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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여인들
어느 눈 내리는 날, 외딴 시골 대저택. 부유한 사업가의 아내, 기숙학교에서 돌아온 큰딸, 추리소설광인 작은딸, 갈 곳이 없어 얹혀사는 장모와 처제, 옛날부터 있어온 아프리카계 유모, 새로 들어온 금발의 하녀, 그리고 불화로 인해 떨어져 사는 여동생. 이들 여덟 명의 여인이 한곳에 모였다. 그날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 사업가의 죽음을 놓고 서로가 범인이 아니냐며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주고받던 그들은 고립된 상황 속에서 각자의 본심과 비리와 치부를 남김없이 드러내며 감정을 폭발시킨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단순한 추리극이나 가족영화 혹은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러 간 사람은 상당히 당혹했을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오히려 연극, 그것도 사이코드라마와 뮤지컬이 합체된 기괴번쩍한 스타일의 별스런 영화이기 때문이다. '스위밍 풀'에서도 그랬지만, 감독 프랑수아 오종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 잘 짜여진 미스터리가 아니라 (의외로 허탈한 결말을 보면 그점이 명백해진다) 평소에 멀쩡한 얼굴로 잘 살던 인간들이 비일상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의외의 면을 보여주는가 하는 점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뜻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인간 실험실이다.

프랑스 영화계와 샹송계를 주름잡았거나 주름잡고 있거나 곧 주름잡을(?) 3세대에 걸친 인기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에게 어울리는 역할과 노래로 관객의 혼을 빼놓고 또한 자기들끼리의 복잡미묘하게 뒤엉킨 관계와 상호작용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불꽃 튀는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는 본작은, 어떻게 보면 프랑스 연예계의 여인열전이며, 세대를 뛰어넘는 샹송 백과사전이고, 픽션에서 전형적으로 다루어질법한 유럽 여성의 온갖 성격과 관계성에 대한 동인적 고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뭔소린지 나도 모르겠지만)

배우는 8명(+1)밖에 등장하지 않고 무대는 집 안으로 한정되어 있고 시간경과도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영화이지만, 인간성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웬만한 대작에 못지 않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각 배우의 연기도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특히나 오거스틴 이모 역의 이자벨 위뻬르가 보여주는 히스테리성 노처녀 연기는 일급) 각자가 심심해질만하면 부르게 되는 노래들 또한 배우들의 개성이나 캐릭터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하여 재미있다.

8명의 여인들을 전면에 내세우긴 하지만 사실 그들의 갈등이나 고민이 대부분 '남자'로 인한 것이고, 그들 모두가 마르셀이라는 한 명의 '남자'로 인해 한 곳에 모여 부대끼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마르셀의 죽음이라는 '방아쇠'에 의해 모든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으로 볼 때, 사실 이 영화는 남자인 감독의 시선으로 '여자가 다 그렇지 뭐'라고 비아냥거리는 심술궂은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의외로 허무찬란한) 결말이 ['마르셀을 두번 죽이는'] 걸로 끝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그냥 끝내버리는 것이 마음에 좀 안 들었지만)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홈피를 참조.


PS 몇가지 인상적인 대목.
"범인은 우리 안에 있어!"
.........김전일?
"가끔은 여자의 손길도 나쁘지 않지"
.........어이 아줌마. 이런 마당에 작업을 걸다니!
"난 못해. 나한텐 안 어울려."
.........그러더니 다음날 우아하게 꾸미고 나타나는 건 뭐냐고.
"그 클럽에서 당신이 연애소설을 가장 많이 빌려갔다는데."
..........B사감과 러브레터?
by 잠본이 | 2004/02/28 12:06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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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夢影 at 2004/02/29 21:32
아, 저도 그런생각을..
Commented by marianne at 2004/11/26 15:17
p.s 에 올인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11/26 15:59
marianne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부분들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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