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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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먹이를_노리는_매의_눈빛.txt
  "오늘은 네가 우리집에 처음 온 그날과 무척이나 비슷하구나."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일어났고, 우리는 각기 팔로 상대방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포장도로를 걸어 밖으로 나왔다.
  침묵을 유지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적교를 걸어내려왔다. 거기서는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래서 너는 내가 여기 온 그날 밤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니? 너는 내가 여기 온 게 기쁘니?"
  "무척이나 기쁘단다. 사랑하는 카밀라."
  "그리고 너는 나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그 그림을 방에 걸게 해달라고 부탁했었지."
  그녀는 한숨을 섞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팔로 내 허리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고, 그녀의 어여쁜 머리를 내 어깨에 가볍게 파묻었다.
  내가 말했다.
  "너는 무척이나 낭만적이구나, 카밀라야. 만일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틀림없이 대단히 낭만적인 어떤 사람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거야."
  그녀는 조용히 내게 키스했다.
  "내가 보기에는, 카밀라야. 넌 분명히 사랑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바로 이 순간에, 네 마음 속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거야."
  "난 누구와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야."
  그녀는 속삭였다.
  "만일 그게 너와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말야."
  달빛 아래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녀는 부끄러움과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듯이 재빨리 머리를 내 목과 머리카락 속으로 파묻었다. 그리고 격앙된 듯이 거의 흐느껴 우는 것처럼 한숨을 쉬더니, 떨리는 손을 내 손 위로 지그시 올려 놓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뺨이 내 뺨 위에서 달아올랐다. 그녀는 중얼중얼 이야기했다.
  "내 사랑, 내 사랑, 나는 네 속에 살고 있단다. 그리고 너는 나를 위해 죽게 될 거야. 그렇게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빼냈다.
  그녀는 두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눈동자에서는 온갖 불길과 온갖 종류의 의미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고 냉담했다.
  그녀는 졸린 듯이 느릿느릿 말했다.
  "내 사랑, 공기가 차갑지 않니? 난 거의 떨고 있단다. 내가 꿈을 꾸고 있었던 거니? 들어가도록 하자. 자아, 이리 와, 들어가자."
  "아파 보이는구나, 카밀라. 약간 안색이 창백해. 분명히 포도주라도 몇 잔 마셔야 할 것 같아 보여."
  "그래, 난 포도주를 마실 거야. 지금 당장이라면 더 좋을 거야. 몇 분 이내에 마실 수 있다면 아주 좋아질 거야. 그래, 내게 포도주를 좀 줘."

-셰리단 르 파누, 「카밀라」 / 『세계심령미스테리 사이키』(서울창작, 1994) pp.67~69에서 인용
※자료협조 : euphemia님

여러모로 황량하고 메마른 이 소설에서 그나마 가장 로맨틱한 부분이 여긴데... 읽을 때마다 약간씩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흥미롭군. (과연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목을 쓰면서 작가선생이 뭔 생각을 했을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OTL)
by 잠본이 | 2011/10/28 23:54 | Girl Meets Girl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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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대건 at 2011/10/29 00:25
유리가면에서 보았던 그 카밀라 로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11/10/29 13:41
백작보다 카밀라가 미모인 것만큼은 틀림없지만...
Commented by 시무언 at 2011/10/29 16:44
고딩때 보고 불타올랐던 부분이군요. 그 이후에 별액션(...)이 없어서 실망했었지만(...). 해머 영화사 버젼으로 아쉬움을 달랬엄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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