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데 출입문에서 가까운 좌석 측면 공간에 짐을 내려놓고 서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짐을 기대놓을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퇴근시간에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므로
가능한한 출입문 근처에서 기다리는 편이 하차할 때 덜 번거롭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역에서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알 수 없는 소년 하나가 올라타더니
아주 유연한 동작으로 팔다리를 꾸물거리며 내 앞으로 끼어들어 좌석 측면 공간을 차지하고
그 덕분에 나는 무지하게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밀려나는 꼴이 되어버렸다.
분명 내 발치에 짐도 놓여있는데 그걸 못본 척하고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을 뒤로 밀어내다니
정신이 나간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눈이 나쁜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열받아서 한마디 하려다 진짜로 미친 놈이면 내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
조용히 내 짐만 빼내어 다른 칸으로 옮겨타고 쓰린 속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엔 나같이 싸우기 귀찮아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닌데 과연 저렇게 살아도 괜찮으려나?
ps. 저 제목을 보고 왠지 익숙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당신은 인켈 세대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