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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로보 OVA : 캐릭터 디자이너 인터뷰

OVA판 『G로보』에서는 요코야마 캐릭터의

살아가는 모습을 반영했습니다


-야마시타 아키히코[山下明彦]
<자이언트로보 THE ANIMATION ~ 지구가 정지하는 날>
캐릭터 디자인, 그림콘티, 작화감독, 원화 담당


○ 『G로보』 - 그 제작경위
당시 저는 프로젝트 팀 '무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차기작은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의 『자이언트 로보』를 만들 거라고 결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되었죠.
작업은 우선 캐릭터 설정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참가가 결정된 시점에 『마즈』의 캐릭터를 베이스로 잡은 이미지 스케치를 몇 장 그려봤었죠. 적에게는 검은 양복을 입히고, 하트 머리라든가 대머리가 등장하면, 좀 더 입체감을 주거나, 두신(頭身 : 머리의 길이와 신장의 비율)도 높이고, 이목구비도 더 뚜렷하게 보이도록 작업했습니다. 알베르토의 경우, 눈매가 날카롭고 다소 무서운 얼굴을 한 캐릭터로 그렸는데, 스케치를 본 감독님이 '원작의 캐릭터와는 좀 다르지만 어레인지라는 면에서는 이 방향으로도 괜찮겠군'이라며 마음에 들어하시더군요. 그 이후 제 이미지와 원작 디자인 사이의 중간 형태를 모색하여 최종안을 마무리했습니다.
당시는 그런 만화체 캐릭터가 대놓고 등장하는 작품이 별로 없었고, 저 자신도 그런 식으로 그려본 경험이 없었기에 신선한 기분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를 곧이곧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당시 실시간으로 나왔더라면 이랬을 것이다라는 가정하에 어레인지하면서도 원작자 요코야마 선생의 터치를 살려나간다는 식으로, 그 밸런스를 잡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팔등신 캐릭터면서도 눈은 동그라미에 점 하나 찍힌 모양이라든가, 『요술공주 샐리』의 샐리 아빠처럼 뾰족뾰족한 머리모양이나 바닷게를 닮은 머리모양이 나오는 등, 만화적인 기호를 일부러 보란 듯이 사용하는 점이 신선했지요.
쿠보오카 [토시유키] 씨와의 공동작업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작업물을 서로 맞춰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처리를 거쳐서 디자인을 통일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몇 번이고 토론을 거듭했죠. 처음에는 쿠보오카 씨가 미형캐릭터를 맡고 제가 노친네들을 맡는 식으로 서로 잘 하는 분야를 나누어서 그렸습니다. 제 경우는 철우라든가 시즈마 박사나 알베르토처럼 주로 인상이 험악한 캐릭터를 그렸죠. 그런 식으로 자기의 특기를 살려서 시작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그 후 작화감독 작업을 하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메워나갔죠.
다이사쿠나 긴레이는 쿠보오카 씨가 빚어낸 캐릭터입니다. 저는 제7권의 마지막까지 쿠보오카 씨의 그림체를 흉내낼 수가 없어서 상당히 애를 먹었죠. 1권째에 쿠보오카 씨가 그려준 수정원화를 계속 책상 옆에 붙여두고 최후까지 그걸 참고하면서 작화를 했지만, 결국 목표를 클리어하지는 못했습니다.
선이나 그림자, 정보량이 많은 캐릭터는 어찌어찌해서 얼버무릴 수가 있지만 오히려 선이 적은 캐릭터는 단 1밀리미터만 어긋나도 그것만으로 윤곽이 크게 변해버리기 때문에 그림의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워요. 지금 와서 봐도 '정말 미숙했구나'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 요코야마 만화 캐릭터가 총출연한 이유
그건 처음부터 이마가와 감독이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요코야마 선생의 『자이언트 로보』에 나오는 캐릭터보다는 주로 『수호전』이나 『삼국지』 등의 캐릭터를 기용하여 각각이 지닌 맛을 살려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디자인이 멋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끌어온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마가와 씨가 이렇게 한 것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었지요.
본 OVA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이사쿠와 긴레이 외에는 전부 아저씨들이죠? 당시는 이마가와 감독도 젊은 나이여서, 자기보다 연상의 캐릭터는 상상으로밖에 그려낼 수 없다고 처음부터 확실히 밝히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이미 완성되어 있는 캐릭터를 가져와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했던 겁니다. 이를테면 대종은 『수호전』이라는 작품 내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역정을 거쳐 성장해 온 캐릭터예요. 그 캐릭터성을 그대로 『로보』에 이식하고자 시도했던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캐릭터의 유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각 작품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의 살아온 모습이나 배경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의도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참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그리는 저나 쿠보오카 씨도, 각 캐릭터들의 인생, 배경을 의식하고 반영하면서 그들을 빚어냈던 것이지요.
이마가와 씨 본인도 그점에 대해서 제일 신경을 썼습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몇 번이고 검토안을 그려냈고, 각각의 캐릭터에 어떤 개성을 부여할지, 그 캐릭터가 어떤 인생을 살아온 끝에 여기에 도달했는지, 등등의 사항을 보는 이에게 상기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주문했죠. 머리모양이나 복장 등 외면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신경을 썼지만, 그 이상으로 캐릭터의 배경이 확실히 그려졌는가 어떤가 하는 점에 집념을 불태웠어요.

○ 이마가와 연출의 극의[極意]
이마가와 감독이라고 하면 엄청 야단스러운 연출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미스터 아짓코』에서는 돈부리가 맛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밥그릇에서 눈부신 광채가 발산될 정도였으니까요. 『G건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너무나 요란하다 보니 이걸 도대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개그로 여기고 웃어야 할지 헤맬 정도로 아슬아슬한 경지를 연출한 뒤에 그걸 곧바로 감동으로 연결지어 버립니다. 이마가와 감독은 나니와부시(浪花節 : 전통악기 반주에 맞춰 의리·인정 등의 내용을 노래하는 일본 전통예능)와 통하는 데가 있어서, 사나이들간의 대화 장면을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그 남성캐릭터의 인생관이 대화를 통하여 표출되게끔 연출하죠. 엄청 진지하게 남자와 남자의 대치장면을 그린 뒤에 오오사카 사람답게 서비스 만점의 화려한 씬을 펼쳐나가는 겁니다. 그 위태위태한(?!) 밸런스가 기가 막히더군요. 그런 연출수법을 가까이서 보게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그림콘티도 그렸었는데 이마가와 감독이 어떤 포인트를 수정해 주는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죠. '옳거니, 이 사람은 이런 부분에 힘을 집중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요.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1권에서 대종과 철우가 술을 마시면서 자기들의 업무나 사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이사쿠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는지, 둘이서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에요. 철우가 마치 원숭이처럼 발로 안주를 집어들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다 좋아합니다. 별다른 액션도 없는 수수한 장면이지만, 작화를 하면서도 즐거웠고, 이마가와다운 분위기가 잘 우러나온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 장대한 『자이언트 로보』 구상
서두에 긴레이의 나레이션이 들어가서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이 '7일간의 사건'이라는 점을 미리 예고하는데, 결국 나레이션이 들어간 것은 1권 뿐이었고, 시간적인 흐름도 최종권에 가면 어느덧 흐지부지되어 버렸죠. 최후에 긴레이는 죽는다는 설정이었으니, 그 나레이션은 사실 죽은 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목소리였던 셈입니다. 나레이션을 매회 집어넣는다든가 7일간이라는 시간설정을 그대로 관철한다든가 하는 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들이 이마가와 씨의 머릿속에는 한가득 자리잡고 있었죠.
이마가와 씨가 당시 밝혔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7권분의 OVA는 『G로보』의 장대한 이야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우주전함 야마토』에 비유하자면 이스칸다르로 가는 길의 중반, 칠색성단 에피소드 정도에 해당한다는 이미지였던 모양입니다. 「백주의 잔월편」이라든가 「바벨의 농성편」이라든가 구상은 여러가지 해 두었지요. 얘기로 듣기만 해도 즐거워질 정도지만요. OVA 본편에도 그들 에피소드를 상정(想定)한 컷이 있는데, 관련 캐릭터가 은근슬쩍 등장하기도 합니다.
5권에서 다이사쿠가 로보와 처음 만나는 회상씬이 있는데, 그곳에 어느 캐릭터가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그 인물은 BF단 기지에 잠입한 국제경찰기구의 스파이로, 적의 병기인 로보를 탈취하여 돌아간다는 사명을 띠고 있었죠. 하지만 눈앞에서 다이사쿠에게 로보를 새치기당하는 바람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려서, 결국 BF단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고, 수년 후 본편 중의 어느 캐릭터로 재등장한다는 식으로, 이마가와 씨의 구상 속에서는 거기까지 관련지어서 발상되어 있습니다.
라스트에 '계속'이라고 나온 것은 뭐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었겠지만, 역시 그 후의 전개가 신경쓰이네요. 저도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후속편을 보고 싶습니다.

○ 『자이언트로보 THE ANIMATION』 이라는 작품
『G로보』는 원작의 테이스트를 살리면서도 요즘 입맛에 맞게 리뉴얼하는 제작방식을 제일 먼저 개척한 선구자라 할 수 있죠. 당시 애니업계 사람들로부터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고 제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제가 『G로보』에 참가했습니다"라고 말하면 금방 얘기가 통할 정도로, 제 프로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또한 그때까지 일개 애니메이터로서 작화에만 참가했었던 제가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 디자인, 그림콘티, 일부 무대설정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맡아서, 작품에 깊게 관여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하고 싶었던 것을 실현할 수 있었던 작품이고, 이마가와 씨의 지도하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G로보』를 통하여 축적한 경험은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산이 되었죠.


◆ 야마시타 아키히코 : 1966년 2월 6일생. 오카야마현 출신. 애니메이터. 원화에 참여한 『프로골퍼 사루』(1985~1988)에서 연출을 맡았던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대표작은 『기동전사 건담 ZZ』(1986~87/작화감독), OVA 『엔젤캅 2 & 3』(1989, 1990/스토리보드), 『더 빅오』(1999~2000/그림콘티), 『STRANGE DAWN』(2000/캐릭터디자인, 그림콘티) 등. 그외 게임이나 일러스트 관련 일도 많이 맡았다. 또한 소설 『Mask the Red 아카카게』에서는 삽화를 제공. 최근에는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원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작화감독) 등에서 활약.


-출전: 「자이언트로보 자료편」(히카리 프로덕션 엮음, 코단샤, 2005) pp.141-145
-해석: 잠본이(2010.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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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10/04/25 22:13 | 바벨의 농성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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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백주의 잔월 이야기.
자이언트 로보 (OVA) : 캐릭터 디자이너 인터뷰 잠본이 님의 자이언트 로보 자료편 해석글에서... "...5권에서 다이사쿠가 로보와 처음 만나는 회상씬이 있는데, 그곳에 어느 캐릭터가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그 인물은 BF단 기지에 잠입한 국제경찰기구의 스파이로, 적의 병기인 로보를 탈취하여 돌아간다는 사명을 띠고 있었죠. 하지만 눈앞에서 다이사쿠에게 로보를 새치기당하는 바람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려서, 결국 BF......more

Commented at 2010/04/26 09: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풍신 at 2010/04/26 11: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후속편이 안 나오잖아요. 흑흑흑...진마징가 후속편도 안 나오고...이마가와씨 OTL...
Commented by 광군 at 2010/04/29 00:35
나머지 시리즈도, 굳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매체로든 나와서 완결지어줬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ㅅ;
Commented by 양치기 at 2010/07/01 19:23
앞편 뒷편 다 나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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