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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4-(完)

특별좌담회 : 마크로스의 원점을 파헤친다!


-출전: THIS IS ANIMATION THE SELECT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하권(1983, 쇼가쿠간) pp. 106~113
-해석: 잠본이(2010.8.18)


4. 두 번 다시 만들 수 없는 굉장한 작품!

■ 아슬아슬한 순간에 나온 설정

사회자: 감찰군에 대해서는, 노래가 메인이 되는 걸로 결정한 시점에서 완전히 안 나오게 된 거로군요.

카와모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2쿠르로 단축되다보니 아무리 해도 감찰군의 에피소드를 넣는 건 무리였거든요.

이시구로: 게다가 주요인물만 해도 20명 가까이 나오니까 말이지. 제27화에서는 아주 진지하게 엔딩을 아예 빼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

미야타케: 27화는 그 에피소드로 생각하면 출연 시간이 1인당 3초 정도밖에 없거든요.

카와모리: 그림콘티를 그리기 전에 미리 구상해두었던 에피소드만 해도 최종적으로는 그림콘티의 2배 가까이 되더라고요. 그걸 이리 자르고 저리 자르고 하니까 35분 정도. 거기에다가 아예 신(scene) 몇 개를 통째로 들어내서 30분. 커트 수를 줄이고 콤마를 단축해서 겨우 27분이 되었죠.

미야타케: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는 정말로 꼭 있어야만 하는 에피소드만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티 두께는 평소때의 두 배에 가까웠지요.

사회자: 시청자로서의 감상을 말하자면, 빠른 템포가 급박한 내용과 잘 매치되어 보고 난 뒤에도 기분이 좋았는데요.

카와모리: 도중부터 아주 정색하고 달려들었죠. 이렇게 꽉찬 내용의 에피소드는 두 번 다시 만들 수 없겠구나 싶어서(웃음).

미야타케: 그러니까 감찰군이 나올 여지 따위는 없었던 겁니다. 감찰군은 깊게 파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고, 반대로 삭제하려고 하면 아주 깨끗하게 삭제가 되거든요.

마츠자키: 중요한 부분인 만큼 어중간하게 하는 게 제일 나쁩니다.

카와모리: ‘문화=남과 여’라는 컨셉에 스토리를 연결지음으로써 27화도 민메이의 힘만으로 어떻게든 극복했다고 할까… 영상면에서 시청자들이 납득해준다면 성공의 전망이 보이는 셈이니까요. 본래 삼각관계를 그리고 싶었으니까 그대로 두었어도 최종적으로는 어떻게든 ‘남과 여’로 귀결짓는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적측에 남군, 여군의 구분이 있다는 설정을 생각해낸 시점이 진짜 아슬아슬했어요. 제작에 들어가서 3분의 1 정도 지났을 때인데 가까스로 제9화에 맞춰서 내보낼 수 있었죠.

사회자: 그럼 ‘프로토컬처’라는 설정도 그때 생각해낸 겁니까?

미야타케: 아뇨, 그 단어는 단순히 전쟁 전의 문명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생각해둔 것이었습니다. 다만 ‘남과 여’와 그 컨셉이 서로 연관을 맺게 되리라는 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죠.

카와모리: 그러니까, 혹시 눈치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제3화에서 브리타이 일행이 지구의 영상을 보았을 때 마이크론(소인족) 자체에 대해서는 놀라지만, 여자가 섞여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죠. 그건 영상이 작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갔다, 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릴 수는 있습니다만.

■ 히카루의 설정은 메카에서부터

사회자: 지금까지의 대화 중에서 주인공에 대한 얘기가 거의 안 나왔는데(웃음), 히카루의 설정은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였나요?

카와모리: 히카루의 설정이 확실해진 것은 메카의 설정이 정해지고 나서부터입니다. 원래 초기안에서는 마크로스에 로봇과 전투기가 따로따로 실려 있었는데 주인공을 어느 쪽에 태울까 하는 것은 전혀 결정되어 있지 않았죠.

미야타케: 함교에서 근무할지, 아니면 다른 데서 있을지 하는 것도.

카와모리: 이야기가 시리어스 노선이 됨에 따라 메카도 리얼지향으로 가게 되어서, 전투기와 로봇을 하나로 합친 걸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현용 전투기의 디자인을 따올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그러다 디자인을 이리저리 고치는 사이에, 어쩌면 이거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주역은 파일럿이 좋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미야타케: 함교 측 출연진과 주인공을 분리하게 된 거죠.

카와모리: 함교와는 모니터 스크린을 통해서만 대화하게 하고… 그래서 미사와는 좀더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주기 위해 숙소가 이웃에 있다는 설정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히카루의 성격 말인데요, 종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상당히 오버스럽게 설정되어 있어서, 그 행동에 의해 주변을 이끌어나가는 스타일이 많았기에, 『마크로스』에서는 그 반대로 주변의 환경이나 인간관계의 변화에 따라 히카루의 심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인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가를 중심축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비행기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수동적인 성격으로 설정하게 된 거죠.
메카 쪽은 로봇으로부터 변형하는 20미터 정도의 전투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야타케: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 디자인은 아직 장난감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걸 다시 싹 뒤집어서 카와모리가 전면적으로 도안을 다시 했습니다. 전투기로서의 리얼리티를 살리려면 현용 전투기가 변형하는 쪽이 훨씬 그럴듯하게 보인다면서요.

카와모리: 그로부터 몇 개월을 보낸 후에야 가까스로 전투기가 변형을 하게 되었습니다.

■ 2년간의 총결산!!

사회자: 예전에 들은 바로는, 가워크는 모형을 만지던 중에 우연히 찾아낸 형태라면서요?

미야타케: 설정을 바탕으로 다이캐스트 모델의 목형(木型;나무로 만든 모형)이 제작되었는데, 그것이 완성되기 전날에 카와모리가 그걸 보러 갔지요.

카와모리: 목형은 관절부분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죠. 그래서 움직여보는 도중에 다리 관절이 반대로 꺾여서, ‘이거라면 예전에 기획했다가 NG를 먹은 역관절의 2족(足) 병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담당자에게 ‘이 부분을 약간 이렇게 바꿔주십시오’라고 부탁했죠.

미야타케: 그렇게 해서 다음날 아침 가워크가 만들졌습니다. 장난감 회사에서도 ‘이건 히트할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커’라고 하더군요. 앞에서 말한 최초의 기획이 채택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로봇으로도 변형하기 때문에 문제없이 OK가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카와모리: 정말로 『마크로스』는 같이 제출했던 다른 기획이 각하되지 못했더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작품이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가워크의 사용방식도 그 다른 기획에서 이미 생각해뒀던 걸 재활용한 것뿐이니까요.

미야타케: 2년간의 기획을 몽땅 쏟아부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집합체였던 셈이죠. 비록 원래 생각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많지만, 이 작품은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시구로: 결국 그 바닥의 깊이[底の厚さ]라는 거지. 지금의 TV계 사정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같은 걸 만들려고 해도 그렇게는 못 해. 먼저 기획이 있고, 스탭이 그 기획을 실현하기 위해 한데 모여서, 기막히게 계산 밖의 부분에서 운이 따라주었거든.

미야타케: ‘이런 장면을 만들고 싶어!’라고 직접 그림까지 그려서 꾀어들인 이타노 이치로 군이라든가.

카와모리: 『이데온』의 전투장면을 보고 ‘이런 장면을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터가 함께한다면 마음 든든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기에다 미키모토 군의 캐릭터가 없었더라면, 이런 이야기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테고 말이죠.

이시구로: 민메이도 지금처럼 독특한 매력을 갖지 못했을 테지.

미야타케: 제2시리즈(방영연장 결정 이후 제작된 28~36화)에서 지구인과 함께 살고 있는 거인족들이 전부 남자라는 점이 좀 신경쓰이는데요. 여자 거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이시구로: 나도 그게 좀 궁금했어. 젠트라디 인과 파일럿의 프로레슬링 같은 것도 보고 싶었고.

카와모리: 데스트로이드도 좀더 활약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마츠자키: 조금만 더 편수가 길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시구로: 뭐 그래도, 작품의 꼴은 갖춰졌고, 굉장히 서투른 이야기이긴 해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완주했으니까, 보기 드물게 분에 넘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

카와모리: 만약 종래의 방법론으로 『마크로스』를 만들었다면 민메이는 헤로인이 되었을테고 아이돌로 만드는 것도 보다 간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미 다 해먹은 수법은 되도록 쓰고 싶지 않았고, 기왕 만드는 거라면 오리지널리티가 높은 작품으로 완성하고 싶었어요.

미야타케: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지. 이로써 로봇 애니메이션의 굴레[枷]를 상당 부분 벗어났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사회자: 오늘은 바쁘신 가운데 시간 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by 잠본이 | 2010/08/18 19:36 | ANI-BODY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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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구바바 at 2010/08/18 19:44
뭔가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역시나 얻게 되는군요. ^^;
Commented by 마스터 at 2010/08/18 19:58
이거 뭔가.. 팬들이 보면 충격먹을 수도 있겠군요. 핵심(?)에 속하는 요소들이 벼락치기에 쿠르단축이라는 어른의 사정에 심지어는 기말고사[....]까지 부모로 해서 태어난 것들이라니..[데굴데굴]

번역해주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스킬 at 2010/08/18 20:30
함장은 훌륭한 사람이었군요. -_-
Commented by 유나네꼬 at 2010/08/18 23:07
좋은 내용 잘읽었습니다. 그러니까 함장은 훌륭한 신사.........
Commented by R쟈쟈 at 2010/08/19 00:58
어른들의 사정이 좋은 방향으로 튄 케이스군요^^....

발키리의 개념에 대해 참 신기하게 느꼈는데, 이야기를 보고나니 더욱 혀를 차게 됩니다^^;
Commented by 월랑아 at 2010/08/19 01:00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크빠인 저에겐 생명수같은 글이네요.
Commented by nemo at 2010/08/19 12:01
그리고 그 이후로 감찰군은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먼 산)

극장판을 젠트란 VS 멜트란 구도로 바꿔버리고 그 이후로는 시리즈 어디에서도 '감찰군'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가 없었죠.
과연 저 사람들도 저런 설정이 있었다는 걸 기억이나 하고 있을런지...-_-

마르두크도 좋고 프로토테빌룬도 좋고 바주라도 좋지만 다음 작품에선 간만에 묻혀버린 설정인 감찰군을 좀 등장시켜줬으면~합니다.
마크로스의 동형함도 나와주고...
(마크로스가 감찰군이 버린 함을 고쳐썼다는 설정이니까 그쪽에도 비슷한 전함이 있겠죠.)
Commented by xacdo at 2010/08/19 20:08
잘 보았습니다 ^^
Commented by 사쿨 at 2010/08/20 01:19
으엉, 정말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mck at 2010/08/20 02:59
미사파인 저로서는 미사가 히로인이 맞다 라는게 밝혀져서 무엇보다도 기쁘네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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