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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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스씨 워싱턴 가다
이 나라에서는 영어학습용 영한대역본이나 AFKN 만화 정도로 일부 세대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물건너 본국에서는 꽤 친근한 이름으로 통하는 아치 앤드루스라는 총각이 있는데, 한때는 꽤 번창했으나 이제는 슈퍼히어로나 생활개그 등의 장르에 메이저 자리를 빼앗기고 역사의 유물로 퇴보해버린 '청소년 슬랩스틱 개그로맨스'라는 장르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다. (초기 이미지는 완전 조흔파선생의 얄개시리즈 생각날 정도로 장난꾸러기 악동이 동네 들쑤시는 얘기였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놈이 성형수술도 받고 생활수준도 나아진 덕에 이제는 완전히 '꽤 매력있고 착하지만 실수도 가끔 해주는' 훈남 아치와 유쾌한 친구들의 청춘 시트콤 스타일로 바뀌어 버렸다는 전설이...)

그런 아치군이 1942년에 출연한 에피소드 중에 무려 프랭크 카프라의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1939)를 패러디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치와 밀고 당기는 사이인 부잣집 외동딸 베로니카 럿지의 깐깐한 아버님이 처음으로 등장하시는 에피소드라는 점에서도 꽤 중요하다. (다만 등장 당시는 직업이 정치인에다가 이름도 버튼 K. 럿지였는데 어느 사이엔가 직업은 사업가에 이름도 J.P.럿지로 개명당했다는 흑역사가 있지만 이런건 사실 일반 독자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니 그냥 넘어가고 OTL)

스토리는 간단히 말해서 매사추세츠 주의원인 베로니카 아버지 럿지씨가 워싱턴으로 중요 법안의 투표를 하러 가는 도중에 비행기를 갈아타러 리버데일 공항에 들르는데, 그 시간에 맞춰 베로니카를 공항에 데려다주려고 운전수 노릇을 하게 된 아치가 운명의 장난으로 럿지씨 대신 비행기에 올라타는 바람에 워싱턴으로 날아가 대리투표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럿지씨는 아치가 미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중요한 투표인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치를 대리인으로 지명한다는 연락을 취해놓고 아치에게 전화로 '반드시 이러저러한 정책에 투표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놓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의사당에 도착하고 보니 각 진영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책의 주제어가 서로 비슷한 탓에 (럿지씨가 밀어주는 정책은 Interstate Connection 인데 반대파 정책은 Independent Concentration... 공부도 못하는 아치가 이런 어려운 단어를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다 OTL) 갈피를 잡지 못한 아치는 할 수 없이 양 정책에 대해 모두 투표하는 바람에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양쪽 진영의 의원들은 어떻게든 아치의 한 표를 끌어들여 과반수를 만들기 위해 자기네의 입장을 열심히 설명하며 설득을 하기 시작한다. ('내 말 좀 들어보게 앤드루스!'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게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무려 4시간 동안 벌어진 토론이 마침내 끝난다. 그 결과 럿지씨의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자기네 입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밝히는 데 성공하고, 반대파 의원들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적은 없었는데, 이거 신선하군!'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바람에, 아치는 여전히 이해를 잘 못해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투표 결과는 럿지씨네 정책에 유리하게 진행된다. 그리하여 문제의 법안은 무사히 통과되고, 럿지씨는 꿈에도 그리던 주지사 유력후보의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며, 아치는 베로니카의 달콤한 키스를 받는 걸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얼렁뚱땅한 플롯은 대체 뭐여! OTL)

사실 스토리 자체는 '정치에 완전히 문외한인 주인공이 뜻하지 않은 일로 정계에 진출하여 좌충우돌한다'는 컨셉만 빼면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미국 정치, 이래도 좋은가? 진정한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를 소리높여 외친 원작과는 정반대로 '겉보기로는 엉성한 듯해도 미국 정치는 아직 쓸만하지롱'이라고 세뇌하는 듯한 코미디 터치로 흘러가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꽤 무책임한 이야기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거야 어떻든 원작 영화가 당시 미국 사회에 미친 파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귀중한 자료이며, 아치 팬의 입장에서는 그 후 60여년에 걸친 아치와 럿지씨의 끈끈한 악연(...)이 시작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나마 럿지씨에게도 좋은 결과로 끝나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이후 소개되는 스토리들은 대체로 럿지씨가 골탕을 먹고 아치라면 이를 간다는 패턴으로 끝나니 참 이만한 악연도 없다)

※참고 문헌 : 'Archie, His First 50 Years'(Charles Phillips 著, Artabras, 1991)
by 잠본이 | 2009/08/15 23:42 | 리버데일 얄개들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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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9/08/16 11:04

제목 : 워싱턴에 간 스미스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촌에 사는 순박하지만 성실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안정된 직업을 가졌지만 정치에는 문외한인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는 비록 소수이나 순수한 지지자들과 실력있는 후원자를 얻어 상경, 정치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무모하리만큼 우직한 그의 언행을 기존 세력과 언론은 이용하고 조롱했습니다. 그가 존경하고 믿었던 후원자는 대권에 대한 욕심으로 변절했습니다. 혈혈단신 홀로 극복하기에는 고착화된 체제의 벽이 너무나 높았습니다.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8/16 01:52
그렇지만 베로니카와 사귀는 것을 대놓고 반대하지도 않는 걸 보면...(츤데레?)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16 13:02
대놓고 반대하면 딸에게 까이기 때문에 이 악물고 참는거임 (팔불출)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8/16 10:59
컥. 거기에 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16 13:02
양키들의 패러디 정신은 유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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