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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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망한)능력자들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아내에게 배신당하여 실의에 빠진 지방신문사 기자가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취재하러 여행을 떠났다가 약간 괴퍅한 퇴역 군인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지난 80년대에 미군이 시행한 초능력 병사 양성계획의 일원으로 보통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황당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운 기사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나선 기자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점점 과거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그들의 여행길은 점점 꼬이기만 하는데...

-존 론슨의 논픽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그랜트 헤슬로브 감독의 2009년작 코미디 영화. (영화의 원제는 책과 같지만 국내에서는 영화 쪽이 참 뭐시기한 제목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극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초민망'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듯.) 미군의 초능력 연구 프로젝트를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각색된 오리지널 스토리로,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가지 사례를 발굴하여 소개한 원작과 달리 몇 명의 가상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일관된 행적을 파헤치는 식으로 구성했다. 1972년의 베트남 전쟁부터 1980년대의 미군 사령부, 2003년의 이라크전까지 3개의 시대를 넘나들며 초능력부대 '신지구군'의 기묘한 행적을 현재의 사건과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극중 주무대는 쿠웨이트와 이라크지만 실제로는 미국 뉴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 등지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실 기본 줄거리만 듣고 극장을 찾았을 때에는 당치도 않은 이유로 전쟁에 동원되어 뻘짓을 거듭하는 사이비 초능력자들의 비애를 정부 음모론과 적당히 섞어서 보여주는 폭로성 블랙코미디를 기대했으나 실제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좀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아름답고 희망이 넘쳤던 과거와 모든 게 메마르고 불확실해진 현재를 대조하여 보여주면서 '아무리 꿈을 꾸다가 현실에 부딪혀서 좌절하더라도 역시 꿈은 소중한 것이다!'라고 역설하는 '착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 사이에 이라크전에 대한 죄책감과 반전의식이 적절히 양념으로 들어가 있긴 하지만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원작이 영국 쪽 저널리스트의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BBC필름즈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

-나레이터이자 시점상의 주인공은 밥 윌튼(연기/ 이완 맥그리거)이지만, 실제 이야기의 축은 다른 세 사람이 담당한다. 신지구군의 창설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히피군바리 빌 장고(연기/ 제프 브리지스), 신지구군 최고의 능력자이자 장고의 이상과 좌절을 옆에서 목격한 린 캐서디(연기/ 조지 클루니), 신지구군 와해의 주범이자 이 스토리 최대의 밉상인 래리 후퍼(연기/ 케빈 스페이시)가 그들인데, 관객과 함께 캐서디의 회상을 통하여 그들의 과거를 서서히 알아가는 윌튼은 그들의 행적을 정말 터무니없다고 여기면서도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하여 삶을 즐기며 충실한 나날을 보냈던' 캐서디의 진지함에 일말의 부러움을 느낀다.

-문제는 그들이 여행 끝에 무엇을 만나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느냐 하는 건데... 솔직히 이 대목부터는 약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떨어져서 약간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세한 이야기는 천기누설이니 길게 쓰지는 않겠지만 너무나도 히피와 뉴에이지의 정신에 충실한 탈력 만점의 클라이막스를 보며 '결국 미국인의 시각에선 이 정도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영화의 목적 자체가 이라크전에 대한 역사적 비판이라기보다는 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꿈과 이상에 대한 개인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전개이긴 하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때 아름다운 꿈을 꿨던 이들의 안타까운 타락과 향수어린 회상을 보여준 다음, 그것을 옆에서 간접체험한 다음 세대의 젊은이가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그 꿈을 다시 이어나간다는 '회고와 승계의 드라마'인 것이다. 다만 그러한 드라마가 그들의 향수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감정으로는 공유할 수 없는 미국 바깥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다소 의문으로 남는다.

-배우들의 관록 넘치는 열연과 적당한 타이밍에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터져주는 개그,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스토리 등은 확실히 강점이지만, 대체로 작은 규모의 사람들 내에서 대화 위주로 이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커다란 극장 화면으로 감상할 만한 메리트는 적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거나 출연 배우들의 팬일 경우엔 추천할 만하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권하기 참 뭣한 작품. (아마도 그 때문에 국내 개봉이 2년이나 늦어진 듯 하다. 출연배우들의 유명세가 아니었으면 아마 소개되지도 못하고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솔저'를 언급하는 캐서디의 대사를 듣고 캡틴 아메리카 생각하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 관객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미국에서의 개봉 시기는 <퍼스트 어벤저>와 한참 떨어져 있었으니 의도된 개그는 아니고 그냥 일반명사로 쓴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클루니도 전직 배트맨 아니었던가~)

-하지만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역으로 한때 <스타워즈> 프리퀄에 출연하여 일세를 풍미했던 맥그리거를 기용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리고 저지른 개그인 게 틀림없다. 신지구군의 이상적인 전사를 묘사하는 단어로 '제다이'가 뻔질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가 거의 광신도에 버금가는 열정으로 '제다이가 되려면 말이야~'라고 썰을 풀고 그걸 맥그리거가 얼빠진 얼굴로 듣는 장면은 배우의 전력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가득한 명장면이다. (그런 뜻에서 보면 이 영화의 진짜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오비완'이라고 해야 할지도 OTL)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에서도 군장성 역으로 단골 출연하는 글렌 모어샤워가 역시 여기서도 고급장교로 나오고, <터미네이터 2>의 T-1000이나 < X파일 >의 도겟 요원으로 친숙한 로버트 패트릭이 도중에 주인공들과 만나는 미국의 악덕상인으로 등장하여 큰 웃음을 준다. (그런데 그동안에 나잇살도 팍팍 찌시고 피부도 불그스레해져서 좀 불쌍하다. <미녀삼총사 2>에 나올 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엉엉 OTL)
by 잠본이 | 2011/07/16 22:22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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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니 at 2011/07/16 23:29
어어...
안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1/07/16 23:50
아, 난 뭘 본거지?(소거중)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11/07/17 01:18
굳이 스크린으로 볼 필요가 없다면 케이블이나 VOD나 기다려야 겠네요. ~( -_-)~
Commented by 역관절 at 2011/07/17 01:36
책은 읽으면서 좀 무섭다 했는데.
영화는 그런데로 웃으면서 봤고
좋은 반전영화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격화 at 2011/07/17 13:09
영화 감상을 읽다보니 왠지 원작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응?)
정발 되었는지 뒤져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7/17 20:14
http://twinpix.egloos.com/4586976
이미 2년 전에 번역출판되었습니다.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11/07/17 14:28
제목샌스떄문에 자꾸 안보고 있는데...한번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시북군 at 2011/07/17 20:25
제프 브리지스의 히피연기가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7/17 20:27
미키루크하고 언제 히피형제로 나와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Commented at 2011/07/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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