하고 왔네요~ 확실히 아무 생각없이 초능력 영화를 보러간 사람들은 당황했을꺼에요
ㅜㅜ 어우 이 영화 오늘 개봉 하자 마자 보고 왔는데 여운이 꽤 오래가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15 20:37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영화죠.
결말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까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12/03/15 23:48
전 예고편을 보고 설정 자체가 마음에 들어 보러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영화인 모양이네요. 더욱 기대가 됩니다.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2/03/16 00:19
전 전혀 모르고 보러갔다가 길게 남은 여운을 즐기는 중입니다. 잠본이님 리뷰를 읽으니 또 다른 여운이 남네요.
Commented by 세온 at 2012/03/16 08:04
전 이거 직장동료 한명이 보고나서 아주 불을 뿜으며 저에게 상세하게 리뷰해줘서; 그 친구도 이런 영화일줄 몰랐는데 보면서 막 너무 슬퍼서 거의 울었다고. 근데 재밌는건 같이 들어간 영화관에 꼬꼬마 애들이 엄청 많았는데 꺠네는 보고나서 별 아무 생각도 없이 재밌어 했던것 같다고. . . . 전 그냥 듣기만 하면서도 되게 괴로웠어요 플롯 자체가; 한줄요악이 너무 딱 맞고, 주인공 애가 처한 상황이 전 들으면서 너무 괴롭고; 전 애들을 별로 안좋아하고 영화에 애들이 우루루 나오는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거기에다가 미디어 같은 데에서 애들이 부당하게 취급받는다던가,환경과 무능한 어른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애가 조숙해진다던가 이런거 보면 막 너무 못견디겠어서OTL.
Commented by 칼슈레이 at 2012/03/16 13:01
"할리우드에서 <아키라> 실사판을 만든다 만다 하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긴 하는데 만약 만든다고 해도 이 영화만큼 처절하게 그 구도를 재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오오 너무 공감갑니다 ^^ 저도 딱 이 생각했어요 ㅎㅎ
Commented by 김남용 at 2012/03/17 18:42
극 중에 번개 맞아서 죽는 장면은 해당 위치가 적락운 속이라서 가능한거 같습니다. (꼭 번개가 땅으로만 치는게 아니라 구름 속에서 돌아가며 치기도 하니까요.- 하늘에서 번개로 이뤄진 둥근 원을 보면 거 참 멋집니다.)

번개 치는 날 비행은 위험한거죠. 아무렴요.
(위험하니까 얼른 피하자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somewhere at 2012/03/17 19:18
이런 파운트 푸티지 영화를 보면 항상 느끼는 건데 너무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루지 않나요. 구도도 너무 정확하게 잘 잡힌 화면을 볼 때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이다 싶었어요. 앤드류가 저렇게 화면을 기막히게 잘 잡는데 왜 아무도 그를 영화과에 진학하라고 하지 않는지 의문이더군요.

시점이 변하는 촬영에서도 정말 뉴스 보도하는 것처럼 찍힌 영상들을 보면서도 느꼈어요. 너무 잘 찍는다. 저 정도의 감각이라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갈까. 그냥 영화과에 진학해서 현장 스텝이 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나중에 감독으로 진출하면 좋을텐데...

그냥 전반적으로 파운드 푸티지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것은 너무 잘 찍는다는 것이었어요.

또 제 3의 시점으로 넘어가서 분노의 폭발 장면을 찍는 후반부에 이르면 앤드류 역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자신을 그렇게 제 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떻게 그런 분노를 자연스럽게 터트릴 수 있는가의 문제. 그거 쉽지 않거든요. 절대로.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사람들한테 자신이 그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준다면 다들 놀랄 거에요. 내 자신이 이런 모습인가. 그걸 감당할 수 있다면 앤드류의 초능력은 타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잠재되어 있었다고 봐야 옳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
Commented by SilverRuin at 2012/03/17 20:15
확실히 케이시 카메라 말고도 다양한 기록 방법이 후반에 등장하긴 했네요. 보면서 '세상에 카메라 참 많아졌다.'고 생각해놓고 왜 까먹고 있었을까요 OTL
마지막에 '네가 나쁜 게 아니야.'라고 해준 맷 대인배 오오 맷.
Commented by 타누키 at 2012/03/17 21:29
히어로로서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아주 좋았던 영화였네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보면 묘하게 카메라가 사람을 끌고 다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는데 찍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이 되니, 촬영하는 인간이라 좋네요. ㅎㅎ
Commented by 야크트 at 2012/03/18 22:50
평범한 히어로라기 보다는 킥애스 류의 영화를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하고 가지 않을까 싶어요.
저야 재미있게 잘 봤지만요^^
Commented by zemonan at 2012/03/20 23:50
역시 앤드류의 이름은 어린 시절에 히어로물과 초능력물의 공식을 맛보기로나마 가르쳐준 슈퍼소년에게서 따온 게 아닐까요. 주인공들이 워낙 대비되다 보니 작정하고 모티브를 반대로 따온 느낌이 들어서요.
캐리나 아키라도 그렇지만 루저로 몰리는 약자들의 한을 풀 방도라는 게 정말 있기는 한 걸까요? 70년대와 80년대에 나온 작품들과 같은 주제를 지닌 본작이 이토록 설득력이 높은 걸 보면 이놈의 세상이 발전하긴 한 건가 싶은 회의감도 슬쩍 듭니다. 그렇다고 잭 블랙처럼 치기를 발랄하게 분출하고 해소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앤드류의 행각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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