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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2-

특별좌담회 : 마크로스의 원점을 파헤친다!


-출전: THIS IS ANIMATION THE SELECT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하권(1983, 쇼가쿠간) pp. 106~113
-해석: 잠본이(2010.8.18)


2. 투톱 체제에서 일그러진 삼각관계로

■ 미키모토 씨의 캐릭터에 맞추다보니…

사회자: 『마크로스』의 내용이 패러디에서 방향선회를 하게 된 것은 어떤 계기에서입니까?

카와모리: 사실 저희들로서는 또 한 쪽의 기획을 통과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그 진지한 기획을 밀고 나가고 싶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마크로스』 쪽이 더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더군요. 그래서 ‘이거 『마크로스』 쪽이 채택되는 거 아냐?’라는 우려가 확실해진 시점에, ‘그래도 스튜디오 누에가 최초로 기획한 프로 작품인데, 다른 작품의 패러디가 되어버리면 좀 난처하지 않아?’(웃음)라는 인식이 싹텄던 겁니다.

마츠자키: 결국 또 다른 쪽의 기획이 스탭들에게는 훨씬 매력이 있었거든요.

카와모리: 기획기간도 훨씬 오래 걸렸고, 진지하게 임했던 작품인 만큼, 그쪽에 훨씬 미련이 강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시구로: 허허, 아무래도 카와모리 군은 순애취향이니까.

모리타: 어느쪽인가 하면 편애에 가깝죠. 그것도 순전히 2차원의 여성만 갖고. 최근에는 실사인물인 하라다 토모요도 좋아하게 된 모양이지만.

카와모리: 어쨌거나, 처음에는 『마크로스』가 아닌 다른 쪽 기획의 캐릭터를 미키모토 군에게 발주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애니메이터까지 겸임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아트랜드에 입사했죠. 그렇게 해서, 그 NG기획을 위한 캐릭터 디자인이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 개인의 관점에 따른 것입니다만, 미키모토 군의 그림체가 개그보다는 시리어스한 노선 쪽에 궁합이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시구로: 음, 일리가 있어.

카와모리: 그래서 『마크로스』 쪽이 채택될 거라고 결정날 경우,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미키모토 군에게 맡겨야 할 테니 작품의 방향성도 그 그림체에 맞춰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츠자키: 역시 애니메이션은 그림 빼면 시체니까요.

이시구로: 그렇다기 보다, 『마크로스』 자체가 그림에서부터 발상을 짜낸 부분이 상당히 많거든.

카와모리: 미키모토 군의 노트에 그려진 캐릭터를 눈여겨보고, 이 캐릭터를 사용해보자 싶어서…

사회자: 최초부터 여러 장의 스케치를 준비해 두고 있었던 겁니까?

이시구로: 정식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고, 평소에 잔뜩 그려두었던 낙서 속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골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오디션 방식이었지(웃음).

마츠자키: 미키모토 군의 스케치 양이 진짜 엄청났거든요. 그 중에서 괜찮은 인물이랄까, 내용에 맞는 인물을 골라낸 거죠.

카와모리: 민메이같은 경우는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그림을 보고, 라면집 간판아가씨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이시구로: 그 아이가 전함에 올라탄다는?

카와모리: 그래서 아이돌이 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그야말로 좀 튀는 짓을 벌여서 관심을 끌려고 했던 결과죠.

미야타케: 튀는 짓을 벌이는 게 『마크로스』의 방법론이지요.

카와모리: 튀는 짓을 해서 생겨나는 부조리를, 다시 한 번 튀는 짓을 해서 원래대로 돌리는 겁니다(웃음).

이시구로: 오하루(미키모토 씨의 별명) 자신은 자기 캐릭터가 그런 식으로 사용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게야.

미야타케: 너무 놀라서 멍해지지 않았던가요?

미키모토: 처음에는 그랬었지요.

카와모리: 결국 도중에 가수노선으로 가는 단계에서, 미키모토 군과 오랫동안 의논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키모토: 처음에는 정식 연예인이라기보다 군대의 아이돌, 말 그대로 간판아가씨 같은 이미지였거든요.

카와모리: 그렇지. 그렇게 해서 전의 고양(戰意高揚) 영화를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고.

미키모토: 다만 그 시점에는 아직 성격 같은 것도 전혀 정해져있지 않아서, 단지 그림만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좀 곤란하다 싶었기에, 카와모리 군이나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캐릭터가 확립되었던 겁니다.

■ 헤로인은 미사

사회자: 민메이는 처음엔 지금과 같은 순수한 아이돌이 아니었던 거군요.

미야타케: 그렇습니다. 함교에 라면 배달하러 오는 에피소드도 상당히 늦은 시기까지 남겨두었다가 결국 삭제했죠.

카와모리: 그리하여 라면집 간판아가씨를 전의고양 영화의 주인공으로 하는 단계에서, 아예 주제가까지 민메이가 부르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수를 메인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몇개월 동안 기획을 수정해나가는 동안에, 미키모토 군 쪽에서 ‘예능노선으로 가는 편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오더군요. 그거 재미있겠다 싶어서 ‘릴리 마를렌’(2차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유행했던 독일의 사랑노래) 등의 이미지를 반영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자: 그건 언제쯤의 일인가요?

카와모리: 방영 1년쯤 전이었죠.

모리타: 그리고 1981년 초에, 이시구로 감독님 댁에 인사하러 찾아가서 정식으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시구로: 그때는 벌써 가수라는 설정까지는 다 되어 있었어요. 다만 배달 가는 이야기는 아직 이미지로는 남아 있었지.

미야타케: 그 에피소드도 만약 방영회수가 충분했다면 넣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시구로: 최초 3쿠르(39화) 예정이었다가 2쿠르(26화)로 단축되었으니 말이지.

미야타케: 그래서 민메이의 데뷔가 이상할 정도로 빨라져 버렸어요.

카와모리: 본래는 미스 마크로스에 우승한 이후 데뷔할 때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죠.

미키모토: 그래서 민메이의 성격이 왜곡되어 버렸죠(웃음).

마츠자키: 일반적인 묘사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가수가 된 뒤로도 없었고.

미야타케: 인간으로서의 생활묘사가 완전히 없었지.

카와모리: 그건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면도 있어요. 민메이가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확실히 그해 여름에 결정난 사항이었죠.

미키모토: 지금처럼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시구로: 민메이는 그렇다 치고, 대체 미사는 어떤 과정으로 태어난 건가?

카와모리: 그건 뭐랄까… 거의 다 그림만 보고 제 취향대로 성격을 만들어 버렸지요(웃음).

미야타케: 처음엔 역할도 이렇다 할 게 없었고 헤로인도 아니었지.

카와모리: 아뇨, 헤로인이라는 점과, 어떤 식으로 움직여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상당히 일찍부터 결정했었습니다.

미야타케: 그러니까 전체적인 흐름은 정해져 있었고…

모리타: 캐릭터가 점점 어두워짐에 따라, 카와모리의 개입이 시작되었죠(웃음).

미야타케: 그 개입의 단계에서, 처음으로 캐릭터가 독립성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네.

이시구로: 처음엔 민메이와 히카루가 이어질 걸로만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미사가 비집고 들어와서 자리를 바꾸더라고.

카와모리: 천만에요. 그건 어느새 그렇게 된 게 아니고 가장 최초부터 그랬습니다.
민메이가 중화요리집 아가씨라고 정해진 시점부터 민메이는 헤로인이 아니라는 설정이었어요.

이시구로: (약간 기분이 상한 듯) 그걸 제작이 끝날 때까지 나한테는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일동 폭소)

미야타케: 결국, 아이돌과 헤로인의 투톱 체제로 나가게 된 겁니다.

■ 아이돌과 헤로인

카와모리: 이시구로 감독님께는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초기의 스토리 메모에도 헤로인은 미사(아직 당시에는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라고 써 있었고요. 어쨌거나 민메이와 히카루가 얽히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오히려 미사와 연관되는 부분이 훨씬 많았습니다. 민메이는 ‘중화요리점의 간판아가씨라는 아이돌도 존재하는 세계’를 드러내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죠.

마츠자키: 말하자면 본래 히카루와 미사는 제1화에서 스크린을 통해 처음으로 대면하죠. 일반적으로 보면 거기부터가 진짜 인연의 시작인 셈이군요.

카와모리: 그런 식으로 만나게 한 것이, 미사와 히카루를 메인으로 삼은 이야기의 전제였던 겁니다. 민메이라는 캐릭터는, 히카루에게 훨씬 더 먼 존재였죠.

미야타케: 민메이는 본래 주인공의 드라마에는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었어요.

이시구로: (약간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그런데 그만큼 난리를 치면서 오디션을 해서 이이지마 마리 양을 민메이 역으로 선발했지 않나, 바로 그때부터 민메이가 주인공이라는 분위기가 스탭들 사이에 침투해버린 셈이지.

카와모리: 그건, 가을 쯤에 들어와서 회의를 하다보니 ‘삼각관계 쪽이 더 재미있잖아’라는 의견이 나오는 바람에…(웃음)

미야타케: 기왕 하는 김에, 이 아가씨도 주인공과 엮어버려! 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죠.

사회자: 가을이면 거의 방영 직전 아닙니까?

카와모리: 아뇨, 1년 정도 전의 가을입니다.
마침 그 당시 즐겨 읽던 만화 따위의 영향도 있고 해서.

사회자: 대체 어떤 만화를 보고 계셨던 겁니까?

카와모리: 제법 참신한 노선이라고나 할까…

미키모토: 그때는 마침 남자 주인공도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바뀌어서 사소한 것까지 여자 쪽을 신경쓰다가 움츠러드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본래 가장 최초에는 엄청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는데 그래서는 도무지 좋은 장면이 나오지를 않길래, 그렇다면 이젠 뒤틀린 삼각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웃음)

카와모리: 대학 기말시험에 들어가기 몇 시간 전에 강당에서 짜낸 생각이었죠.

모리타: 그런 식으로 다니다간 정학 감 아냐?

미야타케: 아무리 생각해도 동인지잖아.

카와모리: 그러니까, ‘아아악, 시험이! 시험이!’라는 우울한 기분에 휘말려서…

모리타: 그러니까 시험으로부터 도피하다보니 기획이 만들어져 있더라는…(웃음)

사회자: 그래서 미사는 어두운 성격이 된 겁니까?
by 잠본이 | 2010/08/18 19:18 | ANI-BODY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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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구바바 at 2010/08/18 19:38
"그러니까 시험으로부터 도피하다보니 기획이 만들어져 있더라는…" 이라니, 세상에.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이라면 그러다가 남는 건 별볼일 없는 학점이겠지만, 카와모리씨의 경우에는 마크로스가 남았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8/19 09:29
그러나 결국 나중에 마크로스에 모든 시간 쏟아붓는 바람에 대학 중퇴(...)

모리타씨의 멘트를 다시 읽어보니 '그러니 대학에서 짤릴만도 하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더군요. 카와모리 지못미
Commented by 음음군 at 2010/08/18 20:07
처음부터 헤로인은 '미사'였었군요......
Commented by 한뫼 at 2010/08/18 23:38
역시 미사!!
Commented by 풍신 at 2010/11/04 22:52
"TV는 라면집 대놓고 아가씨로 히로인이 아니다."로 정했었군요. 반대로 극장판에선 절정의 가수 히로인 민메이란 식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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