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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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시리즈 증언록 : 타카마츠 신지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선라이즈 입사 후 <장갑기병 보톰즈>, <기갑계 가리안>, <은하표류 바이팜>, <기동전사 Z건담> 등의 제작진행을 거쳐, <기동전사 건담ZZ> 제24화 <남해에 꽃피는 형제애>로 연출가 데뷔. OVA < SD건담 SD전국전 >으로 감독 데뷔한 뒤 < SD건담 > 시리즈의 감독을 거쳐 <용자 시리즈>로 TV물에 참가. 각화연출을 거쳐 <용자특급 마이트가인>, <용자경찰 제이데카>, <황금용자 골드란>, <기동신세기 건담X>의 감독을 담당함.

Q: 업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A: 고교생 때는 이후 선라이즈에 들어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한 채 <기동전사 건담>을 봤었죠. 다른 동년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요. 당시는 <스타워즈>같은 SFX(특수촬영)물이나 애니메이션 영화가 붐을 일으키던 시대였고, 동시에 8밀리 자주제작영화가 유행하기도 했죠. 그래서 8밀리 카메라만 죽어라 돌리다가 대학을 중퇴하고 뭔가 필름 관계의 일을 하면 좋겠는데~싶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선라이즈에 제작진행으로 들어와 있더라고요.
처음엔 <보톰즈>, 그 뒤 <가리안>, <바이팜>의 제작에 참가하고, < Z건담 >에서 설정제작이란 직함을 달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나 메카나 배경미술 설정의 제작을 진행하는 포지션이죠. 또한 < Z >에서는 시나리오를 관리하는 문예담당자가 따로 없다보니 그것도 겸임하게 되었습니다.

Q: < ZZ >에도 계속 이어서?
A: < ZZ >부터는 연출조수가 되었는데 제24화에서 드디어 연출 데뷔. 카풀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였죠. 그후 <역습의 샤아>, <0080 포켓속의 전쟁>, < SD건담 > 등등, 본가로부터 방계는 물론 패러디까지 섭렵하면서 건담으로 점철된 몇 년간을 보냈어요(웃음). 그 후 용자 시리즈에 가담했고 <마이트가인>을 통해 간신히 감독 데뷔를 한 겁니다.

Q: 건담에 돌아오게 된 계기는?
A: 그 당시는 그냥 입다물고 있으려고 했는데, 프로듀서였던 우에다 씨가 이미 말해버렸고 시효도 지났으니 까놓고 얘기하자면, 전작 <건담W>의 중반에 이케다 마사시 씨가 감독 자리에서 내려와버린 시기에, 우에다 씨에게 불려갔습니다. "이케다 씨는 가버렸지만 아직도 남은 반년간 방송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거였죠. 듣기로는, 다음주 녹음분의 그림콘티 체크가 1/2파트밖에 안돼있다는 거예요! (웃음)
이것이 건담과의 불행한 재회였지요.
그렇게 해서 '용자'의 감독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건담W>의 카게무샤 감독까지 하는 나날이 계속되었고, 간신히 끝났다고 안도하던 시기에, 이번에는 신 건담의 기획을 하래요 글쎄. 그만큼 건담을 계속 제작하는 것이 선라이즈나 스폰서에게는 매우 절실한 문제였던 거죠.
그래서, 함께 용자 시리즈에 참가했던 각본가인 카와사키 히로유키 씨를 어거지로 끌어와서 단 둘이 건담의 기획을 시작했던 겁니다.
처음에는 전국시대에 타임슬립한 모빌수트들이 전통옷을 걸치고 진검으로 칼부림을 벌이는 리얼타입 무자건담이나, 등신대의 인공지능 탑재 건담이 보통 가정에 얹혀사는 홈드라마 건담처럼, 뭔가 황당한 방향으로 막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정하고 진심으로 <건담>을 시작하려고 한 때에, 머릿속에 한 가지 영상이 떠올라 좀처럼 지워지질 않더군요. 모든 것이 파괴되어 폐허가 되어버린 황야에 건담 한 대가 등을 돌리고 쓸쓸하게 서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를 않고, 거기서 바로 그 '옛날에 전쟁이 있었다...'라는 1화 첫머리의 나레이션이 떠올랐기에, 거의 최종안과 다름없는 문장을 써서 카와사키 씨에게 넘겨주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중에 눈치챈 건데, 그 영상은 다름아니라 그 당시 나 자신의 심상풍경이었던 거예요. 이미 끝났을 터인 건담을 억지로 계속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서글픈 건담... 그 자그마한 감상(感傷)이, 나중에 수백배의 고생이 되어 돌아올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건담과의 그 불행한 재회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건담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100명의 대장장이가 건담용의 '참MS도(MS를 베는 칼)'에 달라붙어 뚱땅뚱땅 망치질을 하는 바보 건담을 만드는 편이 차라리 훨씬 쉬웠을 텐데(웃음).
'옛날에 전쟁이 있었다'에서 '전쟁'이란 것은 '건담이라는 현상'의 메타포(은유)입니다. 건담 팬들이 신세기가 왔다고 신주쿠에서 신세기 선언을 한 적이 있었죠(웃음).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멸망케 하는 전쟁이었던 셈입니다. 그것이 '옛날에 있었던 일' - 즉 지금은 더 이상 없는 겁니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흐른 거죠. 그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야에, 카와사키 씨가 가로드라는 캐릭터를 데려왔습니다. 가로드는 '건담'에 속박되지 않은 캐릭터이고, 지금부터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건담'이 아니다 - 라는 거죠. 즉 가로드의 청춘물로 나가자는 방향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가로드가 좋아하게 된 소녀 티파는 뉴타입입니다. 이 '뉴타입'이란 것은 '건담이라는 상징'을 표시하는 기호인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마치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로 만들려고 의도했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처음엔 그런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도중에 이리저리 살이 붙어서...

Q: 테마 비슷한 것을 결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
A: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고 내키는대로 만들어나갈 생각이었지만, 그런 나 자신이야말로 '건담에 혼을 이끌린 자'였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죠. 벌써 방송이 시작된 뒤 16화의 콘티 작업을 하던 때의 일인데, '어째서 뉴타입을 지키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쟈밀이 "나도 그때, 인류의 혁신을 목격했다. 그것이 진짜인지 어떤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대답하게 만들었던 겁니다. 쟈밀은 뉴타입이 이용당하는 것이 견딜 수 없어서 그들을 지키려고 결심한 남자입니다만, 그것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건담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던 나 자신과 공진(共振)을 일으켜버린 거죠. 방관자로서 작품을 만들어갈 생각이었던 나 자신이 제작자면서도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해 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작품의 테마가 '나와 건담'이 되어버렸죠(웃음).
<건담 X> 안에는 뉴타입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들이나 세력이 등장합니다. 뉴타입을 이용하여 세계정복을 하려는 신연방, 한편으로 뉴타입을 신격화하여 우상처럼 숭배하는 혁명군, 사이비의 낙인이 찍혀버린 인공적으로 창조된 자(카테고리 F), 그 속에서 운명에 농락당하는, 뉴타입이라 불리는 소녀 티파. 그 모두가 '뉴타입'을 '건담'이란 단어로 바꿔보면 건담을 둘러싼 지금의 상황과 겹쳐지는 메타픽션적 구조로 짜여져 있죠. 뭐 이런 건 제가 언제나 즐겨 쓰는 수법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그 때문에 오히려 나 자신이 객관성을 잃어버려서, 그것이 나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枷]가 되어버린 셈이죠.

Q: 처음부터 '뉴타입은 환상이었다'라는 마무리로 갈 생각이셨습니까?
A: 아뇨. 확신하게 된 것은 15화 근방이었습니다. 인공 뉴타입인 카리스가 등장하는데, 그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죠. 하지만 뉴타입이 아닌 가로드가 그와 싸워서 이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니 꼭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죠. 그때 도출한 답이 최종회에 연결되었던 겁니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뉴타입=건담이 아니고, 그것은 모두가 함께 꿨던 꿈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그 때부터 쟈밀이 "인류의 혁신을 보고 싶다"고 말하게 된 것은, 한편으로 내 자신이 건담을 믿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와사키 씨에게 돌연 "쟈밀은 나다"라고 말했더니 면박을 당했어요. 본래대로라면 쟈밀이라는 캐릭터가 가로드의 스승으로서 젊은이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왠지 미덥지 못하게 느껴지는 건 나의 자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거죠(웃음).
최종회에 뉴타입이라는 주박으로부터 해방된 티파는 가로드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걸어나갑니다. 뉴타입은 인류의 혁신이 아니었어요. <기동전사 건담>은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었지만 그것이 애니메이션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도래하지 못한 '아니메 신세기'를 만드는 것은, 이젠 그만두자라는 것이 최후의 메시지입니다. 뭐, 결국 매장당한 건 내 쪽이었지만 말이죠(웃음).

-출전: <테레비매거진 특별편집 기동전사건담 대전집 Part2>(코단샤, 2002) p.208
-해석: 잠본이(2010. 6. 6)
※전재, 인용시 출처 및 글쓴이 표시 부탁드립니다.


...X 최종화 보고 건담에 대해 해탈(?)하게 된 내 입장에서 보자면 참 주옥같은 인터뷰인데...
저기서 장난으로 말한 전국시대 건담이나 홈드라마 건담도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그러나 타카마츠씨는 요즘 은혼 때문에 바쁘잖아? 안될거야 아마 OTL)
by 잠본이 | 2010/06/06 15:46 | GUNDAMAKERS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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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10/06/06 16:57
사실 건담X는 건담의 안티테제였다!
Commented by 오토군 at 2010/06/06 17:50
기동신세기를 보면서 건담과 뉴타입에 대해 참 차분하게 잘 정리해간다고 감동했었는데 역시 이런 뒷배경이 있었군요. 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눈물'이 되 버려서.(...)
Commented by 天照帝 at 2010/06/06 18:34
[전국시대에 타임슬립한 모빌수트들이 전통옷을 걸치고 진검으로 칼부림을 벌이는 리얼타입 무자건담이나, 등신대의 인공지능 탑재 건담이 보통 가정에 얹혀사는 홈드라마 건담처럼, 뭔가 황당한 방향으로 막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

...저거, 진심으로 보고 싶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후자에 건담만 개구리로 바꿔 놓으면 케로로;;;
Commented by Ciel at 2010/06/06 21:19
이후 뉴타입 없는 건담이 계속되던 이야기는 시드 이후로 쫑나고...
Commented by Hineo at 2010/06/07 01:52
은혼 최근에 일시 종결(일단은 종결이라는데 분위기를 보니 나중에 다시 할듯(...))된지라 지금이 '제일 한가한 시기'입니다. 사실 은혼 맡을때도 하늘 가는대로를 맡은 적이 있죠.

이제 선라이즈가 타카마츠 신지를 건담에만 투입시키면 될...텐데 선라이즈는 요즘 유니콩(...)과 삼국전에만 열중하잖아? 안될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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