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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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브라운 신부와 자동기계의 비밀
체스터튼의 단편 <보이지 않는 남자>에는 집안일을 돕는 자동인형을 만들어 알부자가 된 발명가 이야기가 나온다. 이 발명가와 또 다른 남자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지는데, 다른 남자 쪽이 협박을 거듭하다가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발명가를 살해하여 사건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작품 발표년도가 1911년인데 유럽의 자동인형 문화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리 참신한 생각은 아니고 작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등장인물들 입장에서는 조금 별나게 여기기는 해도 거의 현대의 전자레인지나 자동청소기 다루듯 쿨시크하게 넘어감) SF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소설에서 이런 아이템이 다루어지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서 해당 부분을 인용해 본다. 출전은 모두 『브라운 신부 전집 1 : 결백』(홍희정 옮김, 북하우스, 2002)에서.

"앵거스 씨도 '스마이드의 조용한 하인들'에 대한 광고를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아직 보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마도 광고를 보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 될 걸요. 아, 저도 그것들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에요. 모든 집안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하는 어떤 태엽 장치 같은 것이라고 들었어요. 당신도 아마 아실 거예요. 왜 '버튼만 누르세요-술 마실 염려가 없는 집사', '손잡이만 돌리세요-수다 떨 염려가 없는 열 명의 하녀들' 같은 광고 있잖아요. 어떤 기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데요." (178p)

"저것들을 제 집에서도 사용하고 있지요."
검은 턱수염을 기른 난쟁이 백만장자가 웃으며 말했다.
"광고를 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정말 편리하거든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말해서 제가 만든 이 거대한 태엽 인형들은 어떤 손잡이를 누르는지만 안다면, 제가 아는 한 그 어떤 살아 있는 하인들보다도 더 신속하게 석탄을 가져다 때고, 포도주나 시간표 같은 것들을 가져온답니다. 허나 우리끼리니 하는 얘기지만, 단점들도 있어요."
"그래요?"
"그럼요. 그것들은 누가 제 아파트에 협박 편지를 두고 갔는지 말해줄 수가 없지요." (186p)

그가 벽 속에 감춰진 버튼을 누르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이 열리자 길고 널찍한 홀이 보였는데, 그곳에서 유일하게 눈길을 끄는 것들이라고는, 재단사의 마네킹처럼 양쪽에 늘어서 있는 반쯤 인간의 형태를 한 기계들이었다. 재단사의 마네킹처럼 이것들도 머리가 없었고, 어깨는 쓸데없이 떡 벌어져 있는데다가 가슴은 비둘기 가슴처럼 툭 불거져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을 제외하고는 역에 있는, 사람 키만한 자동 판매기만큼도 인간의 모습과 닮지 않았다. 이것들은 접시를 나르기 위하여, 인간의 팔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커다란 갈고리가 달려 있었고, 구분하기 편하도록 황록색이나 주홍색 혹은 검정색 칠이 되어 있었다. 모든 면에 있어서 이것들은 자동 기계에 불과했으며, 이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189p)

앵거스는 마네킹 같은 기계들로 가득 차 있는 어둠침침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영혼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켈트인다운 예감에 그의 온몸이 떨렸다. 사람 크기만한 기계 인형들 중 살해당한 사내가 쓰러지기 직전 불러낸 듯한 인형 하나가 핏자국 바로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었던 것이다. 팔을 대신해서 시중을 들던, 높은 어깨에 붙은 갈고리 중 하나가 약간 들려 있었다. 앵거스는 갑자기 저 불쌍한 스마이드가 자신이 만들어낸 자식 같은 쇠붙이 인형에게 맞아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끔찍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물질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 기계들이 그들의 주인을 살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단 말인가?
"먹어버렸을까?"
그의 귓가에 악몽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인간의 몸이 머리 없는 기계에 의해 으깨어져 그 안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는 광경이 떠오르자 앵거스는 순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197p)

물론 사건의 진상은 그 기계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극중 인물이 사건 현장을 보고 순간적으로 프랑켄슈타인 컴플렉스 비슷한 공포감을 느끼는 광경이 흥미롭다. 이런 것까지 집어넣어 은근슬쩍 독자의 주의를 돌리다니 역시 체스터튼 할아버지는 대단해!
by 잠본이 | 2012/01/01 14:40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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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raco21 at 2012/01/01 15:20
로봇의 로망은 예나 지금이나!!!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1/01 15:21
특히나 여기선 로봇 만들어 부자되어서 좋아하는 여자를 꼬시리라~는 아주 징한 로망을 실현...하기 일보직전에 살해당하는지라 아아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스마이드 너 이색히 화이팅...OTL)
Commented by draco21 at 2012/01/01 15:50
... 정초부터 꿈도 로망도 없었군요. OTL (토혈)
Commented by rumic71 at 2012/01/01 16:25
그러나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에게로...(외모지상주의!)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12/01/01 17:18
잠본이//거기다가 그 범인조차도 잡혀버렸다는게 안습...
Commented by draco21 at 2012/01/01 17:37
빅토리아의 낭만은 어디가고 지옥뿐입니까아아아아아!!!!! T0T
Commented by 블랙 at 2012/01/02 11:44
'심리적 투명인간' 이라는 트릭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죠.
Commented by 풍신 at 2012/01/02 21:27
정말 발명가에겐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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