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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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남의 이번 나들이는 특히나 부담스럽다

(C) Marvel / Universal


1. 5년 먼저 극장에 걸렸던 이안 감독판 <헐크>의 미묘한 성과

아시다시피 우리들의 감마선 녹색덩치 헐크가 은막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 <와호장룡>으로 유명한 이안(물건너 표기는 '앙 리')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 <헐크> 쪽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보았다고 한다. 관객들의 감상이 극과 극을 달리는 바람에 개봉 2주째의 주말 흥행 수익이 1주째와 비교했을 때 무려 70%나 하락하는 진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최종 흥행성적도 가까스로 적자는 면했지만 <스파이더맨> 같은 빅 타이틀에 필적하는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내용 면에서도 주인공 브루스 배너의 신체변화에 대한 내적 갈등이나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와의 대결 같은 심리적 요소가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된 탓에 호쾌한 액션보다는 답답하고 우울한 사이코드라마의 비중이 훨씬 컸다. 못봐줄만큼 허접하게 만들었거나 재미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헐크에게 기대할만한 요소를 아주 절묘하게 빗겨나간데다 마블원작의 분위기와도 좀 동떨어졌기 때문에 결국 일반관객은 물론 원작 팬들에게도 버림받은 괴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전작에 대한 기억도 어느 정도 잊혀진 상황이긴 하지만, 워낙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이번 영화의 홍보나 흥행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경영인이자 영화의 제작 총지휘자인 케빈 페이지가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크레더블 헐크> 제작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이안판 <헐크>였다'고 말한 것만 보아도 전작이 드리운 그림자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유니버설의 담당자들도 '한번 만들어서 실패한 걸 왜 또 만드냐?'라는 질문에 오랫동안 시달렸다고 하니 이건 뭐 안 봐도 비디오다)

그 때문에 마블과 배급을 맡은 유니버설 측에서는 본 작품이 <스파이더맨 2>같은 전작의 직계속편이 아니라 <배트맨 비긴즈>처럼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부팅'에 해당하고, 또한 본 작품은 전작과 달리 박력있는 액션에 중점을 둔 정통 히어로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헐크여~♪'인 셈이다)

확실한 카리스마나 매력을 지닌 악당이 등장하지 않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헐크와 물리적으로 맞장뜰 만한 힘을 갖춘 호적수 '어보미네이션'(비록 극중에서는 이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지만)이 등장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헐크 본인의 특성상 원작에 나온 적수들도 대부분 한 덩치 하는 괴물들로 이루어져있던 터라 이제까지의 TV드라마나 이안판 영화에서는 영상기술의 한계나 스토리상의 제약으로 인해 한 번도 원작의 악역을 그대로 기용한 일이 없다. 이안판에서 최종보스로 등극하는 브루스의 아버지가 원작의 모 캐릭터와 비스무리한 능력을 보여줄 뻔 하기는 하는데 성격이 너무 찌질해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OTL)

마블은 개봉을 목전에 둔 2008년 5월을 '헐크의 달'로 선포하고 전 세계적인 미디어 공세를 통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이안판 <헐크>의 존재만 가지고도 힘들 지경인데 또 다른 부담스런 작품이 존재하는 터라 더더욱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헐크와 마찬가지로 마블의 B급 히어로 출신이었으나 혜성처럼 나타나서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고 단번에 히어로계의 떠오르는 별이 되어버린 바로 그 친구 말이다.

2. 한발 앞서 출발하여 대박 터뜨린 <아이언 맨>의 존재

<아이언 맨>은 절묘한 캐스팅과 위트 넘치는 각본, 절제된 특수효과와 공격적 마케팅 등에 힘입어 2008년 박스오피스의 강자로 떠올랐다. 원작 <아이언 맨>은 나름대로 만화 팬들 사이에서는 알려진 편이었지만 역시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자체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는 '특A급 히어로'에 비하면 일반 대중에 대한 침투력은 미미했다. 마블은 이제까지 이런 B급 히어로들을 앞다투어 실사화시킴으로써 이들 특A급 히어로가 개척한 시장을 넓혀나가려 했지만 매번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아이언 맨>이 <스파이더맨> 1편에 버금가는 오프닝 수익을 거두면서 흥행에 대박을 터뜨림으로써 그러한 징크스를 멋지게 깨뜨린 것이다.

<아이언 맨>의 흥행 성공으로 인해 잔칫집 분위기에 젖어든 마블은 속편의 기획이나 다른 마블 영화들의 라인업, 그리고 꿈의 총체적 크로스오버인 <어벤저스> 실사화 아이디어까지 떠벌리게 되었다. 마블이 창립한 신생 영화사인 마블 스튜디오는 첫 번째 작품인 <아이언 맨>으로 단번에 할리우드의 기린아가 되었고,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마블 엔터테인먼트 본사도 증권투자 사이트와 비즈니스 저널에서 성공적 수익모델의 일례로 거론되는 등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언 맨>의 바톤을 이어받아 마블 스튜디오의 2번타자로 나서게 된 것이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라는 점이다. 이미 1번타자가 만루홈런을 터뜨려 분위기가 한껏 고양된 상태이니, 2번타자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하더라도 이미 기대수준이 한껏 높아진 관객이나 스폰서를 100%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인크레더블 헐크>는 이안판 <헐크>라는 성질 나쁜 쌍둥이 형(...)뿐만 아니라 <아이언 맨>이라는 같은반 엄마친구아들(...)까지 넘어서야만 하는 2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더하여 올해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과도 자웅을 겨루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인크레더블 헐크>의 관계자들이 받게 되는 중압감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 틀림없다. 이 영화의 성적에 따라 마블 스튜디오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게 될지 아니면 한때의 모래성으로 끝나버릴지 판가름이 날 것이고, 그 결과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마블 영화들의 미래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취향은 매우 까다롭고 변덕스러우며, 흥행을 좌우하는 또 다른 외부요인이 개입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것은 2008년 6월 12일 전세계 동시개봉이 이루어진 뒤에 판가름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나는 그때 극장에 가서 열심히 우리의 싸나이 스탠리 형님이 어디서 튀어나오나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며 낄낄대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흥행에 대한 걱정을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에 몰입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by 잠본이 | 2008/05/31 00:01 | 굳세어라 거미남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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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MARVEL .. at 2008/06/14 12:05

... 합전선이 어떻게 되어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의 첫작품인 에 이어서 개봉된 두 번째 작품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이안판 뿐만 아니라 과도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처지인데, 아무래도 화려번쩍한 선홍색과 금색의 이미지가 전체를 수놓는 에 비해 이 영화는 어두침침한 녹색과 회색의 이미지가 끈적끈적하게 묻어나오는 편이라 다소 ... more

Commented by theadadv at 2008/05/31 01:35
이안판 헐크에 대한 기억은 코만치 헬기가 나왔다는 것 빼고는 없군요.
Commented by 스킬 at 2008/05/31 02:23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에게 협공받는다는게 이런거군요.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8/05/31 08:28
제가 기억하는 옛날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의 매력은... 배너 박사의 선의가 현실의 폭력 앞에 무참히 짓밟히는 순간, 슈퍼 폭력이 깨어나서 찌질한 폭력들을 밟아버리는데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배너 박사가 불한당들에게 끌려가서 두들겨맞는 장면이 나오면, 다른 드라마라면 '쯧쯧...'하고 생각했을텐데 그때만큼은 '이제 너희들 다 죽었다'라는 기대감이 솔솔;;; 그런 소시민적인 쾌감은 역시 TV 시리즈에서나 가능한 것이려나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8/05/31 11:15
그래도 이안 감독판을 좋아해요. 흐흐.
Commented by rumic71 at 2008/05/31 14:23
백금기사님 리플에 공감. "날 화나게 하지 마시오!" 가 나와줘야죠 .
Commented by winbee at 2008/05/31 15:39
고병규 비공개 만화(?)중에 헐크 패러디:
"나 날 화나게 하지 마시오"
"이거나 먹어라 -_-ㅗ"
"여 열받는다 쿠오오오~~(변신)"
...
시민들이"와와 괴물이다 돌을 던지자"
도망가는 헐크(...)
Commented by 짙푸른 at 2008/05/31 21:12
이참에 고스트 라이더 등등 묻혀버린 히어로 영화들 다 한번씩 패자부활전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8/05/31 23:26
극장판 헐크는 cg티가 너무 나서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자꾸 보니 귀여운데요 (이걸 노린 건가)
수염 안깎고 난닝구 차림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에드워드 노튼의 은근한 갑빠라든가 (응?)
헐크와 여자 친구의 로맨스 등이 적절하게 먹혀들어간다면 의외로 관객에게 어필할 것도 같은데 :)
Commented by 지드 at 2008/06/01 22:14
히어로가 자신의 이중성을 고민하는 장면도 나쁘진 않지만, 하필이면 헐크란 히어로한테 필요 이상으로 그런 장면을 넣었고,
게다가 "내 영화에 리얼cg로 활약하는 주인공은 기대 말고 고민을 진지하게 감상 바람"이란 속셈이었는지, 제작비를 잘못 활용한건지 그 당시 기준으로도 뛰아나다고는 못 할 CG 수준도 참 눈물 나는 등
참 지금 생각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눈말 나는 영화였쥬(...)
게다가 국내는 홍보를 잘못 해서 지금 인크레더블 헐크를 마치 이안 감독의 헐크에 이은 헐크2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1에 나온 내용이 왜 또 나옴?", "2인데 내용이 1임, 보지 마삼 ㅋㅋ"같은 악플들이 나와 뒷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마져 막을까봐 걱정입니다(...)
Commented by 리얼 at 2008/06/02 14:19
개인적으로 헐크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부디 수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6/02 17:06
새로운 헐크가 리안 버젼에 비해 뭐가 나아졌는 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아놀드 주지사를 불러 헐크를 페인트칠을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Commented by 다크 at 2008/06/03 17:45
그 말엔 동감해요 전작 헐크가 좀 기대이하라서 곧 개봉할 헐크도 그 비슷비슷한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 하지만 전 스탠리행님보다 토니행님 보러 헐크 보러 갈꺼에요 ㅎㅎㅎ
Commented by cava at 2008/06/08 13:36
어쩐지 헐크를 보러 가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어버리는군요(;;;) 마벨 스튜디오를 지켜주고싶다...(?)
Commented by 예영 at 2008/07/07 15:04
저는 체질적 낙관론자라 그런지,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의 흥행 결과에 상관없이 마블 히어로 시리즈는 계속 해서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일단 인크레더블 헐크의 품질이 괜찮고요, 떡밥 깔아두는 게 꽤 구미가 당기거든요. ^_^

아뭏든 토니 스타크 사장님의 카리스마로 끝까지 밀고 나갈 것 같습니다. 아이언맨의 대성공으로 마블 히어로즈 영화화 계획이 가능하게 된 거니까요.

아이언맨은 만화의 영화화 수준이 아니라, 영화계에 토니 스타크 사장님이라는 불세출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걸작이라고 봐야죠.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오직 해리슨 포드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토니 스타크 사장님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니면 안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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