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描きかえられた『鉄腕アトム』저자: 오노 타쿠시[小野 卓司]
출판사:
NTT출판 (2008년)1951년부터 코분샤의 월간잡지 <소년>에 연재를 개시한 테즈카 오사무의 아톰 시리즈는 십여년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되었고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등으로 각색되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일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민 캐릭터로까지 자리잡은 인기 작품이다. 잡지 연재가 끝난 이후로는 각종 버전의 단행본으로 정리되어 전국의 만화독자들에게 보급되었고, 그 뒤로도 중판과 복각을 거듭하며 세대를 넘어선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잡지 연재 당시의 아톰과 지금 단행본으로 볼 수 있는 아톰 사이에는 연재 당시 실시간으로 보았던 독자가 아니면 잘 알아차릴 수 없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행본으로 정리될 때 여러 부분이 작가 본인의 손에 의해 수정, 가필되었기 때문이다.
연재 당시의 내용을 그대로 싣지 않고 굳이 수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단행본으로 낼 때에 규정된 페이지 수 내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용을 단축한 경우도 있고,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장면을 넣는 경우도 있다. 늘어진 전개의 템포를 높이기 위해 필요없는 장면을 들어내기도 하고, 이야기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거나 시대에 뒤처지게 된 부분을 의도적으로 고치기도 한다. 원래는 시간순으로 연결되는 에피소드들을 단행본으로 재배열했을 때 어떤 순서로 읽어도 이해에 문제가 없도록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고리를 빼 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집필 당시의 고조된 분위기 때문에 작가가 폭주하여 과격하게 묘사하였거나,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계층간 차별 같은 문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도 자체검열을 통해 순화시키곤 한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원작판 아톰은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박탈당한 버전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아톰'이 아니라는 얘기다. 본서는 아나운서 출신의 아마추어 만화연구가이며 어린 시절에 <소년>의 열광적인 독자였던 글쓴이가 연재판과 단행본판의 차이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방대한 양의 도판과 함께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주석서다. 말하자면 원작판 철완아톰을 읽고 난 뒤에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알기 위해 찾아볼 만한 부독본인 셈인데, 그런 만큼 작품 자체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톰이나 테즈카를 좋아한다고 해서 함부로 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원서나 한국어판으로 아톰 전권을 섭렵한 뒤에 같이 읽으며 '여기는 이게 바뀌었고, 여기는 원래 이랬군'이라는 점을 하나하나 새겨본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독서경험이 되리라 여겨진다. (다행히도 잠본이는 박스세트로 구입한 학산판 아톰을 완독한 뒤에 이 책을 읽었다.)
본서는 <철완아톰> 시리즈 중 <소년>에 연재된 원조작품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정된 내용이 눈에 띄는 47편을 선정한 뒤 글쓴이가 임의로 정한 테마(우주인 침략, 이차원의 방문자, 아톰의 형제들, 가스 병기, 아톰의 가출, 인간의 어리석음, 로봇의 정체성, 인공지능의 반란, 1회성 단편 등등)에 따라 다시 12장으로 나누어 각 에피소드별로 간단한 줄거리와 연재판과의 비교 결과를 서술하고 있다. 또한 끝에는 테즈카 특유의 개그장면이나 극중에 나타난 쇼와[昭和]시대의 풍물들을 간단히 해설하는 부록도 있어서, 보다 깊고 넓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다만 테마별로 수록하다 보니 각 에피소드가 연재 순서와는 상관없이 뒤죽박죽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운 면도 있으며, 수정된 내용이 없는 몇몇 에피소드는 아예 해설을 생략해 버렸기 때문에 100% 완벽한 가이드북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연재 당시의 아톰과 현재 알려진 아톰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작가의 원래 의도나 연재판의 본래 모습을 가능한한 알기 쉽게 복원하려고 시도한 사상 최초의 연구서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솔직히 본서를 읽기 전까지는 현재 아톰 단행본이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격의 '<소년>연재 오리지널 복각판 아톰 세트'가 별도로 발매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책 한 권을 채울 정도로 빠지거나 바뀐 내용이 많다면 당연히 당시의 원년독자들은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니 굳이 '오리지널'을 강조하며 복각판을 따로 내는 것도 절로 납득이 간다.
달리 말하면 본서는 그러한 향수에 편승하여 복각판의 발매를 홍보하고 '이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 단행본 버전을 본 사람도 오리지널을 한번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득하는 일종의 상술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작업이 평범한 팬의 치열한 탐구심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쳐 수집하고 보존된 자료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한 캠페인이라고만 치부할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나중에 학산판 아톰을 다시 꺼내들게 되면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사라진 장면이나 수정된 대사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