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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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어째서인지 내게는 과거 파트보다는 현재 파트가 훨씬 더 판타지로 보이더라. 과거 파트는 우정과 패싸움과 첫사랑과 축제와 실연과 기타등등 별별 클리셰로 범벅이 되어있긴 해도 모든 게 주인공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가지는 않고 어떤 부분에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몸부림치는 등 훨씬 절박하고 삶의 진정성같은 게 (1그램 정도) 느껴지는데 현재 파트는 아무리 봐도 이 과거 파트 마지막에서 벌려놓았던 상처를 어루만지고 손해를 수습하고 마무리짓기 위해 조직된 소원충족형 판타지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지.

-물론 소원의 대리충족이라는 것도 오락영화의 훌륭한 기능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현실에선 이럴 리가 없지만 캐릭터들이 불쌍하니 대충 넘어가고 우리 모두 같이 기뻐하자꾸나'라는 듯한 티가 나면 재미는 있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뒷맛이 남는다. (일탈을 꿈꾸던 사모님이 딸래미 교복 훔쳐입고 딸래미 괴롭히던 불량소녀들 후드려패는 것 하며, 완전히 다른 사회계층으로 갈라져버린 친구들이 그저 친구라는 것 하나만으로 금방 다시 뭉치는 것 하며, 보스가 저승길에 남긴 유산 덕분에 비참해진 친구들도 해피엔딩을 맞는 것 하며, 기타등등)

-만약 주인공 나미가 부잣집 사모님이 아닌 훨씬 막막한 입장의 캐릭터였다면 이런 해결이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그랬으면 이 영화 자체가 시작을 못했겠지)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한데 사실은 써니가 해체하는 시점까지만이 현실이고 나머지는 나미의 입장에서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한번 꿔 본 개꿈이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얘기겠지. 찜찜하긴 하지만 역시 더 좋은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스토리는 거의 한달만에 후다다닥 만들었다'라는 감독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들인 시간에 비하면 꽤 안정감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배우들의 열연이 어느 정도 힘을 보태주긴 했겠지만) 어쨌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용의 방향성에 대한 불만이고 영화의 완성도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보스 춘화의 친구였다가 본드흡입하는 거 걸려서 절교당하고 그 뒤로 원한에 불타올라 춘화 곁을 맴돌다가 그 관계자인 써니 일당에게도 시비를 걸게 되는 상미.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냥 할 일 없는 불량학생 정도로 보였으나 중반부의 쓰레기장 장면에서는 진짜 인정사정없는 악인과 공포에 떠는 무지렁이의 양면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과거 파트의 클라이막스인 축제 장면에서는 완전히 본드에 쩔어 제정신을 잃은 채 나미 앞에 나타나 공포분위기 조성하다가 예상 밖의 사고를 치는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축제 장면에서의 연기는 초반부에 나미 역의 배우가 보여준 강령술(을 빙자한 욕설폭탄)에 눌리지 않을 정도로 신들린 듯한 파워를 내뿜고 있는데, 이거 보니까 왠지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조커 연기할 때 생각이 나더라.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진짜 미친놈이라서 '대체 저러다 다음엔 무슨 짓을 하려나' 싶어 계속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기 때문인 듯) 따지고 보면 이러는 게 다 춘화 관심 끌려다 계속 엇나가서 자폭하는 것이니 섬나라 전문용어로는 얀데레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포지션이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집착이란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란 말인가...)

-마지막에 유언 전해주러 등장하는 변호사 아저씨가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처음 보는 듯한 얼굴이라 크레딧을 자세히 보니 성지루씨였다. 어쩐지 그동안에는 수염 텁수룩하고 머리 긴 노숙자나 일꾼 비슷한 역할로만 봐 왔으니 알아보기 힘들 수밖에 없지! (그 밖에도 예전 연예계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겐 꽤 반가운 분들이 슬금슬금 나오니 잘 찾아보시라.)


ps1. 좋은 영화 보여주신 J모 님께 감사를... =]

ps2.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가 로맨틱한 장면마다 터져나오는데 앞으로 노래방 가서 이걸 또 불러도 될까 걱정스럽다. 이 영화 보고 부르는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봐... (사실을 말하자면 중고딩 때 <라 붐> OST에서 들었으니 내 애창곡이 된지도 한 십 년은 다 되어가는데~)

ps3. 이 영화 최대의 미스터리는 아마도 '대체 춘화는 무슨 사업을 했길래 저렇게(이하생략)'

ps4. 더불어 최대의 개그는 역시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TV드라마 보며 '다음에는 이게 나오겠군' 하면 정말로 그렇게 나와서 사람들이 '에라이'를 외치는 부분 (으허허 우리 어머님이 만날 드라마 보며 다음 전개 알아맞추시는 것과 똑같아!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일정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맨날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얘기겠지만 OTL)

ps5. 영화 제목 보고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써니텐이 소품으로 나와서 뿜었음 (나이 다 드러나는군 OTL)
by 잠본이 | 2011/07/10 21:15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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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11/07/10 23:34
춘화는, 춘화(春畵) 사업으로 돈을 벌었더라 라거나...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7/11 08:15
라붐의 패러디가 쫭이죠~~!!
Commented by 아이 at 2011/07/12 20:14
ㅎㅎ 저도 그 노래가 내내 맴돌던데. . 트랙백 엮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저도 갸우뚱하던 점들을 글로 명확히 짚어주시니 읽으며 속이 시원하네요 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11/07/12 20:15
그리고. . 춘화는 혼자 힘으로 사업에 성공했을수도 있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유산을 상속받아서 사업을 키웠다면 가능한 일 아닐까요?
Commented by IJM at 2011/07/12 22:36
영화 중간에 하춘화가 막 미래에는 소형 전화기를 들고 다닐 수 있다고 그러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 모종의 선견지명을 가지고 벤처 기업을 세워서 꽤나 성공한 모양인가봅니다.(근데 웬 출판사까지있.....)
Commented by 오린 at 2011/07/13 10:52
엌!!! 저도 방금 그 생각이 나서 여기 덧글달러 왔는뎈ㅋㅋ
진희랑 통화하면서 미래에는 전화로 테레비도 볼 수 있고 사진도 볼 수 있고 어쩌고.. ㅎㅎ
나름대로 차분히 복선을 깔아놓은 것일까요ㅎㅎ 춘화 장례식장에서도 커다란 화환 같은 거 보낸 사람들 이름을 보니 다 어디어디 회사 사장이던데..
Commented by 주전자 at 2011/07/14 12:48
IT업계는 재물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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