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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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 '플라시보 시리즈' 완독
일부는 할인, 일부는 중고로 차곡차곡 구입해서 틈틈이 읽다 보니 약 3개월만에 다 끝냈음. 워낙 자잘한 이야기가 많은지라 일일이 감상을 쓰는 건 무리고 그냥 훗날의 참고 삼아 몇 가지 느낀 점만 대충 적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책꽂이도 빈 자리가 없으니 이 많은 책을 대체 어디다 보관하나 고민되는군.)

1. '한번 시작하면 멈출수 없어~'라는 모 기호식품 광고가 연상되는 중독성은 발군. 각 작품마다 길이가 워낙 짧고 내용도 압축적이라 술술 잘도 읽힌다. 다만 작품마다 발표시기나 발표매체의 성질에 따라 퀄리티나 분위기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100%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SF로 시작해서 미스터리와 판타지로 영역을 점점 넓혀가더니 말년에는 역사인물 비틀어놓은 아스트랄 팩션(...)이나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무국적 민담(...)까지 별별 짓을 다 했다. 수록작의 대부분은 쇼트 쇼트에 해당하는 작품이지만 보다 길이가 긴 일반 단편도 있고 동일 캐릭터를 연속으로 등장시킨 연작 단편도 나온다.

2. 그전에 대표작품선으로 몇편 읽었을 때는 시니컬하고 허무개그스러운 인상이 강했는데 이제 보니 의외로 달관한 듯한 아련함이나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는 훈훈함을 안겨주는 작품도 많이 썼더라. (특히나 후자의 경우, 예전에 프뢰벨 어린이 그림책 시리즈로 읽었던 '꽃 심는 두더지 로봇' 이야기가 이사람 작품이란 사실을 알고 약간 놀랐음.) 이게 저자의 작품 전체를 일관되게 정리한 전집을 번역한 게 아니라 여러 시기에 걸쳐 띄엄띄엄 나온 단편집들을 뭉터기로 번역한 거라 그런지 중복 게재된 작품도 몇 편 눈에 띈다. 이제까지의 호시 번역작 중에서는 한없이 퍼펙트에 가까운 편이지만 역시 100% 퍼펙트는 아니란 점이 살짝 아쉽다.

3. 어찌보면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소재나 아이디어를 화분에 씨앗 심듯이 풀어놓고 그걸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자라나게 만들어 극단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하는 재주가 참 기막히다. '평화'나 '성해방' 같이 긍정적인 색채로 많이들 사용하는 개념을 정반대로 활용해서 웃지 못할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것도 이 작가가 아니면 어려울 듯. 다만 워낙 편수가 많다 보니 겹치는 소재나 패턴도 어느 정도 눈에 띄어서 한번에 여러 권을 몰아서 읽다 보면 작품 내용이 머릿속에서 마구 섞여 어지럽다(...)

4.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패턴이 꽤 자주 나온다. 새로운 사기수법이나 기상천외한 암흑가의 장사법같은 게 튀어나오는 걸 보노라면 이 양반이 젊은 시절에 아버지 회사 부도난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5. 권말에 실린 저자 후기나 다른 사람들의 해설 등도 충실하게 옮겨놓아서 그동안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호시 신이치의 일면을 여러모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 할 수 있다. 다만 긴 시기에 걸쳐 나오다보니 분명 동일한 작품이나 책의 제목임에도 초반부와 후반부의 번역이 다르게 되어있는 게 눈에 밟힌다. (이를테면 <어이, 나와라>와 <이봐, 나와!> 등등.) 깔끔하고 고급스런 표지도 그렇고 여러모로 공들여 기획한 시리즈일텐데 나온지 10년도 못되어 서점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쉽기 그지없다. (그게 다 제때 안 사고 이렇게 뒷북이나 치는 나같은 놈 때문이겠지만 T.T)
by 잠본이 | 2012/01/02 23:28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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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achi at 2012/01/06 03:35
잠본님 글 보니 이 소설들이 보고 싶어지잖아요 OTL
(이러다 전질 지르게 되면 잠본님이 보우하사...)
Commented by 久羅大往 at 2012/01/08 19:52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저도 읽는 중(현재 진행형) 입니다만
진짜로 이게 이 시대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내용인가 까지 의문이 들더랍니다....

게다가 안에서 그려진 인간들의 심리가 지금 세상하고도 거의 판박이로 돌아가는거 보면 소름끼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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