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인법십번승부
유즈키무라의 목수들이 보관하고 있던 오사카 성의 비밀통로 설계도가 누군가에게 도난당한다. 토요토미가와 도쿠가와가의 싸움이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고 있던 시대, 만약 문제의 설계도가 도쿠가와 진영의 손에 떨어지면 양자의 세력균형은 금방이라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도쿠가와에게 고용된 이가[伊賀]닌자들을 비롯하여 각지의 닌자 무리들이 설계도를 찾아서 숨가쁜 추격전을 벌이는 한편, 토요토미에게 고용된 코가[甲賀]닌자들도 설계도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오사카 성의 대결전을 앞둔 몇 개월 동안을 배경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닌자들의 처절한 싸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아키타서점의 월간지 <모험왕>에서 1964년 신년특대호부터 10월호까지 전 10회에 걸쳐 게재한 연작 단편 시리즈. 1966년에 아키타에서 첫 단행본이 나온 이래 중판에 중판을 거듭하여 2003년에 문고판이 발매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닌자물'이라는 장르를 기본 틀로 하여 10명의 인기작가에게 각각 1회씩의 에피소드를 그려달라고 의뢰한 끝에 탄생한 기획물로, 시대배경과 핵심 아이템(비밀통로 설계도)만을 제외하면 각 에피소드마다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여 독립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릴레이 만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육영재단의 <보물섬>에서 당시 연재작가들 전원이 참여하는 <공>이라는 릴레이 만화가 있었지만 이쪽은 아예 작가에 따라 장르도 바뀌어버릴 정도로 자유도가 높아서,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참가한 작가로는 당시 닌자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던 요코야마 미츠테루와 시라토 산페이를 비롯하여, 50년대를 풍미했던 시대극 전문작가 호리에 타쿠나 장르불문의 멀티플레이어 코시로 타케시 같은 고전파는 물론이고, TV프로의 코미컬라이즈로 유명한 쿠와다 지로나 카즈미네 다이지, 주로 해양모험물에서 두각을 나타난 오자와 사토루, 그리고 현대 독자들에게도 꽤 잘 알려진(그러나 닌자물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의) 유명작가인 이시노모리 쇼타로, 후지코 후지오 A, 마츠모토 레이지(!) 등이 있다.

특히나 쿠와다 지로의 경우는 주로 현대극에서 서양인스러운 깔끔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날고 뛰는 걸 자주 그리다보니 같은 캐릭터들이 중세를 배경으로 닌자복장을 하고 싸우는 게 상당히 이채로웠고, 마츠모토 레이지의 경우는 정적인 컷에 대화나 나레이션만 잔뜩 집어넣어 시간 잡아먹는 작품을 주로 보아온 터라 '이 아저씨가 의외로 역동감 있는 액션도 그릴 줄 알았네'라는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게다가 오자와의 경우는 요코야마의 어시스턴트 출신이라 그런지 나오는 인물들이 '이가의 카게마루'와 완전 판박이라 읽다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오히려 본가인 요코야마는 도요토미 진영이 주역으로 나와서 카게마루하고는 별 상관없는 캐릭터만 등장한다.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무려 사루토비 사스케! OTL)

각 에피소드 사이의 연관성은 별로 없지만 이가닌자의 두령인 핫토리 한조가 몇몇 에피소드에서 꽤 중요한 역으로 등장하는데 작가마다 캐릭터 디자인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게 또 한 재미 한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눈을 부릅뜬 건장한 젊은이로 나왔다가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삭막한 인상의 중년남으로 나왔다가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냉철한 백발노인으로 나오는 등 참으로 다채로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도둑맞은 설계도를 둘러싸고 이 계파 저 계파의 닌자들이 서로 얼키고 설키며 뺏고 빼앗는 쟁탈전의 양상을 보여주지만 계속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꽤 변칙적인 에피소드도 등장하고 작가마다 미묘한 스타일의 차이(그림체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방식이나 주인공에 대한 대접 등의 차이)가 눈에 띄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간다. 입신양명을 위해 설계도를 빼앗아 주군에게 바치려는 하급닌자들, 쟁탈전에 휘말려 동료들을 모두 잃고 복수를 위해 얼굴조차 모르는 적을 추적하는 분신술 닌자, 천신만고 끝에 설계도를 손에 넣지만 적의 술수에 당하여 객사하는 떠돌이 닌자, 자객의 명예를 걸고 1대1 대결을 벌이는 베테랑 닌자, 트릭과 잔머리로 프로 검객을 속이고 설계도를 뺏는 소년 닌자 등등 별별 인간들의 드라마가 설계도라는 아이템을 둘러싸고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게다가 후반부에 가면 마침내 설계도를 손에 넣은 도쿠가와 진영에서 그 설계도의 진위에 대해 의심을 품지만 적의 눈을 속이고 상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자기들이 고용한 이가닌자들 사이에 설계도를 둘러싼 쟁탈전을 조장하는 등 꽤 복잡한 스토리까지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말하자면 일본 고유의 히어로물로서 일세를 풍미했던 닌자물의 각종 패턴과 아이템들을 한눈에 일람할 수 있는 집대성격인 작품인 동시에 당시 인기를 끌었던 여러 작가들의 스타일을 한데 모아놓고 비교할 수 있는 초호화 경작[競作]집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단순히 닌자물이라는 특정 장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사 전체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획이라 하겠다. 액션과 스피드와 음모와 배신과 호쾌함과 허무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1급 코스 요리에 비유해도 좋을 정도지만, 등장인물이 대부분 남자만 나온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 하겠다. (코시로 담당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을 보조하는 역으로 나오는 뒷골목 고아소녀가 유일한 예외인데 이 경우도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 애매하다. 기왕 하는김에 쿠노이치 몇명이라도 좀 나와주면 재미있었을텐데 역시 60년대 소년만화의 환경에서는 좀 무리였을까나 OTL)
by 잠본이 | 2008/10/12 19:03 | 만화광시대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18218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tentakaize at 2008/10/13 11:23
이시노모리의 경우 '쿠노이치포물첩:코이나와히쵸' 라는 초 걸작 쿠노이치물을 그렸지요.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8/10/13 21:52
이거, 지금 만화영화로 만든다면 분명히 여닌자가 나오겠지요 ?
Commented by 건담=드렌져 at 2008/10/14 00:40
릴레이 만화 하니까 영챔프가 생각나네요.
영챔프 초창기 때에 릴레이 만화 한 적이 있는 걸로 압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0/15 22:44
시라토 산페이의 62년작 'くぐつかえし' 에서 쿠노이찌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려 '인술로 여자가 된다는' 무서운 해석.(벽사검법이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