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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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 씨, 농담도 잘하시네 #28
2월 14일 오후 10시 20분, 간호사가 수면제를 먹으라고 했다. 수술 바로 전날이었다. 그런 약은 먹지 않아도 충분히 잘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잠이 깼다. 나는 내 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전 6시,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러 왔다.
"이 주사는 뭐죠?" 나는 수상쩍은 듯이 물었다.
"그냥 진정제예요. 당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예요."
"나는 더없이 안정된 상태요. 그런 건 필요없어요."
그 간호사는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고 주사를 놓고 사라졌다.
오전 7시가 되자 그 주사 덕분에 걱정과 슬픔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수술실로 가는 동안 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방랑의 왕자>에 나오는 곡을 바리톤으로 불러제꼈다.
간호사 한 사람이 옆에 있는 또 한 명의 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진정제 주사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환자를 지금까지 본 일이 있어?"
오전 8시, 수술실로 들어간 나는 내 왼손 정맥에 주사바늘이 꽂혀있는 것을 즐겁고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진정제가 없었더라면 틀림없이 떨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녹색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칼 스미스가 들어왔다.
"칼!"하고 외쳤다. "드디어 왔군."
그리고나서 시를 읊기 시작했다.

선생님, 선생님, 녹색 코트를 입고,
선생님, 선생님, 목구멍을 잘라주세요.
그것이 끝나면 선생님,
또 꿰매주지 않으실래요?


그때에는 마취의가 준비를 마치고 나에게 백부터 거꾸로 세어보라고 지시를 했다. 94까지 헤아렸던 것 같다. 인턴 중의 한 사람이 후에 말하기를 나의 마지막 말은 '선생님, 살려주세요'였다고 한다.
칼 스미스는 그때, 내가 그런 우스운 시를 읊어서 웃음을 진정시키느라고 고생했다고 한다. 내 목 안에 메스를 댈 때 손이 떨리면 큰일이니까.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2』(아이작 아시모프 著 / 작가정신, 1995) pp.202-204

......갑상선 종양 수술받는 자리에서 저런 만담을 하고 앉았다니 정말 타고난 개그맨인 듯 OTL
(아무리 진정제 약효에 취했다고는 해도 말이지 저건 너무 심하게 비범하잖아;;;;)
by 잠본이 | 2008/10/04 12:17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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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milla at 2008/10/04 12:49
-0-;;;;;;;
Commented by 아레스실버 at 2008/10/04 13:59
아시모프에겐 '목의 발렌타인'이라 불릴 하루였군요(정작 수술날은 익일이지만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0/04 14:17
"방랑의 왕자"가 뭔지 마구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고렘 at 2008/10/04 15:44
아선생의 내면에는 아선생도 모르는 또 다른 아선생이 있....
언젠가 아선생의 내면의 아선생이 나오는날 사람들은 모두 놀라게 될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draco21 at 2008/10/04 17:58
..... 센스.를 넘어 해탈의 경지.. ^^: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8/10/06 08:01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거죠...
모처에 있는 삼두굇수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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