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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 가이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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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ON ULTRAMAN GAIA


■ THE DATA

1998년 9월 5일부터 1999년 8월 28일까지 전 51화가 방영된 30분짜리 SF특촬 TV시리즈. 1996년의 『울트라맨 티가』, 1997년의 『울트라맨 다이나』에 이은 헤이세이[平成] 울트라 시리즈의 3번째 TV작품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츠부라야[円谷] 프로덕션, 마이니치 방송[每日放送], 요미우리 광고사[讀賣廣告社]가 제작을 맡았다.

종래의 울트라 시리즈는 물론이고 전 2작과도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작품세계에서 전개되는 독립된 스토리이지만, 그 바탕에 깔려있는 ‘불변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시리즈 전체의 훌륭한 요소를 아우르는 동시에 새로운 요소도 무리없이 받아들여 보기좋게 결실을 맺은, 시리즈의 집대성격인 작품이다.

2001년 3월 25일에는 시리즈 종료 후 1년여 뒤를 다룬 오리지널 비디오 작품 「가이아여 또다시」가 제작․발매되기도 했다.


■ THE STORY

1980년대의 세계 각국에서 그때까지의 인류를 훨씬 능가하는 ‘초천재’들이 대량으로 탄생하여, 각자의 전문분야를 대표하는 우수한 과학자들로 성장한다. 그들은 <알케미 스타즈>라고 불리는 범세계적인 네트웍을 형성, 서로의 지혜를 결집하여 다양한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에 의해 세계최초의 광량자(光量子) 컴퓨터 <크리시스>가 개발되어, 과학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그러나 크리시스는 작동을 개시한 얼마 뒤 충격적인 예언을 내놓는다. - “가까운 장래에, 이 지구와 인류에 파멸을 가져다 줄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그들은 서서히 자기들에게 어떠한 사명이 있음을 깨닫고,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항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그들은 곧바로 국제연합에 대파멸방위기구의 설립을 제창하고,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물리방위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하여 대근원파멸지구방위연합 G.U.A.R.D.[*1](가드)라는 국제조직이 탄생한다. 그들 중에서도 엄선된 엘리트만으로 구성된 특수팀 X.I.G.[*2](씨그)는 적도궤도상에 떠 있는 공중모함기지 에리얼 베이스를 전선기지로 삼고 다가올 위험에 대처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1 - Geocentric Universal Alliance against the Radical Distruction 의 약자.}

{*2 - eXpandid Interceptive Guardians 의 약자.}


주인공 타카야마 가무[高山我夢]는 알케미 스타즈 일본지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천재 과학자로, 아직 20세의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양자물리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소년이다. 그는 입자가속기를 인간의 의식과 싱크로시키는 실험을 계속하던 도중에 지구의 화신인 ‘빛의 거인’ = 울트라맨과 접촉한다. 그리고 마침내 예언대로 <파멸초래체>가 보낸 괴수가 지구에 출현하여 날뛰기 시작한 그때, 가무는 지구와 인류를 지키고 싶다는 스스로의 강한 의지로 울트라맨과 일체화하여 괴수를 통쾌하게 물리친다.

가무는 최전선에 뛰어들 결심을 굳히고 XIG에 입대하여 과학분석가로서 활약하는 동시에,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는 붉은 울트라맨 - <울트라맨 가이아>로 변신하여 파멸초래체에 맞서 싸운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또 한명의 푸른 거인 - <울트라맨 아굴>이 나타난다! 과연 그는 인류의 아군인가, 적인가?

“울트라맨은 지구를 구원하는 자다!
존재의의를 잃은 인류 따위를
구할 의무는 없어!!!”

“아니야!!! -
네 생각은 분명 잘못된 거라구!!!”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건 장대한 싸움의 막이 오른다!


■ THE HERO

이 작품에는 종래의 히어로 작품들과는 달리 명백히 대조되는 개성을 지닌 두 명의 주인공 - 게다가 둘다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 이 등장한다. 이 두 사람은 의견의 차이 때문에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기치 않게 서로 돕기도 하면서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고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표면상 주인공인 타카야마 가무는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의 관념을 깨는 이색적인 주역이다. 기존의 주인공들은 파일럿이나 전투원 등 전선에 직접 나서서 몸으로 뛰는 역할이 많았으나, 가무는 한발짝 물러서서 뛰어난 두뇌로 사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학자이자 분석가이다. 예전 같으면 주인공을 보좌하는 조연이나 게스트에 머물렀을 역할인 것이다![*3]

{*3 - 물론 이런 패턴의 주인공은 가무가 최초는 아니고, <그레이트>의 잭 신도가 먼저다.}

또한 기존의 주인공들이 별다른 재주나 전문분야도 없이 그냥 ‘강한 정의감’이나 ‘용감한 행동’ 같은 애매한 이유로 특수팀에 채용된 경우가 많은 데 비해[*4], 가무는 과학지식과 발명기술이라는 확실한 전문분야를 갖추고 있으며, XIG의 창설에 깊게 관여한 알케미 스타즈의 일원이라는 그럴 듯한 배경도 있기 때문에, 특수팀에의 참가 과정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4 - 정식으로 양성기관을 수료하고 테스트를 거쳐 ‘실력으로’ 들어온 경우도 없지는 않다. (초대 맨의 하야타, <파워드>의 카이, <다이나>의 아스카 등등)}

기존의 주인공들은 가족 배경이 아예 나오지 않거나 가족에 대해 한두마디 언급하는 것으로 그치는 데 비해 가무의 양친은 극중에 확실하게 등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전작인 <다이나>는 ‘아버지’의 존재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되는 점에서 예외이지만, 이 작품은 가이아와도 달리 거의 부모의 존재를 신격화시켜, 주인공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끔 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가무의 부모는 어떻게 저런 부모한테서 천재 아들이 났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소시민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아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어머니의 유연함(제5화)이나 타인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근성(제28화)은, 이들이 ‘히어로의 부모님’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소질(?)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무와 부모와의 따뜻한 유대를 지켜보면서, 시청자는 가무를 자신과 보다 가까운, 인간적인 캐릭터로 느끼게 된다.[*5] 이러한 점은 자칫하면 ‘천재소년’이라는 전형에 매몰되어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릴 우려가 있는 설정을 멋지게 보완하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거꾸로 보면 옛날의 울트라맨을 보고 자란 부모세대의 시청자를 배려한 연출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 “히어로가 될수 없다면, 히어로를 낳아서 기르자!!” ^^)

{*5 - 가무가 아직은 가족의 틀을 떠나지 않은 ‘소년’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어린 시청자의 경우는 감정이입을 쉽게 하고, 여성팬의 경우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데 유리하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울트라맨 타로우>에서 울트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등장시켜 가족 노선을 선택한 것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 가족관계가 전혀 밝혀지지 않는 외톨이 늑대 같은 후지미야의 설정과도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가무의 성격 또한 ‘냉정하고 의지가 되는 어른’이나 ‘열혈과 근성으로 뭉친 청년’ 같은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이지적이면서도 결코 오만하지 않고, 의지가 강하면서도 결코 모나지 않으며, 어른의 차분함과 분별력, 거기에다 어린이의 순수함과 모험심을 겸비한, 한마디로 ‘청량감’을 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기존에는 조연이나 단역에 불과했던 ‘과학자’라는 직업, 그리고 종래의 주역들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형이면서도 히어로로서 갖춰야 할 불굴의 의지와 굳은 신념은 그대로 갖추고 있는 절묘한 성격설정. 이 두가지가 가무를 종래와는 구별되는 참신한 히어로로 만드는 것이다. 가무 역의 배우 요시오카 타케시[吉岡毅志]가 보여준 의욕 넘치는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가무와 대립하며 스스로도 마음의 갈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그림자의 주역이 바로 후지미야 히로야[藤宮博也]이다. 알케미 스타즈의 멤버이며, 크리시스의 제작에 관여하기도 했던 천재 과학자인 후지미야는 예언된 파멸을 막을 수 있는 비책을 찾아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결과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말살해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해답을 얻게 된다. 그후 그는 갑자기 알케미 스타즈를 탈퇴하고 행방을 감춘 후, 또 다른 지구의 의지 - 울트라맨 아굴의 힘을 손에 넣어서 다시 나타난다.

지구를 살리는 것이 반드시 인류를 살리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가무와의 대립을 조장하는 도화선의 역할을 하게 된다. 순진하고 긍정적이며 어딘가 허술한(?) 가무와는 정반대로 냉소적이고 후안무치에다 철두철미한 후지미야의 성격은 종래의 ‘라이벌’ 캐릭터의 공식에 기초한 것이지만, 스토리가 점점 진전되면서 그의 위치는 단순한 대립자를 벗어난 하나의 ‘안티 히어로’로까지 격상된다.

‘라이벌’의 경우, 단순히 악의 편에 서서 주인공의 호적수로서 등장하거나, 원래 악의 편이었으나 개심하여 주인공의 친구가 되는 패턴은 예전부터 있어 왔으나, (『쾌걸 라이온 마루』(1972)의 타이거 죠나 『가면 라이더 V3』(1973)의 라이더맨 등) 후지미야 = 아굴의 경우는 처음부터 선악을 가릴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로서 순전히 자신만의 행동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완벽한 ‘안티 히어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 개성도 변신전과 변신후의 모습에서 가무 = 가이아와는 뚜렷하게 대조를 보여주고 있어서, 제작진이 이 캐릭터에 들인 정성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후지미야 역의 배우 타카노 핫세이[高野八誠]와 아굴 전담의 수트액터 시미즈 카즈히코[淸水一彦, 현재는 카즈야로 개명]의 명연기도 한몫 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리즈의 진행에 따른 아굴의 파워업, 그리고 후지미야의 내면이 변화함에 따라 그의 헤어스타일과 코디네이션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 또한 흥미롭다. (거의 노숙자에서 귀공자까지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패션 감각! ;-)

특히나 가이아와 아굴의 대결이 본격화되는 제23화 ~ 제26화의 4부작은 후지미야가 오히려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질풍노도의 드라마였다. 자신의 신념이 틀렸음을 깨닫고 한번은 모습을 감추지만, 후반에 다시 돌아와서 몇 차례의 방황과 갈등을 거쳐 새롭게 부활, 가이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다만 이때에는 이미 ‘인류 대 파멸초래체’라는 대하 드라마로서의 골격이 굳어져서, 싸움의 초점도 이쪽으로 옮겨가게 되었기 때문에, 초반부의 아굴이 지니고 있었던 안티 히어로로서의 매력은 상당 부분 반감된다. 그러나 애초에는 중반 이후로 완전히 사라져버릴 예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 재등장시켜 주인공에게 뒤지지 않는 또 한명의 주역으로서 최종회까지 계속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만든 점은 확실히 놀랍다.


■ THE ENEMY

울트라맨의 적은 당연히 ‘괴수’나 ‘우주인’일 것이다. 그런데, 울트라 시리즈가 다른 히어로 작품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로서, ‘공통된 적의 부재(不在)’라는 점이 있다.

여타의 히어로 작품은 (특촬, 애니, 만화를 가리지 않고) 히어로의 적으로서 하나의 특정한 ‘조직’이나 ‘결사’가 등장하여 매번 다른 괴물을 보내어 온다는 패턴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조직은 내부적으로 볼 때 대보스-중간보스-괴물-하급 전투원 이라는 지휘체계가 분명하게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울트라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매회마다 다른 형태의 적이 등장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그것을 주인공이 나타나 물리친다는 패턴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토에이를 주축으로 하는 대부분의 히어로 작품이 사무라이나 닌자를 주인공으로 파벌간의 싸움을 묘사하는 시대활극(時代活劇)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데 비해, 울트라 시리즈는 애초에 『고지라』로 대표되는 거대괴수영화와 미국의 TV시리즈 『환상특급 Twilight Zone』 등으로 대표되는 미스터리 SF, 그리고 종래의 히어로 드라마를 결합함으로써 시작된, 보다 복합적이고 유니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6]

{*6 - 나중에 가면 호러영화나 전래동화, 청춘물, 학원물, 러브 코메디의 요소까지도 끼여들게 된다.}

때문에 울트라 시리즈에서 적으로 등장하는 괴수나 우주인은, 단순한 ‘절대악’으로서의 아이콘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은유로서 다가온다. 인류의 욕망에 희생된 자연의 분노일 수도 있고, 인간 자신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어둠이 구체화된 모습일 수도 있고, 요괴나 도깨비 같은 전설이나 민담의 캐릭터가 현대에 부활한 것일 수도 있다. 가이아의 적들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다른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시도가 눈에 띈다.

그 첫번째는 <근원적 파멸초래체>라고 하는, 시리즈 전체에 걸친 공통된 가상적(假想敵)의 설정이다. 물론 파멸초래체란 인류가 편의상 붙인 코드네임이고, 그 실체나 목적은 끝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어딘가 우주의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인류(혹은 지구 전체)에 대한 적의를 지니고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하여 공격을 가해 온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전의 울트라 시리즈에서도 공통된 적을 선보인 적이 있기는 했지만[*7], 가이아처럼 스토리에 깊은 연관을 맺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인공들을 괴롭힌 경우는 없었다.

{*7 - <에이스>의 이차원인 야풀, <레오> 후반부의 블랙스타, <더★울트라맨>의 암흑 헬러 군단, <그레이트>의 고데스, <파워드>의 발탄성인[新], <티가>의 ‘멸망의 어둠’, <다이나>의 스피어, 그리고 <코스모스>의 카오스 헤더. (<네오스>의 다크매터는 시리즈 전체를 통해 문제의 근원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인격을 갖춘 ‘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재해’에 가까우므로 제외)}

파멸초래체의 설정은 그로 인해 스토리 전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연속 대하 드라마’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지만, 반대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채택을 어렵게 하고 제작진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한 면도 있었다고 본다.

마지막까지 파멸초래체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이아의 이야기는 아직 더 계속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적들을 보내오는 정체불명의 신비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도(使徒)’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 두번째는 ‘우주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괴수’가 동/식물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거대생물인데 비해, ‘우주인’은 나름대로의 고도문명을 갖추고 우주항행 능력을 지닌 다른 천체에서 온 지적 생명체(知的生命體)를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지구의 언어를 공부해 왔는지 처음 만난 지구인(주로 일본인이지만)과도 잘만 지껄이고, 때로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해도 그 형상은 거의 2족보행의 인간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이아에서는 이러한 타입의 ‘우주인’은 절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제35화에서 나온 ‘후루타 성인’은 지구인이 꾸며낸 거짓 이름.) 시대배경이 제작 당시로부터 2~3년 후의 근미래이며, 인류가 아직 우주의 지적 생명체와 본격적인 접촉을 하지 않은 시기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귀결은 당연한 것이고, 그 편이 더욱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기도 한다.

또한 거대한 적인 파멸초래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외의 ‘우주인’의 등장은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인해, 가이아는 울트라 시리즈 사상 최초로 ‘●●성인[星人]’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우주인’이 가장 많이 등장한 『울트라 세븐』과 정반대.)

그 세번째는 매우 다양한 타입의 적들이 돌아가며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공룡형 괴수와 2족보행형 괴수에 한정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형태와 출신지를 지닌 괴수가 등장하는 것은 전 2작에서도 있었던 시도였지만, 가이아에서는 그와 더불어 지구괴수와 우주괴수의 명확한 구분, 생물로서의 괴수와 주술적․정령적 존재로서의 괴수의 공존, 금속생명체나 자연 콘트롤 머신 같은 독특한 적들의 출현, 그리고 이전에 등장했던 괴수가 더욱 강화된 모습으로 여러번에 걸쳐 재등장하는 캐릭터의 연속성 등 여러모로 괄목할 만한 데가 있다.

특히 후반에 가서는 ‘파멸초래체가 직접 낳은 괴수’, ‘파멸초래체에 의해 지구로 강제 전송된 우주괴수’, 그리고 ‘파멸초래체의 영향으로, 잠자고 있다가 깨어난 지구괴수’의 구별이 확실해짐으로써, 각각의 경우에 맞춰 인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무조건 괴수를 ‘절대악’으로 상정하여 쳐부수는 것을 우선시하던 이전의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인다.

특히 이 흐름이 마지막까지 이어짐으로써, 결국에는 인류가 ‘같은 지구에 태어난 생명체로서’의 유대를 깨닫고 지구괴수들과 힘을 합쳐 파멸초래체에 대적한다는 전대미문의 클라이막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괴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같은 생물로서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테마는 2년 후의 최신작인 『울트라맨 코스모스』의 ‘괴수<보호>팀‘ Team EYES로 구체화된다.


■ THE OTHER

마지막으로, 가이아라는 작품이 보여주는 남다른 특색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번째는 시리즈 사상 최다 출연진. 물론 이전의 시리즈에서도 게스트 출연자가 때때로 재등장하여 주역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경우는 많았지만, 가이아의 경우에는 레귤러 출연진의 수가 굉장히 많다.

특히 XIG는 시리즈 사상 대원이 가장 많은 방위팀인데, 이는 다른 작품에서처럼 대장 이하 5~7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체제를 취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오퍼레이션 크루 아래 각각의 상황에 맞춰 투입되는 3인 단위의 소부대(小部隊)들[*8]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8 - 팀 라이트닝, 팀 팰콘, 팀 크로우의 3대 비행편대 외에 육전부대인 팀 허큘리스, 구조부대인 팀 시걸, 그리고 해양부대인 팀 마린이 존재한다. 가무를 포함한 오퍼레이션 크루 6인에 이들 18인, 그리고 GUARD와의 연락책인 치바[千葉] 참모까지 합하면 총인원은 무려 25인!!!}

사실 괴수재해나 우주로부터의 침략이라는 대사건에 대처하려면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또 24시간 밤잠도 못자고 복수(複數)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때도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5~7인에 불과한 인원으로 그 모든 것을 수행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자질적으로나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XIG의 편성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방위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다만 오퍼레이션 크루는 여전히 24시간 근무니까 문제가 남지만.)

그뿐만 아니라, 가이아에는 가무를 중심으로 수많은 집단과 개인들이 서로 맞물려서, 혹은 서로 관계없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레귤러의 수는 더욱 많아지게 된다. 각국의 알케미 스타즈, 가무의 부모, 가무의 대학 친구들, 후지미야,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KCB방송국의 취재진들이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시리즈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최종장 3부작에 가서도 이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울트라맨과 괴수와 인류가 함께 힘을 모아 지구를 지키는’(!!!) 장대한 마무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한명도 빠지지 않고 대활약하며 결말로 달려간다는 점에서는 <티가>의 라스트와도 유사하지만, <티가>가 그때까지 단발성으로 등장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게스트들을 재등장시켜 활용한 데 비해, 가이아는 그때까지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이미 활약해온 레귤러들을 결집하여 조화로운 결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점은 가이아의 특징인 ‘대하 드라마적 구성’과도 통하는 것으로, 주로 1화완결의 분절적(分節的) 구성에 의존해 왔던 특촬 드라마가 보다 넓은 시청자층에 어필할 수 있는 ‘연속극soap opera'적 구성으로 진화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두번째는 성인팬(특히 여성팬)들에게도 인기를 끌 만한 의욕적인 요소를 대거 투입했다는 점이다. 특히 두 주인공, 가무와 후지미야의 밀고 당기는 인생역정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모습은 수많은 동인들의 혼을 일깨웠음에 틀림없다.

『울트라맨 레오』에서 모로보시 단과 오오토리 겐을 통해 선보였던 서로 다른 가치관의 2인 주역 체제, 그리고 파일럿판 『울트라맨 네오스』에서 제안되었던 2인의 레귤러 울트라맨 기용, 거기에다 시대의 조류를 타고 급부상하는 Y커플링(^^)의 요소가 플러스되어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두 주인공이 탄생한 것이다.

대조적인 성격의 두 주인공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엮어져 중요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 간다. 후지미야의 캐릭터로서의 매력과 완성도, 그리고 스토리 전체에서의 비중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의 제목은 편의상 『울트라맨 가이아』이지만 주인공은 결코 가이아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와 더불어, 판타지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가능한한 하드SF적으로[*9] 풀어 나가는 스토리텔링이나, CG를 대폭 도입하여 미래적 분위기를 부여했던 전 2작과는 달리 CG를 최대한 억제하고 고전적인 미니어처 기법으로 돌아와 되도록이면 ‘현재적’인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화면을 만들어 내려 한 특수촬영 등 주목할만한 부분이 많다.

{*9 - 소재 자체는 하드SF와 거리가 멀지만, 접근방법 면에서는 ‘하드SF적’이다. 양자물리학이나 가이아 이론 등 최신 과학을 설정에 대폭 도입했으며, 사건을 조사, 분석하는 장면에서도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 현실에서도 통용되는 과학지식이 많이 동원되었다. 게다가 주인공 본인이 과학자인 관계로 이러한 조사․실험 장면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또한 울트라맨이 한명 더 늘어남으로써, 전투장면의 연출이나 스토리의 전개도 상당히 폭이 넓어져서, 다른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는 긴박감이나 호쾌함이 후반으로 갈수록 증폭된다.

그러한 모든 장점이 한데 조화를 이루며 파워풀하게 작렬(炸裂)했기에, 가이아는 <티가>와 <다이나>에 열광한 요즘의 신규 팬층은 물론, 60년대 이후로 울트라맨을 재발견한 올드팬, 범상치 않은 스토리와 설정에 관심을 갖게 된 일반 시청자,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과 관계성(關係性)에 민감한 여성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


Article (C) ZAMBONY 2001.09.22
※특촬동인 '울트라이더' 회지 제1호 <변신>에 게재한 글.
by 잠본이 | 2010/07/15 00:52 | 언밸런스 존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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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편집, 기사 집필, 판매전 참가, 기타 등등 ○ 특수촬영 패러디 모임 「울트라이더」 회지 제1호 '변신' (2001년)  ㆍ『가면라이더 쿠우가』 작품해설  ㆍ『울트라맨 가이아』 작품해설  ㆍ크로스오버 팬픽션  ㆍ4컷 만화 ○ SF동호회 JoySF 회지 준비호 (2007년)  ㆍ만화 『충사』 리뷰 ○ SF동호회 JoySF 회지 창간호 (2 ... more

Commented by 蘭忍 at 2010/07/15 02:01
"지금까지 등장한 레귤러(or게스트)가 최종화에서 총 출연"이라는 패턴을 미치도록 좋아하는지라 코맨더의 "미션네임은.. 가이아!"의 한마디에 감격한 기억이 납니다.

조연 한명한명에 애정이 가득한것도 인상적이었죠. KCB보도진들, 특히 레이코씨만해도 처음 등장했을때 그렇게까지 중요인물이 될줄이야 상상도 못했고;; 심지어는 타카노랑 레알로 결혼하기까지(...)

25명에 달하는 방위대원들 중 어느 한명도 버릴 캐릭터가 없다는것도 대단합니다. 매번 피스캐리 조종하면서 슬쩍슬쩍 나오던 팀 시걸 카미야마 리더까지 이렇게까지 치밀한 캐릭터 설정이 존재할줄은.

달랑 한번 등장한 팀 마린은 뭐 그렇다치고(<-


평성3부작은 저마다 매력있는 작품이지만 앞으로도 가이아의 스케일감과 스토리를 뛰어넘는 작품은 나오기 힘들거라고 봅니다. 물론 특촬도 수준급이고요:D
10몇화까지만 보고 냅다 DVD박스를 질러버렸지만 절대 후회없었던 작품!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7/17 17:39
언젠가는 제게도 지름신이...!
Commented by 공국진 at 2010/07/15 09:14
올해 초에 챔프에서 방영된 더빙판으로 봤는데, 가면라이더 키바보다 더 열중해서 보게되더군요^^.

특히 29화(국내판 부제는 '내고향 우크발')는 마음이 찡해져서, 그리고 34화('영혼의 격돌')는 故하시모토 신야라는 프로레슬러가 중요 게스트로 나와서 특히나 기억에 남아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7/17 17:39
부럽습니다. 오히려 더빙판 방영할때는 사정이 안맞아 못보다니 이게 무슨 인생의 아이러니 OTL
Commented by 김유성 at 2010/07/17 14:54
여기있는 글을 감명깊게 읽게 되어 글을 남깁니다.
평소에 가이아의 팬이며, 항상 다른 울트라시리즈에 비교하여
좋은 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을 상기시켜준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좋아했던 2편을 소개할까 하는데, 먼저

제9화 : 팀 시걸이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 처음에 시걸의 리더
가 ' 절대로 자기들이 활약할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에 의미는
좋은데, 왠지 너무 쿨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구조
활동중에 대원 한명이 갇혀 있는 사람으로 부터 응답이 없자,
절망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이 때 ' 레스큐라는 직업은 자기가
목숨을 걸고 구해낸 사람이 결국 자신의 팔에서 숨을 거두는 것
을 수없이 보게된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손길을 그다리는 사람
들을 위하여 계속 움직여야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구조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원과 교대하라고 합니다.
이 말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대원이 용기
를 내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 목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어 맥박
이 뛰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에 성공합니다.

제32화 : 미래와 현재를 오고갈 수 있는 괴수가 나타나는 에피소드.
여기서는 팀 팰콘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연습중 자신들의 미래를
보게 되었으며, 자신들이 희생하지않으면 에리얼베이스의 다른 대
원들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미래를 알기에 항상 죽음을 각오
하고 임무에 임하는 팰콘 대원들. 하지만 우연히 같이 행동하게 된
가무는 절대로 정해진 미래는 없다며 특공작전을 펴려는 팰콘대원
들을 말리며 어떻게든 그들을 지키려는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이 처럼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및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정
황이나 과거가 완벽하게 뒷받침이 되어 있기에, 단순한 어린이용 특
촬물이 아닌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너무나
도 만연된 '막장'드라마를 보고 짜증을 내느니, 울트라맨가이아를
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7/17 17:41
대원들이 너무 많아서 산만해질 위험도 있었는데 한명 한명이 다 개성과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정이 가더군요. 연출과 각본과 연기의 승리랄까... (라고 해도 개성 부여된건 팀 리더 정도고 나머지 2명씩은 결국 부록 취급이었지만 그인간들까지 다 활약시키려 했으면 아마 2년쯤은 방영해야 했을듯 OTL)
Commented by fkdlrjs at 2010/07/17 21:23
저는 올해 방영된 더빙판으로 처음 봤는데요
대부분 1화완결을 유지하면서도 대하드라마적인 요소를 이어가는게 이렇게까지 극에 몰입감을 주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건담=드렌져 at 2010/07/21 03:42
건담 시드 시리즈의 악의 축(?) 중 하나인 타케다 세이지 PD가 담당한 작품 중 하나죠. (티가 & 다이나 역시 마찬가지)

잠시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좀 하자면...;;;
타케다 PD가 초창기 때에는 뉴스 프로그램을 맡았던 탓인지, 그가 맡은 작품 내에서는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세계 정세 묘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헤이세이 3부작에서는 이런 경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간간히 출연하는 외국인 캐릭터들의 존재를 통해 그의 입김이 어느정도는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본인은 영업부에 속해있어서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글쎄올시다...ㅡ.ㅡa;;;)

울트라맨 코스모스에서는 불살주의를 표방한다던가....(참고로 이거 끝나고 방영한 작품이 희대의 괴작인 '기동전사 건담 SEED'...)
이 인간이 관여한 작품은 묘~하게 어긋난 느낌입니다.
아, 물론 헤이세이 울트라맨 시리즈는 예외입니다만...^-^;;;

이상 드렌져의 궤변이었습니다...ㅡ.ㅡb;;;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7/21 22:52
평성3부작의 대체적인 방향은 츠부라야 측의 오이다 마사토 등이 이미 제시한 것이었고, 이것을 MBS쪽 프로듀서인 마루타니 요시히코와 그 제자 격인 모로토미 히로후미가 조율하여 진행해나간 것입니다. 코스모스는 츠부라야 측의 시부야 히로야스가 구성을 총지휘했고 이에 대하여 초반에는 모로토미, 후반에는 마루타니가 MBS측 대표로 아이디어를 모아 진행한 것이고요.

그에 비해 타케다 세이지는 공식적으로 크레딧조차 되어있지 않고 그가 참여했다는 발언의 근거는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본위키 관련항목 정도인데 참가했다는 것을 믿는 건 둘째치고 설령 참가했더라도 어느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궤변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건 상관없지만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이리저리 꿰맞추는 것은 증명할수도 없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한 건 아닐까 싶군요.
Commented by 100원 at 2011/02/02 14:16
확실히 1회성으로 끝날것 같았던 조연들도 자주 얼굴을 비춰줘서 그런지 (덧붙여 지구괴수도...) 최종화의 그 전개는 뭔가 의문의 감동이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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