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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테카맨 최종회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
세기말 왕도비전서 제18회 : 『우주의 기사 테카맨』
-싸움이란, 승리란 무엇인가-


구성 ․ 집필/ 히카와 류스케[氷川龍介]
해석/ 잠본이 (2008. 2. 21)
출전/ 「아니메쥬」 1999년 8월호 pp.82~83


■ 타츠노코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중단
『우주의 기사 테카맨』(국내명/ 우주의 기사 철갑인)은 방영중단에 가까운 형태로 26화를 가까스로 채운 뒤 종료했다. 본방영 당시의 추억을 더듬어 봐도, 후반부의 작화 퀄리티는 점점 떨어졌고, 스토리도 전반부만큼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1화에서는 예전에 『과학닌자대 갓차맨』(국내명/ 독수리 오형제)에서 이펙트 영상이나 메카니즘 묘사로 신시대를 개척했던 타츠노코답게, SF묘사에도 독특한 집념이 엿보였다. 정체불명의 원반으로부터 무지개빛 광선이 발사되어 스페이스엔젤호에 명중하자, 그 부분만 금속이 증발하여 내부 구조물이 보인다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후반부에서는 페가스에 맞서기 위해 란보스가 조종하는 적 로봇 ‘가니라’가 레귤러로 출연한다. 거대로봇 애니로의 방향수정이라 할 수 있는 그 회에서는 파동이나 폭발의 이펙트 작화 및 마무리 작업에 상당히 정성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것도 한 순간, 스토리 자체는 소모전에 가까운 분위기에 빠진 채 최종회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결국 『우주의 기사 테카맨』을 마지막으로 타츠노코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다음해의 작품은 『고왓파 5(파이브) 고담』. 시대의 흐름은 이미 거대로봇 애니의 전성기를 향하여 격렬하게 물결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타츠노코 히어로 애니메이션은 결국 패배하여 종언을 고했다고 간단히 말해도 좋을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테카맨』의 라스트 장면에야말로, 그에 대한 답이 있다.

■ 악몽의 외계인 침략
적측인 왈다스타는 외계인의 혼성군단이다. 가스성인, 전기성인, 금속성인, 아메바성인, 우주닌자 ‘시노비노’처럼 이름만 들어도 어떤 종족인지 알 만한 외계인들이 연속으로 등장. 테카맨에게 도전하여 그를 괴롭힌다.
여기서 묘한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지구는 이미 재생을 단념해야만 할 정도로 공해에 찌들어 있어, 인류는 멸망의 위기를 앞두고 제2의 지구를 찾아서 대탈출을 꾀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지구를 왜 침략할 필요가 있을까?
작품 속에서도 몇 번이고 이러한 의문이 제시되지만 명쾌한 답변은 나오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 외계인들은 지구인과의 의사소통을 완전히 거부하고,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잔인한 수단으로 냉혹하게 죽음과 파괴를 불러일으킨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외계인들이 어째서 굳이 상호협정을 맺고 자기 몸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의미도 없어 보이는 파괴활동에 광분하는 것일까.
확실한 답이 없다보니 왈다스타의 침략행위는 순수한 악의, 해의(害意)의 추상적인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악몽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과연 지구인들에게 남아 있을까.

■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상대성이론에 따라 광속을 돌파하지 않는 이상, 통상의 우주항행 방식으로는 그리 간단하게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설 수 없다.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 리프 항법이다.
리프 항법은 공간을 굴절시켜 한 순간에 장거리를 뛰어넘는 항법이다. 왈다스타는 분명 이 리프 항법을 사용하여 태양계에 쳐들어 온 것이겠지만, 지구 측에는 아직 그런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왈다스타의 우주선을 탈취하여 오버 테크놀로지로 만들어진 엔진을 연구함으로써 리프 항법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 이 부분은 『우주전함 야마토』(워프)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폴드)에도 통하는, 정석에 충실한 발상이다.
주인공이 소속한 스페이스나이츠는 드디어 리프 항법장치의 입수에 성공한다. 얼핏 보면 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메카는 아마치[天地] 국장에 의해 그 구조가 밝혀져, 우주개발 센터는 메카의 대량생산에 성공, 드디어 제2의 지구 탐사여행의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한 끝에, 아마치 국장은 최종 목적지를 선택한다. 지구로부터 4.3광년, 리프 항법으로는 2주일 정도 걸리는 켄타우로스 항성계다. 대기 0.9기압, 산소함량 24%, 중력 9.5g. 항성 즉 태양으로부터 1억 7천만km 떨어진 곳에 행성 하나가 존재하고 있다. 달 같은 위성은 없지만, 육지와 바다의 비율이 1/2로, 지구에 가까운 거주가능 행성이다. 드디어 전 인류의 탈출계획이 발동된다.
『테카맨』 최종화는 제2의 지구를 향하여 스페이스나이츠가 선견대(先遣隊 ; 본부대나 주력부대에 앞서 파견되는 부대)로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 기사의 라스트 신(last scene)
란보스는 제왕 도브라이의 지시를 받기도 전에 전 외계인 대원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린다. 어떻게 해서라도 지구인의 이주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란보스 본인은 우주개발센터에 직접 공격을 가해 온다. 이에 맞서 싸우는 방위군.
제2의 지구를 향하여 블루어스호가 발진한다. 부스터를 분리하고 지구 탈출속도에 돌입하려 할 즈음, 원반 편대가 발사대에 맹공격을 가한다. 레일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블루어스호가 우주로 이륙하는 영상은, 매회 반복되던 뱅크필름과 컷백(교차편집)됨으로써, 오히려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는 점을 강조하며 긴박감을 높인다.
리프 상태에 들어서려는 순간, 왈다스타의 요새공모가 그 진로를 가로막는다. 블루어스호의 리프를 저지하려는 란보스 단장의 집념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주인공 죠지[城二]는 출격을 결심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불안에 잠기는 히로미. 여기서 테카맨으로 변신하여 적에게 맞선다면, 그것은 곧 죠지의 최후를 의미한다. 목적을 달성하면 블루어스호는 리프 항법으로 이 자리를 탈출할 수 있겠지만, 죠지는 귀환할 곳을 잃고 우주공간에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죠지는 최후의 변신을 감행, 페가스와 함께 출격한다. “테카맨은 불사신이야!”라는 말을 남기고.
무수한 원반 편대에 뛰어들어 그들을 파괴하고 혈로(血路)를 뚫어가는 테카맨. 망설이던 히로미는 ‘죠지의 말을 믿으라’는 안드로 우메다[アンドロ ․ 梅田]의 한마디에 각오를 굳힌다. 드디어 리프가 시작되고, 블루어스호는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왜곡공간 속으로 항진한다.
죠지는 사라져가는 블루어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테카맨의 가면 아래에 만족스런 미소를 띄운다.
엄청난 수의 원반 편대를 격파한 뒤 랜서(창)로 상처입은 몸을 지탱하는 테카맨. 란보스는 뒤에 남은 테카맨과 결판을 짓기 위해 투지를 불태운다.
테카맨도 최후의 결심을 한다. 요새공모에 돌입하여, 왈다스타를 철저하게 쳐부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기사의 박차(拍車)가 돌아간다. 페가스는 그에 응하여, 엔진의 추진력을 최대로 끌어내어 가속한다. 흩어져있던 성간물질이 테카맨의 몸에 부딪혀, 하얀 빛에 물든 채 흩어져 간다.
절규하는 테카맨의 클로즈업이 그대로 정지화면으로 굳어진 채, 고독한 기사의 이야기는 그 막을 내린다.

■ 리들 스토리(riddle story)에서 찾아낸 의미
최종화에서는 테카맨과 왈다스타의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가 하는 것은 묘사되지 않는다.
이러한 스타일의 전개를 보통 ‘리들 스토리’라고 한다. ‘리들’은 영어로 수수께끼를 뜻한다. 라스트에 그려진 그 후의 이야기가 어찌되었는가는 아무도 모르는, 그러한 상태에서 막을 내리는 수법을 이렇게 부른다. 최근(*1999년)에는 『가메라 3 : 이리스 각성』이 이런 엔딩을 보여주었다.
‘수수께끼’라고 해서 반드시 작가가 그 해답을 미리 결정해둔 뒤에 숨겨놓기 때문에 수수께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답을 내놓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 뒤를 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관객에게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다. 그 상상력에 호소하는 편이 보다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런 표현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영상이라는 것은 시각적 자극으로 그려버리면 즉물적(卽物的)인 ‘단지 그것뿐인 것’으로 왜소화(矮小化)되어버리는 위험성을 항상 동반하고 있다. 뭐든지 상상한 대로 그려내는 이 CG의 전성시대에, 오히려 반사신경에만 호소하는 무미건조한 대량의 영상이 흘러넘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영상이란 ‘마음을 그려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지된 테카맨의 마지막 영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영상을 보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 그 자체다.
압도적의 악의(惡意), 힘과 물량의 논리로 사정없이 밀어닥쳐 오는 왈다스타의 무력(武力). 육체는 피폐해지고, 때로는 마음도 상처를 입는다. 그럼에도,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능성을 믿고서 과감히 앞만 바라보며 싸움을 건다. 그런 자세가 있다면, 문제없다.
그러한 이야기의 전체상(全體像)을 짊어진 채 테카맨은 적진으로 돌입한다. 테카맨이 그때까지 견뎌 온 아픔과 표리일체(表裏一體)가 된 그의 신념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것은 현실세계에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압도적인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 여러분의 신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믿어주기 바란다.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승리의 눈물이다.
아직 결말은 필요 없다. 지금은 믿고서 싸워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승리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돌아갈 장소를 잃은 테카맨은 죽어버릴 거야. 결국 패배한거나 마찬가지 아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 마지막에 한 가지, 정말로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최종회의 서브타이틀이다.
그것은, 『승리의 테카맨』이었던 것이다.



<< 왕도 헤로인에게 꽃다발을 >>
아마치 히로미[天地ひろみ]는 이런 류의 스토리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박사의 딸’ 타입의 캐릭터. 아마치 국장의 외동딸이다. 제1화에서는 무단발진한 죠지에 앞서서 블루어스호에 몰래 숨어타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역할은 블루어스호의 내비게이터. 헤로인의 역할이 통신사나 연락담당, 항해사 등의 보좌역이 많은 것도 이 시대의 특징이다. 보통은 그녀가 애완동물 삼아 데리고 다니는 산노성(星) 출신의 돌연변이 ‘무우탄’ 쪽이 오히려 눈에 띄는 활약이 더 많았지만, 최종회에서는 사랑하는 죠지를 남겨두고 리프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입장에 서게 되어,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 안드로 우메다의 매력 >>
안드로 우메다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표류자의 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의 정체는 산노성에서 온 외계인. 죠지 일행과 접촉한 최초의 목적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우주선을 탈취하기 위해서였다.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어서 어디라도 신출귀몰. 외계인을 미워하는 죠지와는 당초 격렬하게 충돌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이, 시리즈물다운 매력을 풍긴다. 아프로 헤어와 독특한 삼백안(三白眼 ; 눈동자가 위 또는 아래로 처져 한 가운데 위치하지 않은 눈)이 인상적인 서브캐릭터로, 『루팡 3세』 초기 시리즈에서 루팡을 연기했던 야마다 야스오[山田康雄]의 명연기가 빛을 발한다.


Original Text (C) Ryusuke Hikawa 1999
Translation (C) ZAMBONY 2008
by 잠본이 | 2008/02/21 17:24 | 우주의 힘을 하나로!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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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8/02/21 18:04
저는 D보이 나오는 데카맨인줄 알고 왔습니다...
데카맨 심오하네요...(먼산)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8/02/21 18:28
오오... 승리의 테카맨! +_+b
Commented by 무희 at 2008/02/21 22:54
철갑인으로 봤던 오리지널 데카맨의 엔딩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군요. 정말 멋집니다. 우메다 군도 본래 몸인 안개로 변해서 외계인들과 맨몸으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Commented by 풍신 at 2008/02/22 04:22
승리의 테카맨!!! 우주공간에서 표류하다가 램프에 잡혀서 마신으로 다시 태어나...태권V와 싸웠...(뭔소리냐?)
Commented by ZeX at 2008/02/22 17:08
테카맨은 원조도 멋졌군요.
그건 그렇고, 타츠노코는 요새 재정상태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카라스 후반부의 전개가 전반부에 비해 흐물흐물한 느낌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힘든 것 같아보이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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