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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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과 그의 기사들
원제: King Arthur and His Knights
저자: 토머스 불핀치
출판사: 정신세계사

원래 불핀치의 책은 '기사의 시대'라고 하여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가 1부, 그들을 동화적인 관점에서 다룬 마비노전이 2부, 그리고 영국 역사상의 실존 기사들을 다루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완전판은 '원탁의 기사'라는 제목으로 범우사 등에서 냈으니 찾아보기 어렵지는 않다) 다만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그중에서 1부만 쏙 빼내어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것이라, 어찌보면 좀 얍삽한 스타일의 출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2부와 3부를 읽지 않아도 1부를 이해하는 데에 크게 영향이 있는 건 아니어서,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그런대로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용은 대략 아더왕 이전의 고대 브리튼 왕국과 그 지도자들에 대한 간략한 서술을 거쳐,(리어왕의 원재료가 레어왕인건 또 처음 알았다!) 아더, 귀네비어, 가윈(거웨인), 랜슬럿, 트리스트람(트리스탄), 퍼시벌, 갤러해드 등등 주요 인물 순으로 일화와 관계, 모험과 편력을 전개해 나가다가, 결국 그 유명한 성배 탐색 이야기를 거쳐, 모드레드의 계략 및 귀네비어와 랜슬롯의 금지된 애정으로 인한 아더와 랜슬롯의 내전,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세력을 키운 모드레드의 반란과 아더의 죽음, 그에 뒤따른 나머지 기사들의 운명 등을 그림으로써 끝을 맺는다.

원래 서력 500년대의 일을 바탕으로 했다는 전설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갖고 12세기에 수십권의 책으로 펴낸 것을 다시 19세기 사람인 불핀치가 요약한 물건이라 여러가지 부분이 빠져 있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쉽고 간단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점에서 원탁의 기사 전설을 파악하려는 사람에겐 상당히 유용한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불핀치 본인은 문인으로서 생전이나 사후에 그다지 큰 명예를 얻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직업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_-)

아무래도 먼옛날 사람들이 툭탁거리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은거라 그런지 몰라도 지금의 상식이나 윤리로 봐서는 경악하거나 어이없는 부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나 기사들의 때로는 멍청하고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광기어린 짓거리들이나, 그들이 벌이는 우연과 기적으로 점철된 모험을 보고 있노라면 거의 수호전 읽는 느낌이다. (무하하)

의외로 멀린이나 모르가나의 등장 장면은 별로 없고 귀네비어와 이주드(이졸데)를 제외한 여성 캐릭터들은 언제 나타나 뭘 하고 사라졌는지도 애매하게 되어 있어 영 찜찜하다. (특히 샤롯트의 처녀같은 경우...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그래 당신 혼자 딴사람 사랑해서 잘산다 이거지? 난 그꼴 못봐~'라는 마음에서 자살하여 떠내려온 것 같은데 그걸 건져다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포장해서 팔아먹는 랜슬롯과 기타등등의 짓거리는 꽤나 웃긴다 -_-)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할듯 싶던 퍼시벌의 누이도 갤러해드를 인도한거 빼고는 하는 일이 없고...(아예 그전에 퍼시벌에게 형제가 있었던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라...사실은 마법으로 불러낸 분신이나 요정같은거 아니었을까나...-_-) 물건너의 모 작가가 '아발론의 안개'를 왜 쓰고 싶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도 언젠가는 읽어보리라 벼르는중;;)

법과 원칙과 실용성의 화신인 아더야 뭐 제쳐두고, 부하 기사들을 성격별로 보자면...가윈은 육친에 대한 애정과 신의에 죽고 사는 우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랜슬롯은 뭐 전형적인 주인공 타입에 왕비를 위해 (일단) 목숨을 걸긴 하지만 정치적인 처세도 잊지 않는 중도형의 인물로 보이고, 트리스트람은 그와 반대로 한곳에 얽매이길 싫어하는 풍운아 타입에다가 이주드 때문에 진짜로 목숨이 왔다갔다할 정도가 되는 극단적 로맨티스트... 그러나 역시 잠본이의 눈에는 다소 버릇은 없지만 뻔뻔하고 자기잘난맛에 마구 휘젓고 다니며 사람들을 웃겨주는 개그캐릭터 퍼시벌이 제일 멋져보이는...
(이라곤 해도 이놈들 전부 끝이 다 안좋으니 뭐 할말이 없다...-_-)

보고 있으면 은근히 개그스런 장면이 속출하는데...모 영주에게 끌려간 귀네비어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 랜슬롯이 도중에 영주가 매복시킨 궁수 때문에 말이 죽어버려서 터덜터덜 걸어서 가다가 짐마차를 빼앗아 타고 길을 재촉하던 걸 가윈에게 들켜서 엄청 비웃음을 받으며 겨우 도착, 어찌어찌 왕비를 구하긴 했는데 귀네비어는 오히려 '당신은 짐마차로 온 나라를...'어쩌구 하는 핀잔만 주어서 삐져버린 랜슬롯이 숲으로 뛰쳐나가 3일 밤낮동안 우엥엥거리며 헤매다가 돌아온다던가... (이때만 해도 참 좋은 시절이었군...저래도 파면 안 당하고... -_-)

게다가 무슨 놀랄 일만 있으면 여자고 남자고 왜 그리도 사람들이 기절을 잘 하는지. 우우 극단의 나라.;;

이건 뭐 딴얘기지만, 비비안이 멀린을 자기만 통과할수있는 마법의 방에 가둬놓을 정도라면 사실 멀린은 꽤나 미중년 미노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요정이나 되는 신분에 두꺼비같이 생긴 아저씨를 좋아할 리가) 그나저나 결국 성배를 찾았어도 멀린은 풀려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때문에 원탁의 기사들 대부분이 골로 가고 아더의 왕조는 끝장나고...

....이렇게 될거면 대체 뭐때문에 성배를 찾으라고 한거냐!
(멀린, 사실은 아더에게 은근히 원한을 품고 있었다던가...그런건?)

vcd로 구입한 엑스칼리버를 시청할때 참고가 되려나 어쩌려나.
by 잠본이 | 2003/12/23 15:26 | 대영도서관 | 트랙백(5)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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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Gerda and re.. at 2003/12/23 16:34

제목 : Lady of shallot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라파엘전파의 워터하우스가 그린 레이디 오브 샬럿 바로 이 그림입니다. 워터하우스는 이 그림 말고도 레이디 오브 샬럿에 관한 그림을 몇 점 더 그렸습니다. 현재 이 그림은 테이트 갤러리가 소장 중이고 직접 보았습니다. 화폭은 꽤 큰편이고 그림 색감이 정말 화려한데 사진이나 인쇄로는 그 색감을 정확하게 살려내지 못하더군요. 그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태어나자마자 저주를 받아서 직접 햇빛을 보면 안되는 아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탑 꼭대기에 갇혀서 거울 두개로 높은 곳......more

Tracked from 무골호인 잠보니 3 at 2003/12/31 11:35

제목 : 아서왕 - 전설로 태어난 기사의 수호신
원제: Arthur et la Table ronde 저자: 안 베르텔로트 출판사: 시공사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을 읽고 궁금하여 다른 자료를 찾아보다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시리즈가 다 그렇듯 풍부한 사진자료와 각종 일화들을 나열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는 편제로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얼마 안 되는 분량에 너무 많은 얘길 담으려 하다 보니 읽을 때는 즐겁지만 읽고 나면 별로 알맹이가 남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불핀치판의 기기괴괴한 서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정립되었는......more

Tracked from 問答無用 at 2004/07/31 11:11

제목 : 중세의 기사
중세의 기사 원 제 : The Age of Chivalry 작 가 : 토마스 불핀치(Thomas Bulfinch) 출판사 : 범우사 평 가 : 현재 범우사에서 나와있는 책은 <원탁의 기사>인데, 제가 읽은 <중세의 기사>(1988년 초판2쇄)와 같은 내용인 듯 합니다. 원제인 The Age of Chivalry는 직역하자면 기사의 시대겠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The Age of Fable, 즉 신화의 시대여서 원제쪽이 느낌이 좋게 느껴집니다. 아동용 문고와 영한대역 서적에서만......more

Tracked from viviene's La.. at 2004/07/31 11:36

제목 : 비비안은 미중년을 좋아해~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 수줍지만 사실입니다-_-;;;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입소문에 실려~ 왠지 아더왕과 기사들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만발즈 아더왕 이야기는 영국의 문학을 먹여살리는 근본! 작년에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시를 배우면서 테니슨에 약간 빠져보기도 했고.... (알다시피 테니슨은 아더왕 이야기로 시를 좀 썼었더랬죠.) 논문준비하면서 톨킨의 작품은 역시나!!!! 그랬어T.T (더 이상 이야기 하면 왠지 네타가 될 듯 싶어...) 하며 약간 충격을 먹기도 했었어요 읽을 책들도 많은데.......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4/07/31 12:27

제목 : 오늘의 아더왕 잡동사니
★참고문헌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 (토머스 불핀치) (▶완전판) +아더왕 - 전설로 태어난 기사의 수호신 (안 베르텔로트) +아더왕 이야기 (장 마르칼) 출판 소식 ★Gerda님의 기사 연구실 +인물평: 트리스탄 | 란슬롯 | Bedivere Bedwyr +명화감상: 레이디 오브 샬럿 | 트리스탄과 이졸데 +문장: 트리스탄 (1) | 케이 | 퍼시벌 (1) | 트리스탄 (2) | 퍼시벌 (2) ★검을 뽑았기에 왕이 되었던 것인가, 왕이 될 것이기에 검을 뽑을 수 있었던 것인가? →세계의 성검들 ★......more

Commented by Gerda at 2003/12/23 15:47
퍼시벌은 페레두르라는 웨일즈전설로 아더왕전설과 다른 것이었는데 후대에 합쳐진걸로 보입니다. 원래 기사의 유복자로 누나만 만땅이었을 겁니다. 일명 귀남이. 퍼시벌의 엄마는 퍼시벌이 기사가 될까봐 숲에 은둔하면서 퍼시벌을 키웠지만 어찌어찌해서 퍼시벌은 기사가 될테야 하면서 카멜롯으로 가서 어찌어찌해서 원탁에 앉았더니만 의자에 퍼시벌 이름이 세겨졌다는군요. -_-;; Lady of shallot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와 Elain 버전이 있는데 저는 아마도 같은 사람이었는데 후대에 갈라졌을 것이라는 설을 지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넘버 원은 트리스트람이고 넘버 투는 퍼시벌이죠. 넘버원의 그 닭짓을 보고 있으면 정말 중세틱하지 않나요? 현대인이 보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고 뻘짓으로 보이지만 중세니까 가능했을 그런 짓꺼리요. 알면 알 수록 재미있는 것이 아서왕전설인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3/12/23 15:51
옳으신 말씀입니다. 어이가 없긴 하지만 또 다르게 바꾸면 제맛을 잃게 되니까 말이죠.

퍼시벌에 대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어쩐지 이질적인 캐릭터다 했더니...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3/12/23 16:45
옛날로 갈수록 사람들의 감수성이랄까, 감정이 예민하고 현대인이 보기엔 과잉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그리스의 희곡들이 사람이 죽거나 하는 장면은 전부 전령으로 처리하는 것도 관객들의 정신적 쇼크를 방지하기 위한 거라고...(먼산)

NOT DiGITAL
Commented by etssyum at 2003/12/23 17:11
귀부인이 기절했을 땐 얼른 향료가 든 주머니를 코에 대고...
(from 파우스트)

남정네가 기절하면 대충 길섶으로 밀어둔다.
(...)
Commented by Devilot at 2003/12/23 17:16
신곡 보다가 때려친 이유 중 하나가..단테가 하도 자주 기절해서였습니다-_-
(요즘 만화 중 좀 heavy하게 나가는 작품 아무거나 던져줘도 바로 쓰러져 죽을 듯-_- (아니 뉴스만 보여줘도..))
Commented by etssyum at 2003/12/23 17:57
...그러다가 단테가 눈을 떠보면 보통은 베르길리우스 영감의 품 안이죠(-ㅠ-)

"선배..."
"단테..."

(다시 한 번 -ㅠ-)
Commented by rumic71 at 2003/12/23 23:21
1. <기절의 제왕> 프로도가 모든 것을 평정합니다.
2. 저 퍼시벌이 몬살바트로 가서 무려 로엔그린의 부친 파르지팔이 되었다는... (하지만 1막에서는 정말 닭)
Commented by 김도연 at 2003/12/26 04:00
기절의 제왕 프로도에 한 표 던집니다. 어릴 때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보면서 종종 누구 하나씩 기절하고 꼭 누가 브랜디(아니, 다른 술이었던가?) 먹이는 거 보면 "아, 저러는 게 당연한 거구나..."라고 생각했건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기절하는 사람 별로 없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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