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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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TAS 10주년 : 존 셈퍼 인터뷰
John Semper on "Spider-Man": 10th Anniversary Interview

존 셈퍼 주니어(John Semper Jr.) - 미국의 각본가 겸 프로듀서.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즈니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 한나바베라 프로덕션 등의 거물 프로덕션을 위해 다수의 어린이용 TV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참가했다. 1994년판 <스파이더맨>에서는 5화분을 제외한 전 에피소드의 각본과 스토리 구성, 프로듀스를 맡았으며, 같은 마블 애니메이션 세계관의 작품인 1996년판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도 2화분의 각본을 집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와 <마녀 배달부 키키>의 영어판 각본을 담당했으며, 셜록 홈즈의 패러디 캐릭터인 '셜록 위핏(Sherlock Whippet)'이 등장하는 오리지널 동화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최근작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인터넷용 호러 코미디 <크리포리아>.

Q: <스파이더맨 :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의 프로듀서 겸 스토리 구성을 맡게 된 계기는?

A: 폭스 네트웍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방영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엄청난 반향이 있었죠.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해하려면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폭스는 당시 어린이용 TV채널의 최강자였고 거기서 대박 프로그램을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어린이 TV 프로듀서들의 꿈이었어요. 마블 코믹스는 당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결국 그게 절정에 이르러 파산신청을 할 정도가 되죠. 마블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뭔가 대책이 필요했어요.

요즘은 할리우드의 거물로 활동 중인 아비 아라드(Avi Arad)도 그때는 이름없는 완구 제조업자에 불과했는데, 그의 회사인 토이비즈(Toy-Biz)가 모든 마블 캐릭터의 완구 및 액션 피규어 판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라드는 회사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마블 캐릭터들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노출시키는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마블 필름즈 애니메이션(Marvel Films Animat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어요. 우리는 궁극적으로 모든 마블 캐릭터를 영상화하고 아라드는 거기에 연동된 완구를 제조, 판매하여 큰 돈을 번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이하 TAS)는 아라드의 첫 번째 대규모 TV 진출이었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었죠. 토이비즈는 당시 출시 예정이었던 신생 마블 토이 시리즈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고, 연관된 모든 투자자들이 큰 도박을 하는 셈이었어요. 판돈이 꽤 큰 도박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폭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소니의 실사영화가 수년 뒤 나올 계획이다 보니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굉장히 큰 일이 되어버렸죠. 너무나 중대한 일이라 저 같은 보통 사람이 맡기에는 솔직히 벅찰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맡기기 위해 워너에서 <배트맨>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에미상을 수상한 천재 프로듀서를 영입할 예정이었죠.

그러나 그 인물과의 협상이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고, 어느 날 갑자기 스탠 리가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는 그해 초에 마블 프로덕션(Marvel Productions)이라는 별도의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일을 했었기 때문에 스탠과는 구면이었죠. 만약 제작진이 문제의 프로듀서와 계약하지 못할 경우 대신 스파이더맨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저는 당시 PBS에서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지만 <스파이더맨>에 참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죠. 누가 그런 기회를 마다하겠어요? 며칠 후 스탠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다른 사람과 계약이 성사되어서 이젠 자네가 나설 필요가 없겠네'라고 알려왔죠. 저는 신경써 줘서 고맙다고 답하고는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난 후에 스탠이 또 다시 전화를 걸어왔어요. 긴급사태가 벌어졌다는군요. 그 다른 프로듀서가 기획을 마무리짓지 못해서 결국 그를 해고하게 되었다는 얘기였죠. 스탠은 저에게 대타를 맡으라고 지시했고 그의 결정을 거스를 수는 없었죠. 덕분에 저는 생각지도 못하게 스파이더맨 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황급히 말이죠.

알고 보니 그 여러 달 동안 각본도 전혀 완성되어 있지 않았고 제작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너무 기니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냥 '거의 가라앉기 직전의 난파선을 물려받았다'는 정도로만 해 두죠.

Q: TAS 이전과 이후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그랜트레이-로렌스 스튜디오가 제작했고 랄프 박시도 참여한 바 있는 1967년판 <스파이더맨>은 ABC에서 프리미어 방영을 할 때 보았는데 좀 싼티가 나긴 했지만 당시 TV에 나오던 다른 프로그램들보다는 훨씬 멋지다고 느꼈어요. TAS를 준비하기에 앞서 그 시리즈를 VHS 테입으로 다시 돌려봤는데 퀄리티가 상상 이상으로 허접해서 놀랐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도 최첨단에 속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놀라운 친구들>은 그냥 안 보고 제꼈습니다. 방영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매회 챙겨볼 정도로 관심을 갖지 않았거든요. 아마 여자애들과 사귀거나 뭐 그런 것 때문에 바빴던 거겠죠. 역시 TAS를 준비하면서 이 시리즈도 한 편 정도 시청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찾아보지 않고 그만뒀습니다. 이 시리즈와 연관된 다른 <스파이더맨> 카툰에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물론 각 시리즈마다 열성팬이 있는 건 알지만 저는 그런 부류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원문에서는 81년판 <스파이더맨>이 <놀라운 친구들> 이후에 나온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실은 그 반대. 셈퍼 씨가 착각한 듯.)

니콜라스 해먼드가 주연을 맡은 실사 TV드라마도 봤는데 정말 지겹더군요. 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실사판 <스파이더맨>은 바보스럽지만 재미있었어요. 스파이더맨이 무려 거대 로봇을 몰고 싸우는 이야기인데 이 아이디어는 TAS의 마지막 스토리에서 스파이더맨이 평행세계를 방문했을 때 써먹었죠. 그 세계에 사는 피터 파커는 우리의 피터보다 훨씬 잘 살고 성공한 기업인인데 거대 로봇을 소유하고 있다는 설정이지요. (*다만 문제의 '로봇'은 대사로만 언급되고 실제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음)

TAS 이후에 나온 두 가지 시리즈에 대해서는... <스파이더맨 언리미티드>는 완전 쓰레기예요. 미술설정도 각본도 제작도 하나같이 개판이라, 정말 끔찍하더군요. 그 후의 MTV 시리즈는 비주얼은 괜찮았지만 각본이 신통찮았죠.

이유야 어쨌든 간에 마블이 TAS 이후로 정말 성공적인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스펙태큘러 스파이더맨> 제작 이전에 행해진 것임.)

Q: 당시의 완구 전개가 얼마만큼 작품의 스토리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A: 아비 아라드는 TAS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완구 CM으로 만들 작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그 생각에 맹렬히 반대했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죠. 어느 시점에는 거의 해고당하기 직전까지 갔어요. 마침내 우리는 합의점에 도달했고 아비도 작품이 괜찮으면 완구는 저절로 팔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었어요. 저는 물론 진짜 괜찮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요. 그래서 우리 사이의 충돌은 점점 잦아들었지만, 아비의 관점에서 이 시리즈는 여전히 하나의 거대한 완구 CM이었죠.

완구 시리즈는 당연히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비의 부하직원들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번에 이 캐릭터를 완구로 발매할 예정이니 작품에 등장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도 일상다반사였죠. 하지만 그들이 항상 공손한 태도로 부탁했고 저도 붙임성 있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큰 갈등 없이 원만하게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제 스토리가 완구 쪽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비는 마담 웹의 출연에 대해 격하게 반대했지만 저는 그녀가 저의 웅대한 최종 스토리라인에 딱 어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에 등장시키게 해 달라고 고집을 부렸죠. 아비는 '거지같은 늙다리 할멈'을 갖고 어떻게 남아용 완구를 만드냐고 투덜거렸지만 결국 저는 제 고집대로 그녀를 등장시켰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 진짜로 마담 웹 완구가 출시되었어요! 저도 하나 구해서 지금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렇게 스폰서와 싸워가며 작품의 원래 의도를 보호하는 저 같은 사람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될까를 알고 싶다면 <스파이더맨 언리미티드>를 보세요. 진짜 창작의 번득임은 찾아볼 수도 없는 완구 CM일 뿐이니까요. 논의할 가치도 없죠. 그러나 아비는 결국 그 시리즈에서는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갔고, 그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Q: TAS에는 수많은 마블 히어로들이 게스트 출연하는데 스핀오프 전개를 염두에 둔 경우도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기획이 진행되었나요?

A: 다른 히어로의 게스트 출연은 제가 그들 전원에 대한 사용 권한을 행사하여 마음껏 놀아제낀 결과입니다. 마치 사탕가게에 들어간 어린이가 이것저것 갖고 싶은 사탕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죠.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인 닥터 스트레인지와 블레이드는 꼭 최초로 애니메이션에 등장시키는 영광을 누리고 싶었어요. 엑스맨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했고요. 의도적으로 스핀오프를 염두에 둔 캐릭터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비와 그의 2인자인 매트 에델만(Matt Edelman)은 제가 작성한 각본이나 개요를 가져가서 다른 TV시리즈나 단막극 아이디어를 업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사용했죠. 만약 제가 블레이드를 TAS에 등장시켜서 아비의 주의를 끌지 않았더라면 <블레이드> 실사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Q: 당시 코믹스에서는 데어데블의 적수였던 킹핀이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죠? 그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A: 제가 처음 원작을 접한 1960년대에는 킹핀이 스파이더맨과 적대하는 캐릭터였어요. 데어데블과 킹핀을 라이벌로 묶는 구도는 그보다 훨씬 나중에 나왔고 아직도 저 자신은 그 설정을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구도 덕분에 킹핀을 매개로 삼아 대단히 멋진 데어데블-스파이더맨 크로스오버를 보여줄 수 있었죠.

Q: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에피소드와 최악의 에피소드는?

A: 두 편만 빼고 다 좋아합니다. 각 편마다 제가 그걸 영상화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된 요소가 들어있지만 그걸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지면이 모자랄 테니 이만 하도록 하죠.

가장 싫어하는 두 편은 홉고블린이 등장하는 2부작입니다. 저보다 먼저 참가했다가 해고된 전임 프로듀서의 아이디어 중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린 고블린 대신 홉고블린을 먼저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비는 그 초기안을 베이스로 삼아 엄청난 양의 홉고블린 완구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제가 TAS에 참가했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임박한 완구 발매 스케줄에 맞춰 홉고블린 등장편을 구상하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었죠. 결국 최종본에서는 노먼 오스본이 먼저 홉고블린에게 무기를 제공한 뒤에 자기가 그 무기를 사용하여 그린 고블린이 되는 식으로 땜질했는데, 나쁘지 않은 대처였어요. 하지만 홉고블린이 처음 나오는 2부작은 오로지 완구를 팔아먹기 위한 시간낭비에 불과합니다. 이 두 편은 각본을 쓸 때는 물론 전파를 탔을 때도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합니다. 홉고블린은 너무 지루해요.

Q: <배트맨>처럼 비슷한 시간대의 프로그램들은 검열 대상이 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TAS는 검열이 그렇게 심했죠?

A: <배트맨>이나 <파워레인저> 같은 프로그램에서 내보낸 폭력묘사가 심각한 사회적 반발과 검열 문제를 불러일으켰고 바로 저희가 그 타이밍에 딱 걸렸던 거죠. 그후 배트맨은 새로 설립된 WB 네트웍으로 이동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았지만 폭스에서는 그런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Q: 당시 기획중이던 제임스 캐머론의 실사영화 버전과 TAS는 어느 정도로 충돌하나요?

A: 글쎄요. 저는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성스럽고 위대한 초특급 비밀문서', 즉 캐머론의 영화 기획서를 읽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매트나 아비 같은 귀하신 몸들만이 그걸 읽어볼 수 있었죠. 그 잘난 문건이 지금은 어딘가의 쓰레기 처리기나 매립지에서 평안하게 썩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 위안이 되는군요.

일단 일렉트로와 샌드맨은 영화에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TAS에서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제작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자, <여섯 명의 잊혀진 용사들> 스토리라인에서 보란 듯이 일렉트로를 출연시켜 버렸죠. 으하하하 맛이 어떠냐, 제임스 캐머론!

Q: 첫회에 스파이더맨의 탄생비화가 나오지 않은 것도 영화 때문에 금지된 결과라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A: 기억이 안 나는군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어차피 탄생비화는 첫회에서 다루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시청자들도 웬만큼 다 아는 얘긴데 그걸 썼다간 스토리가 너무 뻔해지죠. 저는 이 시리즈를 항상 예측 불가능한 존재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Q: 시리즈 후반에 스파이더맨이 뛰어다니는 스케일이 우주급으로 불어난 이유는?

A: 그건 제가 결정한 사항입니다. <시크릿 워즈> 스토리를 사용하기에 딱 좋았거든요. 게다가 스파이더맨이 궁극적으로 '모든 시공연속체'를 지켜낸다는 아이디어도 제가 떠올린 것이죠. 그보다 더 영웅적인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Q: 폭스의 악명 높은 가이드라인 때문에 등장시키고 싶었으나 못 내보낸 캐릭터도 있나요?

A: 없습니다. 베놈이나 카니지처럼 매우 극단적인 녀석들도 출연시켰죠. 가이드라인을 현명하게 피해 가는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했거든요. '죽인다'(kill)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어서 대신 '없애버린다'(destroy)를 사용한다거나,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고 '차원 이동기'(dimensional transporter)에 빨려들어가는 장면만 보여준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죠. (*극중에 등장하는 총기들이 전부 실탄이 아닌 광선만 줄창 쏴대는 이유도 제작진이 특별히 SF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전설이...)

원래 고스트 라이더가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스토리를 기획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대가 컸던 에피소드였죠. 그런데 그 당시 아비는 고스트 라이더를 UPN에서 시리즈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고, 폭스는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할 시리즈를 홍보하는 짓 따위는 못한다'며 노발대발했죠. 하지만 아비의 거의 모든 호들갑이 그렇듯이 그 시리즈 자체가 한때의 꿈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저는 결국 제작되지도 못할 스토리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느라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었습니다. 당시 아비는 폭스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연발했는데, 결국 그것이 TAS의 조기 종결로 이어지죠.

Q: <스파이더맨 언리미티드>에 자문을 제공하신 적이 있나요?

A: 맙소사, 아닙니다. 물론 안했죠. 당시 저는 TAS에서 너무 많이 충돌한 탓에 아비에게 '달갑지 않은 녀석'으로 찍힌 상태였죠. 그는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는 사람이 스토리 구성을 맡아주길 바랐어요. 그리하여 사상 최악의 스파이디 카툰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Q: TAS 방영 당시 블레이드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이너 캐릭터였죠. 혹시 그의 등장이 <블레이드> 실사영화의 기획과 연관이 있습니까?

A: 그 당시에는 아직 블레이드 영화화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어요. 보시다시피 저도 흑인이고 그 친구도 흑인인지라, '이 멋진 흑인 히어로를 사상 최초로 영상에 등장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죠. 그건 순전히 제 결정이었고 그걸로 끝입니다. 사실은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블레이드의 TAS 등장이 오히려 아비에게 영감을 주어 블레이드 실사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제가 TAS를 제작하던 당시에는 마블이 할리우드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킹왕짱 제임스 캐머론조차도 결국 스파이더맨 실사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요.

Q: 만약 TAS가 계속되었더라면 이차원으로 사라진 노먼 오스본이 재등장하여 해리로부터 고블린 자리를 되찾았을까요?

A: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확정된 계획은 없었어요. 다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부러 상상의 여지를 남겨 뒀죠.

Q: 원작에서 스파이더맨의 클론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오래 끈 감이 있는데, TAS에서 같은 소재를 갖고 그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까대는 것에 대해 마블이 아무 말 않던가요?

A: 전혀요. 마블 코믹스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자 전원이 해고되거나 해고되기 직전이었거든요. 그들은 제 시리즈에 관해서 어떤 통제권도 갖지 못했고, 오로지 자기들 일자리만 걱정했죠. 결국 무사히 살아남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요.

Q: <여섯 명의 잊혀진 용사들> 스토리라인에서 1940년대 타임리 코믹스 시절의 히어로들을 부활시킨 것은 누구 생각인가요?

A: 그것도 순전히 저의 누추한 상상력에서 떠오른 발상입니다. 그 에피소드를 준비할 때는 마이크로필름으로 옛날 코믹스들을 조사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Q: TAS의 DVD 발매 형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아주 불쾌합니다. 현재처럼 일부 에피소드만 뽑아서 내놓지만 말고 전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완전수록한 DVD박스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전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부록으로 넣어주는 것도 제 시리즈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 같아서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탠을 아주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솔직히 그는 제 시리즈의 내용에 대해 전혀 한 것이 없는데 어째서 사람들이 계속 스탠만 찬양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원문은 'I’m wondering why he’s in there at all'인데 그대로 옮기면 스탠의 출연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 것처럼 보이나 바로 다음 질문에서 답한 내용과 모순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 의역.)

Q: 마블 필름즈가 원래 주문한 편수는 전 65화였는데, 어째서 스파이디와 진짜 MJ가 재회하지 못한 채 스파이디가 차원의 틈을 영원히 헤매는 데서 끝나버린 건가요?

A: 전에 다른 데서도 말했듯이, 피터 파커가 자기의 창조주인 스탠을 만나서 "난 내 자신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걸로 그의 스토리는 완성되었습니다. 그는 이미 창조주를 넘어선 존재예요. 그의 삶은 이제 그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등장을 단순히 깜짝쇼로만 생각하는데, 그보다 훨씬 장대하고 우주적인 테마를 간과한 겁니다. 한 인간이 자기의 조물주(본질적으로는 그야말로 '신'이죠)를 대면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아세요? 난 당신이 창조한 나 자신을 넘어섰어요. 내 모든 약점과 골칫거리를 포함해서 말이죠. 난 당신이 풀어놓은 역경들에 용감히 맞서 싸우며 계속 발전했어요. 그리고 난 이런 내 자신이 정말로 좋아요." (“Guess what? I’m beyond what you created, with all my flaws and problems. I faced the challenge you set out for me and I’ve progressed beyond it. And I really like myself.”)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면 이미 그의 이야기는 갈 데까지 갔고 모험은 완성된 것이죠. 그 뒤에 그가 여자를 구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랍니까?

하지만 나는 다음 시즌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일부러 열린 결말을 만들었어요. 실제로 계속될 가능성도 있었고요. 최초에 발주를 받은 편수는 65편이었지만 만약 폭스가 계속할 마음만 있었다면 계약을 갱신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당시 폭스 키즈 네트웍의 책임자였던 마거릿 로쉬(Margaret Loesch)는 아비를 싫어해서 그를 업계에서 몰아낼 생각이었기에, 계약이 갱신될 가망은 없었죠. 결국 TAS는 종영되어 버렸고 그녀의 의도대로 마블 필름즈 애니메이션은 폐업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시청률 1위의 대히트를 기록한 제 시리즈는 보복적인 사내 정치 때문에 어이없게 침몰해 버렸죠. 현실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Q: 스파이더맨 TAS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즌 전체에 걸친 대하드라마 방식(seasonal story arc)을 선보인 작품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기에 그러한 모험은 한때의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카툰들도 좀 더 본받아야 할 명안이었을까요?

A: 작품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제한이 설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저는 그 짓을 해치웠는데 그 때문에 해고당할 뻔한 일도 있었죠. 만약 내가 다시 이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면 그때도 마찬가지로 할 겁니다. 대하드라마 방식을 취한 덕에 TAS는 여러 해 동안 계속 버틸 수 있었죠. 실제로 제 시리즈는 첫 방영 이래 한 번도 휴방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하드라마 방식은 훨씬 크고 웅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그러자면 뚜렷한 목적지가 있어야 합니다. 발단, 전개, 결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죠. 대하드라마 방식을 취하는 많은 시리즈가 사실은 제작을 하면서 임기응변 비슷하게 스토리를 늘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는 항상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뚜렷이 알고 있었으며, 그 덕분에 여러 편 이후에야 열매를 맺을 복선을 미리 심어둘 수 있었죠. 시청자들은 그런 방식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기 때문에 그점을 존중합니다.

최근에 <로스트>라는 TV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기막힌 수수께끼를 펼쳐보이며 확실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죠. 하지만 제작진이 별 계획 없이 그저 기분 내키는대로 그때그때 이야기를 만든다는 걸 눈치챈 이후로는 시청을 그만뒀어요(같은 프로듀서의 <엘리어스>도 그랬었죠). 왜냐 하면 나는 훌륭한 스토리를 보고 싶긴 해도 그냥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걸 '소프 오페라'라고 부르는데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지요.

대하드라마 방식을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토요일 아침에 방영되는 카툰들은 그런 시도를 전혀 안 하기 때문에 재미가 떨어집니다. 심지어는 제가 최근에 작업한 시리즈인 <스태틱 쇼크>도 그랬죠. 비록 이 시리즈가 에미상 후보에 올라서 약간의 유쾌한 놀라움을 선사해주긴 했지만요. 길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없으니 너무 가벼운 느낌밖에 없어요. 하지만 방송국들은 더 이상 그런 시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Q: 최종적으로 완성된 각본과 작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십니까?

<스파이더맨>의 각본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러웠죠. 이 시리즈를 위해 최고의 각본진을 편성했고 특히 그 중에서도 어니 알트백커(Ernie Altbacker), 스탠 버코위츠(Stan Berkowitz), 짐 크리그(Jim Krieg), 마크 호프마이어(Mark Hoffmeier)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모두들 당시에도 걸출한 각본가였지만 그 이후로는 더 빛나는 경력을 쌓았죠.

작화에 대해서는 제가 별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들쭉날쭉하고 뚝뚝 끊어지고 실수로 가득한 편집도 엄청나게 눈에 거슬립니다. 물론 여기에도 저는 관여하지 않았죠. 그러고 보니 <여섯 명의 잊혀진 용사들>에서 아주 심각한 실수가 하나 있는데, 이것도 각본 단계에서는 별 문제 없었던 것을 비디오 편집에서 망쳐버린 겁니다. 그러니 그 점이 궁금하시면 저를 찾지 마시고 당시 편집을 맡았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밥 리처드슨(Bob Richardson)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각본을 넘긴 것은 훨씬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 실수가 처음 전파를 탔을 때는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TV화면으로 그걸 발견하고 절망에 빠져 울부짖었죠. 제 직업상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서 당신이 원하시는 만큼의 완성도를 이룩했다고 보십니까?

A: 제가 스파이더맨을 만들면서 세운 목표는 사상 최초로 원작만화의 정신에 극히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에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때 제가 처음으로 원작만화를 읽으며 느꼈던 경이감과 흥분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물론 시청률도 높이 올려서 제 체면을 세우는 한편 저를 중상모략한 무리들의 기를 꺾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이 모든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Original Text (C) Marvel Animation Age
Translated by ZAMBONY 2010.12.4~12.5



...거의 두세 문장마다 'my series'라고 할 정도로 이 아저씨의 TAS에 대한 열의는 대단;;;
(역시 덕 중에서 제일 무서운 건 양덕이야... 특히나 프로로 먹고사는 양덕은 더더욱)
어떻게 보면 마지막회에서 스탠형님에게 고하는 스파이디의 독립선언은 이 아저씨의 본심을
대변하는 일종의 팬레터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왠지 쓸데없이 심오해진다)

그나저나 아비 아라드는 어째 마블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어낸 공로자치고는 좋은소릴 못 듣네;;;
(이 아저씨의 고집 덕분에 샘레이미판 거미남3이 중구난방이 된거 생각하면 더더욱 씁쓸)

뱃맨에 참여했다가 이쪽에도 참여할뻔한 그 천재 프로듀서는 과연 누구였을까? 폴 디니?
그러나 공식적인 자료에는 별 얘기가 없으니 확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로군...
(만약 디니가 맞다면 현재 <얼티밋 스파이더맨> 애니에 참가중이니 의외로 먼길을 돌아온 걸지도)
by 잠본이 | 2010/12/05 00:18 | 굳세어라 거미남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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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kdlrjs at 2010/12/05 07:46
아비 아라드는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 까대는 겁니까?

뭐 언리미티드의 참상을 생각하면 까도 할 말 없을 것 같긴 한데....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12/05 11:59
마블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던 당시 저사람 완구회사가 마블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마블의 공동경영자 자리 꿰어차고 영상산업 및 라이선스 쪽으로 과감히 진출...

...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 퀄리티보다는 흥행에 절대적으로 목을 맨 처지라 급진적인 크리에이터들과는 좀 사이가 안 좋았던 듯 합니다.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10/12/05 12:36
벌주는 남자가 왠지 너무 얌전해졌다 했죠.

원작에서는 악당에게는 인권이 없다 수준이였는데....
Commented by 풍신 at 2010/12/05 12:47
<으하하핫 맛이 어떠냐? 제임스 카메론!!!>와 <내 시리즈>

--->'뭔가...존나 멋진 퍼스날리티'를 가진 분...이로군요. 이런 센스가 있으니 그 정도의 애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일지도...

확실히 <모든 시공연속체를 지켜낸다.> 멋지죠. 멋지고 말고!!!

정말 조물주(!)에게 "난 나 자신이 좋아요."라고 말하고, "자낸 내가 지금까지 써왔던 인간이 아니다."라고 인정해주는 것 만큼 스파이더맨을 자유인으로 만들어주는 방법이 없을 듯...(전 이 장면보면서, 이 대사를 쓴 사람 천재!...라고 생각했었죠.)
Commented by DAIN at 2010/12/05 13:23
확실히 이 TAS는 훌륭했었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10/12/05 14:21
해먼드판을 까면서 토에이판을 띄우는 걸 보니 덕이 틀림 없군요.
Commented by 슈슈 at 2014/12/31 23:52
홉 고블린이랑 스파이더맨 언리미티드 좋아하는데 엄청 욕 먹는군요(...) 스파이더맨 로봇은 마지막 화에 부자 스파이더맨의 세계에서 등장합니다(나오자마자 폭파당하지만...)

스파이더맨 TAS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네요.
진짜 훌륭한 시리즈였어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6/02/06 03:59
https://www.youtube.com/watch?v=8mOu23iAies
스탠횽님과의 만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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