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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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
★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

-평범하지만 좀 엉뚱한 여자가 낯선 곳에서 잘생긴 훈남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남자가 전문 킬러였더라...는 기본 구도 자체는 상반기에 나온 <나잇 앤 데이>와 많이 비슷하지만 공통점은 딱 거기까지고 그밖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잇 앤 데이>가 미중년들이 나와서 벌이는 할리퀸 로맨스라면 이쪽은 상대적으로 풋풋한 인생들이 나와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족 시트콤에 가깝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좀더 인간미가 있고 애교스러우며 결점도 갖춘데다가 젊은이들답게 입담도 꽤 걸쭉하다(...). 또한 <나잇 앤 데이>가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거대 첩보 스릴러의 얼개를 취한 데 비해 이쪽은 도입부에서만 외국이 나오고 그 뒤로는 거의 다 주인공들의 집 근처에서 벌어지는 우리동네 왁자지껄 서스펜스 코미디(...)의 구조로 가는데다가 주인공이 상대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평소에 알던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은 대신 좀더 오밀조밀하고 시끌벅적한 인상을 준다.

-직장동료, 비서, 이웃 부부, 택배원 등등 겉보기에는 진짜 시시껄렁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현상금은 내거다!'라고 외치면서 킬러로 돌변하여 달려든다는 상황은 말로만 들으면 좀 황당하고 우습기도 하지만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면 그다지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사방이 적으로 가득한 느낌이라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 빠져서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게 되는 입장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과민반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긴장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킬러들을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차근차근 주변에 심어놓고 나와 친하게 지내도록 만듦으로써 불시에 공격해도 대응하기 힘들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배후가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것이다. 극의 중반부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다음은 누가 공격해 올까'라는 서스펜스를 속도감 있게 보여주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둘리는 주인공들의 반응을 잘 풀어나가고 있다.

-애쉬튼 커쳐(현지발음은 '쿠처'에 가까운 듯 하지만....)가 연기한 남주인공 스펜서는 겉으로는 멋지지만 마음 속으로는 점점 황폐해져 가는 킬러 생활에 신물을 느끼던 중에 여주인공 젠을 만나 탈주해버리고, 결국 젠과 결혼하여 행복을 찾는 기분파 캐릭터다. 하지만 언제 고용주인 CIA나 예전의 타겟들이 자기를 찾아올지 몰라서 항상 불안에 떨며 집안 구석구석에 무기와 비상물품을 숨겨두고 최대한 집 근처에서만 맴도는 생활을 고수하는 신경질적인 면도 보여준다. 언제나 한 가지 표정만 지으며 전지전능한 활약을 펼치는 신비의 사나이 톰 크루즈와는 달리, 사랑한다는 말을 아내보다 먼저 못해서 토라진다든가 장인어른의 과도한 간섭에 속으로 진저리를 치는 등 보통의 젊은 남편과 다름없는 감성도 갖추고 있다. 도피행각 도중 젠과 함께 마트에서 임신 테스트 시약을 고를 때 접근해온 직원이 혹시 자객이 아닐까 의심하며 전전긍긍하는 장면은 꽤 그럴듯하다.

-캐서린 헤이글이 연기한 여주인공 젠은 좀 엉뚱하고 말이 많지만 평범하고 화목한 가족을 유지하려는 소망으로 가득한 소시민적인 캐릭터다. 최근 들어 남편의 태도가 어색해진 것을 보고 관심이 식은 게 아닌가 의심하던 중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남편이 숨기고 있던 의외의 과거를 알고 충격을 받지만,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스탠스를 유지하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강인한 정신력이 돋보인다. 다소 과장된 4차원 기계광 노처녀의 면모로 밀고 나갔던 카메론 디아즈와는 달리 약에 취해 쇼를 하거나 남주인공 못지 않은 액션을 보이는 장면은 별로 없고 끝까지 소시민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한다.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생김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일 나서 화면 가득히 얼굴 들이밀고 비명 지르는 장면은 옛날 히치콕 영화를 연상시킨다. 홍보용 포스터에서는 잡티 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를 과시하길래 놀랐는데 실제 필름을 보면 아무래도 그건 다 포토샵 처리된 사진인 듯 하다. (약간 실망) 아내의 임신보다 총알이 떨어진 걸 더 걱정하는 스펜서를 보고 맹렬하게 비난하는 장면 등을 보노라면 역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옛말이 실감난다.

-전반적인 액션은 꽤 볼만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액션영화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화면 흔들기' 신공 때문에 대체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아서 보기 불편하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무게중심은 코미디에 있으며 액션은 단지 그 사이에 기복을 주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이 영화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액션도 가끔 나오는 가족 시트콤'.) 스펜서의 암살을 지시한 배후의 존재도 대략 중반 정도 가면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이고(힌트: [장인어른 배우가 무려 사립탐정 매그넘]), 왁자지껄하게 벌려놓았던 중반까지의 전개에 비해 결말도 다소 김빠지는 느낌이 들어서 완벽하게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하기는 좀 미묘한 느낌이다. (그나마 <나잇 앤 데이>의 그 무책임한 결말보다는 납득이 가긴 했지만) 하지만 킬러액션이라는 겉포장을 잠시 치워놓고 '생판 모르는 타인끼리 만나서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때로는 서로 치고 박으면서도 정으로 묶여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본다면 그런대로 시간 보내기에는 좋을 것이다. 알고 지내던 이웃들이 난데없이 바운티 헌터가 되어 달려드는 전개는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미국의 실정을 생각해 보면 완전히 농담이라고 하기도 어려워서 좀 섬뜩하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막강한 캐릭터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하지 않고 술만 계속 마셔대는 젠의 어머니가 아닐까 싶은데... 어디서 본 얼굴같다 싶어서 찾아보니 무려 <나홀로 집에> 시리즈의 케빈 엄마였다! OTL
by 잠본이 | 2010/09/04 12:44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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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irCon at 2010/09/04 14:46
> 평범하지만 좀 엉뚱한 여자가 낯선 곳에서 잘생긴 훈남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남자가 전문 킬러였더라...

여기서 신조 마유를 떠올렸으면 안되는거겠죠...?
Commented by 듀얼콜렉터 at 2010/09/04 15:05
마트에서 임신 테스트 시약을 고를 때 접근해온 직원이 무려 유명가수인 USHER였죠 ^^;
Commented by 로오나 at 2010/09/04 15:06
사실 로버트 루케틱 감독 + 캐서린 헤이글은 어글리 트루스에서 대단히! 감명을 받았는지라 꽤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북미에서 평도 흥행도 완전 망해버려서 관람을 포기했던 영화죠-_-; 뭐 어글리 트루스도 음담패설의 폭풍과 야망가스러운 시추에이션 때문인지 평은 그리 좋은 편은 못되었는데 저처럼 우왕 신난다 완전 멋져 하며 깔깔대면서 웃은 사람과 이거 뭐야! 이 저질 영화! 하는 사람이 나뉘어서... 근데 이건 밸런스가 확 싫다! 쪽에 몰려버린 느낌이라.

근데 여기서도 화면흔들기 신공을 구사하는군요. 사실 전 화면 흔들기 신공은 그야말로 감독들이 '도망치는'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재미없는 액션이 더 낫다고 그거보단-_-;;;
Commented by PECO at 2010/09/05 01:03
저는 영화 끝나고 열이 받아서 투덜투덜 거리기만 했는데...리뷰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느라 목이 아픕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젠의 어머니가 케빈의 엄마였다니. 더 웃긴건 뭐죠 ㅋㅋㅋ

액션은 둘째치고 영화 내용 자체만 보면, 저는 솔직히 어디까지 가보나,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봤습니다. 차라리 장르를 드라마로 하고 가족시트콤처럼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가족드라마! 라면 더 좋을거 같기도 하고요. 아쉬워요..아쉽습니다. 윽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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