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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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1977)
정체모를 새로운 범죄자 때문에 뉴욕시가 발칵 뒤집힌다. 지정된 날짜까지 거액의 현금을 넘겨주지 않으면 무작위로 선택한 시민 10명을 마인드 컨트롤하여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게다가 그 악당은 이 협박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사, 법률가, 대학교수 등 존경받는 사회인사들을 조종하여 은행강도를 저지르게 만들고는 돈을 모조리 가로챈다. 조종받은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커녕 누가 최면을 걸었는지도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여서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한편 프리랜서 사진기자 겸 대학원 연구생인 피터 파커는 데일리 뷰글에 넘길 특종사진을 찍기 위해 이 사건을 추적하다가 경찰의 쓸데없는 오해만 사고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다. 낙심하여 연구실로 돌아온 피터는 방사능 동위원소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실험장치에 기어들어간 거미에게 물리는데...!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을 원작으로 1977년에 콜럼비아 TV 네트웍에서 제작하여 CBS를 통해 방영된 실사 TV드라마 버전파일럿 에피소드. 해외에서는 독립된 작품으로 극장 개봉되기도 했으며 VHS나 LD가 출시된 바 있으나 DVD화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니콜라스 해먼드가 주인공 피터 파커로 출연하여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코믹한 이중생활 히어로를 연기하며, 이후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도 계속 주연을 맡게 된다.

원작의 중요 캐릭터로는 데일리 뷰글 편집장 J. 조너 제임슨, 부편집장 로비 로버트슨, 메이 숙모 등이 등장하는데, 제임슨과 메이 숙모는 이후 시리즈화될 때 배우가 교체되며 로비는 아예 캐릭터 자체가 삭제되고 리타 콘웨이라는 본작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교체된다. 역시 경찰측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바버라 반장과 그 부하 모나한이 등장하여 사건현장마다 나타나서 뒤를 캐는 피터를 의심하며 짜증을 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원작 '스파이더맨'에서 경찰이 별 비중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슈퍼맨 50년대 드라마판의 헨더슨 반장에 더 가까운 캐릭터)

스파이디의 후줄근한 복장이나 비슷비슷한 장면이 연거푸 반복되는 특수효과 장면들은 지금 와서 보면 상당히 낡아 보이고 인물들의 연기도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건물 벽 위를 수직으로 기어가는 스파이디의 모습은 합성 티가 심하게 난다) 물론 원작과 달리 스파이더맨의 상대로 어울리는 초인 악당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평범한 인간으로 이루어진 범죄조직만 상대한다는 점에서 보면 <형사 코작>이나 <스타스키와 허치>같은 당대의 경찰 드라마와 큰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범죄 수법이 다소 SF적이고 기발하다는 특징이 있기는 하나 이것 역시 <6백만달러의 사나이>같은 인기 시리즈에서 다 해먹었던 수법이라 더더욱 참신함이 떨어진다. 제임슨이나 바버라 반장 등의 투덜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과장된 연기 패턴도 요즘의 눈으로 보면 식상함을 부채질한다. 범죄집단의 하수인인 대머리 아저씨들이 죽도를 들고 느릿느릿 덤벼드는 액션 신에서는 동양에 대한 왜곡된 편견마저 느껴질 정도라 더 할 말이 없다. (원작자 스탠 리 본인도 '각본 감수'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제작 시기를 감안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본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제임슨의 틱틱거리는 성격이나 피터의 버벅거리는 안습인생, 메이 숙모의 조카에 대한 과보호 등등 당시의 원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를 의외로 충실하게 이식하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고 제임슨에게 문전박대당하고 기껏 괜찮은 사진을 찍나 했더니 바버라 반장이 밀쳐서 필름이 못쓰게 되고 스파이더맨이 된 뒤에도 적의 반격으로 팔을 다쳐서 택시 타고 집으로 가려 하지만 수상한 사람은 못 태운다고 기사가 거절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쓰레기 운반차에 숨어타고 집으로 가는 등 개고생을 거듭하는 피터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알러지 예방약을 제때 안 먹는 바람에 스파이더맨이 되어서까지 재채기를 연발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거미에 물린 뒤 악몽을 꾸고 일어나 자기 몸의 변화를 자각한 피터가 점점 초능력에 눈떠가면서 해맑은 얼굴로 이리저리 시험해보고 즐거워하는 부분은 이후의 극장영화에서도 더 깔끔하게 업데이트되는 중요한 장면들이다. (다만 평범한 대학원생에 불과한 피터가 도대체 스파이더맨 복장은 어디서 손에 넣었고 어떻게 하루아침에 저런 격투술을 익혔는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뭐 그건 그거고) 피터의 목격담을 신랄하게 비웃으며 스파이더맨에 대한 불신감을 털어놓는 제임슨과 그를 필사적으로 설득하려 하는 피터의 대화도 꽤 재미있다. ('이녀석은 빨간내복 속에 뭘 감추고 있는 거야?' '그건 내복이 아니라 체육관에서 입는 땀복 비슷한 것 같은데요. 유연한 동작에 필수죠.' '대체 뭘 하러 나타난 거냐고?' '국장님이 만약 이런 힘을 갖게 된다면 뭘 하시겠어요?' '서커스에나 들어가야지!' 기타등등)

비록 본 시리즈 자체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TV드라마판 <인크레더블 헐크>의 인기에 눌려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원작 팬들에게도 상당히 욕을 먹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극장영화판이 제작되기 전까지는 최초이자 거의 유일한 실사판 스파이더맨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은 기념비적인 에피소드인 동시에 사상 최초의 실사판 스파이디를 구현하기 위한 시행착오라는 점에서, 한 번 보아둘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진짜로 보고 싶은 건 옛날에 국내 방송국에서 틀어준 더빙판이긴 하지만 이제는 거의 무리일 듯)
by 잠본이 | 2009/04/26 20:41 | 굳세어라 거미남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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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풍신 at 2009/04/26 22:25
예전에 몇 에피소드를 본적이 있었는데, 어릴때 봤을땐 참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어쨌건 열심히 만든 흔적이 보여서...)

그나저나 밧줄(?)로도 보이는 거미줄의 압박...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4/26 22:36
신기하게도 파일럿판에선 최대한 거미줄에 가깝게 표현했더군요.
그게 별로 반응이 안좋아서 시리즈에서 동아줄로 바꾼건지 OTL
Commented by 지드 at 2009/04/26 22:47
저도 직접 본 사람으로써 하는 얘기지만 사실 지금 보면 초라해보일 수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작년도를 감안해서 보면 나름 볼만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600만 달러의 사나이와 겹쳐보이는 면도 있는 이유는 실제로 참가 디렉터 중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 참가했던 클리프 보울씨도 있었기 때문이지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V 시리즈는 해외에서 극장영화로 개봉된 적도 있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밀레니엄 버젼 무비들이 나오기 이전에도 유일한 실사판은 아닌 것이 그 유명한(...) 일본판 스파이더맨이 존재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전에도 터키에서 Orumcek adam (1966)이란 제목으로 실사화했고, 마블 공인 작품들을 기준으로 해도 이전에 아동 프로그램 '일렉트로 컴파니'에서 '스파이디 슈퍼 스토리즈'란 코너가 생기며 실사화된 적이 있었습니다.(아동용인 스파이더 슈퍼 스토리즈가 1974년부터 1977년까지,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TV 드라마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방영)
작품 자체의 얘기로 돌아가면 위에 말했듯 제작년도를 고려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의외로 볼만한 작품입니다. 최근 그럴싸하게 시작하다가 엉성한 끝을 보이며 1시즌으로 자멸한 블레이드 더 시리즈, 버즈 오브 프레이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영상 기술력의 한계도 부족했을 당시에 나름 2시즌까지 선방한 것도 어찌 보면 가상했지유(?)
사실 터키에서 만든 마블 무비 최대의 괴작, 3 Dev Adam을 생각하면, TV용으로 제작했는데도 나름 괜찮은 퀄리티로 제작된 편이었고(뭐 3 Dev Adam도 정신줄 놓고 그 쌈마이한 맛을 즐기며 본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70년대 액션영화였습니다만(...))
결론은 부족한 점도 있지만 나름 만족한 작품. 최근에 기술력도 좋아진만큼 최근의 기술력으로도 스파이더맨의 TV 시리즈를 보고싶네유.

P.S: 저도 이 작품을 MBC에서 더빙 방영을 했다는 리플을 본 적이 있는데, 사실이라고 해도 과연 MBC가 지금도 제대로 백업해뒀을지, 열람 허락을 주기는 할지 의문이군유. 지난 번 마블계 전설의 애니메이션인 솔라맨 더빙판도 SBS에서 발견은 했는데, 열람 권한은 못 얻었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4/26 22:53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론 80년대에 MBC에서 시리즈로 방영해줬고 90년대초에 KBS에서 3개 편집판(대우비디오로도 나왔던)을 토요명화나 그 비슷한 시간에 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녹화를 못해둔게 못내 아쉽다지요.
Commented by 블랙 at 2009/04/27 11:03
EBS가 KBS3 이던 시절에도 몇번 방영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4/27 00:14
저는 이 시리즈의 수트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결점은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제임슨국장만큼은 극장판이 너무 완벽재현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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