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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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로보 OVA : 인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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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s of Father - 고통받는 아이들

『자이언트 로보』에서 주목해야 할 테마는, 역시 '아버지의 죄'일 것이다. 특히 이 테마는 본작을 이끌어 가는 3인의 캐릭터, 다이사쿠, 긴레이, 겐야 3인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들은 모두 과학자인 아버지의 악행 혹은 악행으로 오도(誤導)된 선행으로 인해 고통받고, 괴로워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각각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여 살아나가는 방식은 서로서로 약간씩 다르다는 점에 매력이 있다.

이러한 테마는 이마가와 감독의 특기로, TV작품인 『기동무투전 G건담』에서도 아버지의 죄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 도몬과 레인을 통해서 그려진 바 있다. 특히 도몬의 아버지 캇슈 박사가 본래는 좋은 의도에서 데빌 건담을 만들었음에도 군부의 음모로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것은 포글러 박사를, 레인의 아버지 미카무라 박사가 캇슈에 대한 질투와 명예욕 때문에 그를 배신하고 군부와 손을 잡지만 결국 회개하고 도몬을 돕다가 실종되는 것은 시즈마 박사를 연상케 한다. 이들 3인 외에도, 중요한 조연인 철우 또한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관련된 악몽으로 인해 남몰래 고통받는다는 설정이 눈에 띈다.


■ 다이사쿠군의 경우

쿠사마 다이사쿠는 국제경찰기구의 과학자였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BF단에 협력하여 GR시리즈를 만들어낸 아버지 쿠사마 박사의 업보로 인해, 난데없이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상 최강의 자이언트 로보와 함께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책임을 떠맡게 된다.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 때로는 어린애라고 무시당하고 때로는 방해만 된다고 야단을 맞으면서도 변함없이 기운차게 세상을 살아가는 다이사쿠. 하지만 그는 항상 자기는 로보가 없으면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통의 어린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시즈마 박사의 죽음처럼 세상에는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며, 무라사메 켄지처럼 죽음을 태연히 받아들이며 세상을 차갑게 바라보는 어른의 존재로 인해 당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특히 6화에서 보여주는 무라사메와의 대화는 이제까지 대종이나 긴레이같은 '멋있는, 좋은 어른들' 혹은 철우같은 '어린애 같은, 친근한 어른들'과의 관계와는 또 다른, '잔혹하지만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냉정한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장면이었다. 물론 냉정한 어른이라면 츄우죠우 장관도 있지만 장관의 경우는 상하관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상호작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었다. 장관은 다이사쿠를 생각해 주기는 하지만, 그와 대화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사쿠는 결코 절망하지 않고 앞길로 나아간다. 그는 아버지를 믿고, 아버지의 분신이자 유물인 로보를 믿는다. 그 강대한 힘 자체는 자기의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끌어낼 수 있는 열쇠는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힘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다. 인생은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과 함께 힘을 합쳐서 싸워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숙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지켜 나가는 긍정적인 '다음 세대'로서, 다이사쿠는 우리들 앞에 서 있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로보를 물려받는 설정 그 자체는, 옛날에 자주 나왔던 거대 로봇물의 관습과도 맥이 닿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아버지는 인생의 커다란 의문을 그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제5화에서 나온 '행복은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인가? 시대는 불행 없이는 넘을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후 다이사쿠의 평생을 걸친 모험에 그림자처럼 항상 붙어다니게 된다. 이 질문은 이미 권선징악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만한, 그야말로 '인생' 그 자체를 관통하는 궁극의 의문이다. BF단을 쓰러뜨리고 세계를 지킨다 해도, 이것에 대한 해답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다이사쿠 스스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접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 겐야의 경우

겐야 = 에마니엘 폰 포글러는 다이사쿠의 정반대편에 선, 비뚤어진 '다음 세대'의 표상이다. 그도 한때는 다이사쿠처럼 희망에 가득찬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던 순진한 소년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것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부당한 비난만 퍼붓고 그들 가족을 멸시한다. 그는 그러한 부조리에 환멸을 느끼고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간다. 그리고 역시 아버지의 유지를(비록 그가 그 내용을 다소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잇기 위해, 망설임 없이 스스로 '악'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세상에 정의란 없다'라는 명제가 현실에서도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겐야는 단순한 악인만이 아니라 현실의 부조리가 빚어낸 비극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세상에 진정한 빛을 가져다주려 했지만 세상은 그것을 짓밟았고, 그는 이제 그런 세상에 대하여 진정한 어둠을 가져다주려고 일어선다. 다이사쿠의 경우, BF단에 협력했던 아버지의 '악'으로 인해 오히려 정의의 편에 서는 반면에, 겐야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 했던(...^^) 아버지의 '선'으로 인해 오히려 악의 앞잡이가 된다는, 거울 이미지에 가까운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는 데에는 각자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밟았던 길이 자식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쿠사마 박사는 스스로 속죄하는 의미에서 아들을 BF단으로부터 탈출시키고, 포글러 박사는 세상의 오해를 받고 안티 시즈마의 샘플을 남긴다. 이것이 전환점이 되어, 자식들은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든다.)

어떤 의미에서 겐야와 다이사쿠는, 매우 다르면서도 서로 닮은 캐릭터인 것이다. 제5화에서 열에 들뜬 다이사쿠가 겐야의 손목을 붙들고 '아버지의 뜻을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헛소리를 할 때 겐야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 긴레이의 경우

긴레이 = 파르멜 폰 포글러는 이러한 두 사람의 중간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이다. 물론 그녀도 오빠와 마찬가지로 바슈탈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을 뒤덮는 시즈마의 빛을 보면서 '이것이 아버지가 진정으로 바라시던 모습이라면 명예 따위는 어찌되더라도...'라고 체념하고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 국제경찰기구에 들어가 엑스퍼트로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즉 그녀도 아버지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겐야와 같이 복수하는 길을 택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긴레이는 철저히 아버지의 기억을 잊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만큼 과거를 숨기는 일은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겐야가 불타는 복수심으로 과거를 하나하나 생생하게 되씹어가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을 때, 반대로 긴레이는 상처입은 마음을 감추고 과거를 기억 속에 철저히 묻어버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겐야가 포글러 박사의 '진짜 임종'을 지켜보았음에 비해 긴레이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제5화에서, 겐야로부터 포글러 박사의 진정한 최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 긴레이의 마음을 어떠했을까? 아버지에 대한 이제까지의 믿음이 흔들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과거를 계속해서 일깨우며 복수를 함께 하자고 촉구하는 오빠의 말에 심하게 동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한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제5화의 연출은 탁월했다.) 긴레이의 그런 마음 때문에 우려를 가지게 된 국제경찰기구는(아마도 긴레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오학인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다) 긴레이를 샘플과 함께 당분간 봉인해버린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봉인일뿐만 아니라, 긴레이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기를 유보하고 스스로의 내면에 깊게 틀어박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 혈육과 동료 사이에서의 갈등, 세계와 개인의 대립... 감독은 그 모든 고민을 하나로 응축하여 긴레이에게 짊어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생에는 언젠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게 마련이다. 제6화 내내 캡슐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긴레이는 휘츠카랄드의 습격에 맞서는 무라사메와 다이사쿠의 대화를 계기로, '나도 이제는... 아버지를 믿고 살아가겠어'라는 결심을 하고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믿음을 뒤흔드는 일이 생긴다 해도, 한번 결정한 스스로의 마음을 축으로 삼아, 자기가 간직하고 있던 다정하고 양심적인 과학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굳게 믿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마침내 긴레이는 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 결과가 비극적인 것이었다 해도, 그것은 결국 올바르고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 다음 세대를 위하여

결국 아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가에 대해서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따라하고 배우며, 어른들의 보호와 교육을 받고 자신의 인생관과 꿈을 키운다. 위에서 예를 든 세 사람은 성장기에 각각 어떤 어른을 만나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걷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어른의 죄' 그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죄'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계속해서 질문하고 있다. 제1화에서 대종과 철우가 다이사쿠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그 대표격일 것이다.

시즈마 드라이브를 둘러싼 두 과학자의 대립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좋은 아버지와 나쁜 아버지라는 두 개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과정으로 읽혀질 수 있다. 양심적이고 미래를 생각하며 선의에 가득한 포글러 박사라는 '좋은 아버지'와, 이기적이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명예욕에 불타오르는 시즈마 박사라는 '나쁜 아버지' 간의 충돌은, 결국 긴레이 남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만을 남기고 그들의 인생을 뒤틀어놓았던 것이다. 어른의 죄는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그것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세월이 갈수록 더욱 깊어진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어쩌면 대종의 말마따나 '아무것도 없다'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우리들보다 조금이나마 '좋은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제외하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과연 충분한 것일까?

그것은 인류가 부모자식이라는 인과의 고리로 이어지는 한 영원히 계속되어야 할 질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Article (C) ZAMBONY 2001.05.09.
※영화전문 사이트 '네오필름' 애니메이션 코너에 기고한 글.
by 잠본이 | 2010/07/11 13:21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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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10/07/11 13:27
그렇게 공명일 말한 R2 계획이 뭔지 알고 싶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7/11 13:45
GR 계획의 전모는 이마가와 머릿속에나...
Commented by 蘭忍 at 2010/07/11 14:28
그러니까 이 작품 최대의 테마는 "사람 말은 끝까지들어라"(..
Commented by 풍신 at 2010/07/11 16:48
"아버지를 믿어." 이마가와의 인생 테마인 듯. G건담이 그랬고, 자이언트 로보가 그랬고, 신철인 28호가 그랬고...진 마징가는 조금 미묘하지만 켄조가 하려고 했던 것도 지구를 지키려던 것이었고...

꼭 아버지가 주연인 자식에게 있어서 커다란 그림자로 등장하고,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라는 반전이 들어가는 듯한...

그런데...생각해보면 아이러니컬한게, 진상에의 증거도 없이 자식이 아버지를 진심으로 믿겠다고 결심을 하고, 결과적으로도 그 행동이 옳았던 긴레이가 맞이한 결말이 참혹한 것이었다는 것...(뭐 다른 캐릭들도 꼭 뭐 하나씩 잃어버리지만...)
Commented by 로오나 at 2010/07/11 18:39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친구들과 다이사쿠가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받는건 사실 그의 진짜 이름이 키사마 다이스키이기 때문이라는 썰렁 개그를 쳤던 적이 있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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