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프링필드 부동산 시세가 궁금해지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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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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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걸프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빈사상태에 빠졌다가 요행히도 목숨을 건진 잭 스탁스는 의가사 제대 판정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1년 후인 1992년, 히치하이킹을 해가며 여행 중이던 잭은 어떤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는데, 다시 깨어나 보니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살인 혐의를 받아 법정에 서 있었다. 정신장애로 판정받아 사형은 면하지만 병원에 갇혀 평생을 보내게 된 자기 처지에 절망하는 잭. 게다가 병원의 유력자인 베커 박사는 그의 폭력성을 치료한답시고 밤마다 구속 재킷을 입힌 뒤 실험약품을 대량투여하여 시체보관함에 집어넣고 공포에 떨게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보관함 안에 갇혀 내보내달라고 신음하던 잭은 혼란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다 정신을 잃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동네에 와 있음을 알아차린다. 우연히 지나가던 웨이트리스의 차를 얻어타고 추위를 피할 겸 그녀의 집에 들른 잭은 그 웨이트리스가 옛날 여행중에 만났던 소녀 재키이며, 현재는 2007년 성탄절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게다가 그녀의 말로는 잭이 병원에 수용된 지 얼마 안 되어 죽었다는 것이 아닌가! 얼마 뒤 현재로 돌아온 잭은 남겨진 시간 동안 자기가 죽은 이유를 찾아내어 미래를 바꾸려고 시체보관함을 통한 미래로의 여행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이 영화 장르를 스릴러라고 광고한 홍보 담당자는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았거나 선전효과를 거두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 그런 식으로 써준 게 틀림없다. 분명 피가 튀고 살이 갈라지는 잔인한 장면도 있고 억울한 누명을 쓴 착해빠진 주인공이 상황을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는 플롯도 있지만, 이 영화의 포인트는 전혀 그런 데 있지 않다. 이미 잭의 혐의는 법정에서 판결이 난 대로 굳어져버렸고 달아난 진범도 끝까지 잡히지 않은 채 멀쩡하게 잘 산다. 처음에는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으로 보이던 베커 박사나 '나 돌았다니까' 포스를 뿜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켜 주던 동료 환자들도 알고보면 완전히 나쁜놈은 하나도 없고 다들 약간씩 암울하긴 해도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억울한 누명을 벗으려고 용쓰는 히치콕 스타일의 범죄 스릴러나 우울한 정신병원의 일상 속에 감춰진 의사들의 음모를 밝히는 로빈 쿡 스타일의 의학 스릴러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는 얘기다.

***[주의] 영화 결말에 대한 심각한 천기누설이 있습니다 [주의]***

오히려 이야기의 초점은 거듭되는 미래여행에서 잭이 얻어낸 정보들을 하나씩 이용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은 아니다)을 주는 과정과, 그로 인하여 그들의 삶이 약간씩 변화하여 '자기 미래는 바꾸지 못하지만 남의 미래는 변하게 하는' 미묘한 엔딩에 맞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잭이 여행중에 우연히 만났다가 미래에 재회하여 그의 '탐색'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결국 애인으로 발전하는 재키의 존재가 중요하다. 물론 잭이 미래의 정보를 갖고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재키만 있는 게 아니지만, 베커 박사나 로렌슨 박사의 경우는 이미 그가 하게 되도록 '예정된 일'을 함으로써 정해진 미래를 맞이하도록 돕는 것에 불과함에 반하여, 재키는 [죽을 예정이었던 그녀의 어머니에게 잭이 쓴 편지가 영향을 미쳐 애초와 전혀 다른 미래를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단 마지막 부분이 실제 미래가 아니라 잭이 뇌사직전에 꾸게 되는 단꿈이었다고 해석한다면 별로 그렇지도 않게 되지만 이 영화의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결말 처리가 오히려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결국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시공이동 판타지의 틀을 빌려와서 한 남자의 고달픈 인생과 그에 따르는 깨달음, 사랑,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그리는 일종의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관객은 잭이 앞으로 4일 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가 대체 누구의 손에 어떤 식으로 죽게 될지, 혹은 죽음을 미연에 방지하여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결론은 [그 모든 것을 빗겨나가 아주 어이없고 우발적인 사고(자살이니 타살이니 말이 많았지만 결국 빙판에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과다출혈로 죽는다 OTL)로 잭의 죽음을 유도하고 잭 자신의 미래는 결국 바뀌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잭의 죽음이라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맥거핀 역할을 수행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얘기다. 얄밉기 짝이 없는 감독의 낚시 실력!)

대신 잭의 노력을 통해 암담하기 짝이 없었던 재키 모녀의 미래가 바뀌고, 관객은 잭의 편지를 통해 그의 심경을 알게 되면서 '언젠가 찾아올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생은 더욱 소중한 것이며, 그만큼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얻는 것이다. 라스트에서 변화된 미래로 날아온 잭이 전보다 행복해진(그러나 당연히 잭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또 다른 재키와 만나 그녀의 차를 얻어타고 눈부신 햇살 속으로 사라진 뒤에 깔리는,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라는 대사는 그러한 스토리에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도 동시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마침표라 하겠다. 어찌보면 되게 허무맹랑하고 어찌보면 또 되게 뻔한 스토리지만, 탄탄한 배우진의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편집 덕에 보고 나서도 그다지 손해보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뭔가 다른 장르를 기대하고 보았다간 실망하기 딱 좋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ps1. 적당히 꺼벙한 성격 때문에 만날 당하고 살다가 마침내 자기 인생 되찾으려고 나름대로 애쓰지만 그마저도 꺼벙해 보여서 안습인 잭의 모습을 애드리안 브로디가 실감나게 연기했다. <킹콩>에서 이양반이 웬만한 떡대 선원들보다 더한 파워를 발휘하며 여자 하나 구하려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만 알고 있었다가 이런 것도 보니까 꽤 신선하다. (사실은 이쪽이 이양반 주전공에 더 맞겠지만 OTL) 모 해적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압도하는 총칼 휘두르기를 시전하셨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밤낮으로 술담배에 쩔어 사는 인생막장 식당 종업원으로 나오는 것도 비슷하게 웃긴다. (무려 목욕신과 베드신까지 아주 잠깐이지만 나오는 걸 보고 세상 참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도... OTL)

ps2. 잭의 동료 환자 루디 맥켄지 역으로 무려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오시는데 여기서는 머리를 어두운 색으로 염색하고 표정도 약간 맛이 간 듯한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연신 개그를 남발하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숀 코넬리 생각이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어째 <카지노 로얄>에 나왔을 때보다 이쪽이 더 007스럽지 않나 싶기도... (정작 007로 나왔을 때는 금발에다가 표정도 허구헌날 무표정으로 일관했던지라 OTL) 별로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극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재미나는 캐릭터였다. 특히나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내가 마누라를 30번이나 죽이려 했다가 들어왔걸랑'이라고 겁을 주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마누라가 야반도주해서 절망한 나머지 단식투쟁하다가 신경증 진단 받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초 안습 캐릭터로 전락한다. 게다가 미래로 가 보니 결국 퇴원도 못 하고 2004년에 죽었더란 말이지.] (어째 등장하는 작품 중 열에 아홉은 이리도 여복이 없는 캐릭터란 말이더냐... 아이고 인생아 OTL)

ps3. 위키백과에 따르면 잭의 시간여행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는 잭 런던의 동명 소설(단 미국판과 영국판 제목이 약간씩 다름)에서 참고한 모양이다. 솔직히 머리에 총맞고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던 사람에게 약물주사 펑펑 놓고 구속복 입혀 어두운 궤짝 안에 집어넣었더니 난데없이 시공이동한다는 건 좀 안이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게다가 장소도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딴곳이고 옷도 원래 입고 있던 환자복이 아닌 평상복으로 바뀌는데 극중에선 아무런 설명도 없다), 애초에 이 영화 장르가 SF도 아니고 보여주려 했던 것도 전혀 딴 얘기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싶다. ('환상특급' 등의 도시전설류 드라마에 익숙해진 관객에게는 별 무리 없이 먹혀들겠지만.)

ps4. 어렸을 때 만난 여자애가 성인이 된 뒤에 다시 만나 알콩달콩한 관계가 된다는 구도는 이미 하인라인이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냉동수면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통해 써먹은 얘기였고, 현재 영화로 제작중인 <시간여행자의 아내>도 이런 로맨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뭐 굳이 시간여행 따지지 않는다면 그 원조는 <키다리 아저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OTL) 그러나 본 작품은 이들과 달리 이루어질 듯 했던 로맨스가 결국 마지막에 가면 주인공이 변화시킨 '흐름'의 영향으로 인해 리셋되어버린 상태로 끝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되게 우울한 케이스라 하겠다. (뭐 그 라스트가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한다면 또 다시 작업 걸어서 로맨스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만, 그 경우라도 아마 잭 본인의 정체는 밝히지 않는 게 좋을 듯 하니 참 머리 복잡하다 OTL)

ps5. 베커 박사로는 인기 컨트리송 가수이자 배우인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로렌슨 박사로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청춘을 구가했던 제니퍼 제이슨 리가 등장하여 관록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어린 재키 역을 맡아 나이틀리와 판박이인 눈매를 과시하며 똘망똘망 귀엽게 놀던 로라 마라노일지도? (에라이 말종)

ps6. 잭의 능력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사실 시공이동능력같은 근거없는 거 말고 그의 자동차 수리솜씨와 요리솜씨였다. (자동차야 뭐 그렇다 치고... 도대체 제대로 된 재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재키의 냉장고를 뒤져서 깔쌈한 샌드위치를 2인분이나 만들어내다니 당신 대체 어디서 배운 재주야! 설마 파월장군 전속 취사병이었나? OTL)

ps7. 사실 영화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꽤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위 감상은 어디까지나 그 해석들 중 가장 무난한 것을 고른 것에 불과하므로, 더 많은 가능성과 그에 대한 설명을 보고 싶으신 분은 게렉터님의 연구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by 잠본이 | 2008/02/16 22:27 | 시네마진국 | 트랙백(4)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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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8/02/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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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재킷"은 1991년 걸프전에서 머리에 입은 총상으로 인해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잭 스탁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지만 그 기억상실증 때문에 사건현장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범인으로 몰려서 정신병원에 보내지게 됩니다. 잭은 정신병원에서 닥터 벡커의 이해 약물에 취한체 강제로 재킷을 입고 시체 보관함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고 살인사건 직전에 만났던 소녀 재키를 그곳에서 ......more

Tracked from 누피의 잡담 at 2008/02/1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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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예상을 하고 보면 역시 재미가 반감된다. 스릴러물로 예상하고 급박한 상황 연출이나 굴곡이 큰 액션 등을 기대했는데 나비효과 보다도 긴장감이 훨씬 떨어지는, 판타지가 가미된 사랑이야기이다. 사실 장르가 좀 모호하다. 기대않고 '지까짓게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겄어.'라는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관람에 임하면 좋은 결과 얻으리라. 주인공의 사지가 꽁꽁 묶여 시체보관함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내가 다 불편하고 공포스럽다. 그 장면을 보며, ......more

Tracked from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at 2008/02/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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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8/02/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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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2/17 16:09
실제로 애드리안 브론디의 요청으로(체험해 보려고) 그가 시체보관함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래놓고 깜박 잊었다가 후에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 장면을 찾아서 영화에 사용했고... 불쌍한 애드리안 브론디 ㅜ_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2/17 16:25
방문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생한 것에 비해 영화가 별로 뜨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T.T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8/02/17 16:25
…우리나라에선 절대 안팔릴 영화군요.(…)
Commented by 생강 at 2008/02/22 23:38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주시네요. 아무래도 영화를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ㅋㅋ잘 읽고 갑니다. 종종 들를께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2/22 23:49
방문 감사드립니다. 큰 재미는 없어도 보면 볼수록 맛이 나는 영화이긴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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