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스타퀘스트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류의 운명이 경각에 달하자 지구연방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줄 행성 '트라이아드'를 향하여 각국의 정예 승무원들로 구성된 탐사대를 파견한다. 우주선이 트라이아드 근처에 접근하면서 컴퓨터가 냉동수면 중이던 대원들을 깨운다. 하지만 그들은 각성 직후 선장이 기계 고장으로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부선장인 홀리스가 지휘를 대행하게 되지만 그 역시 지구에서 송신된 극비 파일을 열람한 뒤 '가족들 곁으로 가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연속되는 불행에 곤혹스러워하던 대원들은 의심과 불안에 빠져 초조한 나날을 보낸다. 홀리스가 죽기 전에 들여다 본 극비 파일의 내용에 뭔가 힌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지노비츠는 새로 지휘관이 된 자마드 몰래 컴퓨터를 해킹하여 그 내용을 찾아보는데...

릭 제이콥슨이 감독한 1994년작 SF영화. 사반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뉴 콩코드사가 배급을 맡았다. 원제는 <최종 항해(Terminal Voyage)>이며 1995년경에 미국 TV에서 방영될 때 사용한 제목이 <스타퀘스트(Starquest)>이다. B급영화의 전설로 자리잡은 로저 코먼이 제작에 참여했다. 2004년에 미국에서 <스타퀘스트>라는 제목으로 DVD 출시되었다. 상반신 노출 장면이 2회 나오기 때문에 R등급(국내 비디오 출시시 '미성년자 관람불가')을 받았으나 사실상 별 의미없는 장면이고 그렇게 야한 편도 아니다. 같은 제작사에서 1997년에 <스타퀘스트 2>라는 영화를 만들었으나 이 영화와 내용상 관련은 없는 것 같다. 출연한 배우들도 그렇게 눈에 띄는 편이 아니지만 <뮬란>의 성우나 실사판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 역으로 익숙한 밍나 웬이 주연들 중 한 명으로 출연하고 있다.

표면상 우주개척을 소재로 한 탐험물을 가장하고 있으나 그 실체는 폐쇄공간에 고립된 승무원들이 연이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한정된 세트를 배경으로 7명도 채 안 되는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만 줄창 나누기 때문에 화려한 특수효과나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 게다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미스터리 자체도 꽤 엉성하고 끝에 가면 어차피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에게 참담한 배신감을 안겨준다. 캐릭터들은 이런 식의 우주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형으로 채워져 있으며 연기는 다들 평균 정도는 하지만 특별히 주목을 받을 만한 명장면이나 명대사는 거의 없다. 내용이나 스케일 면에서 볼 때 제대로 된 극영화라기보다는 저예산 TV영화이고, 잘 봐줘야 <환상특급>류 옴니버스물의 한 에피소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선가 본 듯한 SF설정들이 아주 당당하게 (그리고 대부분 아주 조악하게) 복제되어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미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승무원들이 다양한 혈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어차피 <스타 트렉> 시절부터 이어져 온 클리셰이고, 같이 냉동수면에 들어갔던 사람들 중 한두 명이 살아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전개는 <혹성탈출>이나 <불새 우주편>에서 잘 써먹었다. 좁은 복도나 답답한 선실로 구성된 우주선 세트에서 미지의 공포에 시달리는 승무원들이라는 구도는 <에일리언>의 짝퉁 혐의를 받기도 한다. (결국 본작에선 우주괴물 같은 건 안 나오지만) 인간으로 위장하고 인간들 속에 섞여있는 기계인간은 <터미네이터>, 그 기계인간이 모종의 임무를 띠고 승무원을 방해한다는 전개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 인공지능을 연상케 한다. 승무원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현실 기계는 너무 우주선만 줄기차게 보여주면 지루할까봐 의도적으로 넣은 것 같은데, 일부 장면은 다른 로저 코먼 영화에서 찍어두었던 장면을 재활용한 것이다.

사실상 장르가 스릴러인 만큼 캐릭터들의 인물상 구축과 대화를 통한 갈등 표출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안타깝게도 그 점에서는 합격했다고 보기 어렵다. 침착한 리더 타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남), 권위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다혈질 러시아인(여), 부드럽고 유쾌한 성격의 프랑스인(남), 조용한 성격에 가족지향적인 의료담당 중국인(여), 냉철하고 다소 위압적인 성격의 중동인(남), 인간미가 전혀 없는 일중독 영국인(여)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나오며 각각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갈등의 요소는 충분하지만 그걸 제대로 살리기에는 각본이 너무 허술하며 연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상의 히어로인 코카서스계 미국인(남)의 성격이 분명치 않고 다른 이들에 비해 별로 역할도 없다는 것 또한 마이너스 요소.

SF팬의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결말부분의 처리다.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그들이 인식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는 식의 반전이 2중으로 준비되어 있는데, 주인공들 중 일부는 결국 역경을 뚫고 끝까지 살아남지만 그들 앞에 펼쳐지는 것은 기대했던 신천지가 아니라 꿈도 희망도 없는 불안정한 미래라는 것이 씁쓸하다. 이 부분은 잘만 연출했으면 꽤 임팩트가 강한 장면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너무 밋밋하게 처리해서 영 마땅치가 않다. 조금 더 대사를 보강하여 복선을 교묘하게 깔아두거나 약간 더 설득력 있는 연기를 통해서 감성적인 충격을 주었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그냥 스케줄에 쫓겨 후다다닥 만들었는지 별다른 감흥 없이 정해진 얘기만 후루루룩 해버리고 '이제 그만~'을 외치는 꼴이다.

말하자면 이미 <스타 트렉> 신 시리즈나 <바빌론 5> 등의 걸출한 드라마들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데다 영화 쪽에서도 닳고 닳을 정도로 써먹은 클리셰들을 대충 때려넣고 자기들 딴에는 기발하겠다 싶은 미스터리 요소를 얼기설기 연결해서 어찌어찌 만들기는 했는데 디테일에 대한 배려나 무성의한 각본 때문에 '아 망했어요'가 되어버린, 그런 영화다. 70년대나 80년대 초에 나왔더라면 '그럴싸한데?'라고 느낄 만한 요소들이 그득하지만 90년대 이후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인데, 그나마 연출도 연기도 지극히 평범한지라 도무지 즐길 포인트를 잡을 수가 없다는 소리다. (하기야 우주선이랍시고 하루종일 같은 세트에 들어앉아 있으면서 무중력 표현이 전혀 안 나오는 건 둘째치고, 분명 산소가 한정되어 있을 텐데 그런 거 전혀 걱정 안 하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무신경한 영화에서 뭘 기대하리오.)

추천해주신 천용희님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이 영화는 괴작이 아닌 그냥 '못 만든 영화'일 뿐이다. 단지 그걸로 끝이다. (괴작은 웃고 떠들며 마구 씹는 맛이라도 있지만 이건 진짜 지루할 따름... 차라리 같은 아이디어라도 소설로 쓰는 게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참고 링크*
http://en.wikipedia.org/wiki/Terminal_Voyage
http://www.amazon.com/dp/B00004RS0S
http://www.amazon.com/gp/product/B0001KNHQ8/
http://www.flixster.com/movie/star-quest
http://tv.nytimes.com/show/62026/Star-Quest/overview
http://monsterhunter.coldfusionvideo.com/2011/03/star-quest-1994/
by 잠본이 | 2011/03/20 22:13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60587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천용희 at 2011/03/20 23:56
추천이 아니라 던져드린 셈이죠...(원래 젠나님 단독 덤터기였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죠...-_-;;;)

언제 좋은 SF영화 하나 건지면 이 상황을 갚아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11/03/21 12:31
코먼이 맡기엔 예산이 너무 많았던듯.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11/03/21 23:18
제목은 그럴듯 한데 말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