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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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e Spotlight : R.O.D.
■ R.O.D. [Read or Die]
“그 책, 돌려주세요~!”


○ 어째서 골랐는가?

본작은 미디어믹스 전개에다 미소녀와 총기액션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만 고유한 전가의 보도(寶刀)를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그것과는 전혀 상반된 요소들을 흡수하여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희한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책벌레 주인공이 고서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초능력 난무의 스파이 액션 서스펜스물! 독서 계열의 캐릭터가 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조연이거나, 설령 주인공이라도 그러한 설정이 내용과 관련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여기의 주인공은 독서가 삶이고 인생의 전부다! 거기에다 한물간 티가 풀풀 나는 스파이 액션이라니! 거기에 더하여 마치 아메리칸 코믹스를 보는 듯한 초능력의 활극이라니! 과연 이러한 기괴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본작은 과연 어떤 작품인가? 이제부터 그것을 알아보자!


○ 이렇게 만들어졌다!

읽느냐 죽느냐? 이 제목마저 해괴한 작품은 사실 애니메이션 전용의 기획은 아니다. 본작은 일본의 창작․기획 전문집단 <스튜디오 오르페>가 수년에 걸쳐 실행중인 미디어믹스 기획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999년 12월부터 슈에이샤[集英社]의 만화잡지 <울트라 점프>에 야마다 슈타로[山田秋太郞]의 코믹스판이 연재 중이며, (현재 단행본 2권까지 발매) 슈에이샤의 청소년용 소설 시리즈인 슈퍼 대쉬문고의 창간 캠페인 캐릭터로 기용되기도 했으며, 원작자인 쿠라타 히데유키[倉田英之]가 직접 집필한 소설판도 계속 전개 중이다. (7월 25일에 제4권 발매 예정)

말하자면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 판인 본작은 본 기획 안에서도 가장 늦게 시작된 셈이다. (2001년 5월 23일에 제1권 <휘귀본탈환작전>이 발매되었다. 제2권은 7월 18일 발매 예정) 이 세 가지 버전의 ROD는 모두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모두 같은 기본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지만, 저마다 가진 맛이 각각 다른, 말하자면 일종의 자매편으로, 서로가 서로의 설정을 보완해 나가는 역할을 맡기도 하며, 또한 한 가지 버전에 의해 관심을 갖게 된 고객이 다른 버전도 구매하게 만듦으로써 수익 면에서도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러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당되는 작품들 각각이 고객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하고, 또한 여러 가지 홍보 매체를 통한 정보제공도 제때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물론 그밖에도 당시의 유행이나 시류, 팬들의 취향 변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지만 역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저 두 가지라고 본다.)

본 작품은 이러한 미디어믹스 전개라는 특성 외에도,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성격의 주인공과,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을 소재로 한다는 점, 그리고 일견 황당무계하게 보이는 초능력을 구사하여 싸우면서도 멋진 연출과 작화, 음악으로 커버하여 오래된 스파이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점 등등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 이런 이야기다!

지독히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애서가에다가 활자중독(비블리오마니아)의 기미까지 보이는 주인공 요미코 리드먼은 표면상 고등학교의 비상근 임시 교사직을 맡고 있는 25세의 평범한 안경잡이 아가씨. 그러나 그녀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사실 그녀의 정체는 대영도서관의 특수공작원(에이전트)으로,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능력 때문에 ‘더 페이퍼The Paper'라는 암호명으로 불린다.

어느날, 자주 가는 고서점가에 들러 오래된 책들을 둘러보던 요미코는 정말로 구하기 힘든 어떤 휘귀본을 발견하고 기뻐하지만, 다음 순간 하늘로부터 엄청난 광풍과 함께 거대한 곤충을 부리는 노인이 나타나 그 책을 빼앗아 가려 한다. 필사적으로 휘귀본을 지키려고 매달리는 요미코, 그러나 아직 그녀는 이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

역사상의 위인들을 클론으로 복제하여 되살려낸 의문의 조직 <세계위인군단>을 상대로, 요미코와 그녀의 동료들은 상상을 초월한 일대 격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이게 다냐? 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아직 1권밖에 발매가 안된 형편이고, 이 기사가 실린 책이 나올 때쯤에나 2권이 나와 있을테니.)


○ 이런 주인공이 나온다!

요미코는 외관부터가 뭔가 이런 종류의 액션물과는 인연이 없는 듯한 애매모호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이다. 늦잠을 자다가 제대로 손질을 안 해서 하늘로 뻗친 머리카락, 검은테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멍한 눈, 회색의 낡아빠진 트렌치코트, 게다가 책 외의 다른 일에는 일체 관심을 끊은 신선같은 생활, 어지럽게 흐트러진 방도 그대로 놔두고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게으름, 게다가 어디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책들을 엄청나게 구입하여 빌딩 한 채를 가득 채워놓는 수집욕... (고서점의 점원들이 우수고객이라며 한줄로 서서 큰절을 할 정도다!)

뭔가 이런 이야기의 헤로인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그런 특징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운동을 잘 할 것 같지도 않고, 말투나 행동거지도 어딘가 순진하다못해 어벙해 보인다. (왕년의 아이돌 유닛 ‘COCO’의 멤버였던 미우라 리에코[三補理惠子]가 보여주는 연기는 그야말로 백치미의 극치다.) 정말로 이런 어리버리한 캐릭터가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것일까?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미코에게는 마치 닌자의 술법처럼 종이를 마음대로 부리는 초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책>을 둘러싸고 사건이 전개되다보니, 목숨보다도 책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로서는 죽어도 끝까지 따라붙는 근성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파브르를 저지하려 할 때 그녀가 한 말은 ‘책 돌려줘요’였지 ‘당장 멈춰요’가 아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려 시민들이 어떻게 되어도 그녀에겐 별로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요미코의 위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중년 오타쿠의 습성과 외관을 그대로 젊은 여성에게 이식한 듯한 언밸런스한 외모와 성격에 더하여, 겉으로 보이는 약함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숨은 잠재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끝없는 정열과 집착이 이 캐릭터의 핵(核)을 이루는 요소다. 사실 초능력은 스토리의 필요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면, 요미코는 초능력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독특한 캐릭터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라고 하면 대부분 예쁘고 깔끔한 미소녀를 연상케 하는 마당에, 이런 캐릭터를 주저없이, 그것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또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특징에도 불구하고 사실 요미코라는 캐릭터 자체는 이전의 관습적인 미소녀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점도 밝혀두어야 겠다. 안경을 벗으면 미인이라던가, 거유[巨乳]라던가 하는 설정은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특히 후자에 대해서는 도대체 왜 그런 설정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이다.)

앞으로의 전개 중에서, 요미코의 이런 독특한 성격이 단순히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드는 장식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 자체와도 긴밀한 연관을 맺고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바램일까?


○ 이런 녀석들도 나온다!

사실 주인공인 요미코를 제외하면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은 뭔가 엄청나게 혁신적이라거나 대단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녀석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직 1권만 나온 상태에서 이렇게 평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현재의 상황으로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아군이건 적군이건 할 것 없이, ROD의 캐릭터들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만화적이고(즉 개성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고) 또 관습적이라는 느낌이 든다(즉 어디선가 본 듯한 스타일이 많다). 또한 1화만 가지고 보아서는 그 개성마저도 확실히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맨 첫화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소개가 우선이기 때문이겠지만.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역시 낸시 마쿠하리 - 암호명 미스 디프Miss Deep로 불리는 요미코의 파트너일 것이다. 벽이나 물건을 자유자재로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특수능력자로, 사격과 무술 솜씨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임무 수행시에 입는 그 의상은 피터정의 <이온 플럭스>를 연상케 한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1화 중간에 죠커가 미스 디프(를 닮은 여성)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곤혹스러워 하는 것을 보아 뭔가 중요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무엇보다도 처음에는 임무에만 충실한 인간병기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차차 무방비의 극치인 요미코에게 감화(?)되어 마음을 통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에 따라 괜찮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다.

그 다음이 죠커. 도서관 정보부의 지휘자인 <젠틀맨>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그것을 에이전트들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중개역이지만, 실질적인 보스라 해도 좋을 것이다. <미래경찰 우라시만>의 루트비히를 연상케 하는 말끔한 얼굴의 30대 신사로, 어떤 일에든 당황하지 않고 임무를 우선하는 완고한 사람이다. 첩보물에 흔히 등장하는 <국장> 스타일의 틀에 박힌 캐릭터이나, 역시 이후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 다음으로 드레이크 앤더슨.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으로, 요미코들의 후방지원을 맡은 행동파의 거한(巨漢)이다. 로켓포와 바주카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현장에서 병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시 다소 틀에 박힌 캐릭터라서 불안스럽다.

적측의 캐릭터는 이들보다 더욱 화려하고 더욱 개성이 넘치는 자들로 꾸며져 있다. 죽은 위인의 DNA를 복제하여 인간병기로서 재생시킨다는 컨셉 자체가 타당하느냐는 둘째치고, 그 위인이 생전에 집착했던 소재를 ‘개성’으로 삼아, 그와 관련된 초능력을 부여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꽤 재미있다.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곤충을 타고 날아다니며, 일본의 발명가 히라가 겐나이는 발전기를 짊어지고 전기를 방출하며, 인간 비행의 선구자 오토 릴리엔탈은 비행기를 타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황당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이점에 대해서는 ‘무동력 글라이더를 타지 않은 릴리엔탈이라니 사기다!’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아무래도 무동력 글라이더로 그런 액션을 펼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마치 예전의 특촬물 <가면 라이더> 시리즈에서, 동식물, 광물, 심지어는 화석(!)을 소재로 한 괴인을 등장시킨 이후에 소재 고갈을 타개하기 위해 역사상 위인을 본딴 기계괴인들을 등장시킨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억측마저도 들게 한다. 어찌보면 존경하고 숭배해야 마땅할 ‘위인’이라는 타이틀을 어린이용 액션물의 나쁜 괴수와 같은 레벨로 끌어내려 패러디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외로 전복적인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더 많은 수의 DNA가 도난당했다고 하니, 앞으로도 개성 넘치는 ‘위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의 배후에 어떤 조직이 버티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불명이다.


★ 관련 사이트 ★
http://homepage2.nifty.com/orphee/ (스튜디오 오르페 - 기획 총괄)
http://www.sonymusic.co.jp/Animation/ROD/index.html (소니 뮤직 - 애니메이션판)
http://ultra.shueisha.co.jp/ (울트라점프 - 코믹스판)
http://www.shueisha.co.jp/dash/ (슈퍼 대쉬 문고 - 소설판)
http://www.nifty.ne.jp/rforum/fanime/sakuhin/a01/rod/ (니프티온라인의 발매정보)


Article (C) ZAMBONY 2001.07.16.
※잡지 '애니메이툰' 제35호에 기고한 글.
by 잠본이 | 2010/07/11 14:42 | ANI-BODY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3359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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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ㆍ< REDfish Chronicles―赤魚 김주영, 14년 간의 궤적 > Magazine Articles ○「애니메이툰」 제35호 (애이콤, 2002년)  ㆍ『ROD』 리뷰  ㆍ『코메트씨』 리뷰 ○「소리사랑」제1호 (허브, 2005년)  ㆍ ○「소리사랑」제2호 (허브, 2006년)  ㆍ ○ SF무크지 「미래경」 vol. 001 ( ... more

Commented by 면도날고토 at 2010/07/11 15:23
하지만 OVA 2권부터 액션 연출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지고...

수많은 위인들 중에서 고른 위인이 별다른 매력이 없는 인물이었는데다가(ㅅㅈㅂㅅ말입니다;;),

나름 반전을 노린듯한 모 에이전트의 정체는 그닥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여...

전형적인 용두사미 작품이 되어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다만 1화의 오프닝 영상과 음악은 지금 들어봐도 좋네요^^(1화 자체도 꽤나 수작이고요)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0/07/11 17:15
더구나 소설판의 경우엔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건...
왜이리 안나오는겨...(먼산)
Commented by Cypris at 2010/07/11 20:10
다음권이 나오기는 할까요?ㅜㅜ
Commented by AO at 2010/07/11 20:31
아직 안 끝났군요ㅇㅁㅇ
Commented by 久羅大往 at 2010/07/12 10:12
지금 시점에서는 소설이 11권(?)까지 나오고 아직 완결이 안 된 상태에서 OVA-TVA로 이어지는 거의 드라마로 치면 파이널 시즌 같은 상태로 이야기를 다 전개해 버린데다가 대영제국 도서관+독선사와의 관계까지 완벽하게 종료..말하자면 미디어믹스의 최종 목적지가 다 달성되어 버려서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작품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ㅇㅅㅇ
그래도 지금 다시 보면 작화 퀄리티나 이야기 면에선 ㅎㄷㄷ 했네요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10/07/12 22:53
OVA를 보면 어머, 어머 하면서 일본 발명가의 전자 칼을 죄다 막아내는 것을 보면
악당쪽에서는 꽤나 열받게 하는 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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