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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 전설로 태어난 기사의 수호신
원제: Arthur et la Table ronde
저자: 안 베르텔로트
출판사: 시공사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을 읽고 궁금하여 다른 자료를 찾아보다가 발견. 이 시리즈가 다 그렇듯 풍부한 사진자료와 각종 일화들을 나열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는 편제로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얼마 안 되는 분량에 너무 많은 얘길 담으려 하다 보니 읽을 때는 즐겁지만 읽고 나면 별로 알맹이가 남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불핀치판의 기기괴괴한 서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정립되었는가 하는 대강의 배경 지식은 얻을 수 있어서 읽는 보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를테면 가웨인이 태양이 비치는 일정 시간 동안만 힘이 세지는 건 태양신의 속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는데...그럼 혹시 당신이 신조인간 캐산이오? -_-)

전부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장에서는 아더왕 전설의 배경이 된 고대와 중세 초기의 브리튼 역사를 개관하고, 제2장에서는 영국 왕실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주도한 아더왕 전설의 '발굴'과 체계화를, 제3장에서는 전설 자체에서 그려진 아더와 주변인물들의 간략한 일대기를, 제4장에서는 아더왕 전설을 통해 상징화된 봉건제도와 기사도의 실체를, 그리고 제5장에서는 아더왕 전설이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의미가 확장되어 유럽 공동의 문화유산으로까지 발전해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브리타니아의 일부 종족들 사이에서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로컬민담 수준의 아더왕 전설이 갑자기 영국의 국민문학 비스무리하게 상승하게 된 것은 앙주 왕조 때에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간의 대립 때문이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늘 프랑스 왕의 신하로서 눌려지내고 살았던 영국 왕이었으나, 헨리 2세가 앙주 왕조를 세우면서 자신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프랑스의 국민영웅인 샤를르 마뉴에 필적할만한 히어로를 내세울 필요가 생겼다. 그리하여 더욱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아더왕 전설체계는 이후 편력기사들의 모험담이나 드루이드의 마법사, 성배전설 등등을 흡수해 가면서 기독교 세계를 지탱하는 하나의 정신적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열되어, 종국적으로는 영국 밖의 독일이나 이탈리아에도 이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아르투르왕'을 숭배하는 예술작품이 나타날 정도였다고 하니...-_-) 재미있는 것은 같은 캐릭터나 전설이라도 시대에 따라서 미묘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꽤 있더라는 것이다. (아더 본인만 해도 초기 전설에서는 거인족을 때려눕히는 용맹한 군사 지도자로 나왔지만 후기로 갈수록 왕권의 그물에 붙잡혀 왕좌만 지키며 거의 모험같은건 하지 않고 왕비의 불륜에 속을 썩이는 쪼잔하고도 불쌍한 노친네로 변해간다 -_-)

참고로 위에 말한 헨리 2세와, 역시 시문학의 후원자였던 그 부인 엘레노오르는...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에서도 등장하는 분들이시다.. (헨리8세나 엘리자베스 1세 등의 카리스마에 눌려 독자들이 별로 기억은 못하지만 -_-)

그 뒤에 이어지는 흑백 페이지에서는 여러 관련 문헌의 중요한 대목을 발췌한 문장이나, 아더왕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1910년대 이후의 현대 작가들이 (소설 뿐만 아니라 회화와 영화 등에서) 어떠한 상상을 펼쳐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물론 '아발론의 안개'도 약간 다루고 있다.) 이런 현대 작가들의 경향 중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중세적인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그동안에 축적된 정신분석학적, 생태학적,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구사하여 보다 참신하고 탈신비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전에는 조연으로 밀려나 있거나 혹은 절대악으로만 묘사되던 캐릭터들에 대한 탐구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 등등일 것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모드레드나 모르가나를 쥔공으로 스토리를 쓴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말이지...) 재미있기는 한데 역시 수박겉핥기라는 느낌이 강해서 좀더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으면 안될 듯...

이건 여담인데, 원탁에는 선택받은 기사가 아니면 앉을 수 없어 대부분의 경우 공석으로 두는 '위험한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앉고도 땅속으로 꺼지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퍼시벌과 갤러해드 뿐이었고 결국 나중에 이어지는 성배 탐색에서 성배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건 이 두명 뿐이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이 '위험한 자리'는 성배를 찾아낼 수 있을만큼 거룩한 기사를 가려내기 위한 테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결국 그노무 성배 때문에 아더왕의 왕조가 풍비박산나는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게 되니... 다른 의미에서 '위험한' 자리였던 걸지도 모른다. (만약 배경이 조선이었다면 아더왕은 갤러해드가 그 자리에 앉자마자 '저놈 역모를 꾀할 놈이다~ 제거해라~' 이렇게 해서 왕조를 지키려고 했을지도? 토호호;;;;;;-_-)
by 잠본이 | 2003/12/31 11:35 | 대영도서관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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