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구석에 짐짝처럼 밧줄에 꽁꽁 묶인 제임스 토드헌터가 감자자루같이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입에는 스카프가 물려져 있었고, 팔꿈치와 발목엔 밧줄이 예닐곱 겹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갈색 눈동자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후드 박사는 잠시 문 앞 깔개 위에 서서 이 소리 없는 폭력의 현장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서는 실크 모자를 집어들어 묶여 있는 토드헌터의 머리에 조심스레 씌웠다. 그것은 너무 커서 그의 머리를 다 가리고 어깨까지 닿을 정도였다.
"글라스 씨의 모자로군요."
박사가 모자를 들고 되돌아서며 말했다. 그는 휴대용 돋보기로 모자의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글라스 씨는 없고 모자만 남아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글라스 씨는 옷차림에 꽤 신경쓰는 사람인 것 같네요. 이 모자는 최신은 아니지만 유행하는 스타일인데다 솔질도 잘 되어 있고 반들반들하게 광이 나도록 닦여 있어요. 나이 지긋한 멋쟁이 신사일지도 모르죠."
"아니, 세상에 저 사람 먼저 풀어주지 않고 뭐 하시는 거예요?" 맥내브 양이 소리쳤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글라스 씨는 어디에?」
/ 『브라운 신부 전집 2 : 지혜』(봉명화 옮김, 북하우스, 2002) p.167에서 인용
요약: 피해자(?) 구조는 안중에도 없고 열심히 두뇌게임을 즐기는 범죄학자 아저씨의 뻘짓.txt
교훈: 실제 사건현장에서 제발 홈즈놀이 좀 하지 말자. 홈즈는 홈즈니까 그게 가능한거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