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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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1970)
인류가 우주진출에 여념이 없는 21세기의 미래. 지구와 대립하던 어느 식민행성의 주민들이 '클레오파트라 계획'이라는 작전을 세우고 대규모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지구정부에서는 그 계획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조사원 3명을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살던 시대의 이집트로 파견한다. 그곳에서 그들이 목격한 것은 조국 이집트를 로마의 마수로부터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부의 길을 택해야만 했던 인간 클레오파트라의 불행하고도 허무한 인생 역정이었다.

1970년에 무시 프로덕션이 일본헤럴드영화사와 공동제작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전작 <천일야화>에 이은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 작품 '아니메라마' 시리즈의 제2탄에 해당한다. 테즈카 오사무가 구성 원안 및 공동감독을 맡았지만 캐릭터 디자인은 <신선마을> 등의 성인만화로 유명한 코지마 코오[小島 功]에게 일임하여 보다 섹시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의 무시프로 작품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테즈카 본인의 그림체로 그려진 클레오파트라를 더 보고 싶었기 때문에 '속았다! 내돈 물어내!'라는 기분으로 봤다. 이게 말하자면 고유성 선생 그림을 기대하고 갔더니 고우영 선생 그림을 보여주더라는 상황에 맞먹는 거라...<의미불명>) 미래의 인간들이 특수한 기계를 사용하여 정신만 클레오파트라 시대의 다른 인물에 빙의하여 과거를 관측한다는 SF설정을 채용하고 있어서, 미래를 무대로 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본편을 둘러싸고 있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미래 장면은 실사로 촬영하고 인물의 얼굴 부분만 애니메이션으로 합성하여 본편과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위화감이 심해서 기분이 요상했다.

미래인들이 과거로 왔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관측자의 역할에 머물며 그들이 빙의한 캐릭터들은 본래의 정신을 유지한 채 가끔씩 '누가 내 머릿속에서 이러라고 하는데'라며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만들거나 행동을 취하는 정도에 머물기 때문에 시간여행 SF로서의 개성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사실 미래 장면만 빼놓고 봐도 본편만으로 충분히 성립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일본 TV에서 방영할 때는 미래 장면을 삭제한 편집판을 틀기도 했다고 한다. 본편의 주요 내용은 로마에게 유린당할 위기에 처한 조국 이집트를 구하기 위해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클레오파트라의 슬픈 인생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큰 줄거리 자체는 역사와 별로 다르지 않게 흘러가지만 장면 장면의 연출이나 사소한 디테일 등에 독자적인 각색이 가미되어 평범한 사극에 머물지 않고 로맨스와 개그와 드라마와 판타지와 액션이 섞인 잡탕 작품이 되어버렸다.

출연진은 당대의 인기 탤런트나 코미디언, 평론가, 만담가 등 소위 '문화인'으로 불릴만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비중 있는 전문 성우는 옥타비아누스 역의 노자와 나치[野沢那智](80년대의 블랙잭 전담 성우!)나 아폴로드리아 역의 하츠이 코토에[初井言栄](라퓨타의 도라 할멈!) 정도이지만 다들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한 여인으로서의 행복에 목말라하는 순애보 클레오파트라, 겉보기에는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정복자이지만 시도때도 없이 간질 발작에 시달리며 본부인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시저, 무식한 시골뜨기지만 나름대로 순박하고 성실한 면도 있는 안토니우스 등등 역사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재해석이 볼만하다. 클레오파트라가 원래는 추녀였으나 성형수술로 미인이 되었다든가, 옥타비아누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넘어가지 않은 것은 게이였기 때문이라든가 등등 본 작품 특유의 '깨는' 설정도 좀 있다.

원래부터 성인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슴 노출은 기본이며 일부러 에로스를 강조한 장면도 드문드문 보이긴 하지만 정작 최대의 매력 포인트가 되어야 할 2회의 베드신이 무슨 실험영화를 보는 듯한 기괴한 연출로 얼버무려져 있어서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기껏 심각해야 할 장면에서 난데없이 개그를 하거나 좀 웃긴다 싶은 부분에서 갑자기 진지하게 넘어가는 등 분위기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대체 어느 부분에 초점을 잡고 감상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테즈카의 인기 캐릭터인 아톰과 수염아저씨는 물론 나가이 고, 시라토 산페이, 아카츠카 후지오 등 다른 만화가들의 캐릭터들도 군중신에서 시대고증 찜쪄먹은 깜짝출연을 하며, 시저의 로마 개선장면에서는 18~20세기 유명화가들의 회화를 패러디한 연출이 쉴새없이 몰아치고, 몇몇 인물의 대사에는 그 역을 맡은 배우가 평소에 즐겨 쓰던 유행어가 아무 맥락 없이 들어가며, 시저의 암살 장면은 일본 고전 연극 <쥬신구라>의 소나무 복도 장면으로 연출해버리는 등 '이자식들이 지금 장난치나' 싶은 부분도 꽤 많다.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을 그야말로 깨알같이 이집트 벽화풍으로 묘사한 엔딩 크레딧에 다다르면 딴죽을 걸 기운조차 없을 정도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복잡한 국제정치에 휘말려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희생해야만 했던 클레오파트라의 안타까운 심정과 로마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내어 끈질기게 반항을 계속한 이집트인들의 반골정신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집약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은 그럴듯하지만 위에서 말한 패러디나 숨은 장난의 지나친 연발이 주의를 분산시키고 쉴 새 없이 바뀌는 작품 분위기도 몰입을 방해하여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패러디의 남발은 평소 테즈카의 출판만화 쪽에서도 자주 나타났던 요소로, 잘만 쓰면 그 자체로는 재미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작품의 균형을 위협하는 독소로 작용할 우려도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우려가 아주 확실하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게 테즈카 본인의 의도였는지 제작진 중 다른 누군가의 의향에 따른 건지는 모르겠다만.) 시대를 앞서간 본격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지만 너무 산만한 내용과 이상한 부분에서 폭주한 연출 때문에 작품 자체의 재미만으로 보면 아무에게나 권하기 어려운 괴작이라 하겠다.

ps1. 숨은 남주인공(주로 몸빵 전담)이라 할 수 있는 이오니우스의 성우가 츠카모토 노부오[塚本信夫]라서 뿜었다. 가면라이더의 제2대 오얏상 겸 울트라 시리즈의 제1대 MAT대장님이 여기서 금발 떡대 미청년 노예노릇을 하고 계셨다니! OTL

ps2. 시저나 옥타비아누스 등 일부 캐릭터는 어째서인지 피부색이 초록이나 파랑으로 칠해져 있어서 볼 때마다 기이하게 느껴진다. 침략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시각적 코드로 일부러 넣은 건가? (이게 무슨 우주전함 야마토도 아니고...)

ps3. 미국 수출 제목이 '성애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분명 저 제목에 혹해서 이 영화 보고 머리를 쥐어뜯은 양키횽아들이 몇명은 존재했으리라는 데 1달러 건다. (...묵념)


★참고 링크★
http://tezukaosamu.net/jp/anime/8.html
http://columbia.jp/dvd/mushipro/animerama/cleoptra.html
http://www.mushi-pro.co.jp/2010/08/クレオパトラ/
http://www.mmjp.or.jp/pole2/animerama.htm
http://mcsammy.fc2web.com/CleoPatra/index.html
http://www.style.fm/log/07_data/cleo.html
http://www.phoenix.to/70/70-83.html
http://movie.walkerplus.com/mv19195/
http://cinema.intercritique.com/movie.cgi?mid=7074
http://www.allcinema.net/prog/show_c.php?num_c=143351
http://anime.goo.ne.jp/special/tezuka/inf_cleopatra.html
http://hogeyama.way-nifty.com/delta3/2009/10/post-b0f5.html
http://smileyface.blog.eonet.jp/smileyface/2006/09/post-d767.html
http://yuuunkobo.cocolog-nifty.com/blog/2010/11/2-0ee9.html
http://web2.nazca.co.jp/0107hop/pamphlet/pamphlet001/pam03/note11-03.html
http://en.wikipedia.org/wiki/Cleopatra_(1970_film)
http://www.comicsalliance.com/2010/03/22/osamu-tezukas-cleopatra-x-rated/
http://animehel.blogspot.com/2010/08/osamu-tezukas-cleopatra-queen-of-sex.html
by 잠본이 | 2012/02/05 20:49 | 아톰대륙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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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얼음칼 at 2012/02/05 21:58
지겹고 괴로워 죽는 줄 알았지요. 너무 괴로워서 빨리 나오느라 엔딩 크레딧은 못봤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2/06 22:53
누구 데려가지 않고 혼자 봐서 다행이다 싶더군요.
Commented by 샤스라 at 2012/02/06 08:33
우주에서 반란이 일어나는데 왜 과거로 가는가....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2/06 22:53
좀더 그럴듯한 핑계를 찾지 못해서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12/02/11 20:28
어째 덧굴과 본문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2/11 20:34
클레오파트라의 저주에 걸리신 겁니다(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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