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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베이더, 친구 슈퍼맨을 추억하다.
★Darth Vader met Superman (The Sun, 2008/02/13)

신문을 집어든 순간, 데이빗 프라우스는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갑작스런 낙마 사고와 그에 따른 전신마비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던 것이다. <스타워즈>의 악역 다스베이더로 유명한 데이브(데이빗의 애칭)는 슈퍼맨을 불멸의 이름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배우가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 세계의 모든 팬들이 그 소식 때문에 충격을 받았지만, 크리스토퍼 리브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데이브가 느낀 슬픔과 안타까움은 그보다 훨씬 더 컸다. 호리호리한 6피트 5인치(약 193cm)짜리 젊은이에 불과했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세계를 구원하는 근육질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데이브 덕분이었다.

이후 2004년에 크리스토퍼 리브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소식을 들은 데이브는 친구의 유지를 이어받아 척수 손상의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현재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증세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설립된 단체인 'Walk Once More'(다시 한번 걷자)의 후원자로 활동 중이다.

남부 런던의 크로이든 출신으로 현재 72세인 데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원기왕성했던 친구가 순식간에 목이 부러져서 걷지도 못하게 되다니...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슈퍼맨 연기 때문에 함께 트레이닝을 하면서 가까운 친구가 되었죠.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불과 6주만에 12.5스톤(약 79kg)에서 15.2스톤(약 96kg)까지 근육을 키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정성들여 가꾼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되다니 정말 비극이죠. 하지만 그 친구의 딱한 처지 때문에 척수 손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진 것도 사실이니, 같은 부상을 당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 친구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었던 셈입니다. 저도 그 뜻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Walk Once More'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무명의 20대 남자배우였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을 찍기 위해 런던으로 왔을 때 데이브는 이미 40대 중반이었다. 당시 데이브는 유명한 교통안전 홍보 캐릭터인 '녹십자맨'(Green Cross Code Man)을 연기한 직후였는데, 놀랍게도 처음에는 본인이 클락 켄트 역을 맡고 싶어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슈퍼맨 역에 낙점된 크리스토퍼 리브의 개인 트레이너로 만족해야 했다.

데이브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70년대 말에, 레슬리 린더라는 제작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슈퍼맨>이 미들섹스주의 셰퍼튼 스튜디오에서 촬영될 거라고 알려줬지요. 내게 주연에 도전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더군요. 당시 저는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6피트 7인치(약 2미터)의 키와 20스톤(약 127kg)의 몸무게를 유지했고 얼굴도 그런대로 잘 생긴 편이었죠.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영국 배우가 슈퍼맨을 연기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미국 배우가 슈퍼맨을 맡아야 한다고 완강하게 버텼어요. 외국인이 슈퍼맨을 연기하면 미국 관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을 거라고 걱정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리처드 도너 감독과 오디션 약속을 잡은 뒤에 제가 슈퍼맨 복장을 하고 출연한 맥스 팩터 광고사진을 몇 장 들고 갔어요. 리처드는 제가 충분히 슈퍼맨처럼 생겼다고 인정했지만, 제 국적과 투박한 서부 촌놈 억양이 문제였습니다. 1주일 뒤에 리처드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저는 배역을 저에게 맡기려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지요. 하지만 리처드는 전혀 딴 얘기를 했어요.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젊은이를 슈퍼맨으로 선발했으니 그 친구 몸 만드는 것 좀 도와달라는 거였죠."

데이브는 당연히 실망했지만, 그 초보 할리우드 배우를 돌보는 일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당시 데이브는 메이페어의 고급 호텔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던 데다가, 슈퍼맨을 단련시키는 것은 섣불리 거절하기엔 너무나 흥미진진한 임무였던 것이다.

"슈퍼맨이 단기간에 근육을 키운 비결은 바로 스테이크에 있습니다. 크리스(크리스토퍼의 애칭)에게 하루 세 끼 내내 스테이크를 먹였죠. 6주쯤 지나니까 효과가 나타나더군요.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때에는 '야, 이거 만만치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무게가 키에 비해 너무 가벼웠죠. 슈퍼히어로가 되기엔 지나치게 마른 체구였어요. 촬영 시작까지는 6주밖에 없었기 때문에, 매우 강도높은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1주일에 다섯 번씩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을 했죠."

데이브는 말라깽이 크리스토퍼를 근육질 슈퍼히어로로 만들어가면서 희열을 느꼈다. 또한 그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굳은 우정으로 맺어졌다. "당시 크리스는 아직 어렸고, 친구 하나 없이 객지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정식으로 만나는 시간은 일주일에 다섯 번이었지만, 트레이닝이 끝난 뒤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죠. 해로즈 백화점에 같이 가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던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친구는 뉴욕 출신이라 그런 경험이 생전 처음이었거든요. 유쾌한 친구였고,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죠."

비록 슈퍼맨 역은 놓쳤지만, 결국 데이브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역을 꿰어차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악당 중 한 명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데이브의 커다란 자랑거리다. "크리스와 제가 둘 다 엄청나게 유명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그 캐릭터들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원래 스타워즈의 감독인 조지 루카스는 제게 츄바카나 베이더 중 하나를 시킬 생각이었죠. 하지만 조지가 츄이(츄바카의 애칭)를 고릴라에 비유해서 설명해 주자마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개월 내내 털투성이 의상 속에 들어가서 땀흘리며 지내는 건 별로 재미 없어 보였거든요. 차라리 악당을 맡는 게 낫겠다 싶었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스타워즈 컨벤션에 참석하거나 산더미같은 팬레터를 받느라 정신이 없죠."

다스 베이더를 연기하면서 얻은 명성 덕분에, 데이브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척수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는 데 안성맞춤의 위치에 서 있다. "크리스의 유지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생전에 그와 친하게 지냈고 이제는 'Walk Once More'에 관여하게 되어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내 친구 크리스는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끔찍한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Original Text (C) DAVID LOWE
Translation (C) ZAMBONY 2008

......저 아저씨가 슈퍼맨을 연기했더라면 켄트씨의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지도? OTL
(참고로 저 아저씨는 수트액터고 베이더의 목소리는 제임스 얼 존스가, 가면 벗은 중년아나킨은 세바스찬 쇼가 연기했으니 오해 없으시길)
by 잠본이 | 2008/02/14 23:41 | 친절한 켄트씨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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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08/02/15 01:15
뭐 캐스팅의 역사 뒷이야기는 참 흥미롭죠
Commented by lukesky at 2008/02/15 01:24
..저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수퍼맨과 다스베이더가 그런 관계였군요.
Commented by 다스베이더 at 2008/02/15 10:50
미묘하다할지...
Commented by 대건 at 2008/02/15 10:58
수트 액터를 인정해 주는 저런 문화는 참 부럽네요.
그러고 보니, 일본의 특촬물의 경우도 유명한 수트 액터들이 있을까요?
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뿡뿡이 의상 속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궁금해지는군요. ^^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8/02/15 11:16
아아, 이건 막을 수 없는 사나이의 세계! 진한 우정!!! 아아!!!!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2/15 11:29
가면 벗을 때도 다른 배우로 대체된 게 안쓰럽더군요.
그런데, 어느 쪽이든 젊은 아나킨을 맡은 헤이든과는 연결이 안 되요. T_T
Commented by rumic71 at 2008/02/15 17:13
이래 저래 SW는 절반쯤은 영국에서 만든 셈이로군요.
Commented by ZECK-LE at 2008/02/16 17:11
그러고보니 미국이나 은하제국이나 모두다 힘있고 강력한 카리스마가 지배했군요.
Commented by 블랙 at 2008/02/17 20:42
투박한 서부 촌놈 억양이 문제였습니다. <- 그래서 목소리는 제임스 얼 존스가 하게 된거죠. 베이더가 그런 억양으로 말했다면....-_-;
Commented by 공상남 at 2008/02/18 09:46
다스베이더의 저 분이 스탠리 큐브릭의 문제작 <시계태엽오렌지>에도 출연했지요. 작가의 근육질 조수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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