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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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원제: The Martian Child
저자: 데이비드 제롤드
출판사: 황금가지

중년의 독신 SF작가 데이비드는 문득 인생이 너무 쓸쓸하다고 느끼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로 한다.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갓난아기가 아닌 어느 정도 자란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은 의외로 어렵고 위험부담도 컸다. 입양 가능한 아이들은 대부분 불행한 과거를 겪었거나 신체적․정신적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비드와 함께 살게 된 데니스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친모에게서 버려졌고, 양부모로부터 학대받았고, 심각한 정서 장애인데다 악몽을 심하게 꾸며 편식도 심했다. 그보다 더 곤란한 사실은 데니스가 자기를 화성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과연 데이비드는 양아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치유하고 단란한 가족을 이루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원작은 저자 데이비드 제롤드가 자기의 실제 입양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소설로, 2002년에 장편으로 개작하여 출간한 것이다. 원작 중편은 1994년 네뷸러상 중편부문, 1995년 휴고상 중편부문, 로커스상, 호머상을 수상하고 시어도어 스터전 상 단편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실제 내용만 놓고 보면 SF나 판타지가 아닌 일반 휴먼드라마에 더 가깝다. 그러나 SF작가인 저자의 기발한 재치와 유머감각, 집필 경험 등에서 끌어낸 여러 가지 힌트가 곳곳에 숨어있어, 일반 독자는 물론 SF팬에게도 꽤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2007년에는 존 쿠삭 주연의 동명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으나, 주인공이 독신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 홀아비이고 양아들의 기상천외한 행동들이 시각적으로 더 강조되는 등 원작과는 여러 모로 다른 작품이다. (2008년 초에 <화성 아이, 지구 아빠>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되기도 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초점은 주인공 데이비드가 양아들을 맞아들여 서로를 이해하고 한 가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맞춰져 있지만, 모든 서술이 데이비드의 1인칭 시점에서 회고담 형식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독자는 오히려 문제의 핵심인 데니스보다는 그 아이를 상대하는 데이비드의 심리를 더 잘 파악하고 감정이입하게 된다. 과연 아빠노릇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양아들의 예측불허인 행동에 대한 당혹감과 짜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려고 노력하는 모습 등등 다양한 심리상태가 현란하게 묘사되며, 독자는 그 뒤를 정신없이 따라가면서 입양의 어려움이나 어른으로서의 고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데니스의 여러 가지 비범한 특징을 보고 ‘혹시 진짜 화성에서 온 거 아냐?’라는 의심을 품은 데이비드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비교사례를 수집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대목은 SF작가 특유의 위트와 상상력이 돋보인다.

데이비드의 부처님 부럽지 않은 배려와 탁월한 유머감각을 통해 데니스도 서서히 뒤틀린 성질을 고치고 보통 가정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으나,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해 집이 무너지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받던 애완견이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사이에는 다시 깊은 갈등이 생긴다. 심각한 혼란에 빠진 데이비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결말은 매우 ‘착하고’, ‘감동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거나 자극적인 면은 별로 없다. (실제의 입양 가정이 항상 저런 해피 엔딩으로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보니…)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이 작품의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긴장과 갈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부보다 다소 딸리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재난으로 인해 벌어진 두 사람의 간격이라든가 데니스의 반항과 그에 대한 데이비드의 분노 등이 자세한 설명 없이 매우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짧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외면적인 것에만 신경 쓰다가는 후반부의 진짜 핵심을 놓칠 우려가 있다. 그 핵심이란 바로 데이비드가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스스로의 진심을 밝히는 부분이다. 데이비드는 자기 소설 속의 캐릭터인 인공지능 할리의 입을 빌어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는다. ‘왜 데니스를 입양했나요?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고 싶었던 거죠?’ 그러한 질문을 통해 데이비드는 스스로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끌어낸다. 가족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데니스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렇다. 이 이야기는 입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주인공 데이비드가 부모라는 과제를 놓고 계속해서 고민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자기도 한때는 데니스처럼 ‘화성인’이 되고 싶은 외로운 아이였고, 지금도 본질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데이비드는 그때서야 데니스의 복잡한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를 붙잡기 위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입양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를 변하게 만들려면 먼저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하지만 귀중한 테마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데이비드와 데니스의 항상 쉽지만은 않은 관계 맺기를 통하여 지구인과 외계인만큼이나 판이하게 다른 두 개체가 만나서 점점 소중한 가족으로 서로를 인정해가는 ‘소통’과 ‘화합’의 드라마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입양이나 대안가족이라는 소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나름대로의 감동과 훈훈함을 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보편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주변의 사랑과 이해를 구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을 꿈꾸기도 하는, 외로운 화성인이 숨어 있기에…

※본 리뷰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by 잠본이 | 2008/11/24 18:58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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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1/24 19: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draco21 at 2008/11/24 19:38
좋은 책은 봐줘야하는데.. OTL 라이트노벨에 빠져 엔더의 게임도 진전이 없는 지라 좌절입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8/11/24 20:37
영화 보고 와서 책 나왔다는 소리 듣고 읽으려고 했었는데, 게으름 피우다 지금까지 와 버렸군요. ㅠ.ㅠ
Commented by kuran at 2008/11/24 22:21
아!
아!!!
이 책 너무 좋죠. 저도 이 책을 정말 사랑해요. 정말이지 사랑받을만한 책이예요!
개인적인 경험을 소설화 시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생은 문제가 아니라 나와 아이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이런 진심이 정말 잘 드러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 책 아는 분 있다니 너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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