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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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면라이더 EVE' 제1권 탄생편
갑작스런 대지진으로 후지산 중턱에서 일어난 산사태 때문에 그 지하에 묻혀있던 의문의 시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30여년 전 악의 비밀결사 쇼커가 일본정복을 위해 건설했던 후지산 총본부의 잔해였다. 옛날 가면라이더와 손잡고 쇼커를 상대로 싸웠던 FBI 특명수사관 타키 지로는 그 소식을 듣고 걱정된 나머지 휴직계를 내고 일본으로 날아와 현장을 조사하다가, 정체모를 소년 카도와키 쥰을 만나게 된다. 놀랍게도 그는 30여년 전 쇼커에 납치되어 개조수술을 받았으나 사정상 냉동수면에 들어가 있다가 사고의 영향으로 깨어난 쇼커 괴인 후보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쇼커 시절의 기억을 잃고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되찾은 쥰은 자기를 형제라고 부르며 유혹하는 괴인들을 뿌리치고 가족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사망처리된 쥰에게 돌아갈 장소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슬픔을 억누르고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전투형태 '가이보그'로 변신하여 싸움을 거듭하는 쥰. 그에게 동정심을 느낀 타키는 그를 혼고 저택으로 데려가서 정의의 사도 '가면라이더'로 훈련시키려고 마음먹지만...

-이시모리 프로덕션의 핵심인물인 하야세 마사토가 스토리를 쓰고, <인조인간 키카이다 THE ANIMATION>, <사이보그 009>(제3작), <009-1> 등의 캐릭터디자인으로 알려진 콘노 나오유키가 일러스트를 그린 비주얼 스토리. 본래 카도카와의 특촬전문잡지 <특촬 에이스>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편집부에서는 만화 연재를 요청했으나 이미 같은 시기에 코단샤의 <매거진 Z>에서 <가면라이더 스피리츠>를 연재 중이었던지라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소설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는 비화가 있다. (다만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는 바람에 단행본은 엉뚱하게도 코단샤에서 펴냈다)

-또한 <스피리츠> 쪽이 어디까지나 가면라이더 ZX를 주인공으로 하여 TV드라마판 가면라이더의 정통속편으로서 전개되는 데 비해 본작은 이시노모리가 생전에 집필한 '원작만화판' 가면라이더의 속편을 의도하고 기획되었기 때문에 기본설정이나 인물 성격이 드라마와는 많이 다르다. ('타키 카즈야'가 아닌 '타키 지로'가 등장하고, 타치바나 토베에는 혼고 타케시의 집사이며, 혼고는 쇼커라이더 부대에 다구리당한 뒤 뇌만 남아 저택 지하실에서 잠자는 중이고, 2호라이더 이치몬지 하야토가 그 유지를 이어받아 싸우는 중이며, 기타등등 기타등등) 다만 V3 이후의 라이더들의 활약에 대해서 언급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쪽은 원작만화라 할 수 있는 스토리가 따로 없는 터라 드라마의 설정을 섞은 듯 하다.

-주인공 카도와키 쥰은 전형적인 이시노모리 스타일 미소년의 얼굴에다가 상냥한 마음씨와 어려운 이를 보아넘기지 못하는 정의감을 지니고 있지만, 냉동수면으로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탓에 적지않은 곤경을 겪는다. 기껏 수소문해서 찾아간 어머니(할머니가 다 된)는 자기를 따라온 괴인에게 살해당하고, 그 현장에 뒤늦게 달려온 여동생(아줌마가 다 된)은 '오빠 따윈 돌아오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폭언을 퍼붓고, 학교 때 애틋한 사이였던 여학생은 그동안 결혼해서 애엄마가 되어 있고, 실종처리된 탓에 신분을 증명할 수단도 전혀 없어서 경찰에게 쫓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한패로 끌어들이려는 신생 쇼커는 쥰의 얼굴을 방송에 내보낸 뒤 '이놈을 넘기지 않으면 너희들이 죽는다'라는 헛소리를 해대고... 여기에 비하면 예전에 싸웠던 선배 라이더들의 처지는 한참 나은 셈이다. 적어도 그들은 자기들이 살던 시대에서 추방당하여 원치 않은 미래로 와서 쫓겨다니는 처지도 아니고, 믿음직한 동료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타키와 타치바나는 그를 믿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편이며, 도중의 쇼커병원 이벤트에서 새롭게 만난 간호사 한명(엄하게도 타치바나와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의 손녀라는 설정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과 어린애 한명(쇼커의 책략으로 인해 병원에서 숨진 부모가 좀비로 개조되는 비극을 겪는다)이 추가되어 꽤 가족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여기에 더하여 쥰이 죽일 수도 있었으나 목숨을 구해준 것에 감복하여 한패가 되기로 결심한 카멜레온 괴인까지 합류하여, 다른 라이더 못지않게 소중한 동료들이 생기기는 하지만, 일이 항상 잘 돌아가는 편은 아니다. 남미에서 돌아온 2호라이더 이치몬지는 쥰이 괴인으로 개조당하기에 부적당한 청소년임에도 다른 괴인들에게 없는 특수능력(기후조절이나 전격파 등)을 부여받았고, 모티브가 되는 동물도 전혀 없는 특이한 케이스임을 지적하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낸다. 또한 신생 쇼커도 그를 옭아매기 위해 각종 모함을 일삼고 쥰과 동료들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책략을 꾸민다. 게다가 1권 마지막에 쥰의 호적수로 등장한 신캐릭터 '제이드'는 놀랍게도 쥰을 찾아나섰다가 역시 쇼커에게 납치되어 개조를 받고 회춘한 그의 친아버지라는 막장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콩가루 집안의 극치)

-글 95%+그림 5%라는 구성 때문에 일어를 모르면 접하기가 힘들고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만화나 영상물보다 훨씬 더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가면라이더의 또 다른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의미있는 기획이라 하겠다. 1970년대의 인간이 2000년대에 떨어져서 겪는 고독(이것은 그당시 태어난 '옛날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는 <가면라이더>가 현대에 살아남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숙명과도 통한다)은 물론이고, 이시노모리 히어로의 정형이라 할 만한 '남들을 위해 싸우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입은 채 어둠 속을 떠도는 이형의 존재'라는 테마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앞으로 2권에서는 쥰의 특수한 체질에 감춰진 비밀과 쇼커가 그를 끈질기게 노리는 이유, 그리고 제이드와의 대결 등등 큼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그가 어떻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진정한 '가면라이더'로 거듭나게 될는지를 다룰 듯하다. (...마는, 중요한 부분은 위키백과 찾아보다가 천기누설을 다 당하는 바람에 2권을 굳이 찾아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다)

-참고로 제목의 'EVE'는 라이더의 이름이 아니고 단어의 본래 의미대로 '전야'라는 뜻인데, 즉 주인공이 가면라이더가 되기까지의 전일담을 그리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타이틀의 영문표기는 MASKED RIDER GAIA로, 이 '가면라이더 가이아'라는 기획은 본래 쿠우가 때 준비된 타이틀이었으나 비슷한 시기에 츠부라야가 '울트라맨 가이아'를 내놓는 바람에 각하되었다는 사연이 있다. 또한 쥰이 변신하는 '가이보그'의 이미지도 이시노모리가 생전에 남긴 디자인 스케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ZX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정통 이시노모리 라이더의 막내인 셈이다.
by 잠본이 | 2008/08/17 00:46 | 특촬최전선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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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arepapa at 2008/08/17 01:23
혼고는 나중에 전신 사이보그로 전선 복귀 했다고 했는데 아직 뇌만 남은 상태면 시점이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8/17 01:30
묘하게도 그 얘기가 안나오는걸로 보아 원작과도 좀 어긋난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半道 at 2008/08/17 07:08
고전의 회귀는 언제나 어렵군요.
무언가 새로운 가능성이면서도 구태가 반복되니...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8/08/17 11:45
한국어판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건담=드렌져 at 2008/08/18 01:39
애니로 내놔라!!!!
(제작사는 아마도 토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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