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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소년기자 틴틴은 벼룩시장에서 유서깊은 범선 유니콘호의 모형을 구입한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모형임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남자가 연거푸 그 모형을 팔라고 제의하는 일이 벌어진다. 호기심을 느끼고 도서관에 가서 유니콘호의 내력을 조사해본 틴틴은 그 배가 해적의 보물을 몰수하여 귀환 중에 전투에 말려들어 침몰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밤 늦게 귀가한 틴틴은 거실에 놓아둔 모형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고, 모형을 팔라고 하던 두 남자 중 한 명인 사카린의 집에 숨어들어 그 행방을 조사하려 한다.

벨기에의 저널리스트 겸 만화가인 에르제(본명 조르주 레미)의 대표작인 <땡땡의 모험> 시리즈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컴퓨터로 기록하여 CG캐릭터와 싱크로시키는 퍼포먼스 캡쳐 방식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80년대부터 원작의 영상화를 꿈꾸고 있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역시 원작의 팬임을 자처하는 피터 잭슨이 제작을,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가 작곡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또한 <닥터 후> 시리즈나 <셜록> 등 BBC 드라마에서 대활약 중인 스티븐 모팻이 각본 초고를 쓰고, 그가 드라마 제작 때문에 빠진 후에는 <황당한 새벽의 저주>나 <뜨거운 녀석들> 등의 코믹액션으로 알려진 에드가 라이트와 조 코니쉬 콤비가 마무리하는 등, 참가한 인물들만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드림팀을 갖추었다. (이들 콤비의 영화에서 빅웃음을 안겨주었던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극중에서 개그전담인 쌍둥이 형사 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원작이 원래부터 유명했던 유럽에서야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원작이 꽤 매니악한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는 제작진 이름값만 갖고도 홍보거리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원작 에피소드 중 <황금 집게발 달린 게>에서 주인공과 중요 조연인 하독 선장이 만나는 부분을, <유니콘 호의 비밀>과 <라캄의 보물> 2부작에서 유니콘호를 둘러싼 모험을 가져와 하나로 합친 것이다. 평범한 유럽 어딘가의 주택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점 스케일이 커져서 해상, 공중, 육상을 넘나들며 스펙터클한 모험이 펼쳐진다. 특정한 목표물을 찾기 위한 단서를 주인공 측과 악당 측이 나눠갖고 출발하여 세계 각국을 누비며 쫓고 쫓기는 원작의 컬러풀한 모험담 스타일과 <인디아나 존스>에서 갈고 닦은 스필버그의 흥미진진한 액션연출이 솜씨 좋게 결합되어 가족 모두가 두근거리며 한바탕 웃고 즐길 수 있는 최상급의 어드벤처 영화로 완성되었다. 진지하고 영리하지만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정통파 주인공 틴틴과 그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위기를 구해내는 영특한 애완견 스노위, 그리고 알콜중독자에 신경질쟁이에 의지박약의 욕쟁이지만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을 지닌 바다 사나이 하독선장 등등 주요 등장인물도 원작의 에센스를 잘 살리면서 각자의 성격과 역할분담에 충실하게 움직여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끌어간다.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를 짜깁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관객을 휘어잡으며 끝까지 카리스마 있게 밀고 나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퍼포먼스 캡쳐를 활용한 캐릭터들의 연기와 마치 실물처럼 정밀하게 표현된 무대 배경도 감탄을 자아낸다. 2차원적 캐리커처에 가까운 원작의 인물들에 3차원적인 디테일을 추가함으로써 재탄생된 캐릭터들은 만화와도 실사와도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미묘한 영역에 자리잡고 있어 다소 위화감도 느껴지지만 뛰어난 연출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그러한 위화감을 상쇄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션캡쳐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CG캐릭터인 스노위가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모로코에서의 추격전은 적절한 슬랩스틱과 파워풀한 액션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짜릿한 상쾌함을 안겨준다. 박진감 넘치면서도 결코 잔인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분위기를 돋우는 것을 보며 장면설계하는데 꽤 공들였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감독이 감독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했는데 나는 애니메이션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다보니 오히려 <명탐정 번개> 생각이 났다. 미야자키 영감이 젊었을 때 땡땡을 찍었더라면 딱 이런 분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물론 고작 양피지 쪼가리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중동인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온갖 민폐를 끼치는 것은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OTL

원작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부분도 슬금슬금 끼어 있어 기존 팬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그림자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들어진 오프닝 타이틀에서는 원작 시리즈의 기본요소를 하나의 드라마로 요약하여 이 주인공이 이전에도 별별 모험을 다 겪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악당이 도망쳐 들어가는 방의 벽에는 원작판 <유니콘 호의 비밀> 표지그림이 붙어있고, 바로 이 시점에서 원작자 이름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크레딧된다.) 첫머리의 벼룩시장에서 주인공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는 바로 원작자 본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인데, 이전의 넬바나판 TV애니에서도 원작자를 깜짝출연시키는 장난은 있었지만 여기서는 아예 그 인물이 주인공의 초상화를 (당연히 원작의 그림체로!) 그려주며 '낯이 익은데 내가 전에 자넬 그린 적이 있던가?'라는 대사까지 지껄이는 개그를 해 주시니 더더욱 훈훈하다. (또한 이 화가가 세워놓은 패널 안에는 원작 단행본의 속표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 초상화'들이 아주 뻔뻔하게 들어있다.) 주인공의 방 안에는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은 기념품이나 신문기사들이 빼곡하게 차 있어서 숨은그림찾기의 묘미를 즐길 수 있으며, 이후 의문의 미국인 남자가 총에 맞아죽었을 때 소지하고 있었던 신문이 바로 원작만화가 연재되었던 '르 프티 뱅티엠'지(紙)라는 장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원작보다 다소 순화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현란한 말빨을 자랑하는 하독선장의 신나는 욕설 퍼레이드도 건재하다. (다만 국내 개봉 자막은 그 포스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조개같은!'이라고 해봐야 누가 그걸 욕으로 여기겠어? OTL)

비슷하게 벨기에 작품을 원작으로 한 미국 영화임에도 철저하게 미국인 시각에 맞춰 개편된 실사판 <스머프>와는 달리 최대한 원작의 기본요소를 존중하면서도 제작진 나름대로 개성을 부가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선악 구분이 뚜렷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거의 예상 가능하게 흘러가며 제3세계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드러나는 등 고전적인 어드벤처물의 약점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들어간 개그와 원작보다 파워업된 액션연출이 그러한 약점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잘 작동하고 있다. 시간관계상 레드 라캄의 보물을 실제로 찾으러 가는 에피소드를 왕창 들어내고 모든 것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파랑새 흉내를 낸 다음에 '그리고 모험은 계속된다!'로 마무리하는 속들여다보이는 결말이 좀 거시기하고, 무언가에 실패하여 낙담한 주인공에게 오히려 하독선장이 참으로 미국적인 '격려의 한마디(pep talk)'를 해주는 등 다소 원작의 캐릭터와 벗어난 부분도 있으나, 원작의 재현이 아닌 제작진 나름의 2차창작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나 자신이 원작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며 캐릭터들에게도 익숙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원전이 된 에피소드는 안 본 상태라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한다면 원작을 모조리 숙지한 광팬이나 반대로 원작을 전혀 모르고 스필버그 이름값에 낚여서 들어온 일반관객에게는 전혀 다른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물건너의 땡땡 팬페이지나 imdb 감상란을 봐도 사람들 의견이 천차만별이고 원작팬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작팬들에게는 다소 불만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으나(특히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지나치게 실제 인간과 비슷한 이목구비가 되어버린 주인공) 그런대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종합선물이고, 일반관객에게는 연령불문하고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난한 퀄리티의 모험영화라고 하겠다. 이 영화의 개봉으로 인해 원작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늘어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영어판을 기초로 한 터라 주인공 이름이 '틴틴'으로 굳어진 것은 약간 아쉽기도 하다. (뭐 세상 모든 게 다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 어쩌겠느냐마는) 피터 잭슨이 감독을 맡는다고 알려진 속편도 기획 진행중인 모양인데 그 작품에서는 또 어떤 모험이 펼쳐지게 될지 여러모로 기대된다.


→관련: 롯데리아에서 발견!

★촬영지: 2호선 방배역★
by 잠본이 | 2011/12/17 21:37 | ANI-BODY | 트랙백(3)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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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12/17 22: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19 22:35
저같은 나이롱 팬에겐 나름 즐거운 선물입죠.
Commented by _tmp at 2011/12/17 23:06
"지나치게 실제 인간과 비슷한 이목구비"
: 이거 확실히 불만스럽더군요. 좀더 카툰답게 (특히 다른 캐릭터가 모두 카툰답게 조형되었음을 볼 때) 만들어 줬어도 괜찮았을텐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19 22:35
대체 뭘 생각하고 그렇게 조형한 건지 생각할수록 모르겠더군요.
Commented by 리바 at 2011/12/26 10:48
땡땡이 딱히 개성이 없는 얼굴이라서.
라는 생각도 들던데 딱 보니 제이미벨 얼굴ㅎ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1/12/17 23:27
솔직히 그건 불만이긴 했지만 묘하게 틴틴다운 소소한 개그가 넘쳐서 만족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19 22:36
형사콤비의 우당탕 쿵탕(...)이라든가
Commented by leo2005 at 2011/12/18 15:51
적어도 "이런 개같은" 이라든가, 혹은 "쓰레기 같은넘들" 이라는 대사를 기대했는데.....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19 22:36
아동관객 생각해서 일부러 순화한 걸지도
Commented by 마스터 at 2011/12/18 18:41
보면서 바로 캐치한 건 초상화가 원작 그림체라는 것까지만..이어서 극장 나오는 와중에야 혹시 화가가 에르제?..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까메오는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갔군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19 22:37
극성팬들은 클라이막스에서 강아지가 흐트러뜨려 악당들 넘어지게 만든 그 통조림도 '원작의 어느부분에서 나온 그거다!'라고 밝혀낼 정도니 뭐 말 다했죠 OTL
Commented by rainism at 2011/12/21 22:25
앞 부분이 가장 원작스러운 장면이었고, 마지막 롱테이크 부분도 나름 원작의 맛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27 22:22
평론 등에서도 앞부분의 느와르 분위기에 주목하는 의견이 꽤 있더군요. =]
Commented by 풍신 at 2011/12/23 05:38
오, 아직 안봤는데,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27 22:22
보셔도 큰 후회는 없을 겁니다.
Commented by 리바 at 2011/12/26 10:46
잘보다가 '정신차려 바보야 >_<' 훈계 장면에서 급어색한 기분이 들었읍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12/27 22:23
우리 선장님은 누굴 말로 가르치기보다는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는 열혈중년이신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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