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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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 루즈 제2권
원제: 어떤 개인 날 (환상문학웹진 '거울' 연재)
저자: 김주영
출판사: 서울문화사

주인공 이카는 이계(異界)의 존재들과 접촉 가능한 특이한 인물이다. 타고난 능력과 숙련된 기술을 살려 최고의 해결사로서 영업 중인 그녀에게는 오늘도 다양한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때로는 자기 의지로, 때로는 마지못해, 또 때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별별 희한한 사건에 말려드는 이카. 그것은 사건을 들고 온 의뢰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동시에, 이카 본인의 봉인된 과거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과거에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과거로부터 뻗어 나온 미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란?

삭막한 일상과 환상적인 민담의 세계가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좌충우돌 이카와 기묘한 친구들의 모험을 보여주는 판타지 동화 시리즈의 두 번째 권. 수록된 이야기들은 각각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중간부터 읽어도 상관은 없으나 전편에서 소개된 인물들의 개성이나 전체적인 세계관을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꿈의 교차로에서 그물을 드리운 사내’나 ‘네버랜드의 해적선’ 등 전편의 에피소드에서 소개된 설정도 간간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첫 번째 권을 먼저 읽은 뒤에 감상하기를 권한다.

전편에서 소개된 무대들이 네버랜드나 꿈의 세계, 지하철 0호선 등 다른 차원에 존재하거나 우리 머릿속의 개념으로만 상상 가능한 곳들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 수록된 이야기들에서는 바다 속 용궁이나 토끼들의 숨겨진 마을, 지구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천계 등 보다 구체적이고 육해공으로 다양한 범위에 걸친 무대들을 제시함으로써 전편에서 소개된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 (다만 ‘무대’라고는 해도 대부분 의뢰인이나 사건 관계자가 그쪽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고 주인공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일은 아주 한정적으로만 일어나기 때문에 극중에서 그 실상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일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대사나 해설로 간단히 언급되는 정도이니 너무 큰 기대는 마시기를)

유명한 동서양의 동화나 민담에서 가져온 요소를 뒤틀고 섞어서 신선한 맛을 자아내는 솜씨는 전편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단한 것은 이러한 뒤틀기가 순전히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에 머물지 않고 각 에피소드의 줄거리 및 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자연스럽게 작품 내에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장기기증을 앞두고 그동안의 과오를 씻기 위해 생애 마지막 경주에 나서는 토끼, 한때는 뱀 일족의 용맹한 전사들이었으나 현재는 생계유지를 위해 말 그대로 ‘꽃뱀’ 일을 하고 있는 화사(花蛇)들, 특유의 체질 때문에 어둠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야수의 무리들, 선관의 수가 모자란 탓에 결혼도 못 하고 늙어가는 선녀들을 위해 인간과의 중매에 나선 월하노인 등등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특이한 캐릭터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다.

특히 4편의 수록작 중 「마지막 경주」를 제외한 3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영원한 인류의 수수께끼이자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남녀간의 사랑’과 ‘가족간의 유대’라는 테마가 일관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와 딸, 형제와 자매, 집사와 주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내와 남편 사이의 애증과 갈등, 그리고 마침내는 그 모든 것을 따스하게 덮어주는 정(情)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선녀가 내리는 밤」은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선녀와 나무꾼의 관계를 마치 농촌총각과 동남아 신부의 다문화 가정을 역전시킨 듯한 패턴으로 치환함으로써 현실풍자와 판타지의 근접조우를 꾀하고 있다. 비록 확실히 마무리를 짓지 않고 유보적인 결말로 흘러가지만, 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맹목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은근슬쩍 드러내면서 미래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남겨놓고 있다.

이런 저런 소동을 통하여 게스트 캐릭터들의 문제는 어떻게든 일단락되지만 결국 주인공 이카는 어느 경우에나 외부의 관찰자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녀 자신의 문제는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과거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지도 여전히 불명이다. 중요 조연으로 등장하는 바신과 이카와의 복잡 미묘한 관계나, 바신의 주인 비냔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이카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 등등 몇 가지 복선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그것들이 다 밝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저자의 대표작인 ‘나호 시리즈’에서처럼 이러한 비밀들은 단순히 시리즈 전체를 지탱하는 떡밥으로만 기능하고, 독립된 에피소드들의 구축에 더욱 더 공을 들인 ‘끝없는 이야기’ 스타일의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인간이 아닌 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거꾸로 인간의 여러 가지 측면을 짚어보는 이카의 환상적인 여행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본 리뷰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by 잠본이 | 2008/11/30 23:07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핑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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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한 독자는 단행본 3권까지 복습한 뒤 이후 연재분을 정주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관련링크: 연재 게시판 | 작가 공식홈페이지 +잠본이의 단행본 리뷰: 1권 | 2권 | 3권 ... more

Linked at 이카, 루즈 제2권 &#821.. at 2016/11/25 01:53

... ,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인간이 아닌 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거꾸로 인간의 여러 가지 측면을 짚어보는 이카의 환상적인 여행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문 작성: 2008-11-30 김주영판타지한국소설 Previous article Be the first to comment Leave a Reply 응답 취소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more

Commented by RAISON at 2008/12/04 08:32
점점 읽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군요. 잠본이님을 믿고 구입해서 읽어도 괜찮겠지요?
여담이지만 어딘가에서 리뷰를 읽고 타라던컨 시리즈 몇 권을 샀다가 조금 실망을 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작가 at 2008/12/04 08:49
타라던컨에서 믿을건 표지 일러스트뿐........


앗!? 한국과 일본의 경우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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