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로작업 중이던 고기잡이배의 전자그물에 이상한 드럼통 모양의 로봇이 걸린다. 과학청으로 운반되어 온 그 로봇을 살펴본 코주부박사는 20년 전에 금성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우주항해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쓸모가 없어져 제대로 봉사하기도 전에 해저 깊숙이 폐기되어버린 행성냉각용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조사차 심해로 들어간 아톰은 그곳에서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고 언젠가 자기들에게 명령을 내릴 '대장'을 기다리는 금성 로봇들을 만나는데...
아시모프의 단편 '이성Reason'을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본래 우주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이 '우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고 인간들에게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한다는 패턴은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그뿐만 아니라 문제의 로봇들이 일터로 가기도 전에 버림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덧붙임으로써 더욱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로봇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를 만들려고 획책하는 텐마박사가 '대장'을 가장하여 금성로봇들에게 메트로시티를 습격하도록 시킴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더 흥미진진하게 된다. 코박사에 의해 진실된 기록이 공개됨으로써 금성로봇들 자신이 잘못을 깨닫고 바다로 돌아가는 결말도 그런대로 납득.
문제의 '대장'이 바로 금성로봇을 개발한 과학자 '할머니'라는 설정이나, 마지막에 더 깊은 바다로 이주해 간 금성로봇들이 대장의 동상 대신 세워놓은 기념물이 바로 위기에 처한 코박사를 구조하는 순간의 아톰을 본딴 것이라는 처리는 상당히 눈물겨우면서도 뒤통수를 때린 듯 멍하게 만든다. (...나는 당연히 그 진짜 '대장'의 얼굴을 새겨놓으리라 기대했는데;;;)
물론 그들이 아예 인류와 접촉하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세계를 만들어 틀어박히는 걸로 처리하는 건 당장으로서는 좋지만, 나중에 인간들이 다시 그들의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온다면 그때는 어쩔 건가 하는 딴지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20여분밖에 안되는 얘기에서 그런것까지 생각하는 건 무리다...-_-
수세미경감은 거의 하는 일 없이 사태개시와 종료만 알리는...(흑)
로봇에 대해 호의적인 코박사도 금성로봇의 압도적인 냉각가스로 인해 인류가 위협받을 상황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바, 그들을 해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아톰에게 전할 때의 난처한 표정이 볼만하다.
특별한 게스트는 눈에 띄지 않지만, 도망가는 군중들 속에
사보텐군 비슷한 청년이! (그런거 누가 신경이나 쓰나?)