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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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in the Scratches
어린 시절에는 욕실 타일이나 방바닥 장판의 별 의미없고 난잡한 무늬들을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그 무늬들 중 일부분이 뭔가 의미를 가진 형체로 보이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했다. 빛의 장난과 상상력의 비약이 손잡고 만들어낸 착각이겠지만, 어떤 때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무늬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요즘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욕실 바닥에서 뜻하지 않은 발견을 했다. 현재의 집에 이사와서 5년이 넘도록 별 생각 없이 들여다보던 무늬 중 어느 한 부분이 제법 고즈넉하면서도 판타지스러운 광경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 무늬 속에서는 마치 다람쥐같은 머리통을 지닌 거구의 수도승이 망토를 걸친 채 숲 속에 웅크리고 앉아 솥뚜껑만한 두 손바닥을 펼쳐들고 그 위에 놓인 무언가를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타일의 색깔이 옅은 와인 빛깔이다 보니 그 광경은 오래된 구리판 위에 새겨진 판화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가 저물어갈 무렵에 촬영된 낡은 영화 필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이 무늬 속의 이야기를 더 이상 깊게 파고들 일은 아마 없겠지만, 아직도 내 속에 이런 상상력 혹은 착각력(?)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게 약간은 놀랍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by 잠본이 | 2010/09/29 22:14 | 일상비일상 | 트랙백(1)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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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무기의 작은 세계 at 2010/09/30 21:23

제목 : 할일이 태산,,,
거구는 아니지만 다람쥐머리에 필이......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설거지하다 잠.. at 2012/03/13 00:03

... 는 것이었다. 어느 부분은 마치 쫙 늘어선 비늘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둥글게 거품이 일어난 게 짐승의 눈같기도 하여 왠지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욕실 타일에 새겨진 금이 만들어낸 무늬라든가 커피에 뿌려진 프림이 우연히 그려낸 그림처럼 별 뜻 없는 형태가 인간의 상상을 자극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는데, 왠지 이런 걸 소재로 설거지 ... 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10/09/29 22:26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죠. 꽃무늬 벽지 보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Commented by 디베스테이터 at 2010/09/29 22:29
요즘에는 그런 상상을 할만한 무늬도 거의 없지요.
단조롭게 격자로 칠해진 색상이 전부......
Commented by draco21 at 2010/09/29 22:55
어렸을떄 말씀하신 그것 때문에 귀신이라 생각하여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
Commented by 블랙 at 2010/09/30 11:45
마루의 무늬 같은 것들도 그런게 많죠.
Commented by 은빛하늘 at 2010/10/02 23:01
바닥 무늬들을 보면서 사람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혼자 무서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binah at 2010/10/06 20:23
마치 엔더의 게임 한부분을 읽는듯 한 기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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