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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킬링 조크
원제: Batman: The Killing Joke
저자: 앨런 무어(각본), 브라이언 볼런드(작화)
역자: 박중서
출판사: 세미콜론

배트맨의 오랜 숙적 조커가 또 다시 아캄 정신병원에서 탈주한다. 폐쇄된 유원지를 손에 넣은 조커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악한 실험을 개시한다. 고든 경찰서장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딸 바바라를 총으로 쏘아 하반신 불수로 만들고 서장을 납치하여 유원지에 가둬둔 채 고문을 가하여 그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분노에 불타는 배트맨이 조커의 초대장을 단서로 그를 추적하고, 마침내 을씨년스런 폐허를 무대로 그들의 격돌이 벌어진다!

-1988년 3월에 발표된 배트맨 시리즈의 중편 에피소드. 생각외로 분량이 얼마 안 되고 다루는 이야기의 스케일도 작지만 조커의 무자비하면서도 싸이코틱한 이미지를 현대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으며, 배트맨 패밀리의 중요 캐릭터인 바바라 고든의 일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스토리이기도 하다. (바바라는 이후 도서관 사서라는 전직을 살려 '오라클'이라는 가명으로 DC세계의 슈퍼히어로들에게 정보제공을 하는 캐릭터로 탈바꿈한다.)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시리즈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으며, 수 차례 단행본으로 발매된 바 있다. 이번에 국내 소개되는 버전은 2008년에 20주년 기념으로 나온 디럭스 에디션으로, 작화담당인 브라이언 볼런드의 최초 의도에 맞게 전체적인 컬러링과 일부 작화를 수정하였으며 역시 유명한 작화가인 팀 세일의 서문, 볼런드 본인의 후기, <배트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발표된 단편 <선량한 사람>, 그리고 볼런드의 작업 파일에서 발췌한 스케치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1940년에 제리 로빈슨의 발안으로 밥 케인과 빌 핑거에 의해 창조되었다. 초기의 조커는 트릭스터와 광인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겸비한 독특한 캐릭터였다. 치밀한 계획으로 경찰을 따돌리고 방해하는 사람을 신경가스로 살해한 뒤 목표물을 정확하게 훔쳐내는 것은 다른 범죄자와 비슷했지만, 광대를 닮은 얼굴로 항상 썰렁한 조크를 연발하며 보는 사람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태도가 오히려 그 다음에는 도무지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는 기묘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이다. 이후 로빈이 등장하고 시리즈 자체가 점점 밝은 분위기의 저연령층 대상 어드벤처로 바뀌면서 조커의 개성도 다소 조정되어 짜증스럽고 귀찮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해한 '이웃집 악당' 수준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이후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독자층의 취향이 다시 어둡고 하드보일드한 배트맨을 원하게 되면서 조커의 이미지 또한 순전히 변덕 때문에 사람을 해치고 끊임없이 배트맨을 괴롭히는 광란의 쾌락범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8년에 조커가 바바라 고든에게 치명상을 입히고(본 작품에서 묘사된 사건) 2대 로빈 제이슨 토드를 살해하면서(3부작 스토리 'A Death in the Family') 그런 경향은 절정에 도달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본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배트맨이나 고든이 아니라 조커라고 할 만하다.

-회상으로 제시되는 조커의 탄생비화는 1951년에 디텍티브 코믹스 168호를 통해 발표된 'The Man Behind The Red Hood'를 베이스로 한 것이지만 '붉은 후드를 쓴 강도범이 배트맨에게 쫓기다가 화학약품에 빠져 조커가 되었다'는 기본 아이디어를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스토리다. 원작 에피소드는 주립대학에 특별강사로 초빙된 배트맨과 로빈이 학생들에게 과학수사 요령을 가르치다가 오래 전 미궁에 빠진 '레드 후드 사건'의 진범인을 밝혀낸다는 퍼즐 미스터리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여기서는 조커의 원래 얼굴이 드러나지 않으며 강도짓도 순전히 자기 의지로 실행한 단독범행으로 그려져 있다. (1988년에 간행된 콜렉션 'The Greatest Joker Stories Ever Told' pp.51~63을 참조)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앨런 무어의 탁월한 뒤틀기 전략에 힘입어 '임신한 아내를 둔 가난뱅이 코미디언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레드 후드의 대역 노릇을 하다가 약품에 빠진다'라는 시니컬하면서도 애수가 가득한 비극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 회상도 100% 정확한 진실은 아니고, 조커 본인의 기억이 매우 혼란스러운 탓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로만 제시되는데, 혹시나 생길지도 모르는 다른 작품과의 모순을 피하고 언제든지 시대에 맞게 기원을 바꿀 수 있도록 배려한 설정으로 이해하면 문제는 없다.

-본 작품은 이후의 배트맨 코믹스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화 작품에서도 조커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팀 버튼의 영화 <배트맨>에서는 배트맨 때문에 조커가 약품에 빠졌다는 설정을 채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조커가 배트맨의 부모를 살해한 킬러였다는 식으로 설정을 대폭 변경하여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미워하면서도 서로 이끌릴 수밖에 없는, 매우 다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매우 비슷한' 배트맨과 조커의 악연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배트맨 또한 주인공이라는 점을 빼면 조커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닌지 하는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하여 극적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에서는 조커가 자기 입가에 상처가 생긴 이유를 항상 다르게 설명하며, 존경받는 법의 수호자(이 경우에는 하비 덴트)에게 시련을 안겨주어 자기와 다를 바 없는 악한으로 타락시키는 실험을 한다(그리고 이 경우에는 <킬링 조크>의 고든과 달리, 성공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에게 놀란 감독이 배역을 연구할 때 참고하라고 건네준 작품이 바로 <킬링 조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각본을 맡은 앨런 무어는 본 작품에 대해 별로 열성이 없었고 완성된 뒤에도 그다지 애착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본 작품의 기획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작화담당의 브라이언 볼런드로, 디럭스판 또한 그의 당초 구상에 맞게 그림을 수정했다. 특히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채색인데, 80년대 당시 코믹스의 경향에 맞게 원색을 주로 사용하고 다소 경박해 보이던 색채를 완전히 갈아엎고 훨씬 음울하고 점잖은 무채색 위주의 컬러링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경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본 작품을 '조커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받아들인 독자들은 오히려 싼티나고 튀어보이는 원색 위주의 오리지널판이 조커의 심리상태에 더 잘 맞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앨런 무어의 스타일이나 요즘 배트맨의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익숙한 독자들은 디럭스판의 채색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단 이러한 의견 대립은 반드시 올드팬과 신규팬 사이에서 벌어지지는 않는데, 올드팬 중에도 오리지널판 채색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이 있고 반대로 신규팬 중에도 디럭스판의 채색을 심심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세미콜론의 배트맨 콜렉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책 뒷날개를 보면 <롱 할로윈>과 <아캄 정신병원 15주년 기념판>이 근간으로 잡혀 있는데, 이런 결정이 내려진 데에는 놀란판 배트맨 영화의 인기와 아메리칸 코믹스에 대한 관심 확대가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그래픽 노벨 형식의 일부 작품만 띄엄띄엄 소개되는 식이라 시리즈의 전모를 알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배트맨의 경우는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중요한 에피소드가 꽤 많이 나와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현재 제작중인 놀란판 배트맨 3탄의 내용을 미리 예상하며 책장을 들춰보는 것도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솔직히 <킬링 조크>야 뭐 조커가 원래 그렇지...라는 생각에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는데(워낙 나온지가 오래된 물건인데다 이미 다른 매체의 배트맨 작품에서 확대재생산된 컨셉인지라) 부록으로 딸려 있는 <선량한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조커보다 더 미친놈이 아주 순진무구한 얼굴로 배트맨 살해계획을 주절주절 읊는 걸 보여주는지라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존 레논 암살이나 레이건 암살미수 등의 실제 사건도 저런 심리에서 벌어진 것일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조커보다 이런 놈들이 우리 주위에 더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등골이 오싹하다. 배트맨이라는 아이콘을 제재로 하여 인간의 숨겨진 '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꽤 탁월한 실험작이라 할 만하다.

*참고링크*
http://www.dccomics.com/graphic_novels/?gn=1282
http://en.wikipedia.org/wiki/Batman:_The_Killing_Joke
http://dc.wikia.com/wiki/Batman:_The_Killing_Joke_Vol_1_1
http://www.popcultureshock.com/killing-joke-remastered-13/43466/
http://forum.newsarama.com/showthread.php?t=90305
http://www.blather.net/articles/amoore/brought_to_light1.html
http://blog.naver.com/semicoloni/10097453902
http://ultimatepower.tistory.com/400
http://susugeki86.tistory.com/32
http://lanugo.egloos.com/1708214
http://mirror.enha.kr/wiki/%ED%82%AC%EB%A7%81%20%EC%A1%B0%ED%81%AC
http://www.dccomics.com/dcu/heroes_and_villains/?hv=origin_stories/joker&p=1
by 잠본이 | 2010/11/19 19:37 | 친절한 켄트씨 | 트랙백(2)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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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지구 616 at 2010/12/03 09:32

제목 : 배트맨 킬링 조크 / Batman: Killing ..
교보에 재고 다섯권 풀렸다는 낭보를 듣고 30분도 안걸려 도착했으나 이미 재고는 세 권. 킬링조크를 노리는 매의 눈 다섯 안에 그래도 중간은 갔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킬링조크를 인질로 잡고있는 카운터 직원한테 문화상품권을 내밀었다. 겉표지엔 풍운아 김조커가 낭창하게 웃고있다. 국내 정발된 그래픽 노블 중에서 악당이 커버를 독차지한 작품은 처음이지 아마. 앨런 무어의 콘티엔 잔재주가 없다. 대신 영화의 스틸샷처럼 인과가 담겨있다. 힘이 있다. ......more

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11/01/24 17:27

제목 : 죽이는 농담
언제나처럼 뒷북이 되겠지만, 작년 말 "킬링 조크"가 국내에 정식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조커에 관한 한 마스터피스에 가까운, 현재의 조커상을 확립한 내용이죠. (상세에 대해서는 잠보니님의 안내 포스트 참조하세요) 세미콜론의 배트맨 정발 시리즈가 주춤해지면서 정말 나올까 싶었는데 늦게라도 나왔으니 다행;; 배트맨과 조커의 엇나간 광기와 동질성을 보여주는 이 유명한 컷이 실려있습니다. 이 "킬링 조크......more

Linked at 청정 하수구 : 요새 읽은 만.. at 2010/11/21 14:19

... 을 흥미로운 만화네요. 책의 퀄리티는 뛰어나지만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만화라서 가성비에 집착하시는 분이시라면 구입하시는 게 주저될 수 있겠다란 생각은 합니다. 자세한 건 잠본이 님의 훌륭한 리뷰나 액화철인 님이 잘 정리하신 조커史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연애만화가 완성될 때까지/ 프레데릭 보와레/ 비쥬츠슛판샤 신촌 근처의 헌책방 '숨어있는 책'에 갔다가 눈 ... more

Commented by 지우아타호네 at 2010/11/19 21:11
YES24에서 오늘 배송왔는데...

아 죽인다라는 소리만 나오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소월랑 at 2011/01/24 17:38
짧은 게 단점, 끝이 있다는 게 단점. 대충 이런 느낌이죠.
Commented by 문곰 at 2011/01/30 19:11
소월랑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번역도 나름 캐릭터에 맞추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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