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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EL MOVIES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1편 <엑스맨>에서 희미하지만 번득이는 무언가를 보여준 뒤에 2편 < X2 : 엑스맨 대동단결 >에서 우렁차게 개화하나 싶었더니 3편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장식만 요란한 빈껍데기를 안겨주고 외전 <울버린>에서 아주 절망의 나락으로 사람들을 인도했던 엑스맨 시리즈. 그 시리즈에 새생명을 안겨주었다고 여러모로 칭찬을 받고 있는 화제의 신작이 바로 <퍼스트 클래스>다. 과연 어떤 점이 전작에 실망했던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 만큼 뛰어났던 것일까? 그 매력 포인트를 한번 분석해보기로 하자!


1. 가상역사 드라마와 고전 오락영화 테이스트의 결합

본작은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흥미롭게도 <엑스맨> 원작이 탄생하기 1년 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SF사극이다. 미국과 구소련의 대립 하에 핵전쟁의 공포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던 시기,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실제 사건을 제재로 삼아 '사실은 그 이면에 숨겨진 또 하나의 투쟁이 있었으며, 3차대전을 막은 것은 바로 엑스맨이다!'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짜넣음으로써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감춰진 역사(secret history)'를 들여다보는 듯한 기묘한 현실감을 준다. 또한 원자력의 대두와 더불어 돌연변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원작의 설정을 시대배경과 싱크로시킴으로써 돌연변이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그들과 인류사회의 대립이라는 '다가올 운명'을 은근슬쩍 내비침으로써 보이지 않는 긴장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최종보스인 세바스찬 쇼가 틈만 나면 '돌연변이들은 원자력의 산물(Children of Atom : 원작에서 엑스맨의 별칭)이지'라는 대사를 되풀이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꽤 암시적이다.

이미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의 과거에 해당하는 60년대의 분위기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물론 의상이나 소도구, 로케이션 장소 등에 신경쓰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너무 진지하고 억제된 분위기로 나가면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고 너무 요즘식으로 막나가면 시대와 동떨어진 삼류 판타지가 될 위험도 있다. 적절하게 시대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요즘 관객이 흥미를 잃지 않고 따라오도록 유도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을까? 제작진이 이에 대한 해답으로 준비한 것은 바로 60년대에 실시간으로 제작된 영화들의 분위기를 차용하면서 동시에 세부적인 사항은 현대풍으로 업데이트하여 '익숙하면서도 왠지 새롭게 느껴지는' 기시감을 품도록 하는 전략이다.

세바스찬 쇼가 이끄는 헬파이어 클럽과 CIA를 등에 업은 주인공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첩보전은 007 시리즈, 에릭 렌셔가 자기 인생을 망친 나치 협력자들을 찾아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벌이는 복수행각은 시몬 비젠탈 등의 나치 사냥꾼 이야기,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미해군의 봉쇄선을 배경으로 미-소 함대가 대치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은 <핵전략 사령부(Fail Safe, 1964)> 등의 밀리터리 스릴러를 참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초반부에 보여준 에릭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대활약은 의도적으로 초기 007의 숀 코너리를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략이 아주 성공적으로 적용된 덕분에 본작은 슈퍼히어로와 회고성 가상역사 드라마가 결합한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져, 엑스맨 시리즈는 물론 슈퍼히어로 영화 장르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물론 슈퍼히어로와 가상역사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결합한 메이저 영화로는 이미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이 존재하지만, 이 작품은 원작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일반 관객이 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희대의 괴작으로 완성되어 버린 케이스라서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본작은 마블 코믹스의 동명 미니시리즈에서 타이틀을 따 왔지만 실제 내용은 원작 엑스맨 시리즈의 여러 곳에서 자유롭게 따온 요소들을 재구성한 오리지널 스토리에 가깝다.)


2. 참신하고 강대한 악역의 등장

대부분의 고난 극복형 드라마에서는 주인공과 대립하여 긴장을 조성하고 장애물을 제공하면서 테마를 더욱 부각시키는 악역 또는 적역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초월적인 존재들이 대놓고 충돌하는 슈퍼히어로 스토리에서는 악역이 강하고 멋질수록 이에 맞서는 주인공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악역이 형편없을수록 주인공이 아무리 혼자 잘 놀아봤자 이야기는 썰렁함을 피할 수 없다. (특히나 그동안 폭스에서 제작해 온 마블원작 영화들 대부분이 이런 경향의 피해자가 되었던 걸 생각하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슈퍼맨> 영화 시리즈가 다른 매체로 이식된 슈퍼맨에 비하여 한없이 빌빌거리는 이유도 렉스 루더를 대체할 카리스마 악당을 찾아내는 데 실패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전 3부작은 엑스맨의 영원한 숙적인 매그니토가 주된 악역으로 등장하여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대립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이러다 보니 영화판만 본 사람들은 '엑스맨은 매그니토의 형제단 말고는 싸울 적이 없나?'라는 의문을 품을만도 하다. 2편에서는 돌연변이를 증오하는 스트라이커 대령의 인류측 특수부대를 등장시키고 매그니토와 엑스맨의 일시적인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등 여러모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외전 <울버린>에서 웨폰X 프로젝트라는 확장판을 선보임으로써 애초의 신선함을 잃어버렸다. 말하자면 매그니토와 미국정부 외에 뭔가 좀 새로운 악역을 내보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다.

본작에서는 세바스찬 쇼의 헬파이어 클럽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원작에서는 좀 옛스런 의상을 차려입은 벼락부자 변태 돌연변이들이 세계정복을 위해 운영하는 비밀결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여기서는 007시리즈의 스펙터처럼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미-소 양국 정부를 배후에서 조종하며 3차대전을 촉발시켜 돌연변이의 시대를 강제로 열어젖히려는 악의 집단으로 파워업되었다. ('지옥불 클럽'이라는 이름에 참 걸맞는 구상이긴 하다. 이들의 작전이 성공했다면 아마도 다음편 타이틀은 '196X년, 세계는 핵의 불꽃에 휩싸였다!'로 시작했겠지... 어라? OTL) 원작에서는 매그니토보다 한참 이후에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엑스맨이 생기기 전부터 암약하면서 엑스맨의 결성, 에릭 = 매그니토의 성장, 그리고 인류와 돌연변이 간의 전면 충돌에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집단으로 각색되었다.

이 집단의 우두머리이자 본작의 진정한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세바스찬 쇼의 설정도 원작과는 크게 달라졌는데, 여기서는 에릭이 강제수용소 시절에 만난 나치 과학자 출신으로, 스스로도 강력한 에너지 흡수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면서(다만 그 능력이 연구에 의한 후천적인 것인지 이미 에릭을 만나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인지는 불명) 다른 돌연변이들을 부하로 거느리고 구인류 말살과 돌연변이 세계의 건설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광분하는 천하의 대악당으로 그려진다. 에릭에게는 어머니를 죽인 원수이자 자기를 괴물로 각성시킨 조물주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연출에 따라서는 단순 극악 먼치킨 대마왕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캐릭터이지만 케빈 베이컨의 뻔뻔하고 야비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연기에 힘입어 나름대로의 존재감과 현실적인 위기감을 안겨주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또한 쇼의 부하로 등장하는 돌연변이들도 숫자는 별로 많지 않으나 한 명 한 명이 무시할 수 없는 초능력을 지닌 일당백의 소수정예 인원들인데, 다이아몬드 피부의 금강불괴 체질과 텔레파시 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엠마 프로스트, 현란한 순간이동 기술로 눈을 어지럽히는 아자젤, 돌개바람을 일으켜 모든 걸 날려버리는 립타이드 등 그 위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아 시밤바 이런 놈들하고 어떻게 싸우라는 거지?'라는 절망감을 느낄 만큼 강대한 녀석들이다. 다만 드라마의 중심이 우두머리인 쇼에게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이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전투시에는 쇼의 충실한 수족으로서 대활약하지만 그외에는 그다지 눈에 띌 만한 행동이나 대사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 (특히 엠마는 원작에서도 인기 상위권을 달리는 고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에 포로로 잡혀 구금된 채 한동안 안나오는 굴욕을 당한다. 파워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감독의 농간?)


3. 진정한 주인공은 매그니토

본작은 사실 매그니토 = 에릭 렌셔의 성장 이야기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서 부모와도 헤어지고 생체실험의 고초까지 겪은 에릭은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한 채 오직 복수만을 이유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차가운 남자로 성장한다. 강제수용소 장면은 브라이언 싱어의 1편에서도 매그니토의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으로써 삽입된 바 있으나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그 이미지를 차용해 오면서도(크레딧을 확인해 보니 심지어 배경음악까지도 1편에 사용되었던 마이클 케이먼의 곡을 그대로 따왔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욱 확장된 스토리를 펼쳐나가고 있다. 말하자면 본작은 1편의 출발점으로 돌아간 다음 거기에 매그니토의 시점을 더하여 훨씬 풍성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애초에 본작이 독립된 영화로 기획되었던 <매그니토> 외전의 플롯을 엑스맨의 초기 시절을 보여주는 별도 기획안과 통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사실상 <엑스맨 탄생 : 매그니토>인 것이다.

과거의 철천지 원수인 슈미트 박사가 세바스찬 쇼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처단하기 위해 뛰어든 에릭은 CIA의 의뢰로 헬파이어 클럽을 조사하던 중인 외부 전문가 찰스 이그제비어 박사와 조우한다. 돌연변이로서 감내해야 했던 고독 때문에 쉽게 공감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친구가 되고, 찰스는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무모한 짓을 일삼는 에릭을 걱정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를 설득하려 한다. 에릭은 찰스 덕분에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자기 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비결을 체득하기 시작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그의 이상주의에 답답함을 느끼고 끊임없이 반발한다. 유복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자라난 찰스는 '돌연변이는 인류의 새로운 진화'라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 인간사회에 섞여 조화롭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 모순된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숱한 고초를 겪으며 인류의 추악한 일면을 주로 보아온 에릭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공자님 하품하는 소리인 것이다.

찰스가 에릭에게 있어서 '빛'이라면 세바스찬 쇼는 정반대 입장에 선 '어둠'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분명 에릭의 인생을 말아먹은 사악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가 에릭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에릭은 쇼의 온갖 악행에 치를 떨면서 그를 죽이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인류를 숙청해야 한다는 그의 급진적인 사상에 서서히 물들어 가고, 찰스의 설득과는 상관없이 점점 악화되어가는 상황은 그의 변화에 박차를 가한다.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고 큰 아들이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처럼...) '살인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찰스의 말을 뿌리치고 쇼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선을 넘어선 에릭은 돌연변이들의 능력에 전율하여 그들의 말살을 꾀하는 구인류의 행태에 절망을 느끼고 새로운 투쟁의 지도자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하여 불세출의 돌연변이 혁명가 '매그니토'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에 악역으로만 등장했던 매그니토 측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특에 박힌 선악구도를 뒤집는 전복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악의 처단은 또 다른 악을 낳는다'는 비극적인 순환의 드라마를 보여줌으로써 스토리 전체에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부여하고 있다.


4. 역동적인 리듬의 연출과 균형잡힌 스타일

사실 액션영화라는 면에서 보면 본작은 그렇게 특출난 명작은 아니다. 물론 그 자체는 아주 훌륭하고 공들여 찍은 장면들이 많지만 이미 전작들에서 보여준 기발한 액션 연출에 비하면 의외로 평범한 장면이 많다. 사실 장면 자체의 임팩트만 놓고 본다면 3편의 자력으로 금문교 옮기기 액션이나 <울버린>의 헬리콥터에 점프하여 손톱찍기 액션 쪽이 훨씬 죽여준다. 브렛 래트너나 개빈 후드가 영화 전체의 완성도 때문에 욕을 먹고 있긴 하지만, 액션 연출로만 보면 일급임을 상기해야 한다. 망작 소리를 듣는 3편이나 <울버린>도 보통의 액션영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간 보내기 꽤 좋고 그점을 더 좋아하는 관객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액션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관객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서는 강약을 적절히 조정하는 연출의 묘를 살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계속해서 물량공세만 퍼붓거나 피튀기는 액션을 차례로 보여줘도 리듬 조절에 실패하면 관객은 금방 질려서 피로를 느낀다. 또한 개별 장면들이 전체 줄거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너무 돌출된 느낌을 주어 어색해질 위험도 있다. 본작의 미덕은 바로 이점에 있다. 개별 액션은 매우 수수하고 그다지 규모도 크지 않으나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캐릭터의 개성 표현과 스토리의 진행에 충분히 이바지하고 있으며, 60년대라는 배경 때문에 오히려 그 점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본작의 연출은 2편이나 3편보다는 1편에 가까우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확실히 효과적일 것이다. 의도적으로 원작과 다른 캐릭터들을 배치함으로써 주인공들 말고는 마지막까지 누가 살아남을지 예상할 수 없고, 또한 살아남는다 해도 어떤 운명의 장난을 만날지 알 수 없도록 살짝살짝 비트는 솜씨도 눈여겨볼만 하다.

매튜 본 감독의 직선적이고 풋풋한 스타일은 브라이언 싱어의 중후하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선에 충실한 스타일보다 다소 깊이가 부족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난점이 있지만, 본작이 각 캐릭터의 초보자 시절을 그려내는 '개막편'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잘 어울리는 편이다. 핵심인물인 에릭-찰스-쇼의 3각관계가 싱어 스타일로 그려지는 데 비해 새롭게 등장한 젊은 돌연변이들은 본 스타일에 가깝게 그려진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미스틱과 비스트, 훈련을 통해 통제 가능하게 된 힘을 사용하며 천진난만하게 환호하는 밴시와 해벅... 모두 사춘기 소년소녀다운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어, 극중 비중은 별로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인공들의 관계를 묘사하면서 순간순간 보여주는 사소한 개그도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효과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말하자면 본작의 성공은 영화판 엑스맨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싱어와 <킥애스>를 통해 청춘 히어로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본의 스타일이 알맞게 '균형'을 이룬 결과라 하겠다.


5. 전작을 존중하되 새로운 방향으로

아무리 도중에 요상한 방향으로 빠졌다고는 해도 이전의 엑스맨 시리즈가 없었다면 이 영화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전작 영화들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삽질을 안겨주더라도 애정어린 관심을 계속 유지해 준 팬들에 대한 예의도 갖춰야 할 터이다. 그 때문인지 본작은 전작의 비주얼이나 인물관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존중하면서도 구체적인 디테일이나 작품의 방향성 면에서는 은근슬쩍 새로운 시리즈를 지향하는 절충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에릭과 찰스가 세레브로 장치를 통해 동료 돌연변이들을 스카웃하러 다니다가 '전설의 그 남자'(휴 잭맨)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든가, 에릭을 꼬시려고 침대에 숨어든 미스틱이 풋내기라고 무시당하자 잠깐동안 성숙한 미녀(레베카 로메인)로 변신한다든가, CIA국장과 함께 찰스를 면담했다가 '아드님 때문에 걱정이 있군요'라고 지적당하고 놀라는 아저씨가 사실은 스트라이커 대령의 아버지라든가 등등 전작의 팬들을 의식한 서비스가 곳곳에 숨어 있지만, 동시에 전작들과는 아귀가 안 맞는 설정상의 충돌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자세한 것은 액화철인님의 지적IMDB FAQ 참조.) 물론 영화 내용을 갚게 파고들지 않고 대충 즐긴 뒤 잊어버릴 관객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긴 하지만 연속성을 중시하는 시리즈물에서 이 정도의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폭스 측의 확실한 기획의도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컨대 이 작품은 <007 카지노 로얄>처럼 '프리퀄을 가장한 리부트'를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작에 대해 어느정도 애정이 있고 익숙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프리퀄이라고 설명하여 납득시킬 수 있고, 동시에 전작에 대해 잘 모르는 신규 관객에게는 새로운 시리즈의 개막으로써 흥미를 돋우고 관심을 갖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매튜 본 감독은 인터뷰에서 '배트맨 비긴즈가 배트맨 시리즈에서 했던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엑스맨 시리즈에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밝히고 있긴 한데 이것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싱어나 제작사인 폭스 측의 의도와 어느 정도로 합치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뭐 프리퀄과 클래식 사이의 이런저런 설정충돌 따위는 쿨하게 개무시하고 죽어도 단일 세계관이라고 우기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 하다.) 매튜 본이 원래 3편의 감독으로 급하게 발탁되었다가 제한된 시간 안에 완성할 자신이 없어 강판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시리즈에 대한 속죄랄까 패자부활전 비스무리한 느낌도 들어서 재미있다.

어쨌든 간에 결론은 여러모로 참신하고 균형잡힌 만듦새를 보여줌으로써 휘청거리던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 무안단물같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이 노선을 계속 이어나가서 속편에서는 70년대의 공민권 운동이나 베트남전 반대운동, 80년대의 우주개발 경쟁이나 냉전 종식 등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엑스맨 유니버스의 진화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명품 시리즈로 자리잡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OTL)
by 잠본이 | 2011/06/13 10:00 | 굳세어라 거미남 | 트랙백(6) | 핑백(6)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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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의 실감나는 연기 덕분에 제법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 제이미의 선배로 나오는 올리버 플랫(&lt;2012>의 백악관 대변인, &lt;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CIA 요원), 까칠하지만 친근한 의사로 나오는 행크 아자리아(실사판 &lt;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 라이벌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나오는 가브리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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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이야말로 마블 스튜디오가 &lt;어벤저스> 프로젝트를 통해 불러일으킨 크로스오버 바람에 위협을 느낀 폭스가 나름대로의 전략을 통해 &lt;엑스맨> 구 3부작과 &lt;퍼스트 클래스>의 세계를 통합하는 거사에 착수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분명 &lt;더 울버린>을 통해 마음을 추스리고 기력을 회복한 울버 ... more

Commented at 2011/06/13 1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AGA at 2011/06/13 14:23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OTL

에 공감 100만배를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ㅠ.ㅠ
Commented by 칼슈레이 at 2011/06/13 17:39
ㅜㅜ 지못미 사이클롭스...
Commented by 우르 at 2011/06/13 15:51
속편에선 사이클롭스가 이젠 찌질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다 좋았는데 아쉬운 건 엠마를 너무 빨리 등장시켰다는 정도? 엠마는 후속작에서도 오래오래 보고 싶은데 말이죠. 근데 그러면 나이가...
Commented by 칼슈레이 at 2011/06/13 17:39
어벤저 프로젝트의 코스믹 큐브가 있으니 시공간 조절로 나이를...(?!혹은 매그니토 딸내미 스칼렛 위치의 능력으로....;;;)
Commented by ddd at 2011/06/13 21:19
만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떡밥인데
엠마 프로스트는 언제나 젊은 여자로 나오죠
텔레파시능력으로 자기 본래 본모습을 조작해서 보여주는 걸로 알고 있음
Commented by 에로거북이 at 2011/06/13 18:28
저도 옛날 007 풍 나는 게 너무나 유쾌했었습니다.
특히 리메이크 <카지노 로얄>의 그 '생계형 못생긴 악당' 말고,
자신감과 간지가 철철 넘치는 카리스마 짱 악당 - 그에게 있어 지구 전체의 정복을 노리는 스케일은 (당연히) 기본- 세바스챤 쇼우 가 정말 멋졌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듀얼콜렉터 at 2011/06/13 18:29
오늘 두번째로 보고 왔는데 그래도 재미있더군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lukesky at 2011/06/13 20:28
그리고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OTL (2)
아흑, 진짜 제발 사이클롭스좀...ㅠ.ㅠ 오죽하면 싱어씨가 사이크 안티라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아, 흑.
Commented by NIZU at 2011/06/13 22:09
저도 즐겁게 봤습니다.
세바스찬 쇼우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물론 에릭두요.. ^^
Commented by 쿠란 at 2011/06/13 22:31
저 시리즈에서 사이클롭스는 '어차피 죽을 놈'이라서 꿈도 희망도...
Commented by cozet at 2011/06/14 01:08
저도 사이클롭스는 제가 완소하는 제임스 마스던인줄도 잘 몰르고 보내던 시절이;; 눈을 당최 볼수가 없어서말이죠; 좀 다른 의미로 저는 좋아하는거긴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그 캐릭터에 몰입이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피피앙 at 2011/06/14 07:38
그리고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3333333
싱어형님은 제임스 마스덴 빠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사잌은 왜 괴롭히냐며. ;ㅅ; 좋아서 괴롭히는 건지도요.
이 영화는 정말 포기하고 있던 엑스멘 시리즈에 다시 불을 지펴준 고마운 작품이지 말입니다. ... 사잌만 한번 더 나와주믄 더 이상 바랄 게 없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11/06/14 12:55
그리고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OTL(4)

랄까 진이랑 알콩달콩해하는 모습좀 시원하게 보여줬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흑흑.
Commented by 플로렌스 at 2011/06/14 23:05
정말 패자부활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최고!
Commented by 시무언 at 2011/06/15 11:22
일부에선 찰스가 텔레파시 능력자라 인간의 구린 면도 많이 봤을텐데 그런 면이 부각안되서 아쉽다라는 평이 있더군요. 물론 깔끔하게 가지치려면 에릭 한명의 시각에 집중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찰스쪽 시각도 많이 부각하고 에릭쪽도 부각하다보면 이도 저도 안됐을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1/06/15 14:24
퍼스트 클래스를 보고 와서 다시 이전 시리즈를 보고 재관람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고 말이죠.

후속작을 만들고 있다는데, 그때는 왜 프로페서 X가 대머리가 되었는지를 다뤄줬으면 하는...ㅋㅋ (그땐 제임스 맥어보이는 아니겠죠;ㅁ;)
Commented by 퍼그 at 2011/06/17 00:51
와~~~정말...열심히 꼼꼼히 정독 했습니다.
헷갈렸던 부분에 대해 공부가 됩니다.^^
Commented by 에규데라즈 at 2011/06/17 13:02
그리고 제발 사이클롭스 좀 제대로 활약하게 해줘 이놈들아! OTL(5)

자꾸 그러면 케이블 & 퍼니셔 & 블레이드 진상 -헌터-팀 보낸다!! ;ㅅ;
Commented by 달공 at 2011/08/05 08:56
잠본이님!!!! 리뷰 정말 잘 쓰셨네요ㅠㅠ 제가 이번에 팬들과 함께 엑스맨 리뷰북을 제작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좋은 리뷰와 글들을 가득 넣어서 양질의 책을 만들고 싶어서 오늘부터 티스토리와 이글루스, 블로그를 중심으로 리뷰를 찾아보고 있습니다ㅠ 잠본이님의 멋진 리뷰를 실는다면 훨씬 더 좋은 컨텐츠와 양질의 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리뷰를 싣어도 좋을까요?ㅜ 좋은 답변을 기대해볼께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8/19 13:42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덧글로 얘기하긴 좀 그러니 zambony@hanmail.net 으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auxo_ at 2012/03/20 00:35
5번 정말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엑스맨 시리즈는 정말 싫어라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 호불호가 확 바뀌어 버렸네요.

이대로 매튜본 감독이 계속 메가폰을 잡으면서 명작 시리즈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말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3/20 22:50
다음편은 어떻게 만들지 기대 반 불안 반이죠. 칭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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