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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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다음은 청기사의 차례다!
요즘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들 중에 <청기사>라는 제목의 코믹스가 있다. 테즈카 오사무 탄생 80주년 기념기획의 하나로서 카도카와 서점에서 발간하는 아동잡지 '월간 케로케로 에이스' 2009년 11월호(9월 26일 발매)부터 연재 개시된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 2003년에 <아스트로 보이 철완아톰>코믹스판(국내판은 학산에서 전3권으로 발매)을 그린 바 있는 히메카와 아키라[姫川明]라는 작가인데, 그 당시의 둥글둥글 말랑말랑한 그림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보다 섬세하고 화려한 펜터치를 선보이고 있다. (카도카와 측에서 먼저 제의를 해 와서 처음에는 '같은 원작을 두 번 손대는 것은 좀...'이라며 거절했지만 담당 편집자의 열의에 밀려 결국 승락했다고 한다. 히메카와 본인은 2003년 코믹스를 그릴 때 분량 관계상 청기사 에피소드를 건너뛰었던 게 못내 아쉬웠다고 하는데, 이번에 특이한 방식으로 청기사에 재도전하게 된 셈이다)

10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할리우드판 CG애니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과 연동기획으로 태어난 작품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이 원작만화의 <청기사편>을 베이스로 삼아 대담하게 각색한 오리지널 스토리다. (당연히 같은 작가가 그렸던 2003년 아톰 코믹스와도 연결되지 않으며, 아톰이나 청기사, 오챠노미즈 박사 등 일부 인물이 겹치긴 하지만 생김새나 역할이 많이 다르다) 백금기사님의 호의로 우연히 보게 된 제1화는 단기 집중 연재(단행본 1권 분량으로 끝낼 계획이란다)인 탓인지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전개되는데, 대체적인 세계관의 제시와 주요 캐릭터들의 소개를 겸하기 때문에 설명적인 부분도 꽤 많지만 박진감있는 연출 덕에 지루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다른 아톰관련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로봇의 사용이 일반화된 미래세계. 인간들은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음'을 가진 로봇을 발명하지만, 자의식을 갖게 된 로봇이 인간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것을 거부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 로봇의 태도에 불안을 느낀 인간들의 억압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청기사'를 자칭하는 의문의 로봇이 출현하여 반란을 선동한다. 놀란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전체를 회수, 파괴한다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고, 이에 반발한 청기사는 마침내 로봇들만의 독립국인 '로보타니아' 건국까지 선언한다. (아직 1화밖에 안됐는데 벌써!) 그러나 반란진압의 총책임자인 부르그 장관(원작에서도 청기사의 철천지 원수로 나온 아저씨)은 청기사에 맞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인간측이 청기사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로 내세운 것이 본작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아담'. 어릴 때부터의 맹훈련과 사이보그 개조수술을 통해 로봇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을 체득한 인간 수사관이다. 로봇인 청기사가 인간의 악행에 분노하고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반면 오히려 인간인 아담은 로봇보다 더욱 냉정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대조가 흥미롭다. (문제는 둘다 팔랑팔랑 생머리의 금발벽안으로 그려지고 청기사가 청년, 아담이 소년이라는 차이밖에 없어서 같이 놓고 보면 마치 형제처럼 보인다는 거... 뭐 그렇게 따지고 보면 청기사의 얼굴은 히메카와의 오리지널 작품인 <글라이딩 레키>의 주인공 얼굴하고 거의 똑같지만 OTL)

그렇다면 아톰은 어디서 등장하는가? 경찰은 아담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제2의 대책을 강구한다. '세기의 천재' 텐마 박사(여기서는 이미 사고로 죽었다는 설정)가 착수하여 동료인 오챠노미즈가 이어받았으나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표면상 폐기된 궁극의 인공지능 로봇 프로젝트 - 그 결과물인 소년 로봇은 인간 소년 '토비오'로 위장하여 오챠노미즈와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경찰은 청기사를 쓰러뜨리기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만 토비오를 어디까지나 인간으로 키우고 싶었던 오챠노미즈는 완강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인간 대 로봇의 전면전이 다가오고 있는 이상, 어린 토비오의 운명 또한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니...

원작의 인상적인 조역을 주인공 자리에 놓고 전혀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방식이나, 특유의 헤어스타일을 버리고 보통 인간과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모습으로 변모한 아톰의 디자인 등등 여러 면에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를 의식한 기획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플루토>와는 달리 처음부터 어린이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이며 분량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은 다소 어중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톰의 단순한 리메이크를 벗어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작품인 만큼 원작과 비교하며 차분하게 즐길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여겨진다. 잡지를 계속 체크할 여유는 없으니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오면 전체를 다시 감상할 생각이다.

ps1. 히메카와 아키라의 정체는 사실 '후지코 후지오'처럼 2인의 만화가가 함께 쓰는 합동 필명. 각각 혼다 A와 나가노 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동인시절에 쓰던 필명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시 쓰는 이름 등을 합치면 이름이 꽤 여럿인 듯.

ps2. 이 작가의 소싯적 코미컬라이즈 작품으로는 <레전드 오브 크리스타니아>나 <시공전초 나스카>의 코믹스판이 존재한다. 전자는 해적판, 후자는 정식판으로 국내에 번역된 적이 있는데, 아톰 관련 작품이나 젤다의 전설 코미컬라이즈(사실 이 작가가 유명해진 건 이것 때문)의 동그란 그림체와는 전혀 다른 뾰족뾰족한 그림이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리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이라면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군...;;;)

ps3. 1화 중간에 강제연행당하는 간호사 로봇의 의상 패턴은 <불새 2772>의 올가에게서 따왔다. 테즈카와는 전혀 관계 없지만 첫머리의 여는 페이지에 그려진 로봇 폐기처리장에는 왠지 모 선라이즈 로봇을 연상케 하는 머리통들이 굴러다닌다.

ps4. 어느 테즈카 팬의 감상글에 스토리 담당이자 케로케로에이스 편집장인 히라오씨가 직접 달아준 덧글에 나타난 정보:
 ○ 제2화는 아톰 각성과 아담 vs 로봇군의 액션배틀
  - 금후 무거운 테마를 전개하기 위해 우선 단순명쾌한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음
  - 작가 본인은 전투신을 그리는 데 거부감이 있었으나 편집부의 진심어린 간청으로 전면 협력
 ○ 제3화부터는 20년 전 텐마, 오챠노미즈, 부르그의 젊은시절과 그들 사이의 인연을 묘사
  - 세 주역의 탄생 비밀, 세 과학자의 열의, 질투, 과오 등을 그려나갈 예정
  - 특히 이번 전쟁의 원인에는 오챠노미즈 박사의 미숙함도 한몫 거들었다는 식으로 설정했음
  - 제3화의 테마는 '천재의 무신경과 범재의 질투심'
  - 만들어진 자의 불행보다는 만든 자의 인간적인 면을 더 그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by 잠본이 | 2009/11/04 22:55 | 아톰대륙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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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10/08/14 18:50

제목 : '청기사' 단행본 끝까지 읽은 뒤 감상
그냥 만화팬: 시간 나면 한번 보든가 말든가. 뭐라 말해야 할지 약간 미묘. 아톰팬: 절대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음. 아톰이 하는일이 거의 없고 설정도 그냥 '초능력 가진 토비오' 수준. 청기사팬: 한번 보는것도 괜찮을지도. 원작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된 미모와 묵직한 철학을 선보임. 텐마박사팬: 꼭 봐라! 죽어도 봐라! 두번 봐라!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OTL...more

Commented by 하얀앙마 at 2009/11/04 23:54
'지상 최강의 로봇'과 더불어 '청기사'도 나오다니.
사실 둘 다 상당히 심오한 에피소드인데,
신님을 빼고 어린이 독자를 어필할만한 내공을 가진 작가가 또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PTSD at 2009/11/05 01:01
로보타니아편은 진짜 신기원이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에피소드중 하나.
Commented by 트로와바톤 at 2009/11/05 03:58
'ㅂ' 역시 고전애니쪽도 다시금 둘러봐야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Nine One at 2009/11/05 09:25
왜 하필 케로케로 에이스라니... 케론인도 끼어들 것인가?
Commented by rumic71 at 2009/11/06 23:16
좀 왜곡을 가하면 '84 태권브이의 세계...(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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