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에 대해서 잘 아는 편도 아니고 작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내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 그녀가 함께한 사실이 있었기에, 오늘 부고를 들은 김에 잊어먹지 않도록 기록해두고자 한다. (어쩌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몇 차례 이미 얘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마침 이분이 주연과 주제가를 겸한 영화 <보디가드>가 꽤 유행했었는데, 영화 자체는 학업에 바빠서 볼 기회가 없었지만(지금까지도 못 봤다), 주제가는 영어공부 삼아 듣던 굿모닝팝스 등의 프로그램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걸 듣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뭔가 시험을 볼 일이 생겼는데(어떤 시험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모의고사나 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문제 하나가 속을 썩였다. 적당한 단어를 찾아 순서대로 칸 채우기 문제였는데 미래시제 조동사와 빈도부사의 위치관계를 알아야만 풀 수 있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바로 그때 내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노래가 있었으니!
"And I~ WILL ALWAYS love you~♪"그렇구나! 미래시제 조동사는 빈도부사 앞에 왔었지! 이 문제는 나의 것이다! 음하하하하!
그렇게 해서 그날 성적이 좋았는지 어땠는지 그리고 그게 나의 1년 농사에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미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지만, 희한하게도 그 문제를 풀었던 과정만은 휴스턴 아줌마의 꾀꼬리같은 목소리와 함께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으니 참 세상은 흥미롭기 그지 없다.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작사가와 영화 제작진과 음반사 홍보 담당자와 김광한씨와 기타등등에게 다 공을 돌려야 하겠지만 일단 노래를 부른 휴스턴 아줌마가 대표로 상을 받는 거라고 치자. 물론 상 같은 거 실제론 안 줬다.)
좀 엉뚱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았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