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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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 씨, 농담도 잘하시네 #20
뉴욕에 갔던 목적은 데이비드 프러스트의 토크쇼를 녹화하기 위해서였다. 며칠인가 전에 방송 프로그램의 스탭 중의 한 사람이 전화를 해서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의논을 하려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여느 때처럼 빈틈없는 태도를 취할 수 없었다.
나는 쌀쌀맞게 말했다.
"그런 얘기를 할 틈이 없소. 프러스트 씨에게 뭐든 좋을 대로 물어보라고 전해주시오. 분위기는 충분히 맞출 테니 걱정말고."
프러스트는 그래서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8월 15일에 무대에 나가 인사를 하고 완전히 침착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 앉자, 그는 어떤 예고도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했다.
"아시모프 박사님,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해야 했다. 몇백 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쓸데없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도망갈 길을 찾으려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는 다시 물었다.
"아시모프 박사님,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그 질문에 나는 반문을 했다.
"어느 신 말입니까?"
그는 안달이 나서 이렇게 말했다.
"시침떼지 마십시오, 아시모프 박사님. 어느 신인지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당신은 서구의 신을, 유태교 크리스트교의 신을 믿느냐는 말입니다."
나는 계속 시간을 벌 속셈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프러스트는 말했다.
"그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발뺌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만큼이나 모든 방면에 지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당연히 신을 찾아보려고 하셨을 텐데요."
(그래! 그러면 되겠군! 발뺌을 막으려고 했던 바로 그 말이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군!) 나는 붙임성있게 웃으며 말했다.
"신은 나보다 훨씬 풍부한 지성을 가지고 계십니다. 신이 나를 찾도록 해봅시다."
청중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다행히 프러스트는 화제를 바꾸었다.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2』(아이작 아시모프 著 / 작가정신, 1995) pp.105-106

......기독교 국가에서 무신론자로 사는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를 몸소 보여주시는 아선생님 OTL
by 잠본이 | 2008/09/26 00:43 | 대영도서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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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렘 at 2008/09/26 01:07
오오...승리의 아선생님. 그런데 확실히 다수에서 소수로 사는 건 힘들 군염.
Commented by 고독한별 at 2008/09/26 01:26
그런데 저 발언은, 결국 대단한 지성체로서의 신이 존재함을 인정한
셈이네요. 아시모프가 자서전을 쓰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Commented by intherye at 2008/09/26 22:03
정치적 애드립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왜곡이죠.
어디까지나 반사실적 가정.
Commented by 풍신 at 2008/09/26 03:57
이것은...언젠가 써먹어야겠군요. 전도 하는 사람을 만나면...
Commented by 헤르시온 at 2008/09/26 13:54
고독한별/저건 아시모프의 자서전으로서 각권당 500페이지라는 수를 자랑합니다.
Commented by 헤르시온 at 2008/09/26 13:58
그리고 잠본이님의 이 소개로 도서관에 가서 찾아봤더니 보존서고에 가 있더라는 안습한 현실...
Commented by 半道 at 2008/09/26 21:08
언제 보아도 대인배시군요... (감탄)
Commented by 작가 at 2008/09/27 20:22
대단하다......
Commented by 긁적 at 2008/09/29 00:47
철학과에서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도 피곤합니다.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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