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한나
★촬영지: 2호선 방배역★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어릴 때부터 철저히 세상과 격리되어 아버지로부터 지옥훈련을 받은 소녀 고수가 어머니의 원수를 해치우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떠난다...는 컨셉은 솔직히 서양 첩보액션물보다는 중국 무협지에 더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여러모로 관심을 끌 만한 아이템인 것은 틀림없다. 실제 영화가 그러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까지 충족시켜 주고 있는가가 문제인데, 몇몇 부분은 신선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반복적인 훈련과 (나중에 밝혀지는) 천부적인 체질 덕분에 맨손으로 덩치 큰 어른들을 두들겨패고 사막이나 눈밭같은 극한 지역에 떨궈놔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궁극의 살인병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어린 시절이나 가정 생활을 전혀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깥 세상에 대한 것은 아버지가 읽어준 백과사전에 들어있는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나 상식이란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한 핸디캡 아닌 핸디캡을 안고 있는 주인공이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차차 감정이란 것에 눈을 뜨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정상인인 주인공이 비정상의 세계에 말려들어 혼란을 겪는 도식을 거꾸로 뒤집어서 비정상인 주인공이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종보스가 왠지 하트의 여왕스러운 행각을 벌이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 어머니가 물려준 동화책이나 후반부의 버려진 유원지 장면 등을 생각해 보면 그림동화의 패러디일 공산이 더 크지만)

-또한 '사냥꾼'으로서 원수를 추적하는 동시에 '사냥감'으로서 자기의 말살을 노리는 악당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하는 주인공의 처지에 맞추어, 현란한 카메라워크와 정신을 쏙 빼놓는 전자음악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음 보는 세상에 매혹되기도 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우직하게 따라가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영국의 유명한 일렉트로니카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가 전면적으로 참가한 사운드트랙은 이 영화의 심장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극의 구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점은 딱 거기서 끝이고, 관객이 보통 기대할 법한 액션 스릴러로서의 측면에서는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일단 주인공의 격투 장면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흔들고 박력있는 음악 좀 까는 걸로 얼버무리는 식이라서 '뭔가 휙 지나가고 와다다다 주고받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방이 쓰러져 있더라'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라는 주인공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극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이해할 만 하지만 이래서야 위기감도 긴박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어떻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번에도 이겼군'이라는 심드렁한 느낌밖에 남지 않으니 큰일이다. (차라리 중간에 아버지역의 에릭 바나가 보여주는 액션 쪽이 훨씬 정석에 가까워서 호쾌한 느낌이 드는데 뭐 이쪽이야 다 자란 성인남성이니 이 정도도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거겠고 OTL)

-거기에 더하여 스토리 자체가 주인공의 (아주 세심하게 따라기지 않으면 잘 알아차릴 수 없는) 내적인 변모와 최종보스에 대한 복수라는 아주 단순한 레일을 따라 직선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도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주인공의 신체에 대한 비밀은 중반부터 아주 대놓고 복선을 깔아주는데다가 그것이 클라이막스 직전에 밝혀졌을 때의 충격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라서 '아 진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느낌이 앞선다. (물론 주인공 본인은 꽤 충격을 받은 눈치지만 관객이 거기에 공감할 수 있는가는 별개 문제다.) 중반에 민간인 가족과 만나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게 이어지다보니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의 얼개를 빌어와서 바깥 세상을 처음 접하는 무균질 소녀의 경이로운 성장을 그려낸 한 편의 영상시(詩)에 가깝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각각 다른 대상물에 대한 주인공의 공통된 행위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산문으로 생각하면 약간 작위적이다 싶지만 서정시의 수미쌍관 기법으로 이해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배우들의 열연과 각국의 풍물을 담아낸 영상, 그리고 멋진 음악이 그러한 시적 분위기를 한껏 살려놓고 있는 건 좋은데 안타까운 것은 거기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관객이 주목하게 되는 액션이나 스토리 부분이 너무 헐거워졌다는 점이다. (하기야 <어톤먼트>의 감독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액션은 포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스토리마저도 이렇게 2% 부족한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특이한 영상미나 성장영화로서의 구도에 관심이 있는 관객에겐 권할 만 하나, <솔트>나 <킥애스>처럼 화끈번쩍한 액션 헤로인을 기대하고 간다면 피보기 딱 좋은 영화라고 하겠다.


ps1. 스팔코동무(가명)는 그냥 드라마에 나오면 좀 봐줄만 한데 꼭 이런데서 악역으로 나오면 끝이 안 좋구만... 뭔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를 쫓아서 동분서주하며 치사한 짓도 마구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시to the망 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긴 주인공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는 인물이니 꼭 그게 안 좋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ps2. 주인공의 외할머니는 독일어밖에 못하는 것 같은데 주인공 어머니가 이분께 보낸 카세트 편지는 왜 다 영어로 녹음되어 있는겨? OTL

ps3. 사실 시얼샤 로넌은 <어톤먼트>에서 나왔을 때가 여기에서보다 더 파괴력이 있는 것 같다. 거기서는 액션도 전혀 안 하고 그냥 세치 혀만 놀려서 두 사람의 인생을 말아먹잖아 OTL

ps4. 아무리 생각해도 중반에 용병들이 주인공 쫓아왔을 때 민간인 딸래미가 별로 큰 시간차 없이 뒤따라와서 멍하니 싸움구경하는 부분은 이해가 안 됨. 다른 부분은 납득이 잘 안 가더라도 그나마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데 여긴 진짜 어색한게 꼭 이 장면만 2반 감독에게 맡겨서 따로 찍은 것 같단 말이지 OTL

ps5. 출연진은 진짜 엄청난 사람들로 채워져 있음. 최종보스는 엘리자베스 여왕 겸 갈라드리엘이고 주인공 (양)아버지는 2대 헐크 겸 헥토르, 휘파람 부는 용병 아저씨는 카리브해에서 잭선장과 맞장뜨던 무역상인, 민간인 부부는 엑스맨 3의 X교수 친구 박사와 실사판 젠틀맨리그의 지킬박사야! 뭐야 이 인간들! 조연이 주인공보다 더 무서워!

ps6. 무어라? 퍼펙트 솔저를 만들려는 계획... 그렇다면 저 애의 본명은 사실 키리코 큐...(제거당한다)
by 잠본이 | 2011/04/28 23:28 | 시네마진국 | 트랙백(2)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6359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11/04/29 00:31

제목 : '한나' 두줄 감상
마리사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나의 정상적인 어린 시절입니다. ps. 뭔가 독해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야릇한 상상이 가능한 문구가 나와버렸군 OTL 제대로 된 감상은 좀 나중에 기분 내키면 쓸지도?...more

Tracked from Different Ta.. at 2011/06/15 18:41

제목 : 한나 (Hanna, 2011)
. 한나 감독 조 라이트 (2011 / 미국,독일,영국) 출연 시얼샤 로넌,에릭 바나,케이트 블란쳇 상세보기 ★★★☆☆ (2005), (2007), (2009)에 이은 조 라이트 감독의 네번째 장편 영화다. 시대극과 드라마로 알려진 감독이신데 갑자기 16살 나이의 소녀 살인병기가 등장하는 총기 액션물이라니,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의아하다는 생각을 갖고 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조 라이트 감독.....more

Commented by 트로와바톤 at 2011/04/29 10:25
리뷰 잘봤습니다. 한나가 개봉전엔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생각보다실망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역시 액션신이 문제가 됐던 모양이군요...

PS. 주인공의 격투 장면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흔들고 박력있는 음악 좀 까는 걸로 얼버무리는 식이라서 '뭔가 휙 지나가고 와다다다 주고받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방이 쓰러져 있더라' ->이 부분에서 모 제작사와 모 감독이 생각났지만 뭐 넘어갑시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4/30 15:12
사실 액션도 대충 기본빵은 하는데 진짜 스토리가 뒤로 갈수록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내가 하고싶은거 할뿐이고'라는 느낌이라 눈물이...
Commented by 훔바바 at 2011/04/30 04:20
인류학 전공한 친구 엄마가 얘기하는 인생관은 은근히 60년대 히피 시대와 뉴에이지 사상 냄새를 풍기는것 같고
중간중간 연극의 모노드라마 비슷한 연출도 나오더군요.

감독이 처음부터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4/30 15:27
그걸 갖고 일반적인 상업영화처럼 마케팅을 해놓았으니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 실망안할수가 없는거죠 OTL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