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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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언어의 변화
김승옥의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를 간만에 들춰보다가, 화자(話者)가 '소설가'를 자칭하는 다른 등장인물을 치한(癡漢)이라고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이 캐릭터가 특별히 여자를 못살게 굴거나 변태적인 짓거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아주 막 굴리며 주변에 폐를 끼치고 다니는 주제에 입만 열면 자기 과거를 윤색하기에 바쁘긴 하지만, 그냥 그것뿐이고 특별히 성범죄자로 발전할 기색은 없다. (여학교 우편함을 뒤져 고향집에서 어느 학생에게 부친 돈을 빼먹는 걸 보면 절도죄의 혐의는 충분하다만)

흥미롭게 여겨져서 찾아보니 '치한'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1) 어리석고 못난 사람. 치인(癡人).
2) 여자를 괴롭히거나 희롱하는 남자. 색한(色漢).

짐작컨대 원래는 1)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었으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2)가 점점 강해져서 1)의 의미는 거의 잊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예 치한을 소재로 한 야구동영상(?)이 흘러넘치는 모 섬나라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아닌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단어의 의미 자체가 미묘하게 협소해져버린 사례로는 꽤 의미심장하게 여겨진다. 더불어 이제는 어감만으로도 특정 범죄를 연상케 하는 금기어로 타락해버린 '치한'이란 단어에 대해서 일말의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못미)
by 잠본이 | 2010/12/01 22:31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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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12/01 23:02
저게 아마 일본쪽에서 치한을 색한의 의미로 많이써서

번역물들이 들어오면서 그렇게 바뀐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건너에선 치녀 물이라는것도 있고 한걸 보면....
Commented by 리언바크 at 2010/12/02 17:43
그러고보면, 바보를 뜻하는 '백치'에도 저 치(痴)자를 쓰지요.
그런데 풀어서 쓰면 '어리석은 한량'이라는 뜻의 저 단어가
어째서 '색한'의 의미까지 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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