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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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신과 트랜스포머
첫번째 장편 <트랜스포머> 이야기

1982년, 마블 프로덕션에서 PD 직책을 갖고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는 광고용 필름을 제작하기 위하여 나를 일본에 있는 도에이 동화(Toei Animation Studios)에 보냈다. 광고 필름은 <지 아이 조(G.I.Joe)>와 <트랜스포머>였다. 각각 1분 길이로 마블 코믹에서 나오는 만화책의 광고였다.

나는 그때 광고를 맡으면서 광고주의 주문으로 초스피드의 신 컷을 시도했다. 1분 안에 32컷을 사용하는 아주 빠른 속도의 신을 연출해냈다. 이렇게 빠른 연출 방법이 두 작품에 모두 사용되었다. 일본 도에이 회사의 모리시다 감독도 신 컷이 너무 많고 이렇게 정신없이 빠른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면서 나의 연출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공연히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수정(retake)이 들어오면 책임지겠냐고 따져 물으며 꺼려했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 있을 때 10여 년간 CF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터여서 이 1분짜리 광고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 한 컷에 8프레임밖에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1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를 말하는 것이다. 하여간 이 두 개의 CF는 성공적으로 만들어져 해스브로(HASBRO) 완구회사에 납품되었고, 회사 사장의 기립 박수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덕에 <지 아이 조>는 200여 편, <트랜스포머>는 120편이나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1]

{*1 - 실제로는 <지 아이 조>는 전 95화, <트랜스포머>는 전 98화였다. (일본 방영시 별도 제작된 총집편은 제외) 저자의 착각이거나 CM 등 번외편 작업까지 합친 숫자가 아닐까 짐작된다.}

트랜스포머는 원래 3편의 미니 시리즈였다. 그게 반응이 좋으니까 13편을 더 만들자고 해서 속편을 만들고, 13편이 26편이 되고 26편이 39편이 됐다. 그뒤로도 인기가 계속되어 65편까지 만들고, 65편이 끝날 즈음 시리즈가 또 시작되었다. 그래서 총 120편을 만들기까지 근 3년 동안은 <트랜스포머>에만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

앞서 말한 대로 당초 이 '트랜스포머'라는 완구는 일본에 있는 다카라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부도가 나자 미국의 해스브로라는 장난감 회사에서 판권을 샀다.[*2]

{*2 - 당시 타카라는 미국지사를 통해 다이아크론 완구를 시험판매하는 등 미국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지만,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 부분은 저자의 착각이거나 와전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당시 미국에는 그런 기법으로 시리즈를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해스브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트랜스포머>를 만들어 방송국을 공략하면서 이와 관련한 장난감을 팔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이런 식의 머천다이즈가 미국에는 생소했지만 일본에서는 일반화된 일이었다.

여기서 재미를 본 해스브로측은 텔레비전 시리즈물이 다 끝나갈 무렵[*3], 극장용 장편으로 <트랜스포머 더 무비(The Transformers : The Movie)>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극장용은 텔레비전물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1시간 20분짜리로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3 - 영화 개봉 시기가 2시즌과 3시즌 사이인 것을 생각하면 실제 주문 시기는 시리즈물이 끝나기 한참 전일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동안 텔레비전물을 상당히 했으므로 특별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색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총정리하는 기분으로 제대로 만들어보겠다, 이런 각오였다. 그때 내 아내는 필메이션(Filmation) 회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내가 바빠질 것 같아 내 프로젝트의 프로덕션 매니저로 불러왔다. 그래서 나는 24시간 동안 아내와 함께 일하면서, 일이 끝날 때까지 4년을 한 직장에서 일했다.

나는 뉴욕에 있는 선보우 회사에서 가져온 스크립트를 대폭 손질했다. 장면마다 음악과 효과 처리에도 다른 어느 때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작곡자에게 이 부분을 단조로 해달라, 아주 빠르게 해달라 등등 미안할 정도의 주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하려고 하는 순간, 애니메이션 제작을 일본에 맡기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웬만하면 미국에서 만들자고 내 의견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일본에 샘플 작업을 의뢰하기로 했다. 이 작품에서 특히 내가 마음에 두었던 바는 아주 깊숙한 우주의 모습이었다. 밝은 곳은 아주 밝고 어두운 곳은 아주 어두운 하이 콘트라스트였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온 것은 전혀 딴판이었다. 이쪽에서 요구한 지시를 무시하고 거의 자기들 취향대로 만들어왔다. 일본 제작사에 항의하자 감독이 부리나케 미국으로 달려왔다.

"왜 우리가 보낸 컨셉 디자인을 무시한 겁니까?"
내 불만에 일본 감독이 대답했다.
"<트랜스포머>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죠. 맨 처음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하지만 이건 내가 감독하는 작품입니다. 나는 일본에서 만든 로봇 애니메이션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오. 결코 일본식으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왜 이것을 새로운 컨셉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결국 그와 나는 같은 호텔에 묵으며 상당 부분의 이견을 조정했다.
"배경과 캐릭터가 너무 붙지 않았습니까?"
내 지적에 그는 많은 부분 수긍했다.

사실 작품 분위기가 초창기의 것을 고집해서인지 새로운 맛이 없었다. 우주의 깊이며 캐릭터의 입체감도 좀처럼 살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일본에서 나온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보다는 일본식을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좌우간 나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트랜스포머>를 만들고 싶었다. 일본식 로봇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중압감도 컸다.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샘플에 대한 몇 차례의 검토와 수정 끝에 일본에서의 작업이 끝났다. 말하자면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작품을 내가 미국에서 롱런 시킨 것이다. 아이들에게 <트랜스포머> 캐릭터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캐릭터 머천다이즈는 나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지만, 미국 전역을 휩쓴 장난감 판매가 기쁜 일이기는 했다. 비록 일본 로봇이 등장하는 장편이었지만, 일본식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다.

결국 <트랜스포머>는 라인 프로듀서[*4]로 내가 미국에서 감독한 첫번째 작품이 되어버렸다.

{*4 - 본서 p.175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직책을 뜻한다. '스크립트를 받아서 내용을 소화하고 기본적인 그림을 구상하고 애니메이터라든가 각 부문별 감독을 동원하여 작품을 만드는 최고 사령탑이다. 말하자면 편집 · 효과음 · 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작품 제작의 전 공정을 자기의 역량으로 진행하고 책임지는 입장이기도 하다.'}

-넬슨 신(신능균), <애니메이션과 나>(살림출판사, 1999) pp.183~187

...확실히 이 양반의 고집 덕에 30여년이 지난 뒤에 봐도 뭔가 다른 작품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지만 어디까지가 이 양반 영향이고 어디까지가 미/일 스탭들 공헌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된 게 없다 보니 이것만 봐서는 그래서 대체 어디가 어떻게 잘했다는 건지 실감이 안 난단 말이지... (여기에 대해서 당시 미/일 관계자는 뭐라고 하려나 새삼스레 궁금해지는 OTL)
by 잠본이 | 2012/02/12 16:43 | 변압기 왕국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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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킬 at 2012/02/12 18:46
남들 하는것과는 반대방향으로 가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봐야하나요. -_-;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12/02/12 20:40
예전에 mbc에 "성공시대"에서 본적있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최초 만화영화"홍길동"보고 충격받은 이야기
하시는데...자존심 강한분이라고 느껴지던군요
Commented by 풍신 at 2012/02/12 21:16
재밋는 글이었습니다. 극장판은 퀄리티는 확실히 대단히 좋았죠. 음악이라던지에도 상당히 신경 썼고...하지만 입체감은...음...확실히 별로 아니었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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