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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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2009)
-조니뎁 팬에겐 반가운 영화지만 크리스찬베일 팬에겐 약간 미묘할듯한 영화다. 조니뎁은 그야말로 '나쁜 남자지만 그래도 멋있는' 주인공 역할이라 풍부한 감정표현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데 비해 크리스찬베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주인공을 한발 늦게 뒤쫓는 사냥개 비슷한 역할이라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신세다. (크리스찬베일은 <터미네이터 4>에서도 보기엔 멋있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존코너 역을 맡아 보기 안스러웠는데 여기서도 이러면 어쩌라고 OTL) 그러나 조니뎁도 사정상 콧수염을 붙이고 나타날 때는 자꾸만 잭선장 생각이 나서 진지하게 몰입할 수 없더라는 문제가 있긴 하다. (이건 배우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인식의 문제지만) 구치소에 끌려온 딜린저와 퍼비스가 대면하여 으르렁대는 장면을 빼면 두 사람이 직접 대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는지라 '연기대결'이라고 하기도 참 뭣하고.

-총격신에서만은 BGM을 극력 배제하고 그야말로 '폭력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를 본 게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거의'라고 쓴 이유는 전에 본 영화 중에 이사람 작품인 듯한 게 한두개 있긴 한데 확인을 못해봐서 OTL) 원래도 이런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싸움의 허무함과 피범벅된 세계를 아주 건조한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꽤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로맨틱한 장면에서도 특별히 감정 과잉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대략 '이 정도로 나오겠군' 싶은 선까지만 보여주기 때문에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면 다소 밋밋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1930년대의 현실에 철저하게 발을 딛고 서 있기 때문에 무기도 액션도 카체이스도 딱 그때 당시의 느낌으로 재현되어 있어서 요즘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기대하는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름만 빌려온 판타지를 만들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딜린저의 낭만적이고 사상자를 내지 않는 깨끗한 범죄는 점점 구닥다리로 취급당하고,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 전단계에 서 있는 베이비페이스 넬슨처럼 위험천만한 녀석들도 늘어나면서 처음에는 강도와 경찰 사이의 일로만 취급되었던 범죄가 선량한 시민까지 사상자로 만드는 '전쟁'으로 에스컬레이트된다. 그와 더불어 딜린저를 쫓는 퍼비스의 수사팀도 (절반은 후버 국장의 강요 때문에, 나머지 절반은 거듭되는 실책에 피폐해진 자기 자신들의 마음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함을 몸에 익혀가면서 점점 정상이 아닌 상태로 변하게 된다. (특히 딜린저의 여자친구를 심문하다 열받아서 폭력을 가하고 화장실에도 못가게 하는 모 수사관이 대표적이다. 뭐 퍼비스 본인도 딜린저의 소재파악을 위해 그가 자주 방문하는 밀입국자 마담뚜에게 강제추방을 내세워 협박하는 등 점점 치사해지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한 수사반측 주인공은 퍼비스가 아니라 그가 영입해온 외부출신 베테랑 윈스테드 아저씨(스티븐 랭)인 듯. 항상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적절한 조언을 하고 공격시에도 최전선에 뛰어들며 퍼비스의 뻘짓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남고(특히 이점이 중요) 결정적으로 클라이막스에서 딜린저 사살에 중요한 공을 세우는가 하면 그의 유언을 몰래 여자친구에게 전해주는 맛나는 역할까지 다 가로채 간다. 퍼비스는 솔직히 팀장이란 것 말고도 진짜 하는 일이 없어 보여서(사실은 뭔가 계속 하고 있는데 성과가 안 나는 쪽에 가깝지만) 진짜 눈물난다. (위의 '크리스찬베일 지못미' 파트를 참조) 실존인물 윈스테드도 무려 텍사스 레인저 출신에 '보니와 클라이드'나 '머신건 켈리' 등 거물들을 추적하는 데 참가한 경력이 있었으니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예산의 압박과 언론 플레이에 눈이 멀어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후버국장 역으로 빌리 크루덥이 출연. 게다가 초반에 퍼비스에게 추격당하여 사살당하는 프리티보이 플로이드 역으로는 채닝 테이텀이 등장. 뭐야 이거! 이 영화 닥터 맨해튼이 배트맨에게 명령하여 듀크를 쏴죽이고 잭스패로우 사냥하는 초강력 대하드라마였던 거야? (그러나 사건 해결은 우리의 졸라짱센 투명윈스테드가 다 해잡수시고 배트맨은 왕따당하고 어이고 엉엉엉 OTL)

-톰크루즈의 <발키리>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역시 아무리 돈많고 날고 뛰어도 통신시설을 장악한 녀석 앞에는 절대 못 이긴다. 수동 교환기에 에디슨식 전축 연결하여 레코드판에 감청내용 녹음하는 건 너무나 아날로그스러워서 뿜었지만, 솔직히 장비 수준만 다르다 뿐이지 속 내용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보여준 첨단 국민감시 프로젝트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by 잠본이 | 2009/08/16 00:35 | 시네마진국 | 트랙백(7)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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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09/08/16 02:48
사실 예고편부터 그리 끌리지 않아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16 13:02
그래도 예고편이 제일 멋진장면만 간추린건데 안끌리면 OTL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9/08/16 08:08
조니 뎁횽은 분장을 기묘하게 해야만 매력이 배가되는데...그래도 이 영화에 나오는 간지는 변함없이 멋지더군요. 근데 일부러 극장까지 가고 싶다는 느낌이 안들어서 미묘합니다. -_-;;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16 13:03
카메라워크 자체가 딱 다큐드라마 스타일이라 작은 화면으로 봐도 별 무리는 없더라고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8/16 17:34
정말 후반부로 갈수록 윈스테드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먹는단 느낌이... 그리고 후버는 실제로도 도청을 꽤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범죄자 아닌 사람들까지 꽤 많이 도청을 했다는것...
Commented by 듀얼콜렉터 at 2009/08/16 17:57
결말도 너무 허무한 기분이 들더군요.
Commented by 블랙 at 2009/08/17 10:02
극장에서 사살된 사람은 딜린저가 아니었다는 음모론도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본인이 사살되는 건가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17 22:49
여친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준 유언이 둘만 아는 내용인걸 보면 본인이란 설정임
Commented by 구름 at 2009/08/17 22:27
크리스찬 베일 지못미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ㅋ
굳이 필요한 대목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상에서 딜린저의
방식이 점점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되는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래봤자 30년대인데!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8/18 01:26
트랙백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잠본이님께서 놓고 가신 랙백이를 타고, 마실을 와서 즐겁게 읽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통신(언론)을 장악하는 무리들이 결국에는 다 이기네요. 음.. 그렇다면.. T.T
Commented by 호크윈드 at 2009/08/18 10:32
마이클 만의 "HEAT"는 꼭 보세요. 도심에서의 총격씬은 영화사상 최고의 총격씬으로 꼽힙니다. AR이 왜 무서운지 정말 잘 나오죠. 굉장히 사실적이고요. BGM 등을 배제하고 영화적 연출을 위해 줄여놓은 총성이 아닌 굉음과도 같은 총성이 난무하는 씬은 정말로 인상적입니다.
Commented by mojong at 2009/08/27 00:43
격조했습니다. 종종 보내시는 안부 문자보면서 한번 인사좀 드려야지 싶었는데 ladywitch님 댁에 갔다가 글을 보고 왠지 반가운 마음에 트랙백해요. 저는 좀...영화광고에 속은 기분입니다. 그니까...ㅠㅠ 기본적으로 딜린저가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다 듣보잡(?)인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인데 ㅠㅠ 베일이 괜히 홍보용 얼굴마담 한 것 같아요. 정말 지못미였어요.
Commented by lufie샌즈 at 2009/09/04 21:37
맞습니다. 윈스테드가 제일 멋있었고 제일 유능했지요 -_-ㅋㅋ 나머지(+ 퍼비스)는 그분이 조목 조목 꼽을때마다 그 말에 따라가기만 할뿐 ㅠ_ㅠ 운영자가 카페지기 처발랐음...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9/04 22:27
크허허 운영자와 카페지기...그런 적절한 비유가 OTL
Commented by bluenlive at 2009/09/08 21:13
뱃맨은 의도적으로 삽입된 맥거핀이 아닐까 한다능...
뱃맨 지못미. 이러다 [뱃3] (혹시나) 나오면 알프레드가 범죄자 다 처넣고 자긴 암것도 안할까 모른다능~
Commented by MrViolet at 2010/06/27 01:19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저에게는 오히려 안 좋게 다가왔는데, 이런 의견도 있군요 ㅎ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0/06/27 13:20
근데 전체적으로 봤을때 재미없는건 맞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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